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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파트리크 지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

    10대들이 만든 밀리언셀러‘10대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어른들의 단정이다. 10대들은 “학과 공부하기도 벅찬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교사들은 “예전보다 확실히 책을 덜 읽는다”고 우려하고 출판 전문가들은 “대학 입시에 독서 과목이 들어가면 책을 읽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더라도 “열심히 책을 읽는 5%의 학생이 있다”고 하니 아쉬운 가운데서도 든든하다.밀리언셀러, 100만 부를 돌파하는 건 모든 작가와 출판 관계자들의 꿈이다. 《좀머 씨 이야기》는 출간 초기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10대가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밀리언셀러에 오른 책이다. 딱 10년 전의 일이다.10대들은 왜 이 책을 사랑했을까. 여러 분석이 나왔는데 좀머 씨가 소설 속에서 외친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말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장 자크 상페의 아기자기한 그림도 한몫했을 것이다.《좀머 씨 이야기》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지스킨트가 1991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시나리오와 단편을 썼으나 별로 주목받지 못한 지스킨트는 《콘트라베이스》와 《향수》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고 1500만 부 이상 판매된 《향수》는 영화로도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많은 작가가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길 희망한다. 이름만 듣고도 독자가 몰려들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지스킨트는 돌연 은둔자가 되었다. 실제 유명 작가 중 세상을 등지고 산 사람이 많다. 《앵무새 이야기》의 하퍼 리, 《호밀밭의 파수꾼》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등 여러 작가가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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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임진왜란

    임진왜란(壬辰倭亂·1592~1598)은 당대의 동북아 정세를 바꾼 국제전입니다. 우리는 ‘일본이 조선을 일방적으로 기습했고, 명나라 지원군의 도움을 받아 조선이 일본을 한반도에서 몰아냈다. 이순신, 권율 등의 분전과 각 지역에서 거병(擧兵)한 의병들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배웁니다. 한반도에 상륙한 뒤 일본군이 한양에 입성하는 데 20일이 걸렸습니다. 부산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거의 아무런 군사적 충돌 없이 일방적으로 진격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일본 기습설’을 논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습이 아니라면 군사적 대비가 있었을 테고 조선군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죠. 역사적 진실은 ‘조선의 대비가 놀랄 만큼 미흡했다’는 것입니다.‘일본이 침략한다, 안 한다’ 갈팡질팡1590년 통신사로 일본에 파견된 정사(正使) 황윤길이 도요토미 히데요시(德川家康)를 만나고 돌아와 ‘일본이 반드시 침략할 것’이라고 보고한 사실, 서인인 황윤길에 맞서 동인인 부사(副使) 김성일이 ‘일본은 침략하지 않는다’고 상반된 보고를 올린 사실은 유명한 얘기입니다. 의견이 갈리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대비하는 것이 제대로 된 나라의 대응법입니다. 조선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외면한 것입니다. 일본의 침략을 오래전에 예측하고 율곡 이이가 주창했다는 ‘10만 양병설’도 역사적 근거가 튼실하지 않은 신화(神話)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율곡이 이런 주장을 했다는 기록이 없고 후대인의 문집에 ‘율곡이 이러이러한 얘기를 했다는 말을 스승으로부터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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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살림격차 해소위해 지방재정 개편 추진

    ◆ 지방재정 개편 갈등‘부자 도시’의 세수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겠다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방안을 놓고 성남과 수원 등 경기지역 6개 기초지자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20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지방재정 개편방안을 논의했다. 남 지사는 수원 성남 고양 용인 화성 과천 등 경기 6개 불교부단체의 요구사항을 홍 장관에게 전달했다. -6월21일 한국경제신문☞ 시와 군 등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개편 방안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일부 지차제 간 갈등이 거세다.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대해 일부 지자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방안은 무엇이고 왜 개편하려는 것인지, 일부 지자체는 어떤 이유에서 반발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알아보자.지자체의 수입원행자부는 지난 4월 지방재정 개편안을 발표했다. 행자부는 정부조직 관리, 지방행정과 재정·세제 등을 맡은 중앙정부 부처다. 지방재정 개편안은 시·군에 대한 △조정교부금 배분기준 개선 △불교부단체 조정교부금 우선배분 특례 폐지 △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 전환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초지자체들이 필요한 사업을 하는 데 소요되는 자금의 조달원은 크게 △지방세 △중앙정부 교부금 △시·군 조정교부금 등 세 가지가 있다. 지방세는 도와 시·군이 걷는 세금이다. 도세에는 취득세, 등록면허세, 레저세, 지방소비세가 있다. 시·군세는 지방에 살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에 부과하는 지방소득세,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등이다. 교부금(交付金)은 말 그대로 나눠주는 돈이다. 지자체들이 받는 교부금에는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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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존 버니언 '천로역정'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작품많은 작가들이 성경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는다.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성경을 몇 번에 걸쳐 읽었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많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약의 대부분은 이스라엘 역사이고 신약에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활동과 가르침이 담겨있다. 오묘한 예언들이 구약과 신약을 마구 오가는 가운데 여전히 풀기 힘든 문구들이 많다. 그 결과 성경을 자의적으로, 혹은 악의적으로 해석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이단과 사이비가 계속 출몰하는 중이다.작가들이 성경을 읽는 이유는 구약의 엄청난 스토리와 신약의 표현법, 그리고 묵시가 주는 인사이트 때문일 것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 영화, 음악 등 예술 전반에 성경이 끼친 영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전파된 지 100년이 좀 넘었을 뿐인데 일상화 된 기독교 용어가 수없이 많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라, 13일의 금요일을 조심하라,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등등 많은 말들이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 에덴의 동쪽, 빛과 소금’ 등등 비유법으로 활용되는 기독교 용어도 셀 수 없을 지경이다.성경을 거론할 때 부록처럼 등장하는 책이 바로《천로역정》이다. 그간 여러 책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작품’이라고 자랑했지만 이 수식어의 진짜 주인은 《천로역정》이다. 1678년에 1부, 1684년에 2부가 출간되어 지금까지 10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300년이 넘도록 제2의 성경으로, 그리스도인의 지침서로, 세계적인 고전문학으로 사랑받고 있다.가난한 땜쟁이의 아들로 태어나다1628년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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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나폴레옹과 시민 법전

    여러분은 나폴레옹(1769년 8월15일~1821년 5월5일)을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나폴레옹은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마지막으로 패전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됩니다. 1840년이 지나서야 그의 유해는 프랑스로 돌아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습니다.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 그의 무덤이 있습니다. 후세인들의 존경이 담긴 웅장한 곳입니다. 수많은 전쟁을 벌여 승승장구했으나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넬슨의 영국 해군에 패하고(런던 중심가 트라팔가 스퀘어의 사자상과 전투 장면을 새긴 부조는 프랑스 해군의 대포를 녹여서 제작한 것입니다) 1812년 러시아 원정의 패전으로 엘바섬에 유배되고, 엘바섬 탈출 후 권력을 다시 잡지만 워털루 패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 인물에게 왜 프랑스는 존경과 찬사를 보내는 것일까요?프랑스의 자랑그의 출생지는 코르시카 섬입니다. 1768년까지 제노아 공국이 프랑스에 섬을 매각하면서 프랑스 영토가 되었습니다. 어린 아기였을 때 그의 이름은 그래서 이탈리아 식인 나폴레오네 부오나파르테, 프랑스 식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두 가지였습니다. 나폴레옹은 1779년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본토로 건너갑니다. 1784년 파리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 만 16세의 나이에 포병 장교로 임관합니다. 평균 수명이 높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10대 임관이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인류역사 상 현대 이전의 수많은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평균 연령은 추정컨대 10대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의 부두 노동자 철학자 에릭 호퍼는 그래서 인류 역사를 ‘비행청소년들이 만들어간 역사’라고 정의하기도 했지요.탁월한 지휘관나폴레옹은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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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빨라진다

    ◆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정부와 한국은행은 조선과 해운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수출입은행에는 1조원 상당의 현물출자를 별도로 추진한다. 정부는 8일 세종로 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을 확정했다. -6월9일 한국경제신문☞ 정부가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을 지원할 국책은행(나라에서 세운 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을 확정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부실 조선·해운업체 회생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위해선 이들 기업에 돈을 대줄 은행들의 자본을 우선 늘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상 은행은 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이다.이들 국책은행에는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설립하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자금이 지원된다. 자본확충펀드 규모는 11조원 한도다. 한국은행(한은)이 10조원을 대출하고, 정부가 기업은행의 자산관리공사 후순위 대출을 통해 1조원을 보탠다. 기업은행은 한은의 돈이 나가는 파이프(도관은행) 역할을 한다.자본확충펀드는 한꺼번에 11조원을 조성하는 게 아니라 총액 한도만 정한 뒤 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마련하는 ‘캐피털 콜’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본확충펀드에 대출해준 한은 자금에 대해선 손실 위험 최소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지급보증을 맡기로 했다. 이 펀드는 산은과 수은에서 발행하는 코코본드를 사준다. 코코본드(con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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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막스 프리시 '호모 파버'

    소설과 영화로 만나는 기계인간막스 프리시는 전후 독일 문단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작가이다. 희곡, 소설, 일기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남긴 20세기 문학의 거장 중 한 명이다. 1991년 세상을 떠난 프리시는 생전에 총 12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쉬틸러》《호모 파버》《내 이름은 간텐바인》으로 작가적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들은 예술적인 측면에서 완벽한 구성을 지닌 기념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콘라드 페르디난드 마이어상, 게오르그 뷔히너 문학상, 취리히시문학상, 스위스 실러재단의 실러대상, 독일 출판협회의 평화상, 미국 신도시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다.호모 파버는 영화 <사랑과 슬픔의 여로>로 제작돼 1991년 개봉했다. <양철북>의 감독 폴커 쉴렌도르프가 기용한 줄리 델피가 열연을 펼쳤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연이어 보면 강렬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이미지가 오래도록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호모 파버는 대한민국이 전쟁으로 인해 폐허나 다름없을 때인 1957년 발간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 대한민국은 끼니도 해결하기 힘들 때였다. 그런 시기에 기계와 기술에 대한 회의를 표하는 작품이 나왔다는 걸 알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열심히 세계 수준을 향해 달려왔는지 짐작하게 된다.주인공이자 화자인 발터 파버를 옛 애인 한나는 ‘호모 파버(Homo Faber·기계 인간)’라고 불렀다. 기계 문명에 경도되어 놀라움이나 공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합리주의자이자 현세주의자인 파버는 운명이나 섭리 같은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감정, 사랑, 종교,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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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

    거의 모든 사람이 싸이를 안다. 그의 최대 히트곡 ‘강남스타일’은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이 노래가 뛰어난 음악성을 표출한 곡은 아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싸이의 춤과 노래에 열광하고 중독됐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성공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매출의 80%가 전체 상품의 20%에서 발생한다는 이론이 있다. 파레토 법칙이다. 파레토는 이탈리아 경제학자 이름이다. 19세기 영국의 부(富)와 소득 유형을 연구하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아날로그 산업시대에 유용한 개념이다.디지털 시대를 설명하는 이론은 롱테일 법칙이다.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의미 있는 소비를 한다는 이론이다. 판매하는 상품을 잘 팔리는 순서대로 일렬로 늘어놓는다고 가정하자. 아날로그 시대에는 이 길이가 짧다. 매장에 직접 물건을 가져다 놓고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공간의 물리적 제약 때문에 무한정 많은 품목을 진열할 수 없다. 기껏해야 분야별로 잘 팔리는 상품 몇 가지를 갖다 놓는 것이 최선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요구를 100% 디테일하게 만족시키는 상품을 구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자기만의 물건을 주문하자니 주문 자체도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날로그 시대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욕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주는 상품을 고르는 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디지털 시대 인터넷 쇼핑은 패턴이 다르다. 정보가 넘쳐나고, 대중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판매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