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주 선생님과 함께하는 한국문학 산책
행상 나가 오래도록 귀가하지 않는 남편을 아내는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시절 평범한 민초에게 통신 수단이 있었겠는가.
아내는 남편이 걱정되었으리라. 걱정 끝에 달을 보며 소망을 말한다. 높이 돋아서 멀리 비추시오. 세상을 훤히 비추어 우리 서방님 밤길 무사히 걷도록 해 주시오. 아내는 남편이 ‘즌 (진 데)’를 디딜까 염려한다. 진 데, 진 곳, 진 땅. 이는 남편에게 닥칠 수 있는 위해에 대한 염려이다. 또는 남편에게 다른 여인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도 읽힌다.
달에게 더 적극적으로 메신저 역할을 요구하는 작품도 있다. 향가 ‘원왕생가(願往生歌)’가 그러하다. 이 노래를 부른 광덕은 달에게 간곡히 청한다. 왕생을 원하여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음을 부처에게 전해달라고. 이 몸(광덕 자신)을 남겨 두고 사십팔대원을 이루시겠냐고 자못 겁박에 가까운 강력한 청원을 한다. 사십팔대원은 아미타불이 법장 비구라 불렸던 옛적에 일체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마음먹었던 48가지 큰 소원이다. 꽤 간이 큰 불제자다.
고대인도 현대인도 달을 보며 소원 빌어
정읍사의 가사는 ‘악학궤범’에 전해지는데 전강·소엽·후강전·과편·금선조·소엽 등 궁중 무용 반주에 사용된 음악 곡조명도 함께 적혀 있으므로 오랜 세월 구비전승되다가 궁중 음악으로 연주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밤의 광명. 고대인도 현대인도 달을 보고 소원을 빌고 사랑을 고백한다. 유일하게 전해지는 백제의 노래가 달과 애틋한 연모를 함께 품고 있어서 참으로 아름답다.
손은주 < 서울사대부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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