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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라고/-라며' 구별해서 쓰기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의정 간 만남을 통한 대화만이 사태를 풀 돌파구이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① 시민사회는 정부와 의료계가 ‘무책임하다’라며 비판했다. … ②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 ③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 만난 것 자체를 두고 ‘밀실 결정이었다’라며 반발도 나왔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을 전한 한 신문의 기사문이다.‘-라고’는 인용격조사 … 하나의 동작세 개의 문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용문이라는 것이다. 인용문은 통상 ‘-라고/-라며+서술어’로 연결되는 형식이다. 이 ‘-라고/-라며’의 쓰임새를 모르는 이가 의외로 많다. 가령 “~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라고 해야 할 것을 “~라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식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흔하다. 예문에서도 “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라고 해야 맞는다. ②와 ③은 ‘-라고’ ‘-라며’가 바르게 쓰였다. 이 차이는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기본형은 “~라고 말했다”이다. 모국어 화자는 이를 절대 “~라며 말했다” 식으로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이를 응용해 형태를 바꾸면 헷갈리는 것 같다. 우선 두 말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라고’는 앞말이 직접 인용되는 말임을 나타내는 격조사다. 원래 말한 그대로 인용하는 게 원칙이다. “그는 ‘내가 홍길동이다’라고 말했다&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흑백논리보다 다각도의 사고방식이 중요

    지난 시간(4월 1일 자 15면) 연세대 2023학년도 기출문제 2번 세트 문항에 대해 2-1번은 모델 답안을, 2-2번은 해설을 담아보았습니다. 2-1번의 평가 유형에서 늘 다각도의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대상이 무조건 옳거나 그르다는 흑백논리로 판단하지 말고, 옳은 면이나 그른 면이 있더라도 한계나 의의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2-2(수리논술 유형)에서는 해설을 간추려 쓸 때 답이 됩니다. 수리논술에서도 개방적이면서 분석적인 태도는 여전히 필요합니다.[문제 2-1] 제시문 (라)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를 평가하시오.[답안] 자료들은 기초학문과 응용 기술의 투자 비중이 불러오는 효과를 설명한다. 국가 A는 응용 기술에 편중한 반면, 국가 B는 기초학문에 상당액을 투자해 응용 기술과 균형성을 맞추고 있다. 이는 A국의 고용률과 온실가스배출량 등을 장기적으로 개선시킨다. 기초학문의 발전으로 다양한 산업분야가 활성화되는 동시에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결과일 것이다. 기술특허 수익 면에서는 수익성 있는 응용 기술 투자가 많은 B국이 앞서지만, A국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분석에 기초할 때 (가)는 대체적으로 옳지만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 응용 기술에 집중한 국가 A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는 특정 기술의 위해함을 증명한다. 한편 국가 A의 높은 기술특허 수익도 삶에 보탬이 되는 기술을 주장한 묵자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응용 기술의 집중 투자로 오히려 고용률이 감소된 상황은 “송나라 사람들의 밥줄이 다 끊기는” 것을 우려한 묵자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나) 또한 자료를 통해 옹호할 수 있으나 불완전하다. (나)의

  • 영어 이야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다 'punch above one's weight'

    South Korea and Japan are the two most important markets for mergers and acquisitions in Asia, and China is still a significant private market with potential for mid- to long-term growth, North Asia-focused private equity firm MBK Partners said in an annual letter to its shareholders last week.Korea is a market that punches above its weight. The country has the 10th-largest gross domestic product (GDP) in the world but ranks fifth in the number of large caps. MBK will continue to focus on Korea, Japan and China.MBK, one of the largest North Asian private equity houses, had more than $30 billion in capital under management as of the end of 2023. Its letter to shareholders is sent to about 100 global investors such as the Singaporean sovereign wealth fund GIC, the 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 (CPPIB) and Korea’s National Pension Service (NPS).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인수합병 시장이며, 중국은 여전히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지닌 중요한 사모시장이라고 북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가 연례 서한에서 밝혔다.한국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시장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에서 10번째지만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 기준으로는 다섯 번째 시장이다. MBK는 앞으로도 한국, 일본, 중국에 집중할 계획이다.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MBK는 2023년 말 기준 3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한국의 국민연금 등 100여 곳의 글로벌 투자회사와 기관에 발송된다. 해설금융시장에서 기관투자자와 개인이 공개적으로 판매되는 펀드 등을 통해 투자하는 시장을 ‘공모시장’이라고 합니다. 반면 개인 자산가들과 많은 현금을 보유한 연금, 보험회사 등을 대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異路同歸 (이로동귀)

    ▶ 한자풀이 異: 다를 이    路: 길 로    同: 같을 동    歸: 돌아갈 귀길은 다르지만 돌아가는 곳은 같다방법과 과정은 달라도 지향점은 같음 - <회남자(淮南子)><회남자>는 전한 시대 유안(劉安)이 전국의 빈객과 방술가를 모아서 편찬한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여씨춘추>와 함께 제자백가 중 잡가(雜家)의 대표작이다. 잡가는 춘추전국시대 제가(諸家)의 설(說)을 종합해 만든 학설이나 그 학설을 따르던 학파를 이른다. <회남자> 본경훈 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세상이 어지러우니 도(道)를 품고 덕(德)을 지니고 무궁한 지혜를 가지고도 입을 닫고 말을 참다 죽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려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며 문자로 설명할 수 있는 명(名)은 명이 아니다. 죽간과 비단에 쓰이고 금석(金石)에 새겨져 후대인에게 전해지는 것들은 모두 완전한 것이 아니다. 오제삼왕(五帝三王)의 일화는 모두 다르나 중요한 뜻은 같고, 길은 서로 다르나 귀결점은 모두 한 곳이다(異路同歸). 근세에 학문을 배우는 사람들은 혼연일체의 도와 집약적이고 정묘한 덕을 모르고서 지나간 자취만 가지고 한자리에 모여 앉아 이야기하고 북을 두드리고 노래하며 찬양한다. 스스로 박학다식하다고 칭하지만 어리석음을 면할 수 없다. <시경>에 이르기를 ‘감히 맨손으로 범을 잡지 못하고 감히 도보로 황하(黃河)를 건너지 못하네. 세상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그 다른 일은 알지 못하네’라고 하였으니, 바로 이 박학하다 자칭하는 무리를 이르는 말이다.‘삼황오제(三皇五帝)’

  • 학습 길잡이 기타

    모든 도형의 기본…각 알면 천문학적 길이도 잴 수 있어

    수학 교과서는 난도와 위계를 따져 단원을 구분합니다. 이 중 많은 학생이 어려워하는 단원을 꼽자면 삼각함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삼각함수의 도입 부분에서 교과서와 문제집에는 생략된 흥미로운 맥락을 살펴볼까 합니다.먼저 생각해볼 것은 ‘왜 삼각형인가’입니다. 삼각형은 중·고등학교 기하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모든 다각형은 대각선을 만들어 삼각형으로 쪼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각형을 안다는 것은 모든 도형을 안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에 합동, 닮음, 피타고라스의 정리, 삼각비, 삼각함수 등 많은 단원이 삼각형과 관련되어 있는 것입니다.이어서 생각해볼 것은 삼각비, 삼각함수의 등장 배경입니다. 그 바탕에는 삼각형의 닮음이 있습니다. 두 삼각형이 닮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중 AA닮음은 의외로 강력한 조건입니다. 두 개의 각만 같다면, 작은 삼각형의 길이를 이용해 천문학적인 길이를 앉은 자리에서 종이와 연필만 가지고도 추론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별 생각 없이 푼 문제 중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의 높이, 두 섬 사이의 거리처럼 직접 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대상을 종이 위에 각이 같은 삼각형을 그려냄으로써 손쉽게 근삿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직각삼각형으로 한정한다면 한 각만으로도 삼각형 길이의 비를 알아내 실제 길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삼각형으로 쪼개진 수많은 다각형도 유한번의 계산을 통해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율을 정확하게 계산해놓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빗변과 높이의 길이의 비(sin), 빗변과 밑변의 길이의 비(c

  • 영어 이야기

    사람이나 대상의 기호·요구에 맞출때 'cater to'

    Foreign high-end car brands are eager to offer new and exclusive experiences to their customers in South Korea, the fastest-growing luxury car market in the world thanks to wealthy Koreans’ voracious appetite for rare and expensive cars.Mere mass-market luxury cars cannot satisfy super-rich Koreans. Luxury for them is something hardly accessible to the crowd.To cater to such demands, a trio of European upscale car brands - Maybach, Bentley and Rolls-Royce - are readying to wow their Korean customers with novel experiences.Mercedes-Maybach is currently building the world’s first Maybach-exclusive showroom in Seoul on a plot previously occupied by the old headquarters of SM Entertainment. Mercedes-Benz displays Maybach cars together with its regular non-Maybach models in one showroom across the world.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럭셔리 자동차 시장인 한국에서 남들이 갖지 못한 비싼 차에 대한 부유층의 강한 열망에 맞춰 외국 고급 자동차 회사들은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한국 슈퍼리치들에게 럭셔리는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 무엇이기 때문에 대중적 럭셔리 자동차만으로는 그들의 욕구를 채울 수 없을 것이다.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유럽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마이바흐, 벤틀리, 롤스로이스는 한국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옛 서울 사옥 부지에 세계 최초로 마이바흐 전용 전시장을 짓고 있다. 벤츠는 모든 나라에서 마이바흐와 그 외 다른 벤츠 자동차 모델을 벤츠 전시장 한 곳에 함께 전시하고 있다. 해설고급 수입차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는 외국 고급 자동차 회사의 주요 시장으로 부상했습니다. 한국은 벤츠 자동차가 가장 많이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판매정책' 아니고 '판매전략'이에요

    ‘슈퍼주총 시즌’이 끝났다. 12월 결산 국내 상장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일정이 3월 하순께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즈음에 늘 따라다니는 말 중 하나가 ‘주주환원정책’ 또는 ‘주주친화정책’이다. 이와 함께 빠지지 않는 말 중 ‘배당정책’도 있다. 이는 기업 이익을 주주들에게 언제, 어떤 형태로, 얼마나 분배하느냐에 대해 기업이 세운 방침을 말한다. 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부각되니 ‘기업의 ESG 투자정책’이란 표현도 자주 눈에 띈다. ‘정책’은 정부·정치권에서 쓰는 말주주친화정책, 배당정책, 투자정책… 민간기업에서 사용하는 이런 말을 의심 없이 써도 되는 것일까? 다음 문구를 보면 이들 ‘정책’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사회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고용정책 운영.” 얼핏 보면 마치 정부의 ‘고용정책’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는 대목 같다. 사실 어느 기업의 ESG 경영 실천 전략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니 상황에 맞지 않고 어색한 느낌을 준다. “국내에서 고가정책으로 ‘배짱 영업’ 하던 해외 명품 브랜드.” 이때 쓰인 ‘고가정책’은 어색함의 정도가 더하다.이에 비해 다음 문장에 쓰인 정책은 자연스럽다. “정책서민금융 상품 중 하나인 소액생계비대출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의 ‘외국인 투자정책’이나 ‘금리정책’도 눈에 익숙한 표현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정책이란 말의 정체를 알면 이해가 된다.‘정책(政策)’은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꾀하는 방책”을 말한다(<

  • 학습 길잡이 기타

    정확한 예측 위해서는 표본 선정을 잘 해야

    2024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됩니다. 선거일 현재 18세 이상의 국민이 선거권을 지닌 만큼 고등학생 중 일부 학생은 이번에 첫 투표를 하게 될 것입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집단 구성원 속 여론의 동향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유권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구성원의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닌 일부만 뽑아서 표본조사를 합니다. 이에 대해 한번 알아봅시다.통계조사에서 조사 대상이 되는 집단 전체를 조사하는 것을 ‘전수조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수조사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전수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조사 대상이 되는 집단 전체에서 일부분만 뽑아 조사하는 표본조사를 실시합니다.표본조사에서 조사 대상이 되는 집단 전체를 ‘모집단’이라 하고, 모집단에서 뽑은 일부분을 ‘표본’이라고 합니다. 또 모집단에서 표본을 뽑는 것을 ‘추출’이라고 합니다.표본조사의 목적은 표본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모집단의 특성을 추측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모집단의 특성이 잘 반영되도록 표본을 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추출되는 표본이 모집단의 어느 한 부분에 편중되지 않아야 한다. 표본추출이 잘못된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선거 여론조사를 통해 선거 결과를 예측해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대중 잡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전화번호부와 자동차 등록부를 이용해 선정된 조사 응답자를 대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