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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감정·윤리, 경제적 계산에 포함 안돼요"

    경제적 효율성은 인문논술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우리 삶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대단히 자연스럽고, 동시에 경제적 사고와 도덕적·정서적 가치가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핵심은 경제적 효율성은 경제적 이익과 비용만 따진다는 점이에요. 감정이나 도덕, 윤리적 만족은 이 경제적 계산 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를 섞어버리면 개념이 흐려지고, 논리적 분석에서도 실수하기 쉬우니, 반드시 분리해서 이해해야 합니다.경제적 효율성은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 즉 총잉여(total economic surplus)를 최대화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 모두가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지점을 찾았을 때, 자원이 잘 배분된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시장은 항상 완벽히 작동하지 않아요. 외부효과 같은 제3자에게 영향을 주는 비용(예: 오염)이 있을 때, 시장은 실패하며 정부 개입이 필요해집니다. 인문논술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텍스트나 사례에 적용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아래에는 상당히 오답이 많이 나오는 문제를 실어두었습니다. 문제를 읽어보고 스스로 풀이해본 후 해설과 예시 답안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평가해보세요.[문제] [가]를 바탕으로 [나]의 상황을 효율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설명하시오.[가] 효율성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추구하는 경제 행위의 원칙으로 개인 또는 집단의 합리적 선택의 기준이 되어왔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소비자잉여는 소비자가 물건

  • 학습 길잡이 기타

    구조적 완전함, 수학적 아름다움의 결정체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아름다움은 비례, 균형, 그리고 대칭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질서로 여겨졌다.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 조각상은 고대 그리스의 비너스상과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었다. 이 조각들은 모두 인체의 황금 비율, 균형 잡힌 근육 구조, 자연스러운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회화에서도 아름다움은 인체뿐 아니라 풍경과 구도 속에 담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미묘한 비대칭 속 조화를 보여주며,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대칭과 원근법을 통해 아름다움의 질서를 구현한다. 건축물에서도 대칭과 비례는 중요한 요소였다. 샤르트르 대성당, 산피에트로 대성당,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같은 작품들은 구조 전체가 수학적 비례와 대칭 속에서 설계되었고, 그 안에서 인간이 느끼는 시각적 안정감과 경외심을 이끌어냈다.수학자들은 숫자와 도형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 평면 도형은 정다각형이었다. 모든 변의 길이가 같고, 모든 내각의 크기가 동일한 정다각형은 균형과 대칭, 그리고 반복되는 질서를 담고 있다. 이런 구조적 완전함은 조화로움을 통해 수학적 아름다움의 본질을 보여준다. 원 안에 고르게 배치된 점들, 기하학적 구성의 출발점, 자연 속 대칭까지 — 정다각형은 단순함 속에서 가장 높은 조화를 보여주는 결정체였다.하지만 정다각형에서의 탐구는 한계가 있었다. 내각의 크기를 계산하거나, 변의 수를 늘려 어떤 형태로 수렴하는지를 살펴보는 정도였다. 예를 들어, 변이 무한히 많아지면 정다각형은 원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관점의 언어 : '주변국' vs '이웃나라'

    “‘트럼프 2기’와 함께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한 치 양보 없이 전개돼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다. …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는 중국 제품을 떠안아야 하는 압박을 받으면서 신음했다.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 등 주변국이 특히 타격을 크게 받았다.”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벌인 지 약 한 달 만에 첫 공식 대화에 나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해설 및 분석 기사들이 잇따랐다. 위 인용문도 그중 한 대목이다. 문장 구성에선 크게 흠잡을 만한 곳이 없다. 하지만 ‘언어의 관점’ 측면에서 옥에 티가 숨어 있다. ‘이웃나라’가 주체적·중립적인 표현‘한국 등 주변국’이란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주변국’은 조심해 써야 한다. ‘관점’이 담긴 말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전적 풀이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주변’은 어떤 대상의 둘레를 말한다. ‘둘레’는 무엇일까?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다. 그러니 ‘주변국(周邊國)’이란 글자 그대로는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나라’ 정도가 될 것이다.하지만 말에는 늘 ‘가치’가 개입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를 얘기하면서 ‘주변국’이라고 하면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중심국’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주변국’을 “국력이 약하여 강대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나라”라고 풀었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선 ‘주변국가’를 “국제 사회에서 정치, 경제 방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심 국가의 주변에 위치하거나 정치적·경제적으로

  • 영어 이야기

    자체 개발한, 토종의 'homegrown'

    Competition in South Korea’s coffee market is intensifying with the rise of fast-growing local brands such as Mega Coffee and Compose Coffee, which feature more affordable options than global big names like Starbucks and The Coffee Bean & Tea Leaf.Mega and Compose, respectively the country’s second- and third-largest coffee chains by the number of outlets, have aggressively increased their outlets over the past several years amid the pandemic and high inflation.The Korean coffee market has been saturated for years with a surging number of cafes. As of the end of 2022, around 99,000 cafes and beverage shops were in operation. A a total of 11,450 cafes across the country closed in the first 11 months of last year, exceeding the figure for all of 2022.As competition in the local market heats up, homegrown coffee franchises seek global expansion.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의 커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 글로벌 대형 브랜드보다 더 저렴한 가격대를 내세우며 한국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매장 수 기준으로 각각 국내 2위와 3위 커피 체인인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팬데믹과 고물가 속에서도 지난 몇 년간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왔다.카페 수가 계속 급증하면서 한국 커피 시장은 수년간 포화 상태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약 9만9000개의 카페 및 음료 매장이 운영 중이고,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총 1만1450개의 카페가 문을 닫아 2022년 전체 폐업 수를 넘어섰다.국내 시장 내 경쟁이 격화되면서,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해설 한국은 세계에서 1인당 커피 소비량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23년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狼狽不堪 (낭패불감)

    ▶한자풀이狼: 이리 랑(낭) 狽: 이리 패 不: 아니 불 堪: 견딜 감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상황돌파구가 없는 난감한 처지를 이름 -<문선(文選)>낭패불감낭(狼)과 패(狽)는 모두 이리의 일종으로, 낭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으며 패는 그와 반대다. 그 두 짐승이 같이 나란히 걷다가 서로 사이가 벌어지면 균형을 잃고 넘어지게 되므로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여기서 유래한 말이 낭패(狼狽)다. 낭패에 처한다는 말은 상황 처리가 난감하다는 뜻이다.촉이 멸망하자 진무제 사마염이 촉의 관리였던 이밀을 임명하려 했지만, 그는 번번이 사양했다. 이밀은 황제의 거듭된 요청을 끝내 사양할 방법이 없자 자신의 처지를 글로 써서 사마염에게 올렸다.“저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부친을 여의고, 네 살 때에는 외삼촌의 권유로 어머니가 개가를 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겨 직접 키우셨습니다. 연로하신 할머니가 홀로 계시니 누가 할머니의 여생을 돌봐드리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관직을 받지 않으면 이 또한 폐하의 뜻을 어기는 것이 되오니 저의 처지는 정말 낭패(狼狽)스럽습니다.” 사마염은 그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려 상소를 받아들였다.낭패불감(狼狽不堪)은 <문선(文選)>에 실린 이밀의 ‘진정표(陳情表)’에 나오는 표현으로, 어떤 상황에서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난감한 처지에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앞으로 나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절박함을 뜻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외로이 서 있음을 뜻하는 고립무원(孤立無援)도 뜻이 같다.낭패위간(狼狽爲奸)은 ‘낭과 패가 간사한 일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亢龍有悔 (항룡유회)

    ▶한자풀이亢: 오를 항  龍: 용 룡  有: 있을 유  悔: 후회할 회하늘에 오른 용은 후회할 때가 있다높이 오른 자가 겸손하지 못하면 패망함- <항룡유회(亢龍有悔)>항룡유회(亢龍有悔)는 ‘하늘 끝까지 올라가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후회할 때가 있다’는 뜻으로, 극히 존귀한 지위에 올라간 자가 겸손하지 못하면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적당한 곳에서 만족하지 않고 무작정 밀고 나가다가는 도리어 큰 실패를 가져온다는 것을 비유한다.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주역>에는 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잠룡(潛龍)은 연못이나 늪에 숨어 아직 승천하지 않은 용을 가리키며 높은 자리를 피해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나 출세하기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몸을 낮추며 기다리는 영웅 등을 뜻한다. 현룡(見龍)은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와 능력을 발휘해 비상하려는 용(사람)을 이른다. 비룡(飛龍)은 뜻을 품고 하늘로 날아올라 치솟는 용을 말하며, 항룡(亢龍)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내려올 것을 걱정하는,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용을 뜻한다. 잠룡은 우리나라에서도 대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항룡유회(亢龍有悔)는 더 이상 전진하지 말고 겸손하고 자중하라는 말이다. 오를 대로 올랐으니 만족할 줄 알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주역>에는 잠룡물용(潛龍勿用)이라는 말도 있는데, 물속 깊이 있는 용이니 꼼짝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다. 주역은 모든 일에 때(時)를 중시한다.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겸손하기란 쉽지 않다. 권력이든 명예든 내려오는 길에서 탈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머스 머튼은 “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단국·가톨릭…'수능 전 논술' 대학 확인해야

    2026학년도 수시모집 요강이 발표되면서 논술고사 일정도 확정되었다. 올해는 단국대 의·치의예가 논술이 신설되면서 기존에 수능 후 논술고사를 치르던 단국대 자연계열이 수능 전에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등 일정 변경에 유의해야 한다. 수능 전에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 및 수능 후 첫째 주에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들은 수능과 논술고사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이들 대학의 일정을 미리 잘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논술 원서의 구성에 따라 이후의 입시 대비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에 발표된 논술 일정을 잘 숙지해 논술과 수능 대비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글자로 풀어본 '대통령'의 의미와 역할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일에 취임하면서 선서에서 강조한 한 대목이 ‘대통령’의 의미를 새삼 소환했다. 이 대통령은 선서식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은 물론 대통령이란 말 중에 ‘통’ 자에 방점을 찍어 의미를 부여한 발언일 것이다. ‘대통령’이란 말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원래 우리말에 있던 게 아닌, 일본에서 만든 한자어다.‘권위적 어감’이란 주장은 상투적일본은 19세기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외래어를 한자어로 번역해 썼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주주의’를 비롯해 ‘사회, 개인, 근대, 미학, 자유, 문학, 의사, 내과, 산부인과, 헌병, 경찰’ 등 단어들이 다 일본식 한자어다. ‘대통령’도 그중 하나다. 영어의 ‘president’에 해당하는 번역어로 ‘통령(統領)’을 찾았고, 여기에 한 나라의 우두머리, 통치자란 의미에서 ‘큰 대(大)’ 자를 붙였다.한자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통령(統領)은 군대의 지휘관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국어사전에서는 ‘통령’을 “일체를 통할하여 거느림. 또는 그런 사람”으로 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말에는 ‘거느리고 통솔하다’란 의미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오래전부터 ‘대통령’이란 용어에는 구시대적 권위와 지배 의식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영어의 president가 대통령뿐 아니라 기업체의 대표이사, 협회 등 단체의 대표, 회의체 의장, 대학교 총장 등 조직의 우두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