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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어색한 까닭

    “10·15대책은 조정대상지역 확대는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대출 규제 강화 등 강력한 규제로 시장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기조가 한층 강화됐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한 달여를 지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자산 양극화만 키운 정부 실패라는 야권의 거센 공격 속에 언론에서도 다양한 진단이 쏟아졌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란 표현이다. 무심코 이런 말을 자주 하지만 이는 단어를 정확히 쓰지 않은, 잘못된 표현이다. 서울·인천·경기를 묶은 게 ‘수도권’‘수도권(首都圈)’이란 말을 흔히 쓴다. 하지만 정확히 개념을 이해하고 쓰는 것 같지는 않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간)에서는 ‘수도권’을 “수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도시권”으로 풀이한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좀 더 구체적이다. “수도와 인접한 권역.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가 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및 경기도 일원이 이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정의하는 수도권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전역의 지역을 가리킨다. 이를 두고 요즘도 수도권에 서울이 포함되느니, 포함되지 않느니(경기·인천만 가리킴) 하며 헷갈려 하는 이가 있다.언론에 ‘수도권’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60년대 들어서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관련이 깊다. 산업화 추진으로 서울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라의 모든 정치·경제&mi

  • 영어 이야기

    규제를 없애다 'cut red tape'

    The government has already removed preliminary reviews for major R&D projects, part of efforts to cut red tape and speed development.“We are putting money into R&D projects immediately. Research that once received a few hundred million won is now getting billions,” Minister of Economy and Finance Minister Koo Yun-cheol said.“Believe in the Korean economy - it will not let you down,” he said in a keynote address at Korea Investment Week 2025, an annual forum hosted by The Korea Economic Daily and Korea Investment & Securities Co.The event drew more than 900 participants, including corporate chiefs, investors, analysts and policymakers.On Monday, the Kospi climbed to a fresh record of 3,407.31, marking a fourth straight session of gains after Koo, who also serves as deputy prime minister.정부가 주요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사전심사 제도를 이미 폐지했다. 이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R&D 프로젝트에 즉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과거 수억 원 단위의 지원을 받던 연구가 이제는 수천억 원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밝혔다.구 부총리는 한국경제신문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주최한 연례 포럼인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5’ 기조연설에서 “한국 경제를 믿어달라. 결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이번 행사에는 기업 대표, 투자자, 애널리스트, 정책 입안자 등 900명 이상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한편 월요일 코스피는 3407.31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구윤철 부총리의 발언 이후 이어진 낙관적인 투자 심리를 반영한 결과로, 지수는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해설 과학기술은 놀라운

  • 학습 길잡이 기타

    수많은 입체도형의 부피 계산하는 강력한 무기

    자, 10원짜리 동전 10개를 반듯하게 쌓아 올린 동전 탑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실수로 이 탑의 중간을 툭 쳐서 옆으로 비스듬히 밀어버렸다고 상상해봅시다. 모양은 삐뚤어졌지만, 이 기울어진 동전 탑의 부피는 처음에 반듯했을 때와 비교해 어떻게 변했을까요?1. 증가한다. 2. 감소한다. 3. 그대로다.일렬로 쌓은 동전탑이 차지하는 부피가 왠지 더 작아 보입니다. 하지만 정답은 3번입니다. 동전을 옆으로 밀었을 뿐, 동전의 개수가 늘어나거나 크기가 변한 것은 아니니까요. 모양은 변했어도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내용물의 양(부피)은 여전히 ‘10원짜리 10개’ 그대로기 때문입니다.지금 질문한 것이 큰 수학의 개념을 다지기 위한 원리라고 한다면 믿어지나요?이 당연해 보이는 현상에 수학자들은 조금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바로 ‘카발리에리의 원리(Cavalieri’s Principle)’입니다. 이름은 어렵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용은 우리가 방금 동전으로 확인한 사실과 똑같습니다.“두 입체도형이 높이가 같고, 바닥과 평행한 모든 지점에서의 단면적(잘린 면의 넓이)이 서로 같다면, 두 도형의 부피는 같다.”수학자들은 이 당연한 현상을 놓치지 않고 하나의 강력한 도구로 다듬어냈습니다. 바로 정적분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적분 기호의 생김새만 봐도 그 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우리가 쓰는 적분 기호 인테그랄은 합한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Sum의 첫 글자 S를 길게 늘어뜨린 모양입니다. 즉 싹 다 긁어모아서 합친다는 뜻을 담고 있죠.카발리에리의 원리를 이 기호로 표현하면 아주 단순해집니다. 우리가 동전 탑을 쌓듯이, 아주 얇은 단면의 넓이들을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차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단순 요약·설명 아닌 '논증 설계하는 힘' 평가

    인하대학교 인문계 논술은 매년 사회·윤리·정치·경제를 두루 아우르는 쟁점을 다루면서, 단순 요약이나 설명이 아니라 “논증을 설계하는 힘”을 묻습니다. 대학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전년도에 출제된 25학년도 기출문제의 1번 문제를 바탕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특히 이번에 살펴볼 기출 문항은 기후위기라는 현실적 주제를 바탕으로 강제적 탄소 감축과 자율적 이행 중 하나를 선택하고, 여기에 반론과 재반론까지 붙여야 하는 고난도 구조입니다. 신문 지면에서는 모든 제시문을 그대로 싣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는 핵심만 압축해서 보여드리고, 이어서 문제 구조와 풀이 전략, 그리고 예시 답안의 뼈대를 차근차근 안내해보겠습니다.[문항 1] (가)에서 밑줄 친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고른 뒤 (나)~(마)를 모두 활용하여 자신이 선택한 입장을 정당화하시오(정당화에는 자신의 주장, 주장에 예상되는 반론, 이에 대한 재반론을 포함하되, 재반론에는 자신의 앞선 주장을 재기술하지 말 것). (1,000자±100자, 60점)<가>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이며 비가역적인 재난으로, 산업화 이후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이 주요 원인이다. 이산화탄소는 배출과 동시에 전 지구로 확산되며 국가·세대를 초월해 피해를 남긴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 강제 감축 의무를 부과했으나 반발과 탈퇴가 있었고, 파리기후협약은 자율적 목표 설정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었으나 실제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강제 규제와 자율 이행 모두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어느 방안이 더 효과적인지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나> 공공재는 비배제성 때문에 시장에서 공급되기 어렵고, 구성원은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閹然媚世 (엄연미세)

    ▶한자풀이閹: 숨길 엄 然: 그럴 연 媚: 아첨할 미 世: 세상 세음험하게 세상에 아첨한다는 뜻으로본심을 숨기고 남의 환심을 사는 것을 이름 -<맹자>향원(鄕原)은 수령을 속이고 양민을 괴롭히던 촌락의 토호를 이른다. 이들은 겉으로는 선량한 척하면서 환곡이나 곡물을 중간에 가로채 삿된 이익을 챙겼다. 그러니 공자는 “내 문 앞을 지나면서 내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내가 서운해하지 않는 자는 오직 향원일 것이다”라고 했다.만장이 공자의 이 말뜻을 스승 맹자에게 물었다. 맹자는 ‘음험하게 세상에 아첨하는 자(閹然媚於世也者)’가 향원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향원은 비난하려 해도 책잡을 것이 없으며 풍자하려 해도 비판할 것이 없다. 세상과 영합한 탓에 처신은 충직하고 신실하며 행실은 청렴결백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들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 자신도 스스로 옳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자들과는 함께 요순(堯舜)의 도(道)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니 공자께서는 향원을 덕을 해치는 적이라고 하신 것이다.”<맹자> 진심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유래한 엄연미세(閹然媚世)는 음험하게 세상에 아첨한다는 뜻으로, 자기 본심을 숨기고 남의 환심을 사는 것을 이른다. 여론에 영합해 사람들로부터 덕이 있는 사람으로 칭송받지만, 속으로는 그 권세나 지위를 이용해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사람을 가리킨다.개가 꼬리를 흔들면서 연민을 구걸한다는 뜻의 요미걸련(搖尾乞憐)’, 남에게 아첨하며 구차하게 행동하는 것을 이르는 아유구용(阿諛苟容), 윗사람이 하는 일에 건건이 비위를 맞춘다는 의미의 상분지도(嘗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藥石之言 (약석지언)

    ▶한자풀이藥: 약 약  石: 돌 석  之: 어조사 지  言: 말씀 언약이나 침 같은 말이라는 뜻으로사람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게 하는 말 -<춘추좌씨전>춘추전국시대 노나라에는 ‘삼환(三桓)’이라 불린 3대 권문세가가 있었다. 중손 씨(仲孫氏), 숙손 씨(叔孫氏), 계손 씨(季孫氏)였다. 그중 계손 씨 집안의 대부(大夫) 계무자라는 사람에게 적자(嫡子)는 없고 첩의 소생인 두 아들 공미(公彌)와 도자(悼子)가 있었다. 계무자는 장자인 공미보다 작은 아들인 도자를 후계자로 세우고 싶어 했다. 다수가 탐탁지 않아 했지만, 장무중(臧武仲)이 그 뜻을 지지해주었다. 사람들을 초대한 연회 자리에서 도자를 높이고 공미를 낮추어 도자를 계승자로 공인할 수 있게 도왔다. 장무중은 계무자의 신임을 얻었으나, 다른 대부인 맹장자(孟莊子)는 서자에 장자도 아닌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게 도운 장무중을 못마땅해했다.맹장자가 죽어 장무중이 조문을 가 곡을 하는데 몹시 애통해했다. 시중드는 이가 물었다. “맹장자가 어르신을 싫어했는 데도 이렇게나 애통해하시네요. 계무자가 죽으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장무중이 답했다.“계무자가 나를 좋아한 것은 고통이 없는 질병과 같고, 맹장자가 나를 미워한 것은 병을 치료하는 약과 침과 같네. 아무리 고통이 없는 병이라도 고통이 따르는 약석만 못한 법이야. 약석은 나를 살리지만, 고통이 없는 병이라도 그 해독(害毒)이 심하다네. 맹장자가 죽었으니 내가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먼.”아프지 않더라도 병은 나쁜 것이고, 치료할 때 아프더라도 약과 침은 몸에 좋은 것이다. 장무중은 자신을 싫어하는 맹장자를 거부하기보다 자신

  • 학습 길잡이 기타

    통계로 콜레라의 원인 밝혀낸 존 스노

    지난 생글생글 제916호의 ‘재미있는 수학’에서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장미 그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창의적 그래프 중 장미 그림 외 다른 그래프의 사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의 의사이자 역학(epidemiology)의 창시자인 존 스노(John snow, 1813~1858)의 콜레라 지도 이야기입니다. 1854년 런던에서는 콜레라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콜레라는 심한 설사와 탈수 증상을 일으키는 장질환인데,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배앓이만 하다가 치료도 못 받고 죽을 만큼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콜레라의 발생 원인이나 치료법을 알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영국에서는 콜레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통계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이 작업은 감염병에 관한 통계조사로는 최초로 평가됩니다. 당시 조사를 맡은 의사 중 한 명인 윌리엄 파(William Farr, 1807~1883)는 통계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사는 지대의 높이가 낮을수록 사망률이 높다고 봤습니다. 당시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는데, 하수 시설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오염된 물이 템스강으로 흘러들어 강물에서 심한 악취가 났습니다. 그래서 템스강에서 나는 악취가 콜레라의 원인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윌리엄 파는 본인 나름대로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했지만, 콜레라의 원인을 잘못 짚었습니다.존 스노는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보며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콜레라가 공기에 의해 옮겨진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환자들의 증상을 보면 공기를 통한 전염이라고 보기에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공기를 통한 전염이라면 증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한자어인 듯 한자어 아닌 우리말들

    “나는 그가 찾아온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위원장이라는 감투를 둘러싸고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 딸 덕분에 내 입이 호강이구나.”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 중 일부다. 이들 문장에는 정체를 알 듯 말 듯한 말이 하나씩 들어 있다. ‘영문’과 ‘감투’ ‘호강’이 그것이다. 이런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얼핏 보기엔 한자어 같은데, 그러면 원래 한자에서 온 것일까. 이들은 말의 유래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만하다. 일설에는 한자어가 어원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확실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 고유어인 듯, 한자어인 듯 알쏭달쏭한 이런 말들이 우리말 안에 꽤 많아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영문, 감투, 호강’ 어원 논란 많아“영문을 모르겠다/영문을 알 수가 없다”처럼 쓰이는 ‘영문’은 주로 (의문이나 부정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일이 돌아가는 형편이나 까닭을 나타내는 말이다. 일설에는 이 ‘영문’의 어원을 한자어 ‘영문(營門)’으로 보기도 한다. 이는 조선시대 각 군문(軍門), 감영(藍營)이나 병영(兵營)의 대문을 가리킨다. 이 문은 고관들만 출입하기 때문에 늘 닫혀 있고,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곳이라 언제 열리고 닫힐지 모른다는 데서 이 말이 생겨났다는 설명이다.그런데 이런 풀이는 검증된 게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한자어 ‘영문’과 고유어 ‘영문’을 구별해놓고 있다. “영문을 모르겠다”라고 할 때의 ‘영문’은 한자어 ‘영문(營門)’과 다른 말이라는 뜻이다. 이는 선반(물건을 얹어두기 위해 까치발을 받쳐서 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