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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 인간 곁에 다가온 '자연의 재앙'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은 과학 지식과 은유적인 수사,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전한 일화를 통해 자연의 재앙이 사람들 곁에 다가와 있음을 알린 환경학과 생태학의 고전이다.카슨은 원래 시인을 꿈꾸었던 문학도였다.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데일이라는 목가적인 고장에서 태어난 그녀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중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학 석사과정을 마치게 된다.카슨은 1930년대에 미국 전역을 휩쓴 경제공황과 여성과학자에 대한 과학계의 편견으로 박사과정을 중단한 뒤 대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해양과학에 관한 대중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그러다가 새소리가 사라진 자신의 정원에 관한 한 여성의 편지를 받고,마침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합성화학 살충제의 폐해를 파헤치게 되었다. 오랜 조사과정을 거쳐 4년 만에 완성된 [침묵의 봄]은 발간 즉시 높은 대중적인 호응을 얻음으로써 무차별적인 살충제 사용에 관한 반성과 화학산업계의 거센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과학적인 자료조사와 서정적인 문체로 DDT를 비롯한 화학살충제의 생태계 파괴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침묵의 봄]은 자연계가 파괴된 세상을 인상 깊게 묘사한 '내일을 위한 우화'로 첫머리를 장식한다.그녀는 인류가 택한 길이 결국은 자기들이 사는 땅을 오염시키고,나무들을 시들게 하고,지저귀던 새들마저 떠나게 함으로써 마침내 '침묵의 봄'을 불러올 것임을 예언하였다.나비가 없으니 꽃도 피지 않고,새들이 없으니 봄도 오지 않는 그런 죽음의 적막만이 가득한 인류의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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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장자(莊子)③ … 논술시험 '단골 출제'
장자는 황당한 이야기꾼이다.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고,상상력을 자극하며,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묻어 있다.또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장자의 이야기는 대학별 논술시험에서 제시문으로 단골 출제되고 있다.생글생글에서도 이미 다루었던 인물이기는 하지만,앞서 다루지 않았던 여러 이야기 중에서 도(道)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아래의 글들은 지혜나 인식론과 관련한 제시문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이다.◆원문읽기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도는 어디에 있는가?""없는 곳이 없다.""구체적으로 이름을 지적하여 말해 보시오.""쇠파리에 있다.""도가 어찌 그리 지저분한데 있는가?""가라지나 피 같은 잡초에 있다.""어째서 더 하찮은 것에 있는가?""옹기 조각에 있다.""왜 점점 더 심해지는가?""똥 오줌에 있다.""…"장자가 말하였다."당신의 질문은 본질을 물은 것이 아니다.구체적인 사물을 벗어나 도를 이야기하려 해서는 안 된다.지극한 도는 이와 같고,위대한 말도 이와 같다." <장자 '지북유(知北遊)'>▶해설=사람들은 현실이 힘들면 다른 세계를 꿈꾸게 된다.괴로운 현실 속에서 특히 인생의 진실,지혜를 발견하기는 어렵다.하지만 도(道)는 우리와 유리되어 있지 않다고 장자는 이야기한다.도를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지극히 소박한 사물 속에서 찾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장자는 도가 아주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자와 맹자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상하고 순결한 대상으로서 도를 이야기하지 말라는 장자의 이야기에서 도는 매우 구체적이면서도,직관적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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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에드워드 윌슨 '인간본성에 대하여(On Human Nature)'
◈ 에드워드 윌슨 (Edward O. Wilson)1929년 미국 출생.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1956년부터 하버드대학 교수로 재임.20여권의 명저를 저술한 과학 저술가로서 『인간 본성에 대하여』와 『개미』로 두 번의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사회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며,생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친 20세기 대표 지성으로 꼽힌다.주요 저서로 학문 간 대통합을 시도한 『통섭』을 비롯 『사회생물학ㆍ새로운 종합』,『인간 본성에 대하여』,『개미』,『생명의 다양성』,『자연주의자』 등이 있다. 여학생 A에게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해보자."남학생 B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애였어.어떤 교수님 강의가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서 수강 신청을 했는데,교수님이 모친상을 당하시는 바람에 첫 시간은 발표 팀만 짜고 휴강했거든? 그런데 그 B 남학생과 한 팀이 된 거야.그리고 그 다음 날 지하철에서 우연히 그 남자애를 만났는데 왠지 더 싫더라고.근데 얘가 내 옆자리에 앉더니 대뜸 뭐래는 줄 알아?근친상간에 관심있냐는 거야 글쎄!"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여학생 A의 뇌리에 어떤 생각들이 스쳐지나갈까? 남학생의 진의를 따질 새도 없이 우선 남학생을 더 불편하게 느꼈다면,그건 왜일까?근친상간 금기야말로 우리의 영혼에 가장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윤리규범이다.그래서 우리는 흔히 근친상간에 '관심 있어 보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짐승'의 이미지를 덧씌운다.그 금기야말로 인간과 짐승을 구분해주는 가장 중요한 윤리규범이라고 마음 깊숙이 믿고 있는 것이다.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근친상간 금기 등 인간의 윤리적 측면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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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대학(大學)
1700여 글자 수밖에 안 되는 '고전 중의 고전'이 있다.무엇이냐고? 『대학』이다.기독교인에게 하느님 말씀이 있고 불자에게는 부처님 말씀이 있는 것처럼 유학자에게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유학의 핵심적인 경전은 사서(四書)로 알려져 있는 『대학』,『논어』,『맹자』,『중용』이다.흘러간 옛날 책이라고? 천만에.중국의 현대사상가인 리쩌허우는 자신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문화심리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정신유산인 문화전통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가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리쩌허우는 중국의 고대 사상을 박물관에나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입장에 반대하고 있다.중국인들만을 위한 것일까? 1. 천년의 기다림 만일 어떤 책이 독립적인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와 주목받기까지 100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면,참으로 신기한 일이다.그런 책이 바로 『대학』이다.『대학』은 본래 오경(五經: 시경,서경,주역,예기,춘추)의 하나인 『예기』 전 49편 중 제42편에 해당하는 글이었다.그렇다면 『예기』 안에서 특별히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고 묵묵히 여럿 중 하나로 있었던 '대학'을 누가 흔들어 깨워 세상을 향해 걸어 나오도록 한 것일까?여기에는 당나라 한유로부터 시작하여 송나라 대학자인 주희(주자)의 정신적 스승인 정호,정이 형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학자가 관련되어 있다.특히 서양인들에게는 새로운 유학이라고 알려져 있는 성리학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주희에 이르러서,『대학』은 유가의 도(道)가 실려 있는 중요한 문헌으로 형성되었다.주희는 『대학』의 내용을 세 가지 강령(명명덕 明明德,신민 新民,지어지선 止於至善)과 그 강령에 대한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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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ㆍ균ㆍ쇠' (하)
농업 발달 → 인구 증가 → 질병 증가의 결과는… 2. 복잡하고 큰 사회의 힘. 총ㆍ균ㆍ쇠 ◆원문읽기유라시아인들에게는 기타 대륙 사람들에 비해 가축화할 만한 대형 야생 초식성 포유류가 훨씬 더 많았다.포유류 번식이 지리적,생태적,역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리하게 전개되었다.첫째,유라시아는 그 넓은 면적과 생태학적 다양성에 걸맞게 처음부터 후보종 수가 많았다.둘째,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아메리카는 홍적세 말기에 닥쳐온 엄청난 파도 속에서 대부분의 후보종을 잃고 말았지만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았다.포유류를 가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축화할 만한 포유류 종이 많아야 하고,또한 그 동물들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 하며,그 가축들을 사육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즉,일정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정착 거주방식이 일찍부터 조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해석=위 인용문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의미를 연결해보자."일정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정착 거주 방식이 이미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농경생활을 읽어낼 수 있으면 훌륭하다.농경이 정착생활을 낳고,다시 가축사육을 가져왔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가축은 포유류이기 때문에,작물보다 기후에 덜 민감하다.그러나 사육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사육의 효율성은 동물마다 다르다.예컨대 어떤 동물은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적게 찌고,어떤 동물은 특정 작물만 먹기 때문에 번식지역이 좁다.이왕이면 젖을 공급받을 수 있는 동물이 보다 효율적이다.가축 후보종의 수가 많아야 보다 사육에 적절한 동물을 선택하기 쉽다.따라서 가축 후보종의 수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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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 · 균 · 쇠'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제3의 침팬지』 등 진화론적 관점에서 다룬 인류학 저서를 통해 인류의 기원과 발전,그리고 미래에 대한 차분하고 날카로운 관점을 제시해왔다.특히 『총·균·쇠』에서는 해박한 인문·사회·지리·생물학적 지식을 이용해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문명 격차의 원인과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그러나 저자가 스스로 밝히는 이런 집필 목적 외에도 행간에서 읽히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시적 통찰의 양과 질이 만만치 않다.인간의 자유로운 창의력이 역사 발전의 힘인지,아니면 환경이 가능하게 하고 또 강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또 서양 문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자신의 민족에 대해 종족적 열등감이나 반발적으로 국수주의적 태도를 가진 사람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그런가 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서의 인간 발전 법칙도 핵심적인 논리로 등장한다.그런 까닭에 이 책은 비교적 최신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세대의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로서 고전의 의미에 부합하는 명저로 평가받는다. 1.의문의 시작 ◆원문 읽기얄리는 그날 나에게 했던 것처럼 이미 많은 백인들에게 질문을 퍼부었고,나 역시 수많은 뉴기니인들에게 질문한 경험이 있었다. 우리는 둘 다 뉴기니인들이 적어도 유럽인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 순간 얄리는 아마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다시금 그 번뜩이는 눈빛으로 나를 찌를 듯이 바라보면서 이렇게 물었다."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물품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 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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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카프카 '변신(Die Verwandlung)'
1.벌레로 변하다! 악몽과 같은 현대인의 삶가족의 생계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던 한 남자가 있다.그는 출장가기로 한 날 아침에 일어나 자신이 벌레로 변한 것을 본다.아무도 그가 왜 벌레로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누구도 그 이유를 캐거나 그를 원래대로 돌아오도록 만들려 노력하지 않는다.벌레로 변한 주인공도 그의 가족도 현실을 외면하고 숨기기에만 급급할 뿐이다.오랫동안 가족과 직장을 위해서 일만 하던 남자는 처음으로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운다.인간의 언어를 상실한 주인공은 오직 행동으로 말할 수밖에 없지만,그의 행동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벌레로 변하기 전에도 그는 무자비한 사회 안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고,생활의 무게에 눌린 개인으로서 현실은 악몽과 같았을 것이다.이제 그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그는 가족에게 수치와 괴로움을 주지 않기 위해 벌레로서의 삶에 적응하려 노력한다.얼마간은 적응하는 듯 보인다.그러나 비록 벌레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인간으로 지내던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고,가족과 소통하지 못함을 괴로워하기 시작한다.결국 주인공은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에 감동해 가족에게 다가갔다가 파국을 맞는다.변신 전 가장 가까웠던 여동생은 오히려 앞장서 그의 죽음을 재촉한다.그는 세계와의 소통에 실패하고 가족의 몰이해 속에서 결국 무의미한 죽음을 맞는다.2.벌레로 살다가 죽다카프카의 '변신'에서 특이한 점은 주인공이 처음부터 이미 변신한 벌레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내내 벌레의 몸으로 살다가 끝내 벌레의 존재로 숨을 거둔다는 것이다.변신 전의 원래 모습은 회상을 통해 그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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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장 자크 루소 '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Rousseau, Jean-Jacques)1712년 부모 없이 자라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시계 견습공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37세에 디종 아카데미의 현상 공모에 당선된 '학문과 예술론'을 출판하며 이름을 날렸고,뒤이어 '인간 불평등 기원론''정치경제론''사회계약론' 등으로 당시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저술가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로베스피에르가 당시의 전통과 기득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루소를 정신적 스승으로 존경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 1."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이 질문은 논술시험의 논제가 아니다.18세기 디종 아카데미가 제시한 질문이다.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루소는 이에 대해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라는 논문을 통해서 나름대로 답변을 했다.어릴 적부터 가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루소는 디종 아카데미가 질문을 던지기 이전에 '인간이 왜 불평등한가'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했을 것이다.가난 때문에 어려서부터 일을 해야만 했고,굶주려야 했던 루소가 자신의 가난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민감한 감수성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그런데 루소는 특이하게도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을 문명 그 자체로 보고 있다.부자나,귀족 등 특정 계급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인간의 문명 자체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았다.당시의 전통과 기득권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매우 진보적인 주장이었지만 '과거' 자연 상태로의 복귀를 꾀한다는 의미에서 '보수적 사상'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