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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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박제가 '북학의(北學議)'
"중화 사대주의 버리고 청나라 실용문을 배우자" 고전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한 권의 책이 있다.박제가의 『북학의』이다.'북학(北學)'이란 북쪽의 학문 즉,청나라의 학문을 뜻하며 '의(議)'는 논의한다는 뜻이다.박제가에게 청나라는 좋은 법과 아름다운 제도 및 훌륭한 기술을 두루 갖춘 문명의 본고장이었다.연암 박지원은 『북학의』 서문에서 중국 문물을 배우려는 박제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속 깊은 헤아림을 솔개와 개미의 비유를 들며 멋진 말로 칭찬한다.여기서 박제가가 열심히 배운 북학은 우주론이나 윤리가 아니다.그것은 수레를 만드는 기술이며 반드시 수레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뜻한다.그리고 벽돌의 효용성,기와 만드는 기술,위생적으로 장 담그는 방법,50~60섬의 곡식을 더 수확하기 위한 경작방법,남의 글을 표현하는 것 이상이 아닌 과거제도를 당장 고쳐야 할 급박함 등을 의미한다.『북학의』를 읽다보면 다음과 같은 물음이 내내 풀리지 않는다.'왜 박제가는 사대주의자라는 비판과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가면서까지 조선이 나아가야할 오직 유일한 길은 중국을 본받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주장한 것일까?'선비 박제가를 향한 감탄과 존경,그리고 불편한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책을 다 읽어갈 무렵 비로소 스스로 답하게 된다.자,그럼 선비 박제가를 통해 200여년 쯤 거슬러 올라가 세상을 둘러보자. 1.선비 박제가가 바라본 18세기 조선시대 실상은 이랬다.◆원문 읽기[내편-궁실편] 우리나라는 천 호나 되는 큰 고을에도 반듯하고 살 만한 집이 한 채도 없다.(중략) 창이 찢어지면 해진 버선으로 막기도 하는데,이런 것들을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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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괴테 '파우스트'
[ 괴 테 ] 파우스트는 1480년에서 1540년 사이,콜럼버스와 코페르니쿠스,다빈치,루터와 같은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이다.이 시기는 지식인들이 여전히 중세적 과거에 사로잡힌 상태였지만 새로운 시대에 대한 어렴풋한 예감을 갖던 시기이다.그래서 적지않은 정신적 혼란을 겪으며 각자 희망과 절망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변혁기였다.역사 속의 실존 인물인 요한 파우스트는 강신술의 원조이며,점성술,수상,바람점,불점,수점 등의 대가로 기록되어 있다.또 그는 연금술사,예언자,마법사 그리고 박사학위를 지닌 의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구체적인 윤곽을 갖춘 파우스트 전설은 158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대중적인 이야기 책으로 출판되었으며,영국에서는 크리스토퍼 말로(1564~93년)가 파우스트를 극의 소재로 쓰기도 했다.괴테(1749~1832년)는 어린 시절 『파우스트』 인형극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결정적으로는 청년 시절에 헤르더를 만나 독일 민족의 혼과 힘이 과거에 더 순수하게 구현되었다는 말에 자극을 받고 새삼 파우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괴테는 1772년부터 『파우스트』의 초고를 쓰기 시작하여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에 제2부를 완성한다.『파우스트』의 형식은 오래 전에 사라진 '서사시'의 새로운 등장으로 규정된다.『파우스트』가 서사시가 된 것은,당시 유럽의 후진국 독일에서 격변한 서구 세계를 통시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였다.즉 괴테는 거시적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당대의 합리적 논리 대신 자유롭고 비역사적인 구성 방식을 택했다.괴테는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어 서술자의 개입이 필요치 않게 했다.파우스트의 다양한 모험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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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이 그리피스 '시계 밖의 시간'
'풍부하고 촉촉하고 둥근' 시간 이야기 ◆제이 그리피스(Jay Griffiths)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영어를 강의하고 있으며 ‘London Review of Books’, ‘Guardian’, ‘Observer’, ‘Red Pepper’지와 자신이 부편집장으로 있는 ‘Resurgence Magazine’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저력있는 여류 작가이다.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거리시위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소설 『Anarchipelago』를 출간했다. ◆원문읽기영국의 물리학자 M 패러데이는 1812년 B 아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환을 많이 남기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해설=답은 '시간'이다. 제이 그리피스는 『시계 밖의 시간』을 통해 시간을 중심으로 문화,공간,문명 등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한글로 출판된 지 이제 겨우 3~4년 정도의 '시간'만이 흘렀음에도 성균관대(2006학년도 수시 2학기 자연계 학교장 추천전형),서강대(2007학년도 수시 1학기 예시 문항) 등의 논술 제시문으로 인용되었으며,내용 그 자체로 이미 고전의 가치를 담고 있는 책이다.『시계 밖의 시간』은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범위한 소재와 시간을 관련지으며 해박한 지식을 펼치기 때문에 읽으면서 다소 산만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번득이는 직관과 통찰은 그러한 아쉬움을 극복할 만한 매력을 제공한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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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 … "악은 평범한데서도 나온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 독일에서 출생, 성장. 한때 하이데거의 연인으로, 또 야스퍼스의 제자로 지내며 철학을 공부했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던 1933년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1941년에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1951년에 『전체주의의 기원』을 통해 정치사상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고, 이후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혁명론』 등 여러 저작을 남겼다. 이중 유대인 학살의 핵심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 보고서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은 이른바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인해 숱한 논쟁을 낳는다. 사후에 출간된 주요 저작으로는 『정신의 삶』이 있다.◆ 칼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1906~1962)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핵심 책임자다. 그의 지휘로 유럽 전역에서 잡혀와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된 유대인 수는 약 600만명. 아이히만은 독일 패전 후 1960년 5월까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서 가족과 함께 숨어 살다가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체포돼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1962년 5월 31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반대하고 저항했던 독일인들도 적지 않았다.많은 지식인들이 해외로 망명했지만,어떤 사람들은 국내에서 나치의 명령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기도 했다.전쟁이 끝날 무렵 친위대로 징집됐다가 이를 거부해 사형을 당한 청년들의 편지도 남아있다.이들은 처형당하기 전날 가족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우리 두 사람은 그런 끔직한 일로 우리의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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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존 롤스 '정의론' (하)
'부당한 불평등'은 NO '정당한 불평등'은 YES 롤스의 '정의의 원칙'을 요약하면 '부당한 불평등은 안되지만 정당한 불평등을 수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당한 불평등이란 소수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를 말한다. 아무리 소수에게라도 부당한 불평등이 허용된다면,그 사회는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정당한 불평등이 실제 가능한 걸까? 롤스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불평등 자체가 부정의는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의 불평등자가 그 불평등을 정당하다고 여긴다면 그 사회는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정의의 제2원칙;차등의 원칙 ◆원문읽기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예를 들면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특히 그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정당한 것이 된다. 소수자(강자)가 더 큰 이익을 취한다 해도 그로 인해 불운한 사람(약자)의 처지가 더 향상된다면 부정의한 것은 아니다. 부정의는 그보다 더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참을 수 있는 것이다.▶해설=상식적으로는 이 원칙이 이해되기 어렵다. 강자가 약자보다 더 큰 이득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약자에게 그것이 더 이득이 된다는 게 가능한가? 강자가 더 큰 이득을 취할수록 약자가 더 작은 이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평등주의자들은 불평등이란 강자가 약자의 것을 빼앗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하지만 롤스는 불평등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큰 이득을 가질 수 있는 경우를 예로 들어 평등주의를 반박한다.능력이 탁월한 사람의 대표적인 예로 배용준을 떠올려보자. 배용준은 일반인과는 비교가 안되는 액수를 매년 벌어들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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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존 롤스 '정의론' (상)
존 롤스의 『정의론』은 서울대 고려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에서 제시문으로 내고 있는 고전이다.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황경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롤스 이전과 이후로 정의론에 대한 학문의 역사가 구분된다"고 할 정도로 그를 높게 평가했다.롤스의 『정의론』은 모두 읽어내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다.700쪽이 넘는데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면 읽기에도 지루하다.또 논술 문제를 풀기 위해 두꺼운 고전을 모두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그러나 『정의론』이 무엇이며 어떤 문제를 다뤘는지에 대해선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생글생글 고전읽기를 통해 존 롤스 『정의론』에 대해 맛보기라도 해보자. 1.책의 구성『정의론』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학문적 탐구 과정이다.무엇을 정의롭다고 하는가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을 추구하는 사고 과정이기도 하다.이 책은 1부 원리론,2부 제도론,3부 목적론으로 구성돼 있다.우리가 정의를 논하는 데 어떤 논리적 전제가 필요한지를 논한 것이 1부이다.2부는 정의의 원칙을 현실세계에 적용할 때 어떤 기준들이 필요한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검증하고 있다.예를 들어 다수결 원칙이란 무엇인지,분배적 정의는 무엇인지,양심의 자유란 무엇인지 등 우리가 정치·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정치적 주제들을 논하고 있다.벌써 머리가 복잡해지는 학생이라면 다음의 질문들을 보자.[경우 1] 4명의 친구에게 떡 3개가 주어졌다.떡을 어떻게 나누어 먹으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까?[경우 2] 4명의 친구가 고스톱을 쳤는데 그 중 1명은 따고 3명은 잃었다.그런데 돈을 잃은 친구는 도박이 나쁜 것이라며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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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김시습 '금오신화' … '연애 고수' 사랑이야기
조선 시대에 살았던 처녀, 총각은 제대로 연애 한 번 못 하고 집안에서 맺어 준 사람과 혼인하여 살았을 거라 믿고 있다면 '금오신화'를 읽어 보자.김시습이 쓴 '금오신화'에 나오는 남녀는 연애의 고수들이다.자기와 통하는 인연이 나타나면 서로 머뭇거리고 주저함 없이 열렬히 사랑한다.그들의 사랑을 따라가면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데는 어떤 장애도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금오신화'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해 속 태우는 남녀가 없다.사랑하는 두 남녀 중 누가 일방적으로 사랑을 끌어가지도 않는다.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멋진 시에 담아 상대에게 표현할 줄 아는 격조와 풍류가 그들에게는 있다.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는 '금오신화'의 이야기 다섯 편 중 '이 서생이 담 안의 아가씨를 엿보다'를 읽어 보자. 1.연애의 시작은 이렇게 하는 거야◆원문 읽기이 서생은 일찍부터 책을 끼고 학교에 갈 때는 언제나 최 처녀의 집 앞을 지나 다녔는데, (중략) 어느 날 이 서생이 그 나무 밑에서 쉬다가 문득 담 안을 엿보았더니 (중략) 한 아름다운 여인이 수를 놓고 있다가 손을 잠시 멈추어 아래턱을 괴더니 시를 읊는다.저기 가는 저 총각은 누구 집 도련님고푸른 깃 넓은 띠가 버들 새로 비쳐오네.이몸이 화신(化身)하여 대청 안에 제비되면주렴을 사뿐 걷어 담장 위를 넘어가리.이 서생은 여인이 읊은 시를 듣고는 자기의 재주를 급히 시험하고자 안달이 났다.(중략) 학교에서 돌아올 때에 흰 종이 한 폭에다 시 3수를 써서 기와 쪽에 매달아 담 안으로 던져 보냈다.예쁜 인연 되려는지 궂은 인연되려는지부질없는 이내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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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임마누엘 칸트 '도덕 형이상학 원론'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년)1724년 동프러시아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가난한 집안의 9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뒤늦게 50대에서야 모교인 쾨니히스베르크대학 교수가 되어 80세에 죽을 때까지 철학사에 남을 대저작들을 남겼다.칸트는 데카르트에서 시작한 합리론과 베이컨에서 시작된 경험론을 종합,철학적 사유의 새로운 한 시대를 열었다.그의 인식론 윤리학 미학에 걸친 종합적·체계적인 작업은 뒤에 생겨난 철학사조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대표적인 저서로 비판 3부작인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이 있다. 데카르트 '합리론' + 베이컨 '경험론' 철학적 사유 새로운 한 시대 열어 1.칸트의 이상주의 vs 공리주의재화(財貨,goods)는 욕망의 대상이다.춥고 배고픈 사람에게 따뜻한 집과 음식보다 선(善)한 것이 있겠는가? 우리의 언어생활에서도 자선(慈善,charity)은 물질적 원조를 의미한다.또 'good'은 '유효함'으로 번역하는 때는 대상의 '실질적 결과나 영향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반면에 사람들은 때로 의지의 선함을 문제 삼기도 한다.평소에 잊어버리고 살다가 연말만 되면 고아원·양로원에 라면상자를 들여놓고 기념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을 보며,뜻이 옳지 못하면 물질적 도움도 선행(善行)이라고 부르기를 꺼린다.『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는 전자의 관점을 공리주의로,후자의 관점은 이상주의적 윤리관으로 부르는데 이 둘의 구분선을 따라가다 보면 서양 합리주의의 모든 국면을 만난다.행위의 결과보다는 동기를 중시한 칸트는 어떤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명령이 아니라,그 자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