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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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한나 아렌트 '폭력의 세기(On Violence)'
전쟁과 혁명의 공통분모는 폭력일찍이 시몬느 베이유는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예컨대 전쟁)에서 "폭력은 폭력의 피해자를 사물로 뒤바꿔 버린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피해 상황과 사상자 수는 사태의 규모,그 이상의 것을 짐작하지 못하게 한다. 사망자 카운트가 하나씩 증가할 때마다 존재했을 떨림과 두려움, 고통, 소식을 전하는 손가락의 잔인함은 '타국에서 발생한 재앙을 구경하는 현대적인 경험'(수잔 손택,<타인의 고통>) 속에서 쉽게 지워진다.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년)는 20세기를 전쟁과 혁명의 세기,그 공통분모인 폭력의 세기로 규정한다. 인간들은 이성의 힘으로 폭력 수단을 발전시켜 왔지만,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각종 폭력에 감각이 무뎌지고, 오히려 자신들이 만든 파괴 수단에 의해 절멸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풀어내는 20세기의 저작이 21세기의 오늘을 훌륭하게 설명해낼 때, 저자의 통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진보하는 세상에 대한 의심과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데 대한 한숨도 나온다.한나 아렌트는 전쟁, 혁명, 테러가 밀도 있게 일어났던 세기를 살아냈다. 그의 고통, 고민, 저술, 사상은 철저히 그 존재를 기반으로 한다. 1906년에 태어나 1975년에 생을 마감한 아렌트는 유태인이었으며, 망명자였고, 심지어 여성이었다. 그가 <우리 망명자들 We Refugees>에서 '나라마다 쫓겨난 망명자들은 자신의 인민들의 전위를 상징한다'고 했듯이, 그는 한계 속에 놓여 있던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러한 삶을 조장한 여러 가지 요인들을 탐구했다.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물려받은 조건들로 인해 고통 받던 아렌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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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하)
미래의 석유인 지식을 찾아 나서라◆원문 읽기미국,일본,중국,EU 등 오늘날의 주요 경제국들은 그들 누구도 원치 않는 위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그것에 미처 대비하지 못해 미래의 경제적인 진보를 제한하게 될 것이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 위기는 비동시화 효과(de-syncronization effect)의 직접적인 결과로,심층 기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반인 '시간(time)'을 생각 없이 다뤄서 생겨난 문제다.오늘날 세계 각국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각기 다른 속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치,경제,사회 지도자들은 간단한 사실 하나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선진 사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경제는 그것이 속한 사회의 산물이고 사회의 주요 제도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경제발전의 속도를 높여 가는 나라의 주요 제도들이 뒤처져 있다면,부를 창출하는 잠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를 적합성의 법칙(law of congruence)이라 부른다.▶해설=속도의 충돌동시화란 부 창출 시스템의 다양한 구성 요소 또는 하부 조직들이 계속해서 속도,단계,주기를 서로에게 맞춤으로서 무질서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과정을 통칭한다. 농민들이 모내기를 할 때 민요에 맞춰 모를 심거나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당길 때와 숨 고를 때를 알려 주는 노래를 부르면서 리듬을 맞추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다양한 구성원의 협력을 통한 업무처리는 동시화를 통해 최상의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주요 경제국들은 오히려 비동시효과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반면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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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상)
새로운 富 창출시스템을 찾아라◆앨빈 토플러(Alvin Toffler)1928년 뉴욕에서 출생하였다. 1949년 뉴욕대학교를 졸업한 뒤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노동조합 관련 잡지에 글을 기고하여 문필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저널리스트가 되었다. 1980년 출판된 대표작 '제3의 물결(The Third Waves)'은 고도 정보화 사회에 대한 시나리오로 돌출적인 사회 현상을 신문 잡지 식으로 다루어, 그 저류(底流)가 되는 사회의 변혁 방향을 교묘하고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그는 미래 사회가 정보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제1의 물결인 농업 혁명은 수천 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제2의 물결인 산업 혁명은 300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은 20~30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재택근무·전자정보화 가정 등의 새로운 용어가 사용되었다.앨빈 토플러는 미래학자로서 그가 저술한 미래학 도서들(미래쇼크,제3물결,권력이동)은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그가 일찍이 예견한 일들이 여러 해가 지난 지금에 와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부의 미래'에서는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 줄 혁명적 부(富)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부의 혁명이 단순한 경제학적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 제도적, 교육적, 문화적, 정치적 혁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을 지나서 지식 혁명이 시작된 현재, 인간 삶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부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변화하며, 삶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정보의 시대에 걸맞게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이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가치관 정립의 속도가 변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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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인간이 합리적이어서 존엄하다고?도스토예프스키(1821~1881) 소설의 주인공은 언제나 지하생활자다. 그의 대표작 '죄와 벌'에서 살인을 저지른 라스콜리니코프도 그렇고,이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이상한 캐릭터를 통해 하나의 위대한 사상을 말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유에 있으며, 자유는 이성보다 비합리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의 소설 주인공이 하나같이 엉뚱하고, 변덕스럽고 기괴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19세기를 지배하던 합리주의적 사상들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자유를 부정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간과했지만 자연을 분석하던 도구인 이성은 인간을 분석하는데 사용되었고, 이성에 의해 분석되고 설명되는 인간은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하였다.당시의 사상가들은 이성만 있으면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성은 사회를 바꿀 수 있으며, 인간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교육'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인간이 진보하지 못한 이유는 교육의 부재 때문이었고, 따라서 교육된 문명인은 구시대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합리주의와 공산주의에 반대했다. 문명이 인간을 바꿔놓을 수 있다면 인간은 외부의 무언가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피아노 건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주체성과 존엄성에 대한 모욕이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자유인은 이성에 의해 설명되지 않으며,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짓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원문 읽기나의 생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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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임스 트위첼 '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
예술인가, 쓰레기인가제임스 트위첼(James B.Twitchell)'광고와 문화'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으로 세계 문화비평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저명한 문화사가이자 인문학자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영문학ㆍ광고학 교수이며, 미국 최고의 광고잡지인 '에드에이지'에 고정칼럼을 쓰고 있다. 저자는 마케팅 전문가로서 광고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일반 독자들의 시선과 쉽게 교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에 비해 무척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사실 광고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은 없다.광고는 우리의 시선이 닿는 어느 곳에서든 불쑥 나타나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한순간도 광고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광고는 이미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었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묵인되기는 하지만 환영받지는 못하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이다.하지만 확실한 것은 '광고'라는 괴물이 '자본주의의 꽃'으로서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겐 이미 광고라는 독특한 문화양식이 지배적이 되었지만 우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개별 광고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이 접촉하고 있는 반면 설득 양식으로서의 광고일반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나 적다.또 판촉의 역사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한다. 산업혁명 이후 상품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생겨난 상업광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대 대중문화의 총아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저자는 문화사가라는 유리한 입장에서 광고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 소비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원문 읽기"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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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A. N. 화이트헤드 '관념의 모험' (Adventures of Ideas)
정신의 모험이 없는 문명은 쇠퇴한다문명의 진보란 어떻게 가능한가?형이상학이 철학의 공공연한 적으로 간주되던 20세기 초,묵묵히 자신만의 독자적인 형이상학적 사변체계를 웅장하게 건설한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1861~1947). 그의 역작 『관념의 모험』(1933)은 인류로 하여금 문명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도록 한 관념의 영향을 기술한 인류 역사에서의 '관념의 모험'이자,동시에 이런 역사상의 모험을 설명해줄 관념의 사변적 구도를 구축하려는 필자 자신의 '관념의 모험'이기도 하다.이 책은 『과학과 근대세계』(1925),『과정과 실재』(1929)와 더불어 '형이상학 3부작'을 이룬다.『과학과 근대세계』가 과학철학의 바탕 위에서 형이상학적 체계를 구성하려 한 과도기적 시도였고,『과정과 실재』는 과정 철학으로서의 그의 형이상학적 체계의 전모를 밝힌 것이었다면,『관념의 모험』은 그의 형이상학을 구체적인 인간 경험의 전 영역에 적용하려는 것이었다.따라서 『관념의 모험』에는 문명론,사회철학,역사철학,과학철학,미학,형이상학 등 화이트헤드의 인간에 대한 모든 관심이 유기적으로 녹아들어 있다.화이트헤드가 말하는 문명이란 '진리','아름다움','모험','예술','평화' 등의 일반 관념들이 유기적인 조화 상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이런 일반 관념들은 사물의 본성에 관한 개념,인간 사회의 가능성에 관한 개념,개인으로서의 인간행위를 이끌어갈 최종적인 목표에 관한 개념을 표현하는 고도의 일반성을 띤 관념으로,모든 시대의 모든 세계에 있어 문명을 야만 상태로부터 그 절정으로 이끌어가는 작인(作因)으로 기능한다.하지만 이러한 일반 관념은 우리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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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프리드리히 니체, '비극의 탄생'
니체, 폐허 위에서 예술을 논하다"진리는 추악하다.우리는 진리로 말미암아 멸망하지 않도록 예술을 가지고 있다." -니체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늘 변화한다.철학자들은 이렇게 변화하는 현상을 고정시키기 위해 이데아, 원상, 실체, 물(物) 자체 등의 개념으로 튼튼한 집을 지었다.그러던 어느 날 니체(F.W.Nietzsche 1844~1900년)가 망치를 들고 나타나 튼튼하게 보였던 집을 마구 부수기 시작한다.현상의 배후에 있으리라고 기대한 원상으로서의 플라톤의 이데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진리의 척도로 작용하던 '본질'의 자리가 사라졌으므로 그동안 진리로 간주해 왔던 것은 더 이상 진리라 말할 수 없게 된다.따라서 절대적인 하나의 관점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때그때마다 해석된 다양한 관점들이 있을 뿐이다.니체는 부서진 원상의 파편들 속에서 '신은 죽었다'고 외친다.진리를 추구하던 이성적 인간은 삶의 생생함을 망각한다.개념으로 만들어진 딱딱한 세계를 벗어버리는 것이 바로 '예술'의 세계다.예술은 가상의 아름다움과 도취를 즐기며 삶의 다양하고 풍부한 의미를 되살린다.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예술이 삶에서 지니는 의미를 그리스 비극을 통해 펼쳐 보인다.1.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니체는 음악의 정신으로부터 그리스 비극이 탄생되는 과정을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두 가지 충동으로 설명한다.◆원문읽기"예술의 발전은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이중성과 관련이 있다.(…) 그리스에서는 아폴론적 인간인 조각가의 예술과 디오니소스의 예술인 비조형적 음악예술이 그 기원과 목적에서 크게 대립하고 있다는 우리 인식은 그들의 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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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닐 포스트먼 '테크노폴리'(Technopoly)
과학기술이 정말 인류를 행복하게 할까?현대인의 생활에서 과학기술이 끼친 영향을 제외한다면 아마 우리는 한순간도 제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이젠 필수품이 된 휴대폰과 컴퓨터는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며, 버스 지하철 등 교통수단과 함께 현대인의 공간적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100년 전 우리 선조의 삶과 현재 우리 삶을 비교해 보면, 분명히 우리는 발달한 현대 과학기술 덕분에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에 크나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그에 관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정보들이 생산·소비되고 있다.그래서 과학기술이 인류의 장밋빛 미래와 행복을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이곤 한다.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은 『테크노폴리』에서 이런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믿음에 아무런 문제는 없을까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류의 전반적인 삶이 풍족하게 된 한편에는 아직도 굶주림에 고통받고 첨단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지구촌 곳곳에서 과학기술이 집약된 각종 첨단무기들이 인간다운 삶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포스트먼은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고 비판한다.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성 파괴는 물론,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정신적인 과정들과 사회적인 관계들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포스트먼은 『테크노폴리』에서 과학기술이 모든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사 역할을 하는 현대 미국사회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