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이미지에 대한 끝없는 탐욕
현대인의 삶은 광고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10여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파트 광고까지 시각적,청각적으로 우리를 포위한다.
미디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끊임없이 신상품의 등장을 알리며 우리의 관심을 잡아두려 노력한다.
광고들은 우리가 상품을 '소비'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으며,'소비'해야만 우리의 성공과 위세를 증명할 수 있으며,'소비'해야만 최첨단의 현대적 삶을 사는 것이라고 떠들어댄다.
우리들 역시 친숙하면서도 교묘한 광고에 설복당하며,끊임없이 '소비'해야만 안락하고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어버린다.
장 보드리야르가 1970년에 저술한 '소비의 사회-그 신화와 구조'(La societe de consommation - ses mythes ses structures)는 소비 개념을 통해 현대사회의 특징을 예리하게 분석한 책이다.
보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비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상품 또는 용역을 이용하거나 소모하는 행위,즉 사용가치를 소비하는 행위이지만,보드리야르에게 소비란 사용가치의 소비를 포함하면서도 그것을 훨씬 뛰어 넘어,상품에 부착된 기호를 포섭하거나 그 기호에 포섭당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기호'는 본질적으로 무엇인가를 '의미'하게 마련이다.
보드리야르에게서는 상품이 '기호'라면,상품의 '의미들'은 행복,안락함,풍부함,성공,위세,권위,현대성 등 그 상품에 부여된 이미지를 말한다.
결국 보드리야르는 상품의 기호를 소비하는 것에 소비의 본래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며,더 나아가 사물을 기호로 파악하고,사회를 의미작용의 체계로 해석한다.
보드리야르는 이렇듯 소비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의미작용의 논리와 기호 및 상징체계를 분석함으로써 현대사회의 특성을 드러내는데,먼저 상품에 부착된 기호를 포섭하는 측면과 관련된 대표적 특징으로 '사회적 차이화'를 제시한다.
그는 인간의 욕구를 특정한 사물에 대한 욕구로 해석하지 않고 차이에 대한 요구로 해석한다.
즉,우리들은 기호를 포섭하는 활동을 통해 사회적 차이화를 시도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차이화란 사람들이 상품의 구입과 사용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며,동시에 사회적 지위와 위세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상품에 부착된 기호에 우리들이 포섭당하는 행위와 관련된 현대사회의 대표적 특징으로 보드리야르는 '물상화의 과정'을 말한다.
소비사회는 상품이 소비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비약적 발전과 그로 인한 과잉생산은 사용가치의 소비에만 의존할 수 없었고 기호나 이미지의 소비를 필요로 했다.
따라서 소비사회는 사람들에게 소비를 지속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의 구사를 통해 개인들에게 소비를 강요하는 일관된 가치체계를 주입시키고 허구적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는 더 이상 자율적인 주체의 자유로운 활동이 아니며,욕구의 체계를 발생시키고 관리하는 생산질서와 또한 상품의 상대적인 사회적 위세 및 가치를 결정하는 의미작용의 질서에 지배받는다.
이처럼 우리들이 소비에서 주체성을 상실하고 상품에 둘러싸이는 과정이 곧 물상화의 과정이다.
보드리야르는 이러한 소비 행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적 빈곤의 발생 이유까지 독자적 시각에서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빈곤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실제로 빈곤하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의 재화와 끊임없이 비교하는 우리 소비사회의 '사회적 논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인이 희소성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차이화의 논리에 함몰되고,현대사회는 그 유지를 위해 무자비한 물상화의 과정을 진행시키는데,이 차이화와 물상화가 빚어내는 절묘한 이중주가 결국 소비사회의 '사회적 논리'일 것이다.
⊙ 원문읽기
소비 과정은 기호를 흡수하고 기호에 의해 흡수되는 과정이다.
기호의 발신과 수신만이 있을 뿐이며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기호의 조작과 계산 속에서 소멸한다.
소비시대의 인간은 자기 노동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자기 욕구조차도 직시하는 일이 없으며 자신의 모습과 마주 대하는 일도 없다.
그는 자신이 늘어놓은 기호들 속에 내재할 뿐이다.
초월성도 궁극성도 목적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 사회의 특징은 '반성'의 부재,자신에 대한 시각의 부재이다.
현대의 질서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대신 쇼윈도만이 존재한다.
거기에서 개인은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기호화된 사물을 응시할 따름이며,사회적 지위 등을 의미하는 기호의 질서 속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소비의 주체는 기호의 질서이다.
▶해설=이 단락에서 보드리야르는 소비 과정에 있어서의 주체의 상실을 지적하고 있다.
'기호'가 무엇인지는 '사회적 지위 등을 의미하는 기호의 질서'라는 구절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급 승용차를 산다는 것은 단순히 차의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사회적 권위,위치,명성 등을 사는 것이다.
또한 최고급 스포츠카를 산다는 것은 부의 과시와 젊음의 낭만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상품에는 이런 상징적 이미지들이 부가되며,이런 부가적 이미지들을 의미하는 것이 상품의 '기호'이다.
우리는 보통 상품의 기호를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보드리야르는 그것이 착각임을 이야기해 준다.
소비사회는 자체의 '사회적 논리'를 통해 우리를 기호들의 질서체계로 무자비하게 몰아넣는 것이다.
⊙ 원문읽기
우리는 풍요로움의 기호만을 갖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생산체계 속에 빈곤과 희소성의 기호를 몰아넣고 마음 졸이며 그것을 주시한다.
(중략) 빈곤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인간의 관계다.
(중략) 원시사회 같은 증여와 상징적 교환의 경제에서는 한정된 적은 양의 재화만으로도 모든 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는 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재화들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중략) 원시사회에서의 교환의 경우 모든 관계는 사회의 부를 증가시킨다.
그에 반해 현대의 차별화 사회에서 모든 사회관계는 개인의 결핍감을 증대시킨다.
왜냐하면 원시사회에서의 교환의 경우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가치를 얻는 반면 현대 사회에서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상대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풍요로움이 상실되었으며 그 잃어버린 풍요로움은 생산성을 한없이 증대해도 새로운 생산력의 고삐를 풀어도 다시 찾아질 수 없다.
풍요로움과 부는 사회조직 안에서 구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조직과 사회관계가 완전히 변화되어야만 생겨날 수 있다.
(중략) 원시인들에게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풍요로운 사회를 체험하게 한 것은 그들의 사회적 논리였다.
우리를 호화스러운 빈곤 속에서 살도록 하는 것도 우리 자신의 사회적 논리다.
▶해설=보드리야르는 풍요와 빈곤은 사회적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원시사회는 물질적 부족에도 불구하고 풍요를 누리는 반면,현대사회는 물질적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다.
어떻게 하면 현대사회는 풍요로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보드리야르는 우리의 사회적 논리,즉 사회조직과 사회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그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 될까?
"우리는 거대한 생산 체계 속에 빈곤과 희소성의 기호를 몰아넣고 마음 졸이며","현대 사회에서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상대화되기 때문" 등의 구절이 대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원문읽기
소비의 가장 아름다운 대상은 육체이다.
오늘날 육체는 광고,패션,대중문화 등 모든 곳에 범람하고 있다.
육체를 둘러싼 위생,영양,의료와 관련한 숭배의식,젊음,우아함,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에 대한 강박관념,미용,건강,날씬함을 위한 식이요법,이것들 모두는 육체가 구원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육체는 영혼이 담당했던 도덕적,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문자 그대로 넘겨받았다.
오늘날 육체는 주체의 자율적인 목적에 따라서가 아니라,소비사회의 규범인 향락과 쾌락주의적 이윤창출의 원리에 따라서 다시금 만들어진다.
이제 육체는 관리의 대상이 된다.
육체는 투자를 위한 자산처럼 다루어지고,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여러 기호 중의 하나로서 조작된다.
▶해설=보드리야르가 우리 사회의 몸짱,얼짱 열풍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한 대목이다.
소비가 욕구와 욕망의 기호를 통해 일어난다면 욕망과 욕구의 대표적 대상인 육체 또한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한 듯한데,어째서 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육체 소비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 것일까?
보드리야르는 그 이유로 현대에서 육체의 의미,즉 육체의 기호가 바뀌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럼 왜 육체의 기호가 바뀌게 되었을까?
보드리야르는 소비사회의 규범인 향락과 쾌락주의적 이윤창출의 원리가 육체에까지 적용된 결과라고 대답한다.
'삶의 목적은 행복,행복은 향락과 쾌락'이라는 생각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모든 소비 상품이 그러한 생각을 위해 봉사하듯,이제는 육체도 그 생각을 위해 소비된다는 것이다.
김훈회 S·논술 선임연구원 toatopia@nonsul.com
현대인의 삶은 광고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10여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파트 광고까지 시각적,청각적으로 우리를 포위한다.
미디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끊임없이 신상품의 등장을 알리며 우리의 관심을 잡아두려 노력한다.
광고들은 우리가 상품을 '소비'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으며,'소비'해야만 우리의 성공과 위세를 증명할 수 있으며,'소비'해야만 최첨단의 현대적 삶을 사는 것이라고 떠들어댄다.
우리들 역시 친숙하면서도 교묘한 광고에 설복당하며,끊임없이 '소비'해야만 안락하고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어버린다.
장 보드리야르가 1970년에 저술한 '소비의 사회-그 신화와 구조'(La societe de consommation - ses mythes ses structures)는 소비 개념을 통해 현대사회의 특징을 예리하게 분석한 책이다.
보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비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상품 또는 용역을 이용하거나 소모하는 행위,즉 사용가치를 소비하는 행위이지만,보드리야르에게 소비란 사용가치의 소비를 포함하면서도 그것을 훨씬 뛰어 넘어,상품에 부착된 기호를 포섭하거나 그 기호에 포섭당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기호'는 본질적으로 무엇인가를 '의미'하게 마련이다.
보드리야르에게서는 상품이 '기호'라면,상품의 '의미들'은 행복,안락함,풍부함,성공,위세,권위,현대성 등 그 상품에 부여된 이미지를 말한다.
결국 보드리야르는 상품의 기호를 소비하는 것에 소비의 본래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며,더 나아가 사물을 기호로 파악하고,사회를 의미작용의 체계로 해석한다.
보드리야르는 이렇듯 소비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의미작용의 논리와 기호 및 상징체계를 분석함으로써 현대사회의 특성을 드러내는데,먼저 상품에 부착된 기호를 포섭하는 측면과 관련된 대표적 특징으로 '사회적 차이화'를 제시한다.
그는 인간의 욕구를 특정한 사물에 대한 욕구로 해석하지 않고 차이에 대한 요구로 해석한다.
즉,우리들은 기호를 포섭하는 활동을 통해 사회적 차이화를 시도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차이화란 사람들이 상품의 구입과 사용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며,동시에 사회적 지위와 위세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상품에 부착된 기호에 우리들이 포섭당하는 행위와 관련된 현대사회의 대표적 특징으로 보드리야르는 '물상화의 과정'을 말한다.
소비사회는 상품이 소비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비약적 발전과 그로 인한 과잉생산은 사용가치의 소비에만 의존할 수 없었고 기호나 이미지의 소비를 필요로 했다.
따라서 소비사회는 사람들에게 소비를 지속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의 구사를 통해 개인들에게 소비를 강요하는 일관된 가치체계를 주입시키고 허구적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는 더 이상 자율적인 주체의 자유로운 활동이 아니며,욕구의 체계를 발생시키고 관리하는 생산질서와 또한 상품의 상대적인 사회적 위세 및 가치를 결정하는 의미작용의 질서에 지배받는다.
이처럼 우리들이 소비에서 주체성을 상실하고 상품에 둘러싸이는 과정이 곧 물상화의 과정이다.
보드리야르는 이러한 소비 행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적 빈곤의 발생 이유까지 독자적 시각에서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빈곤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실제로 빈곤하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의 재화와 끊임없이 비교하는 우리 소비사회의 '사회적 논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인이 희소성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차이화의 논리에 함몰되고,현대사회는 그 유지를 위해 무자비한 물상화의 과정을 진행시키는데,이 차이화와 물상화가 빚어내는 절묘한 이중주가 결국 소비사회의 '사회적 논리'일 것이다.
⊙ 원문읽기
소비 과정은 기호를 흡수하고 기호에 의해 흡수되는 과정이다.
기호의 발신과 수신만이 있을 뿐이며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기호의 조작과 계산 속에서 소멸한다.
소비시대의 인간은 자기 노동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자기 욕구조차도 직시하는 일이 없으며 자신의 모습과 마주 대하는 일도 없다.
그는 자신이 늘어놓은 기호들 속에 내재할 뿐이다.
초월성도 궁극성도 목적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 사회의 특징은 '반성'의 부재,자신에 대한 시각의 부재이다.
현대의 질서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대신 쇼윈도만이 존재한다.
거기에서 개인은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기호화된 사물을 응시할 따름이며,사회적 지위 등을 의미하는 기호의 질서 속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소비의 주체는 기호의 질서이다.
▶해설=이 단락에서 보드리야르는 소비 과정에 있어서의 주체의 상실을 지적하고 있다.
'기호'가 무엇인지는 '사회적 지위 등을 의미하는 기호의 질서'라는 구절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급 승용차를 산다는 것은 단순히 차의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사회적 권위,위치,명성 등을 사는 것이다.
또한 최고급 스포츠카를 산다는 것은 부의 과시와 젊음의 낭만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상품에는 이런 상징적 이미지들이 부가되며,이런 부가적 이미지들을 의미하는 것이 상품의 '기호'이다.
우리는 보통 상품의 기호를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보드리야르는 그것이 착각임을 이야기해 준다.
소비사회는 자체의 '사회적 논리'를 통해 우리를 기호들의 질서체계로 무자비하게 몰아넣는 것이다.
⊙ 원문읽기
우리는 풍요로움의 기호만을 갖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생산체계 속에 빈곤과 희소성의 기호를 몰아넣고 마음 졸이며 그것을 주시한다.
(중략) 빈곤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인간의 관계다.
(중략) 원시사회 같은 증여와 상징적 교환의 경제에서는 한정된 적은 양의 재화만으로도 모든 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는 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재화들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중략) 원시사회에서의 교환의 경우 모든 관계는 사회의 부를 증가시킨다.
그에 반해 현대의 차별화 사회에서 모든 사회관계는 개인의 결핍감을 증대시킨다.
왜냐하면 원시사회에서의 교환의 경우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가치를 얻는 반면 현대 사회에서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상대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풍요로움이 상실되었으며 그 잃어버린 풍요로움은 생산성을 한없이 증대해도 새로운 생산력의 고삐를 풀어도 다시 찾아질 수 없다.
풍요로움과 부는 사회조직 안에서 구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조직과 사회관계가 완전히 변화되어야만 생겨날 수 있다.
(중략) 원시인들에게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풍요로운 사회를 체험하게 한 것은 그들의 사회적 논리였다.
우리를 호화스러운 빈곤 속에서 살도록 하는 것도 우리 자신의 사회적 논리다.
▶해설=보드리야르는 풍요와 빈곤은 사회적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원시사회는 물질적 부족에도 불구하고 풍요를 누리는 반면,현대사회는 물질적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다.
어떻게 하면 현대사회는 풍요로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보드리야르는 우리의 사회적 논리,즉 사회조직과 사회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그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 될까?
"우리는 거대한 생산 체계 속에 빈곤과 희소성의 기호를 몰아넣고 마음 졸이며","현대 사회에서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상대화되기 때문" 등의 구절이 대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원문읽기
소비의 가장 아름다운 대상은 육체이다.
오늘날 육체는 광고,패션,대중문화 등 모든 곳에 범람하고 있다.
육체를 둘러싼 위생,영양,의료와 관련한 숭배의식,젊음,우아함,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에 대한 강박관념,미용,건강,날씬함을 위한 식이요법,이것들 모두는 육체가 구원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육체는 영혼이 담당했던 도덕적,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문자 그대로 넘겨받았다.
오늘날 육체는 주체의 자율적인 목적에 따라서가 아니라,소비사회의 규범인 향락과 쾌락주의적 이윤창출의 원리에 따라서 다시금 만들어진다.
이제 육체는 관리의 대상이 된다.
육체는 투자를 위한 자산처럼 다루어지고,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여러 기호 중의 하나로서 조작된다.
▶해설=보드리야르가 우리 사회의 몸짱,얼짱 열풍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한 대목이다.
소비가 욕구와 욕망의 기호를 통해 일어난다면 욕망과 욕구의 대표적 대상인 육체 또한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한 듯한데,어째서 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육체 소비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 것일까?
보드리야르는 그 이유로 현대에서 육체의 의미,즉 육체의 기호가 바뀌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럼 왜 육체의 기호가 바뀌게 되었을까?
보드리야르는 소비사회의 규범인 향락과 쾌락주의적 이윤창출의 원리가 육체에까지 적용된 결과라고 대답한다.
'삶의 목적은 행복,행복은 향락과 쾌락'이라는 생각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모든 소비 상품이 그러한 생각을 위해 봉사하듯,이제는 육체도 그 생각을 위해 소비된다는 것이다.
김훈회 S·논술 선임연구원 toatopia@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