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석유를 둘러싼 전쟁…인간은 어쩔 수 없는 한심한 존재?
예부터 뭇 성현들과 위인들,기타 좀 명석하셨다는 분들께서 한결같이 주장해 온 바가 있으니, 인간이라는 존재의 차원을 어떻게 해서든 한 단계 고양(컴퓨터 세대에게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는 업그레이드)시키자는 말씀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이나 고귀함과는 별개로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진실이 있기 때문인데, 바로 인간이 '한심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감히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무모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반대로 아무리 부정하려 해봐도 인간이라는 생물에게서 '한심함'을 말끔히 닦아내기란 어렵다.
인간이 저지르는 한심함의 극치는 전쟁이다.
전쟁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악독함이 얼마나 처참한 선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의 참화는 꾸준히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쯤에서 질문이 하나 튀어 나온다.
인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심한 과오를 저지를까?
즉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미래에도 전쟁은 계속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이제부터는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한 단계 올라선 신인류의 평화 시대를 개창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안보 전문가들은 문명이 얼마나 발달하든지간에 인간은 여전히 한심한 존재로 남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전 세계를 할퀴고 간 냉전이 종식되고 15년도 훌쩍 더 지난 지금,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인간은 장차 무엇을 두고 전쟁을 벌일 것인가'이다.
여기에는 전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것이 당연 명제로 깔려있다.
그리고 이들이 손꼽는 가장 개연성이 큰 전쟁은 '자원전쟁'이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는 〈자원전쟁:Resource Wars〉에서 21세기 국가들은 자원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에너지 안보'는 이 책의 핵심 개념이다.
예전과는 다른 국제 정세에서 '에너지 안보 내지 자원 안보'라는 새로운 안보 개념이 도출되는데, 이제 국가의 안보는 그 국가가 충분한 자원 내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자원전쟁>에서는 여러 자원 가운데에서도 특히 석유와 물에 집중하고 있다.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기에 그 중요성은 더할 나위가 없으며, 석유는 현대 산업사회의 근간이다.
저자는 물과 석유를 중심으로 자원전쟁의 역사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쟁 가능성을 점친다(책의 뒷부분에는 광물자원과 목재를 둘러싼 경쟁도 다루고는 있다).
원천적이고 노골적인 자원경쟁이 전쟁의 형태로 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 <자원전쟁> 전반에 걸쳐 설득력 있게 분석되어 있다.
⊙ 원문 읽기
1940년대 후반에서 1990년에 이르기까지 40년이 넘는 동안, 미국의 주된 목표는 소련의 세력을 억지하는 세계적인 동맹 체제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었다.
여타 사안들은 - 심지어 미국의 국익 추구마저 -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이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방들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고, 미국 자체의 국익을 추구하려는 필요는 더욱 강해졌다.
나토(NATO) 및 여타 동맹 체제 유지는 여전히 중요한 일로 남았으나, 자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고 눈 앞에서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격의 국가 목표들이 미국의 세계 전략을 이끌게 되었다.
그러한 국가 목표들 가운데 특히 미국의 군사 정책을 좌우하는 것은 미국이 해외 주요 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의이다.
미국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미국 산업이 수입되는 주요 자원에 더욱 더 의존하게 되면서, 전 지구적인 자원수급 흐름을 보호하는 일은 미국 안보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부상하게 되었다.
▶해설=사실, 냉전 시대에서나 이념을 이유로 대결을 하였지,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은 자원 확보를 위한 자원 전쟁이었다.
자원전쟁은 21세기 이후의 미래에 새로 등장한 이야기가 아니라 예전부터 항상 존재하였던 다툼이다.
주요 자원에 대한 한 국가의 영향력은 그 국가의 힘이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어느 국가가 긴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그 공급 루트를 차지하였느냐에 따라 역사의 판도가 달라졌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철과 석탄이 세계 지배의 주요 조건이라 생각하여 강대국들은 이 자원의 쟁탈전에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석유의 경제적 군사적인 중요성이 높아졌고, 석유 자원의 확보는 국제 정세를 좌우하는 요인 혹은 국제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석유 문제는 분쟁의 유발요인이었으며, 그 후 지금까지 중동 정세에 긴박감이 감도는 것도 이 지역에 석유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보편적으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은 석유로 대표되는 탄화수소 에너지이다.
현대 산업 국가들은 탄화수소 에너지에 의존해 국가를 꾸리고 산업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석유는 그 사용이 비가역적이어서 매장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 획득에 있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석유는 수많은 전쟁의 원인이었으며 앞으로도 무수한 전쟁을 낳을 수 있다.
자원전쟁은 오래된 역사를 지녔고, 앞으로의 세계에서도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마찰이 국가 간 분쟁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일강은 9개국에 걸쳐 흐른다
⊙ 원문 읽기
자원을 둘러싼 불화는 여러 유형의 경쟁에서 비롯된다.
불화는 어느 특정 자원이 여러 국가의 경계에 걸쳐 분포되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거대한 강이나 지하 석유 매장지가 대표적인 예이다.
나일강은 9개국에 걸쳐 흐르고 있으며, 메콩 강은 5개국에 걸쳐 있고, 유프라테스 강은 3개국을 흐른다.
이 강들이 어느 한 나라에서 발원하여 바다에 이르기 전까지 여러 나라를 통과하는데 상류 지역의 국가들은 하류 지역의 국가들에 비해 강의 유량을 통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상류 지역이 실제로 강물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려고 할 때에는 분쟁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두 인접 국가가 막대한 양의 지하 석유 매장지 위에 자리하고 있는데,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많은 석유를 채굴하려고 하면 분쟁이 발생한다.
이는 사실 쿠웨이트 전쟁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라크는 쿠웨이트가 루마일라 매장지에서 합당한 양 이상의 석유를 채취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중략)
전 세계적인 수요의 증가, 자원 고갈 문제의 대두, 자원에 대한 소유권 주장은 국제 사회에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한다.
수요 증가와 자원 고갈 문제는 주요 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의 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며, 자원에 대한 소유권 주장은 마찰과 갈등의 새로운 근원지가 될 것이다.
▶해설=경제학의 기초가 되는 공급과 수요의 개념을 끌어와서 이 현상을 들여다본다면, 문제의 핵심은 부족한 자원과 무한한 수요에 있다.
내지는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 자원과 그에 반해 세계 보편적인 수요도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 국가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자원 수요는 무한하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고, 모든 국가가 자원을 필요로 하나 가용 자원은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거나 여러 국가에 걸쳐 분포하여 주권 경계가 확실하지 않다.
첫 번째 문제는 수급의 근본적 문제이니 만큼 '무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할 만한 획기적인 자원을 발명하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가 힘들다.
그러나 두 번째의 문제는 경제학 이론상 교환을 통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언뜻 해결이 쉬울 것 같은 이 두 번째 문제도 원만히 풀리지 못하고 수많은 국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평화로운 '교환' 개념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국가들의 자원경쟁이 훨씬 더 과격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힘의 추구'라는 개념이 빠져 있으나 국제정치에서는 자원의 장악을 둘러싼 힘의 증대와 추구가 엄연히 존재한다.
각 국가들은 좀 더 충분한 자원을 자국이 더욱 손쉽게 확보하고,자원의 수급에 자국이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
마이클 클레어의 말대로 인간이 벌이는 새로운 전쟁의 동기는 자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은 예전과는 달리 전쟁이라는 한심한 과오를 더 이상 저지르지 않는 존재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유 광물 곡물 등 필수 자원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불안한 자원 수급으로 전 세계의 경제가 휘청대는 지금, 자원전쟁이 허튼 소리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특히나 한국은 자원 수급구조가 취약한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석유 수입국이자 10번째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나라다.
총 에너지의 약 97% 정도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주종 에너지인 석유는 중동에서 79% 이상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자원 수급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자원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원위기만으로도 국가 절명의 순간이 될 수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우리나라의 사회 각 방면에 미친 파장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원위기는 우리에게 항상 피부로 와닿는다.
자원전쟁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무한정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천연 자원들의 오염 제거 및 가역 과정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구하여야 할 이상적인 목표이며 현실은 엄연하게 목전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다.
대체 에너지와 환경공학 발달이라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사회 구조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우리가 당면한 현안 과제다.
<자원전쟁>에서 그리고 있는 현실과 예측되는 미래를 잘 안다면 우리는 현명하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이는 인간의 존엄성이나 고귀함과는 별개로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진실이 있기 때문인데, 바로 인간이 '한심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감히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무모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반대로 아무리 부정하려 해봐도 인간이라는 생물에게서 '한심함'을 말끔히 닦아내기란 어렵다.
인간이 저지르는 한심함의 극치는 전쟁이다.
전쟁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악독함이 얼마나 처참한 선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의 참화는 꾸준히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쯤에서 질문이 하나 튀어 나온다.
인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심한 과오를 저지를까?
즉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미래에도 전쟁은 계속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이제부터는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한 단계 올라선 신인류의 평화 시대를 개창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안보 전문가들은 문명이 얼마나 발달하든지간에 인간은 여전히 한심한 존재로 남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전 세계를 할퀴고 간 냉전이 종식되고 15년도 훌쩍 더 지난 지금,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인간은 장차 무엇을 두고 전쟁을 벌일 것인가'이다.
여기에는 전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것이 당연 명제로 깔려있다.
그리고 이들이 손꼽는 가장 개연성이 큰 전쟁은 '자원전쟁'이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는 〈자원전쟁:Resource Wars〉에서 21세기 국가들은 자원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에너지 안보'는 이 책의 핵심 개념이다.
예전과는 다른 국제 정세에서 '에너지 안보 내지 자원 안보'라는 새로운 안보 개념이 도출되는데, 이제 국가의 안보는 그 국가가 충분한 자원 내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자원전쟁>에서는 여러 자원 가운데에서도 특히 석유와 물에 집중하고 있다.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기에 그 중요성은 더할 나위가 없으며, 석유는 현대 산업사회의 근간이다.
저자는 물과 석유를 중심으로 자원전쟁의 역사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쟁 가능성을 점친다(책의 뒷부분에는 광물자원과 목재를 둘러싼 경쟁도 다루고는 있다).
원천적이고 노골적인 자원경쟁이 전쟁의 형태로 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 <자원전쟁> 전반에 걸쳐 설득력 있게 분석되어 있다.
⊙ 원문 읽기
1940년대 후반에서 1990년에 이르기까지 40년이 넘는 동안, 미국의 주된 목표는 소련의 세력을 억지하는 세계적인 동맹 체제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었다.
여타 사안들은 - 심지어 미국의 국익 추구마저 -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이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방들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고, 미국 자체의 국익을 추구하려는 필요는 더욱 강해졌다.
나토(NATO) 및 여타 동맹 체제 유지는 여전히 중요한 일로 남았으나, 자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고 눈 앞에서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격의 국가 목표들이 미국의 세계 전략을 이끌게 되었다.
그러한 국가 목표들 가운데 특히 미국의 군사 정책을 좌우하는 것은 미국이 해외 주요 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의이다.
미국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미국 산업이 수입되는 주요 자원에 더욱 더 의존하게 되면서, 전 지구적인 자원수급 흐름을 보호하는 일은 미국 안보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부상하게 되었다.
▶해설=사실, 냉전 시대에서나 이념을 이유로 대결을 하였지,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은 자원 확보를 위한 자원 전쟁이었다.
자원전쟁은 21세기 이후의 미래에 새로 등장한 이야기가 아니라 예전부터 항상 존재하였던 다툼이다.
주요 자원에 대한 한 국가의 영향력은 그 국가의 힘이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어느 국가가 긴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그 공급 루트를 차지하였느냐에 따라 역사의 판도가 달라졌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철과 석탄이 세계 지배의 주요 조건이라 생각하여 강대국들은 이 자원의 쟁탈전에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석유의 경제적 군사적인 중요성이 높아졌고, 석유 자원의 확보는 국제 정세를 좌우하는 요인 혹은 국제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석유 문제는 분쟁의 유발요인이었으며, 그 후 지금까지 중동 정세에 긴박감이 감도는 것도 이 지역에 석유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보편적으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은 석유로 대표되는 탄화수소 에너지이다.
현대 산업 국가들은 탄화수소 에너지에 의존해 국가를 꾸리고 산업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석유는 그 사용이 비가역적이어서 매장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 획득에 있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석유는 수많은 전쟁의 원인이었으며 앞으로도 무수한 전쟁을 낳을 수 있다.
자원전쟁은 오래된 역사를 지녔고, 앞으로의 세계에서도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마찰이 국가 간 분쟁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일강은 9개국에 걸쳐 흐른다
⊙ 원문 읽기
자원을 둘러싼 불화는 여러 유형의 경쟁에서 비롯된다.
불화는 어느 특정 자원이 여러 국가의 경계에 걸쳐 분포되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거대한 강이나 지하 석유 매장지가 대표적인 예이다.
나일강은 9개국에 걸쳐 흐르고 있으며, 메콩 강은 5개국에 걸쳐 있고, 유프라테스 강은 3개국을 흐른다.
이 강들이 어느 한 나라에서 발원하여 바다에 이르기 전까지 여러 나라를 통과하는데 상류 지역의 국가들은 하류 지역의 국가들에 비해 강의 유량을 통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상류 지역이 실제로 강물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려고 할 때에는 분쟁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두 인접 국가가 막대한 양의 지하 석유 매장지 위에 자리하고 있는데,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많은 석유를 채굴하려고 하면 분쟁이 발생한다.
이는 사실 쿠웨이트 전쟁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라크는 쿠웨이트가 루마일라 매장지에서 합당한 양 이상의 석유를 채취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중략)
전 세계적인 수요의 증가, 자원 고갈 문제의 대두, 자원에 대한 소유권 주장은 국제 사회에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한다.
수요 증가와 자원 고갈 문제는 주요 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의 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며, 자원에 대한 소유권 주장은 마찰과 갈등의 새로운 근원지가 될 것이다.
▶해설=경제학의 기초가 되는 공급과 수요의 개념을 끌어와서 이 현상을 들여다본다면, 문제의 핵심은 부족한 자원과 무한한 수요에 있다.
내지는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 자원과 그에 반해 세계 보편적인 수요도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 국가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자원 수요는 무한하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고, 모든 국가가 자원을 필요로 하나 가용 자원은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거나 여러 국가에 걸쳐 분포하여 주권 경계가 확실하지 않다.
첫 번째 문제는 수급의 근본적 문제이니 만큼 '무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할 만한 획기적인 자원을 발명하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가 힘들다.
그러나 두 번째의 문제는 경제학 이론상 교환을 통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언뜻 해결이 쉬울 것 같은 이 두 번째 문제도 원만히 풀리지 못하고 수많은 국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평화로운 '교환' 개념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국가들의 자원경쟁이 훨씬 더 과격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힘의 추구'라는 개념이 빠져 있으나 국제정치에서는 자원의 장악을 둘러싼 힘의 증대와 추구가 엄연히 존재한다.
각 국가들은 좀 더 충분한 자원을 자국이 더욱 손쉽게 확보하고,자원의 수급에 자국이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
마이클 클레어의 말대로 인간이 벌이는 새로운 전쟁의 동기는 자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은 예전과는 달리 전쟁이라는 한심한 과오를 더 이상 저지르지 않는 존재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유 광물 곡물 등 필수 자원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불안한 자원 수급으로 전 세계의 경제가 휘청대는 지금, 자원전쟁이 허튼 소리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특히나 한국은 자원 수급구조가 취약한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석유 수입국이자 10번째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나라다.
총 에너지의 약 97% 정도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주종 에너지인 석유는 중동에서 79% 이상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자원 수급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자원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원위기만으로도 국가 절명의 순간이 될 수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우리나라의 사회 각 방면에 미친 파장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원위기는 우리에게 항상 피부로 와닿는다.
자원전쟁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무한정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천연 자원들의 오염 제거 및 가역 과정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구하여야 할 이상적인 목표이며 현실은 엄연하게 목전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다.
대체 에너지와 환경공학 발달이라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사회 구조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우리가 당면한 현안 과제다.
<자원전쟁>에서 그리고 있는 현실과 예측되는 미래를 잘 안다면 우리는 현명하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