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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실명 환자에 전자칩 이식, 시력 되살렸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에는 종종 ‘인공눈’을 단 인물이 등장한다. 사고나 질병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첨단 기계장치의 도움으로 다시 세상을 보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런 장면이 더 이상 허구만은 아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발표한 연구에서 실명한 환자에게 전자칩을 이식해 시력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이 연구는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눈의 망막 중심부에 있는 시각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노인이 실명하는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번 손상된 시각세포는 재생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잃은 시력을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연구팀은 이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망막 아래에 이식할 수 있는, ‘프리마(PRIMA)’라는 이름의 초소형 실리콘 칩을 고안했다. 이 장치는 지름이 2밀리미터(mm), 두께는 3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빛을 전기자극으로 바꾸는 초미세 광다이오드 378개가 들어 있다. 환자는 카메라가 달린 특수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데, 이 카메라가 외부 풍경을 포착해 눈으로 보내면 칩이 그 빛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 망막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망막이 해야 할 일을 칩이 대신 수행해 뇌가 다시 ‘보는 감각’을 느끼도록 돕는 것이다.연구팀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5개 국가의 17개 병원에서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시야를 잃은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칩 이식 후 1년간 추적 관찰 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밥 한번 먹자" 남발해선 안되는 까닭

    우리말에서 대표적 ‘친교어’ 중 하나로 꼽히는 “밥 한번 먹자”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있었던 한 국회의원의 자녀 결혼식 논란으로 인해서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그의 해명 가운데 한 대목이다. 그는 본인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 행정실 직원들에게 청첩장을 돌린 데 대해 “시간 되면 밥 한 끼 먹으러 오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가 이 말을 가볍게 예의상 한 것으로 여겼는지 몰라도, 듣는 이에겐 많은 생각거리를 던질 만했다. 상황 따라 친목어가 수행어로 바뀌어우선, 이 말은 글자 그대로 읽히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밥 한번 먹자”라는 표현은 특수한 위치에 있다. 대개는 실제로 밥을 같이 먹자는 얘기가 아니라 상투적으로 하는 ‘친교어’로 쓰인다. 누군가에게 “담에 밥 먹자” “담에 연락할게”라고 할 때, 이는 굳이 답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가면서 자주 못 보던 이에게 예의상 하는 말이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반갑게 “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이 어디 가는지 사생활을 캐묻는 말이 아니다. 상대방도 그것을 잘 알기에 그냥 지나치고 만다.하지만 “밥 한번 먹자”가 직장같이 위계질서가 있는 곳에서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단순한 친교문도 수행문으로 바뀔 수 있다. ‘수행문(수행어)’이란 어떤 평가나 판단, 규정을 행하는 문장이다. “정부는 오늘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전히 해제했습니다.” 이걸 리포터가 말했다면 그것은 진술문이다. 그는 발화를 통해 단순히 정보를 전달

  • 키워드 시사경제

    게임 칩의 대변신…'AI 시대의 석유'로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에 총 2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최대 14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오픈AI,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세계적 빅테크 기업은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으며 엔비디아 GPU를 쓸어 담아왔다.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GPU를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생태계에 동참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없어서 못 산다 … AI 학습 필수품대규모언어모델(LLM)이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학습하는 과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연산 능력을 요구한다. 전통적인 중앙처리장치(CPU)로는 쉽지 않은 이런 일을 가능케 하는 핵심 칩이 GPU다. GPU는 애초 3차원 게임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그 구조가 수천 개의 연산 코어를 병렬로 동시에 구동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점이 AI 혁명과 맞물리면서 기적을 낳았다. 방대한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딥러닝 학습에 GPU는 마치 맞춤복처럼 들어맞았다. GPU가 ‘AI 시대의 석유’로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다.GPU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엔비디아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AI 학습용 고성능 GPU 시장에서 이 회사 점유율은 80%를 웃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100은 LLM 훈련에 사실상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1993년 그래픽 칩을 만드는 중소기업으로 출발한 엔비디아가 세계 AI 생태계의 지배자로 우뚝 선 배경에는 2000년대 중반 GPU를 범용 연산장치로 확장하는 데 과감히 투자한 젠슨 황의 선견지명과 전략적 결단이 있다.철옹성 같은 시장 지배력을 완성한

  • 영어 이야기

    즉흥적인 'impromptu'

    It began with a toast of beer and fried chicken at a modest Seoul eatery, followed by compliments and gift exchanges.What unfolded was less a corporate summit than a lively show of friendship among three of the world’s powerful business leaders - Nvidia Corp. CEO Jensen Huang, Samsung Electronics Chairman Lee Jae-yong and Hyundai Motor Group Chairman Chung Eui-sun.The fried chicken-and-beer pub was chosen by Nvidia after Jensen Huang suggested an impromptu, informal meet-up for conversation.The evening began shortly after Huang landed at Incheon Airport, his first visit to South Korea in 15 years.“I do have strong confidence in Samsung’s technology,” Huang told reporters. Huang presented Lee and Chung with personal gifts, notably bottles of 25-year-old Hakushu whisky valued at about 6 million won each.서울의 소박한 식당에서 맥주와 치킨으로 건배를 나눈 것으로 시작된 이 만남은 칭찬과 선물 교환으로 이어졌다.그 자리는 기업 간 회담이라기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명의 기업인인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활기찬 우정을 나눈 모습이었다.치킨과 맥주를 파는 이 식당은 젠슨 황이 즉흥적으로 격식 없는 대화를 제안하면서 엔비디아 측이 선택한 장소였다.이 저녁 자리는 황이 15년 만의 한국 방문인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마련되었다.“저는 삼성의 기술력을 매우 신뢰합니다. ” 황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하며,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개인적인 선물을 전달했는데, 특히 병당 약 600만 원 상당의 25년산 하쿠슈 위스키가 눈길을 끌었다. 해설 올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과 주요 경제인이 참석한 중요한 국제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다른 관점 비교, 더 타당한 입장 설명할 수 있어야

    처음 경희대학교 인문논술을 접하는 학생들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낍니다. 문제를 보면 제시문이 길고, 서로 다른 주장들이 얽혀 있어 무엇을 써야 할지 쉽게 감이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희대 인문논술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명확한 원리를 가진 시험입니다. 이 시험은 글솜씨를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제시문 속 서로 다른 관점을 분석하고 비교함으로써 더 타당한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즉 문장을 잘 꾸미는 능력보다 사고의 방향과 근거의 논리성이 더 중요합니다.경희대 인문논술의 모든 문제는 기본적으로 ‘비교’와 ‘평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시문들은 각기 다른 주장을 담고 있으며, 이 중 하나가 기준이 되고 나머지는 그 기준과의 일치나 불일치 속에서 평가됩니다. 학생이 해야 할 일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각 제시문의 핵심 주장과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관계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경희대 인문논술의 출발점이자, 모든 문제를 푸는 기본 원리입니다.제시문은 대부분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주장문으로 구성됩니다. 또한 주장이라기보다 상황 전달적 제시문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현대시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 제시문이 무엇을 주장하고,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경희대 논술은 요약과 비교·평가를 중심으로 한 확정적 유형으로 출제됩니다. 첫째, [논제Ⅰ]은 기준 제시문을 중심으로 다른 제시문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다면적 비판 사고 유형의 논제입니

  • 교양 기타

    덧없는 권력의 상징 '오지만디아스' [고두현의 아침 시편]

    오지만디아스                 퍼시 비시 셸리고대의 나라에서 온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네.그가 말하길 "거대하지만 몸통 없는 두 다리의석상을 사막에서 보았네. 근처 모래 위에는부서진 두상이 반쯤 묻혀 있는데, 찌푸린 얼굴,주름진 입술과 독선적인 냉소가 감도는 걸 보니조각가가 그의 열정을 잘 읽었구나 싶었지.그 열정이 주인을 따르던 손과 심장을 뛰어넘어생명 없는 돌에 새겨져 여태 살아남았다네.그리고 받침대 위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네.'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너희 강대한 자들아, 나의 위업을 보라, 그리고 절망하라!'그 옆엔 아무것도 없었네. 뭉툭하게 삭아버린그 엄청난 잔해의 주위로, 끝이 없고 황량하게 외로운 모래벌판이 멀리까지 뻗어 있었네."영국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1792~1822)가 26세 때인 1818년에 발표한 시입니다. 제목의 ‘오지만디아스’는 이집트 람세스 2세의 그리스어식 이름이지요. 영국이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을 이집트로부터 들여온 것을 계기로 쓴 시입니다.오지만디아스는 고대 이집트의 태양왕으로 불린 파라오였습니다. 선대의 투탕카멘, 후대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진 제왕입니다. 26세에 즉위해 64년간 제국을 통치하다 90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권력도 영화도…그는 시리아와 리비아 등을 정복했고,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거대한 조각상과 아부심벨, 라메세움 등의 신전을 곳곳에 건립했습니다. 수많은 전승기념비도 세웠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권력과 영화도 세월과 함께 덧없이 스러지고 말았지요.셸리가 이 시를 쓰던 무렵

  • 테샛 공부합시다

    미국도 피하지 못한 정치 갈등, 경제도 타격

    셧다운(Shutdown)미국에서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적으로 정지된다. 예산안이 승인될 때까지 필수 인력을 제외한 상당수의 연방 공무원은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며, 공공서비스와 행정 업무가 지연되거나 멈추면서 국민 불편이 커진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예산안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으로 상원에서 부결되자, 지난 10월 1일 0시 1분을 기해 연방정부 업무가 멈춰 섰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미국 경제가 최대 140억 달러(약 20조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됐다.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기업이 발표한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경우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컨센서스(평균 예상치)보다 실제 실적이 높게 나올 때 사용된다. 반대로 실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닝 쇼크(Earnings Shock)’라고 부른다. 기업의 실적 발표는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이 나오면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주가가 강세를 띠곤 한다.님트(Not In My Term, NIMT)‘내 임기 중에 인기 없는 일은 하지 않겠다’라는 의미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 자신의 임기 중에 환경오염 시설물 설치, 각종 경제 개혁,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 국민이나 지역 주민에게 인기 없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이다.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어린이에 머물러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성인의 심리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를 주저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도

  • 생글기자

    수행평가 개편, 교사·학생 의견 수렴 아쉽다

    교육부가 올해 2학기부터 모든 수행평가를 전면 개편했다. 과제형·암기형 수행평가를 폐지하고, 부모나 사교육의 개입 없이 학생의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을 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대원외고는 지금까지 전공어 수행평가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배치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번 개편으로 수행평가가 중간고사에 통합돼 학생들은 중간고사와 수행평가를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교육부는 단순 암기가 아닌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수행평가를 개편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전공어나 한국사와 같이 방대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과목은 사고력 중심 평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평가 기준과 학습 방향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이런 문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될 때 의미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정책이 지향하는 이상과 실제 결과는 괴리될 수밖에 없다. 정책을 준비할 때부터 교사 등 현장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하고,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도 가능한 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이 제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 기간도 충분히 줘야 한다.수행평가 제도 개편은 학교생활과 대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김도경 생글기자(대원외고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