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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이 삶의 본질 결정"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여, 아카이아인(人)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자여, 나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러 왔소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바위 많은 이타케에 닿을 수 있겠는지, 그가 혹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해서 말이오. 나는 아직도 아카이아 땅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내 자신의 나라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끊임없이 고통만 당하고 있소. 그러나 아킬레우스여, 그대로 말하면 어느 누구도 일찍이 그대처럼 행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오. 그대가 아직 살아 있을 적에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이 그대를 신처럼 공경했고, 지금은 그대가 여기 죽은 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통치자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아킬레우스여, 그대는 죽었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시오.”이렇게 내가 말하자 그(아킬레우스)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죽음에 대하여 나를 위로하려 들지 마시오, 영광스러운 오뒷세우스여. 나는 죽은 자들 모두를 통치하느니 차라리 시골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가산(家産)도 많지 않은 다른 사람 밑에서 품팔이를 하고 싶소. 자, 그대는 내 의젓한 아들 소식이나 전해주시오. 그 애는 제일인자(第一人者)가 되기 위하여 전쟁터로 나갔소? 아니면 그러지 않았소? 그리고 나무랄 데 없는 내 아버지 펠레우스에 관해서도 들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그분께서는 아직도 뮈르미도네스족(族) 사이에서 명예를 누리고 계시오? 아니면 노령(老齡)이 그분의 손발을 묶었다고 해서 헬라스와 프티아에서 사람들이 그분을 업신여기고 있소? 나는 더 이상 햇빛 아래서 그분을 보호하지 못하며, 넓은 트로이아에서 가장 용맹한 적들을 죽이고 아르고스인들을 지

  • 테샛 공부합시다

    제나라 관중의 경제정책 분업·특화로 경제 활성화…세금 낮춰 생산력 증대

    “제나라 영토는 사방 2000리에 걸쳐 있고, 땅은 비옥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 따르면, 제(齊)나라는 넓은 영토와 풍족한 경제력을 갖춘 강국으로 추측됩니다. 특히 춘추시대 제환공은 ‘춘추오패’ 중 으뜸으로 평가받았지요. 그렇다면 제나라는 어떻게 강해진 것일까요?2400년 전의 애덤 스미스제환공의 재위 기간에 가장 유명한 인물 하면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진 재상 ‘관중’(사진)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그가 재상으로 있던 시기에 제나라는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또한 강했습니다. 관중은 나라 경제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 ‘분업’과 ‘특화’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지요. 이를 위해 농업에 편중된 구조를 개혁했습니다. 백성을 직업에 따라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구분했습니다. 이는 후대의 신분적 개념과 달리, 당시에는 각 직업군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조치였습니다. 그래서 이들끼리 거주하도록 하여 일종의 ‘클러스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경쟁을 통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꾀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한 분업과 특화의 강점을 관중은 이미 약 2400년 전에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지요.또한 조세정책은 현재에도 참고할 만한 것이 많습니다. 관중은 백성이 생산한 것을 바탕으로 한 과세 체계는 백성을 가난하게 만든다고 보고 낮은 세율을 부과했지요. 그러자 백성은 더 열심히 생산 활동을 했고, 이는 생산 능력의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그 대신 다른 형태로 세금 수입을 얻었는데, 시장에서의 상품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원

  • 대학 생글이 통신

    힘든 수험생활 중 열대어에서 받은 위로

    수험생 여러분, 오늘 하루도 숨가쁘게 하루를 달려가고 있죠?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남들보다 한 발 더 뛰어야 한다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말입니다. 노력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저는 오늘 달리는 것보다 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저를 가장 든든하게 지탱해준 것은 집에서 가꾸는 어항 하나였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저는 유유자적하는 모습으로 물속을 헤엄치는 열대어를 돌봤습니다. 그들이 꾸준히 개체수를 늘려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했습니다. 물고기들을 돌보는 하루 30분이 저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휴식이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은 아닙니다. 평소 하는 일과 전혀 다른 성격의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 또한 좋은 휴식이 될 수 있습니다. 뇌는 같은 종류의 정보를 계속 받아들이면 피로를 느끼지만, 전혀 다른 내용의 자극을 받으면 보상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입시 공부와는 아무 관련 없는 취미 활동이나 완전히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 수험 생활에 지친 뇌에 큰 보상이 되는 것이죠.영상학과 입시를 준비하면서 저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영상이나 영화와 관련된 활동으로 채웠습니다. 면접을 준비할 때도 취미가 무엇이냐는 예상 질문에 영상과 관련된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저에게 정말 큰 휴식을 주는 것은 열대어 키우기였기에 솔직하게 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실제 면접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열대어 키우기가 취미라고 답했고, 예상 밖의 대답이 오히려 면접관의 관심을 끌며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할 수 있었습니다.수험생들은 쉬는 것을 마치 죄를 짓는 일로 생각

  • 과학과 놀자

    포유류 귓바퀴 만드는 '물고기 유전자' 찾았다

    모든 종의 기원은 바다에서 비롯한다. 태초에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됐고, 어류가 육지로 진출한 뒤 다양한 생물종으로 진화하다가 지금의 포유류가 출현했다. 포유류 중 하나인 인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진화한 결과다.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생물종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진화했기에 어류와 포유류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지녔다.겉모습만 봐서는 단번에 파악할 수 없지만, 포유류에는 그 조상인 어류의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다. 한 예로 포유류에서 고막의 진동을 달팽이관까지 전달해주는 부분인 귀의 ‘중이’(中耳)는 어류의 턱뼈에서 진화한 결과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조상인 어류의 흔적을 찾고 있는데, 최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줄기세포 생물 및 재생의학과 연구팀이 그 흔적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이번 흔적은 포유류의 ‘외이’(外耳)에 숨어 있었다. 흔히 ‘귓바퀴’라 부르는 부분과 외이도로 이루어진 외이는 귀의 가장 바깥 부분으로 소리를 모아 귀 안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소리는 외이의 독특한 모양에 부딪히면서 반사되고 굴절되고, 이 과정 덕분에 포유류는 소리의 방향을 파악한다. 외이는 탄력 있는 결합조직인 연골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연골은 화석으로 남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화석 연구만으로는 외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없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외이의 기원을 유전자 수준에서 추적했다. 그중에서도 유전자가 발현 과정에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핸서(enhancer)’를 활용했다.연구팀은 외이의 연

  • 커버스토리

    주 4일 일하면 모두 행복해질까?

    여야가 오는 6월 3일 치르는 조기 대통령 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주 5일제 개편을 꺼내 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현행 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은 줄이지 않되, 월~목요일 9시간씩 일하는 식으로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을 맞이하는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합니다. 몰아서 일하는 대신 몰아서 쉬자는 거죠.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시간 자체를 줄여 주 4.5일제, 그다음은 4일제로 나아가겠다고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2월 국회 연설에서 밝혔습니다.근로일수 단축은 직장인의 일상을 바꾸는 것은 물론, 여러분의 학교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금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할 수도 있는 거죠. 대선 본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면 근로일수 단축이 국민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지금의 주 5일제는 2004년 대규모 사업장부터 시행했습니다. 주말을 온전히 이틀간 쉴 수 있게 돼 근로자의 여가 활동이 늘어나고, 소비지출 증가로 내수시장이 활성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근로일수가 줄어도 임금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인건비 부담이 적잖이 커졌어요. 근로일수 단축이 근로시간 규제가 될 수 있는 부분도 걱정입니다. 첨단기술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화두로 떠오른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지금은 근로시간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제이론을 통해 본 근로시간의 결정 과정, 우리나라의 주 5일제 도입의 전후, 노동생산성과의 관계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근로시간 단축, 인간다운 삶 내걸었지만기업 부담 늘리고, 고용 질 악화 부작용도일주일에 며칠을 일하고 며칠을 쉬느냐는 문제는 법률에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 사진으로 보는 세상

    외국인 유학생들 "제 한글 손글씨 예쁘죠?"

    지난 22일 오후 부산 사상구 동서대 외국어교육원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글 손 글씨(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상구가 4년째 운영하는 외국인 주민 문화예술 체험 활동 프로그램은 올해 관내 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새롭게 참여하면서 프로그램의 대상과 범위가 더욱 확대됐다.  연합뉴스

  • 학습 길잡이 기타

    π 적극적으로 사용한 오일러, 대중화 이끌었죠

    오늘은 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기호 π(파이)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이 기호를, 다시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쓰게 되었지?’ 하고 새삼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π를 처음 배우는 건 초등학교에서지만, 기호로서 π를 배우는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입니다.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이라고 간단히 배우지만, 사실 옛날에는 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따로 기호 없이 “원의 둘레는 지름의 약 22/7배쯤 된다”고 설명했고, 중세 유럽에서는 “proportio circumferentiae ad diametrum”처럼 라틴어 문장으로 길게 표현했습니다. 17세기에는 c(둘레, circumference)와 d(지름, diameter)를 사용해 c/d처럼 직접 분수 형태로 나타내는 방식도 있었지요.이런 혼란을 정리한 사람이 바로 1706년,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존스(William Jones)입니다. 그는 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π를 원주율을 나타내는 기호로 사용했습니다. 왜 하필 π였을까요? π는 그리스어 ‘periphery(둘레)’의 첫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원의 둘레’와 관련된 비율이니, 둘레를 의미하는 단어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지요.하지만 당시에는 π가 금방 대중화되지 않았습니다. π를 전 세계 수학자에게 널리 퍼뜨린 인물은 바로 수학의 거장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입니다. 오일러는 특히 자신의 논문과 저술에서 원주율을 간결하고 일관되게 표현하기 위해 π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일러는 삼각함수와 원주율을 연결 지은 공식, 예를 들어 오일러 공식인 같은 식을 통해 π를 자연스럽게 수학의 중심 개념으로

  • 숫자로 읽는 세상

    인천 학생들도 '서울런'으로 공부한다

    서울시 대표 교육복지 정책 ‘서울런’이 인천시와 협력해 수도권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인천시는 앞서 협약을 맺은 충북도, 강원 평창군, 경기 김포시에 이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네 번째로 서울런에 참여하게 됐다.서울시는 22일 인천시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학습 플랫폼 ‘서울런’을 인천시와 공동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서울과 인천은 서울런을 매개로 교육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마련하는 데 함께하게 됐다.‘서울런’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 기간 중 추진한 대표 정책 중 하나다. 사회적·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2021년에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3만3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대학 진학뿐 아니라 진로 설정과 자기 계발 등의 콘텐츠도 학습할 수 있는 공공 교육서비스다.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서울런 참여 학생 1154명 중 782명이 대학에 합격했다. 이 중 서울 주요 11개 대학, 교대·사관학교·의약학 계열 등 특수목적 대학에 진학한 학생 수는 173명으로, 비율로는 전년 대비 41.8% 증가했다. 오 시장은 “서울런은 단순한 학습 지원을 넘어 학생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회의 사다리’”라며 “공부 플랫폼을 넘어 인생을 바꾸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서울시는 인천시에 서울런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인천시는 자치단체 차원에서 취약계층 청소년을 중심으로 서울런을 도입·운영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교육격차 해소에 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