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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무더위'는 끈적하고 '강더위'는 불볕 같죠

    기후위기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장마 속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여름 복더위에 푹푹 찌는 더위를 나타내는 말로는 무더위를 비롯해 폭염, 폭서, 삼복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 다양한 표현이 있다. 이 중 폭염(暴炎)과 폭서(暴暑)는 한자어고, 나머지는 순우리말 합성어다. 예전엔 폭염, 폭서가 자주 쓰였는데 요즘은 찜통더위 등 순우리말 표현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아무래도 더운 상황을 나타내는 데 순우리말로 하는 게 더 실감 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데서도 몸에 익은 고유어가 한자어 등 다른 어떤 말보다 친근하고 설득력이 있다는 게 드러난다.무지개는 ‘비가 만들어낸 하늘문’ 뜻몹시 심한 더위를 나타내는 여러 말 중 ‘무더위’를 들여다볼 만하다. 이 말의 정체는 ‘물+더위’의 결합이다. 일상에서 쓰는 말 가운데 ‘물’과 어울려 이뤄진 게 꽤 많다. 무더위를 비롯해 무사마귀, 무살, 무소, 무서리, 무쇠, 무수리, 무자맥질, 무좀, 무지개. 이들이 모두 ‘물’ 합성어다. 이 중 ‘무지개’가 재미있다. 무지개는 옛말에서 ‘물+지게’인데, 이때 ‘지게’는 등에 짐을 질 때 쓰는 그 지게가 아니다. 이는 ‘문(門)’을 뜻하는 말이었다(홍윤표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 그러니 무지개는 곧 ‘비가 만들어낸, 하늘로 통하는 문’이란 뜻이다. 우리 조상들이 실체만큼이나 멋들어진 말을 붙여 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게 느껴진다.무더위가 ‘물’과 관련 있음을 알았으니 이제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무더위는 물기를 머금은 더위, 즉 습도와 온도가 높아 끈끈하게 더운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옥탑방의 대책 없는 네 남자, 어쩐지 그들을 만나고 싶다

    망원동 8평 옥탑방에 사는 서른다섯 살의 무명 만화가. 이 한 문장에서 이미 이야기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듯하다. 그걸 한 단어로 줄이라면 어렵지 않게 ‘한심’이 튀어나올 것이다. 이 한심한 공간에 더 갑갑한 인물들이 모여든다.무명 만화가 오영준이 만화를 출간했던 회사의 김부장은 퇴직 후 캐나다로 갔다가 못 견디고 귀국해 옥탑방에 기어든다. 오래전 만화 스토리 강의를 들은 인연으로 영준이 싸부라 부르는 50대 백수 아저씨도 슬그머니 기생을 시작한다.동네 가야마트 오픈 이벤트 ‘빨리 먹기 대회’에서 김부장과 대결해 승리한 20대 고시생 삼척동자. 그는 영준의 대학 동아리 후배로, 고시원에 방이 있지만 거의 옥탑방에서 살다시피 한다. 상품으로 받은 TV를 옥탑방에 기증해 함께 야구를 본다는 명목으로.2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 30대 무명 만화가, 40대 기러기 아빠, 50대 백수 아저씨, 대책 없는 네 사람이 8평에서 같이 지낸다고 생각해보라. 30평 아파트에 산다 한들,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마당 넓은 옥탑이어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고개 들어 올려다보면 눈앞에 있을 것 같은 그들의 집에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상하게 잘 어울리는 그들의 케미에 합류하고 싶게 하는 작가의 놀라운 글솜씨 덕분이다.<불편한 편의점> 작가의 첫 소설<망원동 브라더스>는 국내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해외로 뻗어가는 중인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후 11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시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다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프로슈머·필터버블…기술발달의 명암 '단골 메뉴'

    정보통신 기술 발달의 양면성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삶은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발달에 따른 명암은 논술의 주요주제입니다. 우선 밝은 측면을 정리해 볼까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개인과 사회의 근본적 발전을 가져옵니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생활 편리성이 크게 향상되겠죠.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통해 은행 거래를 손쉽게 처리하고, 온라인 쇼핑으로 원하는 물품을 집에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업무도 원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학습 기회나 소통이 강화되어 개인의 잠재력이 더 쉽게 발휘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경제 활성화, 정보 접근성 향상 등의 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가 점차 수평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영상을 일방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면(수직적 질서: 위로부터 아래로의 방향성) 현재의 대중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도 할 수 있는 프로슈머의 역할을 수행(수평적 질서: 누구나 동등한 위치)합니다. 또한 사회적 부조리 문제도 이전에 비해 더 쉽게 공론화됩니다.기출 사례로 성신여대 2020학년도 입시에 출제된 제시문을 살펴봅시다.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수년 전 발생한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화 운동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아랍의 독재자들은 언론을 장악해 여론을 통제하고, 비상계엄령을 통해 시위를 금지했으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억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튀니지에서는 반독재 민주화 시

  • 과학과 놀자

    쌀 한 톨 크기 센서로 뇌 진단…젤리 등 신소재 활용도

    세계적인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체온, 혈압, 심박수, 움직임 등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인체 센서'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젤리나 고무 같은 신소재, 무선통신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센서가 등장하고 있다.지난 6월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전자과학과의 장 젠핑 교수 연구팀은 수술 없이 뇌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쌀 한 톨 크기의 하이드로겔(Hydrogels) 센서에 관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했다.해조류에서 주로 얻는 하이드로겔은 전체의 약 90%가 물로 이뤄진 천연 또는 합성 고분자 중합체로,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다. 신체 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체내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성질 때문에 의료용으로 활용된다. 하이드로겔의 또 다른 특징은 외부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뇌에 주입되면 압력, 산성도 등에 따라 모양이 바뀐다. 모양을 알면 현재 주변 환경이 어떤지 역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뜻이다.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로, 내부에는 초음파를 반사하는 ‘공기 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다. 바늘을 이용해 센서를 뇌에 삽입한 후 초음파를 쏘면 하이드로겔 모양에 따라 서로 다른 초음파가 반사돼 나오고, 이를 분석해 뇌의 상태를 진단한다. 실제로 쥐와 돼지의 뇌에 센서를 주입해 실험한 결과 압력, 온도, 산성도, 근처 혈관의 유속이 정확하게 측정됐다. 무엇보다 이 센서는 4~5주 이내에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됐고, 별다른 부작용도 일으키지 않았다.하이드로겔 센서가 상용화되려면 용해된 하이드로겔이 무독성인지 살펴봐야 하고, 안전성 확인을 위해 더 큰

  • 시사·교양 기타

    신나는 여름방학

    주니어 생글생글 제122호 커버 스토리 주제는 여름방학입니다. 피서지에서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객 증가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 등 바캉스와 관련된 경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조선시대 성균관의 휴일 제도와 17~19세기 유럽의 그랜드 투어 등 방학과 휴가의 역사에 대해서도 살펴봤습니다.

  • 숫자로 읽는 세상

    문턱 낮춘 의대 지역인재 "3과목 7등급도 OK"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다섯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2025학년도 의대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시 일반전형은 오는 9월부터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시에서 지역인재전형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2025학년도에 늘어난 정원 약 1500명 가운데 890여 명이 지역인재전형인 데다 다른 전형에 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이 낮기 때문이다.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대학별로 2025학년도 의대 수시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정원 외)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의대는 12곳으로, 모집 인원은 총 29명이다. 고려대·성균관대·아주대 등 9곳은 8일, 가톨릭대는 9일부터 원서를 받았으며, 다른 2곳은 9월 접수한다.정원 외 전형인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은 재외국민·외국인(29명) 외에 ‘농어촌학생’(69명), ‘기초생활수급자’(27명) 등 총 125명을 뽑는다. 일반전형은 9월 9일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이번 의대 입시는 수시전형 비중이 67.6%에 달한다. 전형별로는 학생부교과가 1577명(34.2%), 학생부종합이 1334명(28.9%), 논술이 178명(3.9%) 등이다.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의대 신입생은 1492명(32.4%)이다. 정시 원서 접수는 12월 31일부터 시작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의대 입시에서 지역인재전형 변화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 의대 모집인원 증원분(1497명) 가운데 59.3%(888명)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지역인재전형의 특징은 일반전형보다 수능 최저기준이 낮다는 점이다. 예컨대 경상국립대 의대의 학생부 교과전형은 세 과목(수학 포함) 합 4등급인데, 지역

  • 스도쿠 여행

    스도쿠 여행 (858)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進寸退尺 (진촌퇴척)

    ▶한자풀이進: 나아갈 진    寸: 마디 촌    退: 물러날 퇴    尺: 자 척한 치를 나아가고 한 자를 물러나다얻은 것은 적고 잃은 것은 많음을 비유 -<도덕경> 도가(道家) 사상을 집대성한 <도덕경> 제69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용병의 방법에 ‘내가 감히 주체가 되려 하지 않고 객체가 되며, 감히 한 치를 나아가지 않고 한 자를 물러선다(進寸退尺)’라는 말이 있다. 이것을 일러 행하되 행하지 않는 것처럼 하고, 팔을 휘두르되 팔을 들지 않은 것처럼 하고, 적과 대치하되 적을 공격하지 않는 것처럼 하고, 무기를 잡고 있되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한다는 것이다. 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이 없으니, 가벼이 여기면 나의 보배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거병하여 서로 항거할 때는 슬퍼하는 자가 승리한다.”여기에서 유래한 진촌퇴척(進寸退尺)은 한 치를 나아가고 한 자를 물러선다는 뜻으로, 얻은 것은 적고 손실은 큰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흔히 말하는 “득보다 실이 크다”와 의미가 같다. 치(寸)는 길이의 단위로, 한 치는 약 3.3cm에 해당한다. 한 자(尺)는 열 치이므로 약 33cm에 해당한다. 동일한 의미로 촌진척퇴(寸進尺退)가 있다.당나라 학자 한유(韓愈)가 쓴 <상병부이시랑서(上兵部李侍郞書)> 서두에도 같은 구절이 나온다.“운수가 희박하고 행운이 따르지 않아서 움직이면 참언과 비방을 당하여 한 치를 나아가고 한 자를 물러섰으니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薄命不幸 動遭讒謗 進寸退尺 卒無所成)”라는 내용이다.이 글은 한유가 유배 생활을 마친 뒤 다시 조정에 중용되기를 바라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