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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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문명의 중단' 블랙아웃, AI 시대에 벌어진다면…
지난달 28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유럽 서쪽 끝 이베리아반도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가 벌어졌습니다. 약 18시간 만에 전력 공급이 정상화돼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민 6000만 명은 일상을 되찾았지만, 블랙아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정신이 번쩍 들게 한 뉴스였습니다.지하철·기차·항공기가 멈춰 서고,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 도로는 삽시간에 거대한 주차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 케이블카에서 위험천만하게 탈출하는 인파는 물론, 안전한 도심에 있는 사람들도 인터넷·금융인프라가 올스톱한 상황에서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마트에는 물과 비상식량을 사재기하려는 사람들이 몰렸죠. 시간이 멈추고 암흑천지가 된 이베리아반도는 ‘인류 문명의 중단’을 느끼게 했다는 얘기도 나왔어요.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에선 에너지 생산이 불규칙적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 전력망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이 일반화된 시대에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이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전쟁·지진·홍수에 비견될 대혼란이 일어나고, 막대한 인명 피해도 불가피할 것입니다.대규모 정전 사태는 왜 벌어지는지, 블랙아웃의 원인으로 재생에너지가 지목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AI 시대에 블랙아웃의 의미와 예방책 등에 대해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스페인 블랙아웃 원인 분분한 가운데 '들쑥날쑥' 재생에너지 문제도 지적돼 블랙아웃은 한마디로 전기가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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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우리는 존귀, 이민족은 야만"…우월적 사고의 기원
자신이 속한 집단을 높이고, 외부 민족을 짐승이나 벌레에 비유하거나 머나먼 상상 속 공간에 사는 괴물처럼 묘사하는 사고방식은 세계 각지의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고대 그리스인이 주변 이민족을 두고 “말을 제대로 못 한 까닭에 마치 짐승처럼 ‘버~ 버~’ 소리를 내는 존재”라며 ‘바르바로이(βάρβαροι)’ 라고 부른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후가 좋은 이탈리아반도 출신의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도 게르만 민족의 풍속을 그린 <게르마니아>에서 “게르마니아는 삼림들로 인해 섬뜩하고 늪지들로 인해 보기 흉한 지역”이라며 “이곳에서 과수는 키울 수 없고, 가축은 수는 많지만 대부분 보잘것없다”고 박하게 평가했다. “뿔 있는 짐승까지도 번듯한 뿔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묘사는 타지에 대한 폄하와 적개심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조성되는지와 이를 타파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잘 보여준다.반면 자신들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신이 점지한 특별한 존재라는 의식도 ‘보편적’이라고까지 부를 만큼 ‘흔한’ 현상이다. 중국에서 황제를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을 지닌 천자(天子)라고 일컬은 것처럼 유목민족인 흉노족을 이끈 지도자인 ‘선우(單于)’도 자신을 하늘이나 천신에 비견할 만한 자격을 부여받은 특별한 존재로 여긴 게 대표적이다. 선우의 공식 호칭은 ‘탱리고도선우(撐犁孤塗單于)’로, 하늘을 뜻하는 ‘탱그리(撐犁)’의 자손인 위대한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흉노제국을 통일한 묵특선우(冒顿单于)는 한나라 문제(文帝)에게 보낸 서한에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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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출제범위에 확통 포함…선택과목 이수 여부 확인을
광운대와 가톨릭대는 미적분을 중심으로 비교적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되며 내신 선택과목인 확률과통계를 출제 범위에 포함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가톨릭대는 의·약학과에 해당). 확률과통계의 경우 교과서 개념에 충실한 내용 위주로 출제되어 대비가 어렵지는 않지만 선택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출제 범위 그 자체로 일정 부분 변별력을 가지게 되므로 이들 대학의 수리논술을 대비하는 수험생들은 논술 출제 범위와 본인의 선택과목 이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광운·가톨릭대◆ 수리논술 대비 포인트1. 수능수학과 연계하여 미적분 문제해결력을 꾸준하게 길러야 함.- 삼각함수 공식을 활용한 미적분 문제가 자주 출제되므로 대비 필요2. 확률과 통계(가톨릭대는 의·약학과에 해당)는 교과서 개념과 예제를 충실하게 익힐 것.- 내신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라도 적정한 기간의 학습 계획을 세운다면 충분히 대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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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보르도 와인 값이 떨어진 진짜 이유는?
프랑스 고급 와인으로 꼽히는 ‘보르도 와인’ 가격이 최근 11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보르도 지역 와인 양조장(와이너리)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와 샤토 앙젤루스는 2024년산 와인의 판매 가격을 기존 판매가 대비 30% 이상 낮췄다. 라피트 로칠드의 가격은 최고 병당 288유로, 앙젤루스의 가격은 최고 병당 180유로로 2014년 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2025년 5월 5일 자 한국경제신문 -전 세계 와인 수요 감소로 콧대 높던 프랑스 보르도산 명품 와인마저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최근 마트나 백화점의 와인 매장에서 예전만큼 활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절 ‘와인 붐’이라 할 정도로 인기를 끌던 와인의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프랑스에선 와인메이커들이 가격 방어를 위해 애써 만든 와인을 폐기 처분을 한다는 뉴스까지 들리고 있습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 현상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먼저 와인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수요의 감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경제학에서 ‘수요’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합니다. 수요의 법칙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은 줄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은 늘어납니다.와인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와인, 특히 10만원 이상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고급 와인의 가격은 최근 5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랐지만, 1만~3만원대 와인을 중심으로 와인 전체의 평균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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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기타
흥미진진한 시장의 역사
주니어 생글생글 제160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시장입니다. 갖가지 상품을 사고파는 곳, 수요와 공급이 만나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 시장입니다. 수천 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에 이미 시장이 존재했습니다. 오랜 옛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장의 변천사를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때에 구할 수 있는 것도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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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兆단위 공약들, 국가재정 '공유지 비극' 만든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스케일도 전보다 훨씬 커졌다. 100조원짜리가 나오더니 200조원짜리도 나왔다. ‘묻고 더블로 가’라는 식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약이라고 믿고 싶지만, 뚜렷한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100조원 단위 공약은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잠겨 있지 않은 나라 곳간공유지의 비극이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한 자원을 과다하게 사용해 고갈되는 현상을 말한다. 공유 자원의 비극이라고도 한다. 공유 자원은 소비의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은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바닷속 물고기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누군가가 물고기 잡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바닷속 물고기는 배제성이 없다. 어떤 사람이 물고기를 잡는 만큼 다른 사람이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줄어든다는 점에서 경합성이 있다.국가 재정도 이런 성격을 띤다. 국민이라면 누구든 복지를 비롯해 정부 예산으로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즉 배제성이 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예산을 가져가는 만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경합성이 있다.공유 자원을 잘 관리하면 여러 사람이 오래도록 편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미래보다 눈앞의 사익을 챙기는 것이 인간 본성이다. 내가 아껴봤자 남이 다 써 버리면 나만 손해다. 그러느니 내가 먼저 쓰는 것이 낫다. 그렇게 너도나도 쓰다 보면 공유 자원은 고갈되고 만다.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 공중화장실이 지저분해지는 것, 공공 기물이 쉽게 파손되는 것 등이 공유지의 비극 사례다. 정치인과 국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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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학교폭력, 경미한 처분도 대입에 치명적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는 가운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처분이 대학 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교육 현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학폭위 심의 과정의 전문성에 의문이 확산하며 사소한 갈등조차 학교폭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6일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7446건으로 전년(5834건) 대비 27.6% 증가했다.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교육부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학폭위 처분에 불복한 행정심판 및 소송 건수는 2020년 767건에서 2023년 1854건으로 급증했다.올해부터 모든 대학이 학교폭력 기록을 입시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면서 학폭위 결정이 학생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다. 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국어대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의 지원 자체를 제한한다. 서강대·성균관대는 ‘피해 학생 접촉 금지 조치(2호 처분)’를 받은 학생의 전형 점수를 0점 처리한다. 2호 처분은 학교폭력 조치(총 9단계) 가운데 비교적 경미한데도 대학 입시에서는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학폭위 결정이 입시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자 심의 과정의 전문성 부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학폭위 전문성이 논란이 되는 이유로는 위원 구성 방식이 꼽힌다. 교육부가 배포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폭위는 10인 이상~50인 이내로 구성하며, 전체 위원 3분의 1 이상을 학부모로 위촉해야 한다. 여기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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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한 나라의 모든 대외거래, 한눈에 알 수 있죠
대부분의 가계는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 가계부를 쓴다. 기업은 수입과 비용을 파악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작성한다. 국가도 생산활동을 기록으로 남겨 국내총생산(GDP)을 측정하고 외국과 교역한 내용은 국제수지표(balance of payment accounts)로 나타낸다. 국제수지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기준에 따라 일정한 기간 한 나라의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상품이나 자금이 이동한 모든 대외 거래를 기록한 표다. 개방경제를 추구하는 나라의 경제 구조를 이해하는 데 GDP와 함께 필수적 요소다. 여기서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나누는 기준은 국적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다.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1년 이상 경제활동을 한다면 다른 나라의 거주자로 간주한다.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대외 거래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국제수지표의 구성과 작성국제수지표는 크게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및 금융계정으로 나눈다. 외국과 상품을 사고파는 거래는 경상수지에 기록하고, 자금만 거래되는 경우는 자본수지 및 금융계정에 포함한다. 국제수지표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및 금융계정 이외에 오차 및 누락이라는 항목도 있다. 이는 통계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계상의 불일치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국제수지표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 기초해 작성한다. 국제수지표는 3단으로 나뉘어 있다. 국가 간 상품 거래인 경상거래를 맨 위에 놓고 중간에 자본거래를, 가장 마지막에 금융거래를 기록한다. 모든 계정은 다시 좌우로 나뉘어 오른쪽은 수취란이 되고, 왼쪽은 지급란이 된다. 상품 거래든 자산 거래든 외국으로부터 수취하는 모든 거래는 수취란에 기록한다. 수취를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