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군사 케인스주의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오랫동안 전쟁을 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요?전쟁의 역설, 러시아 경제 호황
[테샛 공부합시다] 전쟁에 따른 호황, 지속될 수 있을까?
그 배경에는 러시아가 전쟁에 따른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쟁이 발발한 2022년에는 -2.1%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23년과 2024년엔 각각 3.6%와 4.1%로 반등했습니다. 고용 지표인 실업률도 2022년 4.2%에서 2025년은 2.6%(전망치)로 완전고용 수준입니다. 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성장과 고용 지표만 보면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이를 분석해보면, 러시아는 전쟁을 위해 군수산업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해당 산업의 규모가 커졌습니다. 즉 정부가 국방비 중심으로 지출을 늘리면서 총수요를 늘리는 이른바 ‘군사 케인스주의’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전선에 투입되면서 국내에서는 일손이 부족해졌습니다. 이는 노동 수요 증가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소득이 늘어난 국민이 소비를 늘리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 지표는 양호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는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고 국유기업 위주로 자원을 집중하면서 소비재, 첨단산업 등 민간 부문의 생산성과 창의성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전쟁 이후 국민 생활에 필요한 상품의 품귀 현상과 임금 상승이 결합해 물가는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2023년 7월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4.3%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4%를 넘어서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1%까지 올리기도 했습니다. 올해 6월 연간 인플레이션율도 9.4%를 기록하며 물가 수준이 높습니다.같은 듯 다른,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국러시아와 비슷하게 전쟁을 발판으로 성장했지만, 다른 결과를 보인 국가가 있는데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도 대공황으로 경기침체를 겪은 후 맞이한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막대한 국방비 지출을 통해 ‘군사 케인스주의’가 실행되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달리 미국은 민간기업 중심의 전시 생산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전시체제의 특성상 정부가 자원을 배분하고 통제했지만, 탱크와 전투기 등 각종 물자 생산을 GM·GE·포드·보잉 등의 기업이 주도해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전쟁 이후 억눌렸던 민간 소비가 급증하자 민간기업들은 신속하게 생산체제를 전환했습니다. 이는 생산과 소비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전쟁에 따른 호황 이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전시경제 체제에서도 민간기업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전쟁 이후에도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면 러시아는 전시 이전부터 국가가 통제하고 결정하는 체제로 움직이고 있어 전쟁이 끝나더라도 상황에 따른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러시아의 현재 호황이 미래의 심각한 침체를 예고하는 서막일 수도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