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사나에노믹스
가깝지만 먼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국과 복잡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두 나라 간 교역이 활발한 만큼 일본의 정책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일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 다카이치 사나에(사진)의 경제정책, 이른바 ‘사나에노믹스’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의 경제정책이 주목받는 것은 ‘아베노믹스’를 계승했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위한 3개의 화살

[테샛 공부합시다] 돈 더 풀면 일본 경제 강해질까?
2012년 당시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경제가 내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가수준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침체가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총리에 오른 아베 신조는 경제 부흥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베노믹스’를 시행했습니다. △양적완화 △확장 재정 △성장전략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를 ‘3개의 화살’이라 불렀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무제한 돈 풀기였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국채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상품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로 시중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하고, 엔화 평가절하로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제성장을 추구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베 총리(이후 아베)가 집권을 시작한 2012년 닛케이225지수가 1만대였지만, 그가 퇴임할 당시에는 2만2000대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일본 수출 기업은 엔저로 실적이 개선되었습니다. 반면 수입 물가는 상승해 국민의 지갑 사정은 악화했습니다. 이렇게 경제주체에 미치는 효과가 대비되면서 이에 따른 정책 효과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달라진 일본 경제 상황

그렇다면 다카이치 총리는 왜 돈을 풀려는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을까요? 아베 이후 일본 경제는 물가상승에 비해 실질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아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좋지 못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아베노믹스식 완화정책을 재강조하며, 강한 일본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물론 그가 아베의 후원을 받으며 성장한 정치적 배경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각 지지율이 80%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 경제는 다른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 심리 타파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지만, 현재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에 육박하면서 오히려 물가상승을 걱정해야 하고, 일본은행은 경제 상황을 보면서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36.7%(2024년 기준)로, 이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사나에노믹스의 핵심인 금융완화와 적극적 재정지출로 방위산업·반도체 등의 전략 산업을 지원·육성해야 하는데 제약적 요소가 많은 상황입니다. 물론 정책 기대감에 주식시장은 5만 선을 넘었습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1.8%대까지 치솟으며 확장재정에 따른 부채 증가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상황에서 사나에노믹스가 지속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