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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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황금보다 비쌌던 보라색 염료
과거 자연 상태에서 색깔을 표현하는 염료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세기 이후 화학공업이 발달하면서 많은 인공 염료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표현할 수 있는 색상에 제약이 많았다. 특히 검은색 계열에 비해 푸른색을 비롯한 각종 희귀 색상을 표현하는 염료는 구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귀한 색상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귀족의 특권이었고, 특정 색상은 고귀한 신분과 직접적으로 연결됐다.오늘날까지 색을 구현하는 게 희귀한 일이었다는 흔적이 짙게 남은 색상으로는 자주색(보라색)을 꼽을 수 있다. 영어에서 고귀한 혈통, 부유한 탄생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자주색 속에서 태어났다(born in the purple)”란 문구가 있다. 이 말은 비잔티움 제국(동로마제국)의 황녀가 자주색 옷감을 두른 방 안에서 아이를 낳은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비잔티움 제국에선 황제의 자식들에 대해 문자 그대로 “자주색 속에서 태어난 자”라는 뜻을 지닌 ‘포르퓌로게네토스(Πορφυρογέννητος)’라고 불렀다. 바실레우스(비잔티움 제국의 황제 호칭)의 자식 중에서 콘스탄티노플의 대궁전 내에 별도 공간으로 만든 자줏빛 방인 포르퓌라(Πορφύρα)에서 태어난 아이들만 왕위 계승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비잔티움 제국의 역사가 안나 콤네노스의 묘사에 따르면 이 자줏빛 방은 마르모라해와 보스포루스 해협을 굽어보고 있었고, 바닥부터 벽면까지 황실의 색깔인 자줏빛으로 도배돼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어두운 자주색의 영어 색상명이 ‘비잔티움(Byzantium)’이기도 하다.이처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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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글로벌 IB "한국 비중 줄여라"…증세 경고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징벌적 상속세율 논의는 시작도 못 한 데다 대주주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까지 크게 강화해 급등세를 타던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세제 개편안 수정 없이는 ‘코스피지수 5000’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글로벌 자산 배분 계획에서 아시아 신흥국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1.0~1.0의 구간 중 0.5)에서 ‘중립’으로 축소했다. 아시아 신흥국 비중을 줄인 이유로 ‘한국의 세제 개편안’을 꼽았다.씨티은행은 “한국의 세제 개편안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던 정부의 그동안 노력과 180도 대치되는 내용”이라며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을 견인해온 만큼 이번 개편안이 지수 추가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고 꼬집었다.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안을 통해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3억원 이상 금융소득에 매기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율은 25%에서 35%로 높였다. 증권거래세도 0.15%에서 0.2%로 인상할 계획이다.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에 쏠린 가계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기업의 투자자금과 국민의 노후 자금을 마련할 방안이라고 했다. 정작 지난달 31일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은 이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라는 게 대다수 주식 투자자의 주장이다. 양도차익과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공제율이 높은 부동산과 달리 주식엔 증세 기조가 뚜렷하다는 점에서다.홍콩계 IB인 CLSA도 전날 “이런, 증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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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 여행
스도쿠 여행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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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반전에 반전…무더위 날리는 등골 오싹한 이야기
여름이 되면 등골이 오싹하는 추리소설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애거서 크리스티 <0시를 향하여>는 두뇌 회전을 하느라 더위를 느낄 틈이 없는 소설이다. 미묘하게 제시되는 복선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스토리가 정신이 휘몰아치기 때문이다.애거서 크리스티는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로, 100권이 넘는 장편소설과 단편집과 희곡을 남겼다. 그녀의 작품은 1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40억 부 넘게 팔려나갔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작가로 꼽히고 있다.많은 작품을 다 읽기 힘드니 애거서 크리스티가 직접 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10편’을 참고하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살인을 예고합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열세 가지 수수께끼> <0시를 향하여> <끝없는 밤> <비뚤어진 집> <누명> <움직이는 손가락>이 작가가 독서를 권하는 ‘베스트 10선’이다.단언컨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10권을 읽으면 사고가 논리적으로 바뀌면서, 매사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사태의 이면과 사각지대까지 더듬어보는 습관이 생길 것이다.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대개 그렇지만 <0시를 향하여>도 마지막까지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300페이지에 이르는 이 작품을 읽으며 몇 페이지에서 범인을 알아내는지, 친구들과 경쟁하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다.모두 5부로 구성되는데 프롤로그와 ‘문을 열자 사람들이 있었다’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때 등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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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고3 되기 전 다져놓아야 할 국어·탐구 공부
고등학교 생활은 굉장히 바쁩니다. 학교 시험을 준비해야 하고, 시험이 끝나면 수행평가에 대비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모의고사도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은 쉴 틈이 없습니다. 이제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를 맞으면서 여러분은 입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등학교 1~2학년이 3학년이 되기 전 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1학년과 2학년은 학기 중에 내신을 따기 위해 학교 시험을 공부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따라서 모의고사 형태의 시험에는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모의고사 공부, 그중에서도 국어와 탐구 공부를 틈틈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모의고사 과목 중 가장 중요하면서 성적을 올리기 힘든 과목이 국어라고 생각합니다. 국어는 공부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미궁으로 빠지는 것 같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국어가 배우는 과목보다는 익히는 과목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고 요지를 파악하는 법, 엇비슷해 보이는 선택지에서 정답을 고르는 법 등 자신만의 요령을 익혀야 합니다.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고3이 되기 전에 그런 연습을 충분히 한다면 국어 점수를 한결 수월하게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탐구 과목 역시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고2라면 지금부터 탐구 과목을 준비하기를 권합니다. 고3이 되어 수능이 눈앞에 닥치면 더욱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2학년 때 탐구 과목을 어느 정도 준비해놓으면 3학년이 됐을 때 시간을 덜 들여도 돼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탐구 과목 공부는 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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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전략
논술전형, 10명 중 7명은 기준 못 맞춰 불합격…의대 합격권 상승 가능성, 최저충족 여부 '변수'
수시·정시 지원 전략 등 입시 전략을 세워갈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보통 지난 합격선, 경쟁률, 충원율 등을 주로 따져본다. 이때 꼭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은 바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비율이다. 수능최저충족률을 발표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 하지만 몇몇 대학을 통해 대략적 흐름을 유추해볼 수 있다. 2025학년도 수능최저충족률을 발표한 30개 대학의 수능최저충족 현황을 분석해본다.수능최저충족률은 지원자 중 대학, 학과가 내건 수능최저기준을 충족한 비율을 말한다. 수능최저가 있는 전형에서 수능최저충족은 수시 합격의 첫 번째 허들이다. 동시에 5부 능선쯤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수능최저를 충족한다면 합격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능최저충족률은 실질경쟁률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명목경쟁률이 아닌 수능최저를 충족한 수험생 경쟁 현황을 나타내는 실질경쟁률이다. 실질경쟁률은 명목경쟁률 대비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한다.2025학년도 수능최저충족률을 분석한 결과, 논술전형은 18개 대학 전체 모집단위 기준 평균 34.2%(23만9542명 중 8만1981명)로 나타났다. 대학별로는 최저 22.1%(고려대)에서 최고 61.1%(성신여대) 사이 분포를 보였다. 최저를 기록한 고려대 논술전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361명 모집에 지원자 2만3421명 중 22.1%(5182명)만 수능최저를 만족했다. 최종적으로는 5182명끼리만 경쟁했다는 것이다. 지원자 중 나머지 77.9%(1만8239명)는 허수인 셈이다. 실질경쟁률은 14.4%로 명목경쟁률 64.9% 대비 5분의 1에 가까운 수준까지 하락했다.고려대 외 주요 대학의 논술전형 수능최저충족률을 살펴보면, 중앙대 22.3%(3만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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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급여 뛸때, 일자리는 증발…최저임금의 두 얼굴
최저임금이 또 오른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으로 올해보다 2.9% 인상된 1만320원이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1만2300원 정도다. 최저임금제만큼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제도도 드물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과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날카롭게 부딪친다. 진실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임금은 노동의 가격이고, 시장경제에서는 가격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한국 최저임금최저임금은 정부가 시행하는 가격하한제의 대표적 사례다. 다른 모든 시장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에도 수요(고용주)와 공급(근로자)이 밀고 당기기를 한 끝에 결정되는 균형 가격(균형임금)이 있다. 이 균형임금이 근로자 입장에서 공정하지 않다거나 정의롭지 못하다고 인식될 때 정부는 가격하한제, 즉 최저임금제를 시행한다.최저임금이 균형임금보다 낮은 수준에서 설정된다면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모든 근로자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균형임금보다 높다면 복잡해진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량은 증가하고 수요량은 감소한다는 원리가 노동시장에도 적용된다. 노동의 공급 과잉이 발생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만큼 실업이 생긴다.한국의 최저임금은 국제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2024년 기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60.5%로 프랑스(62.5%) 영국(61.1%)과 비슷하고, 호주(53.9%) 독일(50.6%) 일본(46.8%)에 비하면 훨씬 높다. 적지 않은 근로자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선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12.5%인 276만 명이 최저임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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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D-94…"수능 대박 기원합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부산 수영구 덕문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칠판에 수능 응원 문구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