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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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AI 시대에도 유망한 외국어 통·번역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경이롭습니다. 외국어 통·번역 분야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챗GPT에게 번역해 달라고 요청하면 불과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번역을 제시합니다.AI의 등장으로 통·번역 업계 종사자들의 업무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번역가들은 기계가 먼저 번역한 뒤 이를 수정하는 MTPE(Machine-Translated Post Editing) 방식을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이처럼 통·번역과 외국어 학습에서 AI의 영향이 커지고 있습니다.이 때문에 AI가 모든 통·번역 업무를 다 해 줄 것이라거나 인간은 더 이상 통·번역 일을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깊이 있는 이해가 요구되지 않는 간단한 글이나 회화라면 AI가 통·번역 업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결코 통·번역과 외국어 관련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습니다.통·번역이란 단순한 언어적 능력뿐만 아니라 상황 판단과 언어의 배경에 깔린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외교와 문화 분야가 그렇습니다. 특히 문학 작품 번역과 같이 문화적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AI가 제시하는 단순 번역 능력만으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 챗GPT와 같은 AI 시스템은 보안 문제로 인해 국가 또는 기업의 기밀 사항에 해당하는 번역은 믿고 맡길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는 점도 AI의 한계입니다. AI가 통·번역 업무를 수행하다 실수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합니다. 기업의 중대한 계약 관련 업무에서 AI 번역에 실수가 있어 협상이 결렬된다면 AI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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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특색 있는 관광 콘텐츠로 국내 여행 활성화하자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국내 여행 수요는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국내 여행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어디를 가든 관광 콘텐츠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관광지나 명소, 소문난 맛집에 관광객이 몰리고, 그 외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최근 몇 년간 물가가 크게 올라 숙박, 음식 등의 비용이 부쩍 비싸졌다. 국내 여행을 하느니 돈을 조금 더 보태서라도 해외로 나가겠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그래서다. 국내 여행의 비용 대비 만족도가 낮은 상황.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우리나라는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대중가요, 드라마 등 K-컬처가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이를 관광사업과 연결해 국내 여행 수요를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촬영지에 관광객이 몰린 것처럼 한류 콘텐츠를 관광 상품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또 지역마다 특색 있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자연경관, 토속 문화, 전통 음식 등을 결합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코스를 만들어야 한다.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가 관광 콘텐츠로 개발된다면 국내 여행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고, 해외로 나가던 여행객도 다시 국내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김아연 생글기자(대전신일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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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증가속도 최고 '나랏빚' 더 쓰고 보자는데…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미국이 주도한 관세전쟁 영향으로 수출이 위협받고, 내수는 구조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죠.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복되는가 싶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1%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률 최대치인 잠재성장률도 2040년엔 0%대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마저 있습니다.그렇다 보니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이 내거는 경제 공약에 더욱 주목하게 됩니다. 빚(국가부채)을 내서라도 재정 투입을 늘리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성장을 이끌게 해야 한다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주장이 맞섭니다. 이 와중에 미국과 일본에선 각각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고 거액의 국채 발행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려다 지난달 21일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재정적자가 심화하면 최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도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웠죠. 나랏빚을 함부로 늘려선 안 된다는 경고입니다.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비율은 2010년대 중반 34%를 유지했습니다. 이게 지금은 46%까지 늘어났어요. 비(非)기축통화국 가운데 두번째로 빠른 증가속도입니다. 한국의 나랏빚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요?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는 것과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이어지는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정부 돈 풀면 '경기 마중물' 될 수 있지만지속 발전 위해선 재정 건전성도 중요거시경제이론에서 국내총생산 또는 국민소득(Y)은 소비(C), 투자(I), 정부지출(G)의 합으로 구성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Y=C+I+G’입니다. 민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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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효율 늘지만 시장 실패 가능성…공공개입으로 보완
오늘날의 경제활동은 대부분 ‘시장’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시장경제’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분배, 소비가 시장에서 자유로운 가격과 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제체제를 말합니다. 이 체제의 핵심은 바로 가격 메커니즘입니다. 가격은 상품의 가치뿐 아니라 인간의 선호와 선택을 반영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시장의 가격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선호 구조와 자원배분의 결과를 나타내는 ‘정보의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이런 의미에서 자유로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하며, 거래 당사자에게 최소한 손해는 끼치지 않는 ‘파레토 효율성’을 이룬다고 주장됩니다. 실제로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만큼의 가격에 가치를 두고 재화를 구매하며, 생산자는 그 가격에 생산비 이상으로 이익이 난다고 판단될 때 재화를 공급합니다. 이처럼 자율적 선택과 교환이 반복되면서 시장은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며,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체제로 작동하게 됩니다.그러나 현실의 시장은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완전경쟁시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진입장벽, 불완전한 정보, 외부효과, 공공재와 공유자원의 문제, 정보비대칭성과 같은 시장 실패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독점 기업은 가격 결정력을 독점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대기오염처럼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는 외부불경제는 시장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또한 공유자원은 과잉 사용으로 쉽게 고갈되며, 정보비대칭은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합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가격규제, 공정거래 촉진, 정보공개 등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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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AI 이기는 글쓰기 습관…생글기자에 도전하세요
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국내 최고의 청소년 경제·논술 신문 생글생글이 고등학생 21기, 중학생 14기 생글기자를 모집합니다. 생글생글은 ‘생각하고 글쓰기’의 줄임말로, 2005년 6월에 창간해 지난 20년간 다양한 시사 이슈를 쉽게 해설해주고 알토란 같은 입시 정보를 전달하며 중고생 여러분의 친구이자 동반자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생글생글 창간과 함께 출범한 생글기자도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내가 쓴 글을 전국 중고교생이 읽는다생글기자는 자기 학교와 지역 소식은 물론 국내외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기사를 작성해 생글생글에 게재할 수 있습니다. 1200자 분량(띄어쓰기 포함)의 글을 써 보내오면 한경이 편집을 거쳐 생글기자의 이름, 사진, 학교 등과 함께 지면에 싣습니다. 생글생글은 매주 월요일 발행돼 전국 1400여 학교와 도서관에 총 13만 부가 배송됩니다. 내가 쓴 글이 신문에 실려 전국의 중고등학생에게 전달되고, 수많은 독자에게 내 이야기를 전해주는 경험은 학창 시절 잊지 못한 추억 중 하나로 남을 것입니다.생글기자 활동은 생각하는 힘과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어떤 대학 전공,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생각하고 글 쓰는 습관은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그런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단순 계산과 정보 찾기는 AI가 사람보다 몇만 배는 더 빠른 속도로 해냅니다. AI가 갖지 못하는 상상력과 통찰력은 생각하고 글 쓰는 힘에서 나옵니다.생글생글에 글을 써서 보낸 다음 생글생글 편집진의 첨삭을 거쳐 지면에 실리는 과정을 몇 번 경험하다 보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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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기타
브랜드 가치를 알아보자
주니어 생글생글 제163호 커버스토리의 주제는 브랜드입니다. 기업은 더 많은 소비자가 자기 브랜드를 알아보고, 구매에 나서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이번 주에는 어린이 독자들이 브랜드의 개념을 이해하고, 다양한 브랜드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했습니다. 화제의 인물로는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이정후 선수를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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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 여행
스도쿠 여행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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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전근대사회 신분 구분의 첫 기준은 '냄새'
“내 아들은 가난하고 또한 누추하니, 귀한 분께서 가까이할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 당신의 냄새를 맡으니 향기로운 것이 범상하지 않고, 그대의 손을 만져보니 부드러운 것이 마치 솜과 같습니다. 반드시 천하(天下)의 귀한 분이실 겁니다.”(<삼국사기> ‘온달 열전’ 중에서)바보 온달의 노모는 자기 아들을 찾아온 평강공주가 범상치 않은 신분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온달의 허름한 거처를 찾아온 평강공주의 고귀한 신분을 가장 먼저 드러내는 것은 화려한 의복도, 몸을 치장한 장식품도, 품격 있는 언어도 아닌 공주에게서 풍기는 ‘향기(냄새)’였다.전근대사회에서 신분을 가르는 기준으로 다름 아닌 냄새가 첫손에 꼽혔다. 화려한 의복으로 겉모습을 바꾸고 감출 수는 있어도 오랜 기간 몸에 밴 ‘냄새’는 쉽사리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고귀한 신분에게는 ‘향기’라는 수식어가, 천한 것들에게는 ‘악취’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이처럼 신분의 높고 낮은 기준으로 냄새를 고른 데는 동서양에 차이가 없었다. 낮은 사람, 비천한 이를 표현할 때 “냄새나는 것”은 가장 먼저 입에 오르는 표현이었다. 냄새로 신분을 구분하는 일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대 러시아에서 농노를 뜻하는 스메르디(смердъ)에서 유래한 러시아어 단어 스메르데티(смердеть)는 ‘냄새를 맡다’와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라는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반면 건륭제 시기 청나라에 병합된 위구르족의 한(恨)을 담은 전설적인 고귀한 인물인 ‘향비(香妃)’는 몸에서 향기가 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