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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기타

    한국사회에 숨 쉬는 '스파르타 평등주의'

    “만약 스파르타라는 도시가 폐허가 돼 신전과 건물의 기초만 남게 된다면, 시간이 흐른 뒤 후손들은 이 지역이 과연 펠로폰네소스반도의 5분의 2를 점령하고 지역 맹주로 군림하던 강력한 장소였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 도시에는 신전이나 웅장한 기념물도 없다. 그저 마을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을 뿐이다. 외관만 비교하면 아테네가 스파르타보다 2배는 강성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아테네 출신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당대의 라이벌 스파르타를 두고 ‘검소함의 모범’으로 높게 평가했다. 오늘날에도 스파르타를 가 보면 과거의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이렇다 할 유적을 찾을 수 없다. 명목상 그리고 실제로 검소한 평등사회를 지향했던 스파르타의 특색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플루타르코스 등에 따르면 기원전 7세기의 전설적 입법자 리쿠르고스는 부를 축적하고 사치를 누리는 것을 없애기 위해 사실상 화폐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토지는 추첨으로 균등 분배했다고 전해진다.실제로 스파르타 지배층들은 새로운 부의 창출보다 근검과 절약을 미덕으로 여겼고, 이 같은 규범을 실천에 옮겼다. 스파르타의 용사들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식사도 함께 하고, 초라한 진흙 벽돌로 지은 집에서 잠도 같이 잤다.보통의 스파르타인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를 비롯한 각종 개인의 자유, 사적 재산의 소유 등은 극도로 제한됐다. 교육도 좋게 보면 의무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강제 교육’이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스파르타식 교육이 지향한 목적은 문자 그대로 ‘개·돼지’로 여기던 피정복민 노예인 헤

  • 숫자로 읽는 세상

    "올해 고1, 내신 1등급 받아도 의대 힘들 수도"

    올해 고1 학생이 치르는 2028학년도 입시에서는 내신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아도 최상위권 학과인 의대 입학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19일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서울 소재 대학 34곳(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의 수시모집 학생부 교과 및 종합전형 내신 합격 점수를 분석한 결과(대입정보포털 ‘어디가’ 공시 70% 컷 기준) 내신 2등급 미만(1.0∼1.99등급)은 인문계열에서 계열별 상위 4%, 자연계열에서는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해 의대 수시에 합격한 1598명의 내신 성적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95.5%, 1526명)이 내신 2등급 이내에 들었다.아울러 서울권 소재 대학의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내신 합격선은 인문계열 평균 2022학년도 2.45등급, 2023학년도 2.34등급, 2024학년도 2.57등급으로 2등급 중반대를 대체로 유지했다. 현행 내신 체제에서는 내신 2등급 이내를 받아야 의대나 서울권 소재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종로학원은 고1부터 바뀐 내신 5등급제에서는 내신 1등급을 받더라도 의대나 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2∼3은 내신 9등급제(1등급은 상위 4%까지, 2등급은 11%까지)가, 고1부터는 내신 5등급제(1등급은 상위 10%까지, 2등급은 상위 34%까지)가 적용된다. 이에 현행 고1에서 1등급을 받더라도 기존의 2등급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 고1 학생이 모든 과목 10% 이내에 들어가 1등급을 받을 경우 계열 내 상위 4% 이내로 추정할 수 있다”며 “사실상 의대에서는 계열 내 2%에 들어가야 합격할 수 있어 내신 1등급만으로는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대학별 고사, 수능 최저 등급 강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불효자 방지법'에서 엿보는 우리말의 그늘

    “부모님 건강히 살아 계시는데 제사상을 준비하는 호래자식하고 똑같다.” 탄핵 정국 와중에 한 유명 인사 입에서 튀어나온 ‘호래자식’이 한동안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배운 데 없이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사전 풀이로 보면 욕은 아니지만 좋은 말도 아니다. 게다가 그 형태도 호래자식, 호로자식, 후레자식, 호노자식 등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이 말의 정체는 무엇일까? 유래를 살펴보면 우리말의 속살이자 그늘을 엿볼 수 있다.후레자식은 ‘홀의 자식’이 변한 말2018년 국회에 발의된 특이한 법안 가운데 ‘불효자 방지법’이란 게 있었다. 자녀가 부모한테서 재산을 상속받고도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학대하는 패륜 행위를 할 경우 증여 재산을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을 따로 제정하는 것은 아니고 민법의 관련 조항을 바꾼 개정안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효를 강제한다는 반론에 부닥쳐 아직 법으로 제정되지는 않았다.이 법안은 원래 ‘호로자식 방지법’이란 더 희한한 명칭으로 불렸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 국회의원이 처음 제안한 2015년에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쓴 용어가 통용됐다. ‘호로자식’이라는 어감이 너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명칭을 ‘불효자 방지법’으로 바꿨다. 일명 ‘불효자 먹튀 방지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역시 독특하기는 마찬가지다.하지만 국어사전에 ‘호로자식’이란 말은 없다. 단어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후레자식(후레아들)’, ‘호래자식(호래아들)’만 허용했다. &lsqu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急難之朋 (급난지붕)

    ▶한자풀이急: 급할 급    難: 어지러울 난    之: 갈 지    朋: 벗 붕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힘이 되어주는 참된 친구를 이름 - <명심보감><명심보감(明心寶鑑)>은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 대제학 등을 지낸 노당(露堂) 추적(秋適, 1246~1317)이 편저한 어린이들의 인격 수양을 위한 한문 교양서다. 사서삼경을 비롯해 공자가어, 소학, 근사록, 성언잡언 등 유교 경전과 유학자들의 저술을 중심으로 여러 고전에서 금언과 명구를 발췌해 주제별로 엮은 책이다. 상하 2권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명심보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술과 밥 먹을 때 형님 동생은 천 명이나 있지만,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웃을 때는 여럿이 웃어도 울 때는 혼자 운다’는 말과 뜻이 오롯이 이어진다.여기서 유래한 급난지붕(急難之朋)은 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힘이 되어주는 참된 친구를 이른다. 막역지우(莫逆之友)는 서로 거스름이 없는 친구라는 뜻으로, 허물없는 사이를 의미한다. 이는 <장자> 내편에 나오는 “네 사람이 서로 보며 웃고 마음에 거슬리는 게 없어서 마침내 서로 벗이 되었다”는 구절에서 유래한다.정호승 시인은 “친구는 한 명이면 족하다. 두 명은 너무 많고 셋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는데, 살면서 참된 친구 하나를 얻는 게 얼마나 귀하고 힘든 일인지를 시로 잘 표현하고 있다.지나치게 재물을 탐하면, 작은 이익을 마음이 자꾸 기웃대면, 생각이 고집으로 굳어지면 자칫 친구를 잃기 쉽다. <채근담>에는 “명아주 먹고 비름으로 배를 채우는 가난한 사

  • 교양 기타

    높은 곳에선 왜 잘못을 빌고 싶을까 [고두현의 아침 시편]

    발왕산에 가보셨나요고두현용평 발왕산 꼭대기부챗살 같은 숲 굽어보며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더니전망대 이층 식당 벽을여기 누구 왔다 간다, 하고빼곡히 메운 이름들 중에통 잊을 수 없는 글귀 하나.‘아빠 그동안 말 안드러서좨송해요. 아프로는 잘 드러께요’하, 녀석 어떻게 눈치챘을까.높은 자리에 오르면누구나 다잘못을 빌고 싶어진다는 걸.* 고두현(1963~) : 시인용평 숲에서 사흘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나무의 입김이 손끝에 닿을 때마다 감미로운 추억이 밀려왔지요.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오솔길은 책갈피 속의 행간처럼 아늑했습니다. 낙엽송이 군락을 이룬 능선의 공기는 또 얼마나 싱그럽던지요.그곳에 머문 지 이틀째 되는 날, 뒷집 아저씨처럼 마음씨 좋게 생긴 발왕산에 올랐습니다. 정상에 도착했더니 전망대 안 식당 벽에 수백 장의 편지가 매달려 있더군요. 아무개 왔다 간다, 하는 메모부터 가족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는 문구까지 온갖 ‘말씀’들이 사방 벽을 채우고 있었습니다.그중에서도 유쾌한 감동을 준 건 초등학교 1~2학년쯤 되는 녀석의 ‘고해’였습니다.산에서는 모두가 겸손해집니다‘아빠 그동안 말 안드러서 좨송해요. 아프로는 잘 드러께요’비록 맞춤법은 틀리지만, 제게는 가장 진솔한 마음의 표현으로 다가왔습니다.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높은 곳에 오르면 누구나 잘못을 빌고 싶어진다는 것을.산에서는 모두가 겸손해집니다. 자연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기 때문이겠지요. 얼굴도 모르는 그 개구쟁이의 글귀가 그래서 더욱 살갑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찬물에 세수하고 난 뒤의 청량감처럼 산에서 얻은 뜻밖의 깨우침이었습니다.그날

  • 커버스토리

    큰 정부 vs 작은 정부…트럼프發 해고 논쟁

    ‘세계의 수도’ 미국 워싱턴 D.C.가 요즘 ‘통곡의 도시’가 됐다고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연방 공무원 240만 명 가운데 벌써 10만 명이 해고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특정 정당의 대선 승리와 공무원 채용이 어느 정도 연계돼 있어 공무원의 해고가 우리나라보다 쉽습니다. 이 일을 책임진 테슬라 최고경영자이자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는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성과를 증명하라고 다그치고, 다른 부처 장관들과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부 혁신 시도는 2024 회계연도에만 1조8330억 달러(약 2660조원)를 기록한 재정적자 문제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공무원 감축 등을 통해 연방정부 조직을 혁신하지 않으면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미국의 정부 효율화 시도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영국이 중앙정부 공무원 1만 명, 홍콩은 공무원의 5% 이상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는군요. 우리나라도 전체 공무원 수 122만여 명 가운데 문재인 정부 시절에만 13만 명이 늘어났습니다.물론 공공부문 효율화는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공무원 수를 줄였다고 해서 혁신이 성공했다고 곧바로 평가내리기 어려워요. 공공부문은 왜 비대해지는 경향이 있는지, 공공서비스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양을 왜 못 맞추는지, ‘큰 정부’와 ‘작은 정부’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낮은 생산성이 정부 몸집 키우는 원인'표'만 좇는 정치인들의 선심정책도 한몫정부 개혁 문제를 들여다보려면 정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

  • 대학 생글이 통신

    고교 생기부,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려야

    고등학교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생활기록부(생기부)입니다. 생기부는 단순히 성적표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학생의 전반적인 학습 태도와 활동, 성장 과정까지 담아내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저는 피라미드식으로 1·2·3학년 생기부를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생기부는 학생의 발전 과정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고등학교 1학년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수험생으로서 기본적인 학습 습관을 기르는 시기입니다. 이때 성실하고 협력적인 태도, 규칙적인 생활 등 기본적인 부분을 잘 기록해두면 2학년,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생기부가 대학 진학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부분 대학에서 생기부를 통해 수험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평가합니다. 고교 3년 동안 생기부를 잘 작성하고 충실하게 채워나간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진로를 구체화해온 과정과 학습 태도, 교내외 경험 등을 잘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전반적인 학습 패턴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도 생기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참여한 학습 활동이나 결과를 잘 기록해놓으면 2학년 이후에 어떤 점을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학급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에 관한 기록을 통해 자기 이해의 폭을 넓히고 향후 학습과 활동의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생기부는 장기적 목표 설정과 성취를 돕는 도구입니다. 1학년 때는 자신이 잘하는 과목이나 활동

  • 시사 이슈 찬반토론

    AI로 연기 보정한 배우, 아카데미 수상 적절한가

    지난 2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브루탈리스트’에 출연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로 발성을 교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후 미국으로 이주한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를 조명했다. AI 음성 기술을 사용해 브로디와 공동 출연자 펠리시티 존스의 헝가리 악센트를 교정했다. 작품 후반부에 나오는 건축 도면 제작에도 AI를 활용했다.AI의 도움을 받은 배우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주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영화 애호가와 평론가들의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이제 대세가 된 만큼 AI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과 예술성을 평가하는 시상 행사에선 AI 영화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찬성] 인공지능은 영화 발전시킬 신기술…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 되레 늘어‘브루탈리스트’와 관련한 AI 사용 적절성 논란은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헝가리어 악센트 등 영화의 극히 일부분에만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연기와 영어 대사 등은 온전히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몫이었다.신기술을 영화에 접목하는 시도가 처음 이뤄진 것도 아니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시리즈 같은 영웅물, ‘마션’과 ‘인터스텔라’로 대표되는 공상과학물엔 컴퓨터그래픽(CG)이 난무한다. 하지만 CG가 영화제 수상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관객과 평단이 CG를 영화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AI는 영화 제작의 미래를 바꿀 기술이다. 전통적 촬영과 편집 기술로는 만들 수 없거나, 비용 부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