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생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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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머리만이 아니다, 몰입해 분투하는 이가 천재"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쓴 조성관 작가는 빈에 이어 프라하·런던·뉴욕·페테르부르크·파리·독일·도쿄·서울 등지에서 활동한 54명의 천재를 연구해 ‘천재 전문가’로 불린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9개 도시를 직접 발로 뛰어 만든 ‘도시를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기자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을 여행한 조성관 작가는 2005년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했을 때 특별한 감동을 느껴 천재 연구를 시작했다.<빈이 사랑한 천재들>에는 화가 클림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음악가 모차르트와 베토벤, 건축가 아돌프 로스와 오토 바그너까지 6명의 천재를 조명했다. 평전이자 역사서이며 여행서인 이 책은 천재들의 흔적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200여 컷으로 현장감을 안긴다.국어사전은 천재를 “선천적으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조성관 작가는 “지구별에서 살아가며 인류 사회를 윤택하게 만든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단지 머리만 좋은 게 아니라 좋은 결실을 맺어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천재에 등극한다는 뜻이다.부모들은 자녀를 키우면서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라고 여기는 순간이 있다. 스스로 ‘내가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어느 순간 발휘되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재능이 계속되려면 천재성을 이끌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아들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일찌감치 유럽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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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관점의 언어 : '고객'과 '손님'의 차이
“SK텔레콤은 최근 대규모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인해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 고객뿐 아니라 기업도 해킹의 피해자라는 측면에서 초기에 보다 빠르고 투명하게 대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달 터진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해킹 사태가 일파만파의 후유증을 낳았다. 사태 배경과 향후 추이를 분석한 이 기사 한 대목에는 눈여겨봐야 할 말이 하나 있다. ‘고객’은 공급자 중심으로 쓰는 말힌트는 ‘관점의 언어’다. 글쓰기에서 ‘누구의 관점’에서 서술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관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 “쓰레기 분리수거”라고 한다면 이는 쓰레기를 거둬가는 업체의 말이고, “분리배출”이라고 하면 주민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1953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다. 우리는 그것을 ‘정전기념일’이라고 한다. 남침으로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서는 이를 미화해 스스로 ‘전승절’이라고 부른다.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 누군가 이날을 두고 자칫 ‘전승절’ 운운한다면 이는 망발이 된다.예문에서는 ‘고객’이 눈에 띈다. ‘고객’은 어떤 때 쓰는 말일까? 누구나 아는 말 같지만, 의외로 이 말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고객’은 보통 두 가지로 쓰인다. ‘① 상점, 식당, 은행 따위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 ② 단골로 오는 손님’, 특히 ②의 의미로 이 말을 쓸 때 제격이다. 즉 ‘판매자 관점’의 말인 셈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고객’이겠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고객’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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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문명의 중단' 블랙아웃, AI 시대에 벌어진다면…
지난달 28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유럽 서쪽 끝 이베리아반도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가 벌어졌습니다. 약 18시간 만에 전력 공급이 정상화돼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민 6000만 명은 일상을 되찾았지만, 블랙아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정신이 번쩍 들게 한 뉴스였습니다.지하철·기차·항공기가 멈춰 서고,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 도로는 삽시간에 거대한 주차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 케이블카에서 위험천만하게 탈출하는 인파는 물론, 안전한 도심에 있는 사람들도 인터넷·금융인프라가 올스톱한 상황에서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마트에는 물과 비상식량을 사재기하려는 사람들이 몰렸죠. 시간이 멈추고 암흑천지가 된 이베리아반도는 ‘인류 문명의 중단’을 느끼게 했다는 얘기도 나왔어요.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에선 에너지 생산이 불규칙적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 전력망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이 일반화된 시대에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이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전쟁·지진·홍수에 비견될 대혼란이 일어나고, 막대한 인명 피해도 불가피할 것입니다.대규모 정전 사태는 왜 벌어지는지, 블랙아웃의 원인으로 재생에너지가 지목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AI 시대에 블랙아웃의 의미와 예방책 등에 대해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스페인 블랙아웃 원인 분분한 가운데 '들쑥날쑥' 재생에너지 문제도 지적돼 블랙아웃은 한마디로 전기가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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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우리는 존귀, 이민족은 야만"…우월적 사고의 기원
자신이 속한 집단을 높이고, 외부 민족을 짐승이나 벌레에 비유하거나 머나먼 상상 속 공간에 사는 괴물처럼 묘사하는 사고방식은 세계 각지의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고대 그리스인이 주변 이민족을 두고 “말을 제대로 못 한 까닭에 마치 짐승처럼 ‘버~ 버~’ 소리를 내는 존재”라며 ‘바르바로이(βάρβαροι)’ 라고 부른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후가 좋은 이탈리아반도 출신의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도 게르만 민족의 풍속을 그린 <게르마니아>에서 “게르마니아는 삼림들로 인해 섬뜩하고 늪지들로 인해 보기 흉한 지역”이라며 “이곳에서 과수는 키울 수 없고, 가축은 수는 많지만 대부분 보잘것없다”고 박하게 평가했다. “뿔 있는 짐승까지도 번듯한 뿔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묘사는 타지에 대한 폄하와 적개심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조성되는지와 이를 타파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잘 보여준다.반면 자신들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신이 점지한 특별한 존재라는 의식도 ‘보편적’이라고까지 부를 만큼 ‘흔한’ 현상이다. 중국에서 황제를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을 지닌 천자(天子)라고 일컬은 것처럼 유목민족인 흉노족을 이끈 지도자인 ‘선우(單于)’도 자신을 하늘이나 천신에 비견할 만한 자격을 부여받은 특별한 존재로 여긴 게 대표적이다. 선우의 공식 호칭은 ‘탱리고도선우(撐犁孤塗單于)’로, 하늘을 뜻하는 ‘탱그리(撐犁)’의 자손인 위대한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흉노제국을 통일한 묵특선우(冒顿单于)는 한나라 문제(文帝)에게 보낸 서한에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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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출제범위에 확통 포함…선택과목 이수 여부 확인을
광운대와 가톨릭대는 미적분을 중심으로 비교적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되며 내신 선택과목인 확률과통계를 출제 범위에 포함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가톨릭대는 의·약학과에 해당). 확률과통계의 경우 교과서 개념에 충실한 내용 위주로 출제되어 대비가 어렵지는 않지만 선택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출제 범위 그 자체로 일정 부분 변별력을 가지게 되므로 이들 대학의 수리논술을 대비하는 수험생들은 논술 출제 범위와 본인의 선택과목 이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광운·가톨릭대◆ 수리논술 대비 포인트1. 수능수학과 연계하여 미적분 문제해결력을 꾸준하게 길러야 함.- 삼각함수 공식을 활용한 미적분 문제가 자주 출제되므로 대비 필요2. 확률과 통계(가톨릭대는 의·약학과에 해당)는 교과서 개념과 예제를 충실하게 익힐 것.- 내신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라도 적정한 기간의 학습 계획을 세운다면 충분히 대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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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보르도 와인 값이 떨어진 진짜 이유는?
프랑스 고급 와인으로 꼽히는 ‘보르도 와인’ 가격이 최근 11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보르도 지역 와인 양조장(와이너리)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와 샤토 앙젤루스는 2024년산 와인의 판매 가격을 기존 판매가 대비 30% 이상 낮췄다. 라피트 로칠드의 가격은 최고 병당 288유로, 앙젤루스의 가격은 최고 병당 180유로로 2014년 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2025년 5월 5일 자 한국경제신문 -전 세계 와인 수요 감소로 콧대 높던 프랑스 보르도산 명품 와인마저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최근 마트나 백화점의 와인 매장에서 예전만큼 활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절 ‘와인 붐’이라 할 정도로 인기를 끌던 와인의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프랑스에선 와인메이커들이 가격 방어를 위해 애써 만든 와인을 폐기 처분을 한다는 뉴스까지 들리고 있습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 현상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먼저 와인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수요의 감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경제학에서 ‘수요’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합니다. 수요의 법칙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은 줄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은 늘어납니다.와인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와인, 특히 10만원 이상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고급 와인의 가격은 최근 5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랐지만, 1만~3만원대 와인을 중심으로 와인 전체의 평균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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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기타
흥미진진한 시장의 역사
주니어 생글생글 제160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시장입니다. 갖가지 상품을 사고파는 곳, 수요와 공급이 만나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 시장입니다. 수천 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에 이미 시장이 존재했습니다. 오랜 옛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장의 변천사를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때에 구할 수 있는 것도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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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兆단위 공약들, 국가재정 '공유지 비극' 만든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스케일도 전보다 훨씬 커졌다. 100조원짜리가 나오더니 200조원짜리도 나왔다. ‘묻고 더블로 가’라는 식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약이라고 믿고 싶지만, 뚜렷한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100조원 단위 공약은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잠겨 있지 않은 나라 곳간공유지의 비극이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한 자원을 과다하게 사용해 고갈되는 현상을 말한다. 공유 자원의 비극이라고도 한다. 공유 자원은 소비의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은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바닷속 물고기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누군가가 물고기 잡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바닷속 물고기는 배제성이 없다. 어떤 사람이 물고기를 잡는 만큼 다른 사람이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줄어든다는 점에서 경합성이 있다.국가 재정도 이런 성격을 띤다. 국민이라면 누구든 복지를 비롯해 정부 예산으로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즉 배제성이 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예산을 가져가는 만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경합성이 있다.공유 자원을 잘 관리하면 여러 사람이 오래도록 편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미래보다 눈앞의 사익을 챙기는 것이 인간 본성이다. 내가 아껴봤자 남이 다 써 버리면 나만 손해다. 그러느니 내가 먼저 쓰는 것이 낫다. 그렇게 너도나도 쓰다 보면 공유 자원은 고갈되고 만다.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 공중화장실이 지저분해지는 것, 공공 기물이 쉽게 파손되는 것 등이 공유지의 비극 사례다. 정치인과 국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