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지역 이기주의
언제든지 음식을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 도로에는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에 표정이 일그러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 앞은 피해서 다니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편리함을 누리면서 불편함은 내 주변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길 바라는 심리는 경제 현상에서도 나타납니다.우리 지역은 절대 안 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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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장비를 한 건물에 모아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센터가 기업에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건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 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합니다. 그래서 반대 현수막이 걸리거나 시위(사진)를 하는 등 반발이 극심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님비(NIMBY)’라고 부릅니다. 이는 ‘내 집 뒷마당은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는 뜻으로, 지역 주민들이 거주지 인근에 혐오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거부하는 행태입니다.

그러면 해당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이하 지자체장)은 어떤 입장일까요? 사업 허가를 지연시키는 등 주민 의견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을 의식해서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를 ‘님트(NIMT)’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내 임기 중에는 안 된다(Not In My Term)’는 뜻으로, 지자체장이 임기 동안 주민에게 인기 없는 정책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정치인의 사익 추구와 포퓰리즘이는 ‘공공선택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관료는 공익을 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사익을 추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이에 따르면 지자체장의 행동이 쉽게 이해됩니다. 데이터센터만이 아니라 송전탑, 쓰레기 처리시설 등은 사회적 후생(공익)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시설입니다. 하지만 지자체장은 지역 주민이 반대하는 사업을 진행하면 다음 선거에 떨어질 가능성이 커 선거 당선이라는 사익을 위해 지역 주민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인의 행동은 유권자의 표를 얻을 수 있는 정책만 골라서 추진하는 ‘포퓰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 전체에 꼭 필요한 사업보다 복지 명목의 현금 수당 지급, 도로 재포장, 보도블록 교체 등과 같이 단기에 표를 얻을 수 있는 정책에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사회적 후생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내 지역에 그런 시설이 들어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지만, 이를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주민은 해당 시설을 허용하는 대신 평소 필요한 주민 편의시설 건설 등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장도 반발을 피하기보다 시설의 필요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머리를 맞댈 때, 비로소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