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패스트 팔로워와 퍼스트 무버
2007년 스마트폰인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했습니다. 웹서핑, 동영상 감상, 문서 작업 등 다양한 기능을 지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 시장의 지형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삼성은 개발 능력을 총동원해 갤럭시폰을 내놓으며 애플을 빠르게 추격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분기 삼성의 스마트폰은 출하량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 20%로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추격의 역사는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에도 적용됩니다.
[테샛 공부합시다] 한국 경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 시급
선진국을 따라잡자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요인에는 선진국의 제품이나 기술을 모방해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당시에는 경제개발을 위한 자본도 부족한 시기였기에 투입 대비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야 했습니다.

현재 삼성·현대·SK·LG 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한때는 반도체·철강·석유화학·조선 등 선진국이 선점한 산업 분야에서 그들을 따라잡겠다는 일념으로 동분서주했습니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인과 밤낮없이 일하는 근면 성실함, 높은 교육열 등을 바탕으로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산업들은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방정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래 산업에 뒤처진 한국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습니다. 중국도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제품과 기술을 모방하며 빠르게 추격했습니다. 지금은 ‘레드테크’라 불릴 만큼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을 능가하는 중국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규모의 경제뿐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중국에 밀리거나 쫓기고, 선진국의 견제까지 받는 샌드위치 형국에 처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에 유연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신산업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철폐하는 등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첨단산업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캐나다 ICV탱크(TAnK)의 ‘2024 글로벌 미래 산업 경쟁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등 미래 산업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10위를 기록하며 2022년 8위보다 두 단계 낮아졌습니다. 이는 미래 산업 전반에 대한 한국의 경쟁력(그래픽)이 뒤처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성공에 취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