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국내투자 제한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한도 묶여 주식 팔 수도…코스피 상승에 '찬물' 우려
국민연금의 국내투자 제한국민연금의 추가 매입을 위해 국내 주식의 자산 배분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 급등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비중이 연말 목표 비중(14.9%)을 훌쩍 넘어서 추가 매수 여력을 사실상 소진한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적 연기금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증시를 부양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5년 11월 10일자 한국경제신문-

이달 초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4200 포인트 선을 넘어섰지만, 이후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사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반가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기금운용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국내 투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액은 1322조원에 달합니다. 현재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약 600조원)를 두 번 사고도 남는 돈이지요.

국민연금은 이처럼 거대한 자금을 큰 틀에서 지역적으론 국내와 해외, 자산 종류별론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에 나눠 투자합니다. 국민연금은 올해 연말 기준 △국내 주식 14.9% △해외주식 35.9% △국내 채권 26.5% △해외채권 8% △대체투자 14.7%를 자산 배분 목표치로 설정했습니다. 이 같은 자산 배분이 이뤄질 때 국민연금이 목표로 하는 안정적이면서도 시장보다 일정 수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판단입니다.

최근 정부 내에서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70%가량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 ‘국민연금의 매도 시점이 다가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입니다.

국민연금은 시장의 출렁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자산 배분(SAA)과 전술적 자산 배분(TAA)이란 투자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SAA는 국민연금 같은 투자 기관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목표 수익률과 위험 허용범위를 고려해 자산군별 비중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TAA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단기적으로 자산 비중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벗어날 수 있기에 국민연금은 자산별로 허용범위를 두고 그 안에 있을 땐 목표 비중으로 간주합니다. 국내 주식 SAA 허용범위는 연말 목표치 대비 ±3%p, TAA는 ±2%p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9%를 넘어서면 원칙적으론 매도를 통해 자산 비중을 SAA 허용한도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 반대로 주가가 폭락해 11.9% 이하로 떨어지면 매수에 나서게 되지요.

다만 국민연금의 투자를 담당하는 전문 조직인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적 판단에 따라 아직 수익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단기적으로 19.9%까지도 국내 주식 비중을 가져갈 순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을 담은 ‘기금운용지침’은 이 경우 “근거를 명확히 하여 기금운용위원회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말 확실한 근거가 없다면 “쌀 때 사고 비쌀 땐 팔아라”는 것이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인 셈입니다.

국민연금이 이 같은 원칙을 갖게 된 데엔 과거의 경험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IMF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까지도 국민연금엔 종목별로 20% 이상 떨어지면 무조건 파는 ‘손절매’ 규정이 있었습니다. 당시 국민연금의 투자를 책임지던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이에 반발해 저가 매수에 나섰다 “왜 떨어지는 주식을 사느냐”는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조기 퇴진하기도 했습니다. 주가가 단기에 급락할 때 손절보단 저평가 우량주를 저가 매수하는 가치투자의 기법이 국민연금과 같은 제도권 투자자에도 정착되지 않던 시절의 일이지요.

하지만 이후 주가가 반등하고, 선진국 연기금들의 투자 기법이 국내에 전수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의 전략적·전술적 자산 배분이란 틀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국민연금이 1988년 설립 이래 작년까지 거둔 운용 수입만 738조원, 연평균 수익률은 6.8%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은 기금을 운용할 때 ‘수익성’뿐 아니라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스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연금이 판 뒤 주가가 더 오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반대로 남들이 팔 때 국민연금이 매수에 나서 주가가 안정을 찾고, 수익을 본 사례도 많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이 전체 수익률 제고로 이어질지도 의문입니다. 1988년부터 2024년 말까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을 연평균 5.4%, 해외주식 수익률은 15.2%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보험료를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높여도 2064년 고갈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과도한 국내 주식 보유가 오히려 국내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금이 적자로 전환할 경우 국내 시장의 ‘고래’ 국민연금이 매년 연금 지출을 위해 매도에 나서며 시장 전체가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NIE 포인트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한도 묶여 주식 팔 수도…코스피 상승에 '찬물' 우려
1.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가 늘어난 배경을 알아보자.

2.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 시 장단점을 분석해보자.

3. 국민연금이 적자 전환하면 국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