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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로 읽는 세상

    금융위기 일으킨 '변동금리 주담대' 미국서 다시 확산

    2008년 금융위기 주범으로 꼽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ARM)이 미국 주택시장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다. 고금리와 집값 급등 속에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대출자가 저금리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예상 밖으로 상승하면 변동금리 대출이 ‘금융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3일(현지 시간)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달 첫째 주 기준 주택 구입용 모기지 신청의 약 10%가 변동금리 모기지였다. 이는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한 2021년 초에는 ARM 비중이 3% 미만이었다.건설사의 체감도 비슷하다. 존번스리서치앤드컨설팅(JBREC)이 지난달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건설사가 판매한 주택의 평균 14%가 변동금리 모기지를 통해 거래됐다.향후 주담대를 받을 때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대출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JBREC가 지난 9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한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의 절반 이상이 고정금리 대출보다 초기 금리가 낮다면 변동금리 대출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변동금리 대출은 초기에 낮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일정 기간(보통 3~10년) 후 금리가 조정되면 상환액이 급등할 수 있다. 2004~2005년에는 전체 모기지 중 약 3분의 1이 변동금리 대출이었다. 이후 금리가 급등하며 수백만 명이 주택을 압류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최근 변동금리 대출이 다시 인기를 끄는 데는 주택 가격이 2019년 이후 50% 이상 상승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데다 주택 보험료와 재산세가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 여기에 “금리가 더 오르기보다는 내려갈 가능

  • 경제 기타

    손흥민 연봉, K리그의 50배…비싼 몸값의 비밀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몸값은 무려 3억2500만 달러(약 4707억 원)에 이른다. 계약 기간이 12년으로 길지만, 총액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액이다. 이렇듯 스타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손흥민의 연봉도 1152만 달러(약 166억 원)으로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선수들의 작년 평균 연봉(3억499만 원)의 50배가 넘는다. 슈퍼스타의 몸값은 왜 그렇게 비쌀까?대체 불가능한 실력자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셔윈 로젠은 1981년 발표한 논문 ‘슈퍼스타 경제학’에서 소수의 특급 스타가 압도적으로 높은 소득을 얻는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슈퍼스타 현상이 나타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첫째는 슈퍼스타의 대체 불가능성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이 슈퍼스타가 된다. 야마모토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올렸다. 우승에 필요한 4승 중 3승을 혼자 책임지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연봉이 비싸다고 해서 야마모토 대신 다른 선수를 샀다면 LA다저스는 우승에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대체 불가능한 선수라면 비싼 값을 주고라도 잡아야 한다. 야구팬들에게 평범한 투수가 나오는 경기를 두 번 보는 것과 야마모토가 나오는 경기를 한 번 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야마모토의 경기를 택할 것이다.둘째로 슈퍼스타가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는 여러 사람이 함께 소비할 수 있어야 하고,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 즉 한계생산비용이 제로(0)에 가까워야 한다. 야마모토의 투구는 경기장은 물론 TV,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 학습 길잡이 기타

    동전 5번 연속 앞면 나왔다면 6번째는 뒷면?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을 얼마나 잘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섯 번 연속 앞면이 나왔다면 여섯 번째는 뒷면이 나올 것 같다고 느끼지 않나요? 이 단순한 오해 속에 인간의 사고가 얼마나 직관에 의존하는지, 그리고 그 직관이 얼마나 자주 우리를 속이는지가 숨어 있습니다.이런 착각은 ‘도박사의 오류’라고 불립니다. 앞서 동전이 다섯 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 시행은 서로 독립적이기 때문이죠. 매번 앞뒤의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 즉 50%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자연이 ‘균형’을 맞춰줄 거라 믿습니다. ‘이쯤이면 나올 때가 됐지’라는 생각은 인간의 심리적 균형 감각에서 비롯된 착각입니다.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실제로 매우 작은 건 맞습니다. 굳이 내기를 해야 했다면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경우’에 걸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각 시도의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이고, ‘균형’을 위해 확률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확률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으니까요.비슷한 예로, 생일의 확률 역시 우리의 직관을 배반합니다. 한 반에 학생이 23명 있을 때, 생일이 같은 학생이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1년은 365일이고 23명의 생일이 있으니 ‘그 정도로는 겹치기 어렵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확률은 50%가 넘습니다. 예상보다 꽤 높은 편이죠.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23명의 생일이 모두 다를 확률을 구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첫 번

  • 생글기자

    부작용 걱정되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

    지난 9월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됐다. 국내외 전담 여행사를 통해 입국하는 3인 이상 단체 관광객은 최대 15일간 비자 없이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제주도는 기존대로 30일 무비자가 적용된다.정부가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으로 기대한 것은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다. 또 지방 공항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지역 상권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면세점 매출이 늘어나는 등 일부에서 소비가 늘어나는 조짐이 보인다. 하지만 무비자 입국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지난달에는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 3명이 제주시 도심의 한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쳐 달아나다 공항에서 체포된 일도 있었다. 무비자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 취업하거나 불법 체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인 무비자 단체 관광객 명단 등록을 위한 하이 코리아를 개설했지만, 사용 방법이 불편하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기존 비자 포털 시스템을 이용하는 여행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는 중국인이 한국인을 납치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식의 괴담까지 퍼지고 있다. 대부분 사실무근인 가짜뉴스지만, 국민의 불신과 공포를 떨쳐낼 수는 없다.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은 관광산업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범죄가 늘고 불법 체류자가 증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실이 될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 범죄와 불법 체류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관광산업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정책을 내놔야 한다.곽은정 생글기자(대전관저중 2학년)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不求甚解 (불구심해)

    ▶한자풀이不: 아닐 불   求: 구할 구   甚: 심할 심   解: 풀 해깊이 있는 해석을 구하지 않는다책을 읽으면서 깊이 알려고 하지 않음- <오류선생전>도연명(陶渊明)은 중국 동진 후기에서 남조 송대 초기까지 살았던 전원시인이다. ‘오류(五柳) 선생’이라고 불렸으며, 육조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이다. 그의 유명한 <귀거래사>는 13년에 걸친 관리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41세에 향리로 돌아가 이제부터는 은자의 생활로 들어간다는 선언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돌아가련다. 전원이 바로 거칠어지려는데 아니 돌아갈소냐”라는 명구로 시작된 글은 선명하고 청아한 자연의 풍이 넘쳐난다.그의 산문집 <오류선생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선생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그의 성(姓)과 자(字)도 자세하지 않으나, 그의 집 주변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었으므로 호(號)를 오류(五柳)라고 하였다. 한가하고 조용하며 말이 적고, 빛나는 명예나 이익을 마음으로 따르지 않는다. 그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였으나 깊이 깨달아 알려고 하지 않았다(好讀書 不求甚解). 번번이 자기 뜻과 일치하는 구절이 있으면 기뻐하여 밥을 먹는 일도 잊어버린다. 술을 좋아해도 집이 가난하여 늘 마실 수 없다. 그의 처지를 아는 친구가 술을 준비해놓고 초대하면 다 마시고 취하며, 취한 뒤에는 집으로 가고 머무르는 데 뜻을 두지 않는다.”<오류선생전>은 도연명 자신을 비유해 쓴 글이다. 그는 자기 집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놓고 스스로를 ‘오류선생’이라 칭했다. 불구심해(不求甚解)는 깊이 있는 해석을 구하지 않

  • 과학과 놀자

    실명 환자에 전자칩 이식, 시력 되살렸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에는 종종 ‘인공눈’을 단 인물이 등장한다. 사고나 질병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첨단 기계장치의 도움으로 다시 세상을 보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런 장면이 더 이상 허구만은 아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발표한 연구에서 실명한 환자에게 전자칩을 이식해 시력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이 연구는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눈의 망막 중심부에 있는 시각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노인이 실명하는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번 손상된 시각세포는 재생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잃은 시력을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연구팀은 이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망막 아래에 이식할 수 있는, ‘프리마(PRIMA)’라는 이름의 초소형 실리콘 칩을 고안했다. 이 장치는 지름이 2밀리미터(mm), 두께는 3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빛을 전기자극으로 바꾸는 초미세 광다이오드 378개가 들어 있다. 환자는 카메라가 달린 특수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데, 이 카메라가 외부 풍경을 포착해 눈으로 보내면 칩이 그 빛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 망막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망막이 해야 할 일을 칩이 대신 수행해 뇌가 다시 ‘보는 감각’을 느끼도록 돕는 것이다.연구팀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5개 국가의 17개 병원에서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시야를 잃은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칩 이식 후 1년간 추적 관찰 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밥 한번 먹자" 남발해선 안되는 까닭

    우리말에서 대표적 ‘친교어’ 중 하나로 꼽히는 “밥 한번 먹자”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있었던 한 국회의원의 자녀 결혼식 논란으로 인해서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그의 해명 가운데 한 대목이다. 그는 본인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 행정실 직원들에게 청첩장을 돌린 데 대해 “시간 되면 밥 한 끼 먹으러 오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가 이 말을 가볍게 예의상 한 것으로 여겼는지 몰라도, 듣는 이에겐 많은 생각거리를 던질 만했다. 상황 따라 친목어가 수행어로 바뀌어우선, 이 말은 글자 그대로 읽히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밥 한번 먹자”라는 표현은 특수한 위치에 있다. 대개는 실제로 밥을 같이 먹자는 얘기가 아니라 상투적으로 하는 ‘친교어’로 쓰인다. 누군가에게 “담에 밥 먹자” “담에 연락할게”라고 할 때, 이는 굳이 답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가면서 자주 못 보던 이에게 예의상 하는 말이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반갑게 “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이 어디 가는지 사생활을 캐묻는 말이 아니다. 상대방도 그것을 잘 알기에 그냥 지나치고 만다.하지만 “밥 한번 먹자”가 직장같이 위계질서가 있는 곳에서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단순한 친교문도 수행문으로 바뀔 수 있다. ‘수행문(수행어)’이란 어떤 평가나 판단, 규정을 행하는 문장이다. “정부는 오늘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전히 해제했습니다.” 이걸 리포터가 말했다면 그것은 진술문이다. 그는 발화를 통해 단순히 정보를 전달

  • 키워드 시사경제

    게임 칩의 대변신…'AI 시대의 석유'로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에 총 2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최대 14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오픈AI,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세계적 빅테크 기업은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으며 엔비디아 GPU를 쓸어 담아왔다.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GPU를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생태계에 동참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없어서 못 산다 … AI 학습 필수품대규모언어모델(LLM)이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학습하는 과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연산 능력을 요구한다. 전통적인 중앙처리장치(CPU)로는 쉽지 않은 이런 일을 가능케 하는 핵심 칩이 GPU다. GPU는 애초 3차원 게임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그 구조가 수천 개의 연산 코어를 병렬로 동시에 구동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점이 AI 혁명과 맞물리면서 기적을 낳았다. 방대한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딥러닝 학습에 GPU는 마치 맞춤복처럼 들어맞았다. GPU가 ‘AI 시대의 석유’로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다.GPU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엔비디아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AI 학습용 고성능 GPU 시장에서 이 회사 점유율은 80%를 웃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100은 LLM 훈련에 사실상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1993년 그래픽 칩을 만드는 중소기업으로 출발한 엔비디아가 세계 AI 생태계의 지배자로 우뚝 선 배경에는 2000년대 중반 GPU를 범용 연산장치로 확장하는 데 과감히 투자한 젠슨 황의 선견지명과 전략적 결단이 있다.철옹성 같은 시장 지배력을 완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