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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통화정책·자본이동·환율안정, 동시에 달성 못해

    지난주까지 개방경제에서 경제 안정화 정책의 효과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주는 개방경제의 경제 안정화 정책과 관련 있는 ‘불가능의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라는 상황에 대해 살펴보겠다. 개방경제에서 불가능의 삼위일체는 개방경제의 트릴레마(trilemma)라고도 한다. 삼위일체(trinity)는 성경에서 유래한 단어이지만 일반적으로 3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방경제에서 불가능의 삼위일체는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을 말한다. 즉 독자적인 통화정책, 환율 결정에 대한 개입, 자유로운 자본 이동 등 이 3가지는 개방경제에서 동시에 충족할 수 없다. 하지만 개방경제 국가는 모두 이 3가지가 동시에 충족되기를 원한다. 경제가 개방된 상황에서도 국가는 경제 안정화를 위해 자유로운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싶어 하고, 안정적인 수출입을 위해 환율 결정에 개입하면서도 자금이 자유롭게 국내로 유입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개방경제에서 이 3가지 상황은 절대 동시에 달성될 수가 없는 불가능의 삼위일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독자적 통화정책과 자본이동의 자유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통화를 발행하면서 외국의 자금이 자유롭게 들어오고 나가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을 통해서만 환율이 결정되어야 한다. 국내 통화량이 변동하여 이자율이 바뀌면 이자율에 따라 자금의 유입과 유출이 발생해 환율이 변한다. 국가가 강제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고정하려 하면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불가능하게 된다. 환율을 강제로 고정하지 않고 국가가 통화량을 조절해 환율을 높이거나 낮출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외국자본의 유입상황에 맞춰 국가

  • 숫자로 읽는 세상

    서울대, 2028년 입시서 지역 인재 더 뽑는다

    서울대가 2028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지역균형 일반전형을 폐지하고 수시 지역균형 전형을 확대한다. 우수한 지역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한 정시 지역균형 전형이 수능 성적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서울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8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는 정시 지역균형 전형을 없애는 대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수시 지역균형 전형 선발 인원을 확대한다. 고교별 추천 인원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고, 과학고·영재학교·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등 특목·자사고 학생은 지원할 수 없다. 정시 지역균형 전형은 수능 성적을 고려하는 전형이다 보니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대 지역균형 선발 인원 중 수도권 고교(서울 인천 경기) 출신 학생 비율은 2020년 51.6%에서 지난해 61.5%로 늘었다.정시 일반전형에서도 수능 반영 비중을 낮추고 교과역량평가 반영 비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1단계에서는 수능 ‘점수’ 대신 ‘등급’을 기준으로 3배수를 선발한다. 기존에는 수능 점수 합산으로 2배수를 뽑았다. 2단계에서는 수능 60%와 교과역량평가 40%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금은 수능 80%와 교과역량평가 20%를 반영하고 있다.교과역량평가는 내신 등급 외에도 전공 연계 과목 이수 여부, 학업성취도, 학업 수행 과정, 출결, 공동체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수능 점수 위주보다 창의성·적응력·전공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인공지능(

  • 숫자로 읽는 세상

    소비쿠폰發 '반짝 호황'…온기 벌써 식었다

    정부가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해 반짝 살아난 내수 경기가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 대미 통상 협상 불확실성과 정부의 ‘산재와의 전쟁’ 영향 등으로 제조 및 건설업계가 투자와 고용을 꺼려 정부의 소비 진작책이 단기 효과를 내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 7월에는 소매판매가 7월 21일부터 지급한 소비쿠폰 효과로 2.7% 늘어났지만,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신용카드 사용액에서도 드러났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7월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77조2504억원으로 전달(74조2334억원) 대비 4.3% 늘었지만, 8월에는 75조595억원으로 다시 줄어들었다.8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4.5로 전달과 같았다. 자동차 생산이 21.2% 늘었지만, 7월 부분파업의 기저효과로 해석됐다. 반도체 생산은 3.1% 줄었다. 투자는 설비투자(-1.1%)와 건설기성(-6.1%)이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특히 자금 경색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는 안전 규제 강화 영향으로 투자가 더욱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기업들도 소비 효과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91.6으로 나타났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이용해 산출하는 지표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이 숫자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CBSI는 비상계엄 직후인 올해 1월 85.9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때보다는 다소 회복했지만,

  • 키워드 시사경제

    가입은 쉽게, 탈퇴는 어렵게…美아마존의 꼼수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쇼핑 기업인 미국 아마존이 경쟁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거금 25억 달러(약 3조5000억원)를 쓰게 됐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아마존이 유료 멤버십의 가입은 쉽게, 탈퇴는 어렵게 만들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아마존은 25억 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FTC와 전격 합의했다. 민사 벌금으로 10억 달러를 내고,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15억 달러를 돌려주기로 했다.취소 버튼 숨기고, 충동구매 부추기고아마존은 2005년 선보인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유료 멤버십을 통해 세계 2억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연회비로 139달러(약 19만5000원)를 내면 무료 배송, 영상 스트리밍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상품이다. FTC는 이 회사가 아마존 프라임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다크패턴(dark pattern)’을 활용했다고 봤다.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가입 버튼을 누르는 일이 적지 않았고, 취소 절차가 복잡해 원하는 때 해지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는 것이다.이번 합의를 계기로 아마존은 결제와 관련한 세부 정보를 명확하고 눈에 띄게 고지해야 한다. 요금을 청구하기 전 소비자의 명시적 동의를 받고, 간편하게 가입을 취소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이번 합의는 소비자와 FTC에게는 승리지만 아마존에는 가벼운 타격”이라고 지적했다.다크패턴이란 소비자가 의도치 않게 물건을 사거나 이용료를 결제하게끔 유도할 목적으로 홈페이지나 앱의 디자인을 교묘하게 짜놓는 것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눈속임 설계’라고 한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면 별다른 고지 없이 자동결제로 전

  • 시사 이슈 찬반토론

    중국으로 간 KAIST 석학, 선택 존중해야 하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최연소로 임용된 국내 한 석학이 정년 퇴임 후 중국 청두 전자과학기술대(UESTC)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뜨겁다. 한국 과학기술을 대표해온 인물이 은퇴 직후 곧바로 중국행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은 더욱 크다. 특히 이 대학은 군사적 응용이 가능한 기술 연구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미국 상무부가 지정하는 ‘수출규제 명단(Entity list)’에 2012년부터 오른 곳이다. 해당 교수는 28세의 나이로 KAIST 최연소 교수에 임용돼 37년간 연구하며 무선통신 시스템과 통계적 신호처리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이 일은 단순한 연구 연속성 차원을 넘어 국가 핵심 인재 유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석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제도적 공백을 지적하며 국내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찬성] 세계적 학자 영입 제안 흔한 일, 연구 기회 확대…학문 발전 도움해당 교수의 중국행은 단순한 ‘두뇌 유출’로만 보기 어렵다. 정년 이후 연구 공백이 발생하는 한국의 제도적 한계 속에서 해외로 나가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은 학문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봐야 한다.국내 석학들은 65세 정년이 지나면 연구실과 월급, 연구원도 지원받지 못한 채 명예직 타이틀만 받게 된다. 일부 대학에서는 70세 또는 나이 제한 없이 강의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정년 후 교수’ 제도가 신설됐지만, 실제로는 연구비 수주를 요구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제한적이다. 국가 과학기술 인프라 발전에 기여해온 인물들이 사실상 ‘연구 기회 박탈’ 위기에 놓이는 셈이다.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아낌없

  • 커버스토리

    해킹, 해킹, 또 해킹…속출하는 이유는?

    자고 일어나면 해킹 사건이 터져 나옵니다. 지난 4월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 명의 유심(USIM, 통신사 인증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담은 작은 칩)과 단말기 정보가 해커에 대거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큰 충격을 줬죠. 통신 회사를 돌아가며 해킹 사건이 벌어지는 건지, 이번엔 KT에서 불법 펨토셀(초소형 기지국)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소액결제 피해와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진 대표적 네트워크 장비 해킹 사례입니다. 최근엔 롯데카드 회원의 3분의 1가량인 297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흔히 ‘정보화 사회의 그늘’이라고 하지만, 해킹 사건은 요즘 부쩍 늘어난 느낌입니다. 물론 B2C(기업-소비자 간) 영역인 통신 회사와 소액결제, 신용카드 회사에서 사고가 터져 체감상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안패치, 주요 정보의 암호화, 계정 관리 등을 소홀히 한 게 문제의 심각성을 더 키웠습니다. 이미 사용자 피해가 벌어지고 있는데 상황 파악도 못 한 경우가 있어요. 비단 이들 회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다른 통신 회사나 금융회사들의 정보보호 사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해킹과 관련한 기술적 내용은 이해도 어렵고, 이 글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주목적도 아닙니다. 해킹의 역사와 진화 양상, 국내 해킹 사건의 공통적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킹은 과연 범죄인지, 필요악인지도 4·5면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랜섬웨어, 디도스 공격, 웜GPT… AI 만난 해킹, 경제·안보에 큰 위협 해킹이란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웹사이트 등에 무단 침입해 시스템이 본래 의도하지 않은 동작을 하게 만들거나, 주

  • 경제 기타

    환율 통제되면 통화정책 효과는 크게 줄어요

    이번 주는 고정환율제도에서 통화정책을 이용한 경제안정화 정책의 효과를 살펴보겠다. 현재 완전한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모든 국가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어느 정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으므로 가장 강력한 개입 방식인 고정환율을 가정하고 설명하면 그보다 완화된 개입의 효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확대통화정책의 효과경기침체를 줄이기 위한 중앙은행의 확대통화정책은 폐쇄경제에서는 총수요를 늘려 GDP 증가와 물가상승을 가져온다. 변동환율제도의 개방경제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 이자율을 떨어뜨리면 국내에 유입된 해외자본은 국외로 빠져나가 외환시장에 달러의 공급이 감소하여 환율이 상승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순수출이 증가하므로 총수요가 늘고 수입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므로 총공급은 줄어든다.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총수요와 총공급의 변화 정도는 총수요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확대통화정책이 GDP 증가와 물가상승을 가져오는 정도는 폐쇄경제에 비해 커진다. 즉 확대통화정책의 경제안정화 효과는 폐쇄경제보다 경제가 개방되어 있을 때 더 크다. 고정된 환율과 확대통화정책고정환율에서도 확대통화정책은 일단 GDP 증가와 물가상승을 유발한다. 환율을 고정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 개입이 필요하다. 개방경제에서 중앙은행의 통화량 증가로 이자율이 하락하면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면서 고정된 환율 수준에서 달러에 대한 초과수요가 발생한다. 달러에 대한 초과수요를 해결하지 못하면 환율은 상승하려는 압력이 생긴다. 환율을 고정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 키워드 시사경제

    전문직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美 빅테크 '경악'

    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100배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미국 기업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H-1B 비자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발급 수수료를 1인당 1000달러(약 140만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크게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예고 없는 정책 급변…기업 불안감 커져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을 위한 비자로, 추첨을 통해 연간 8만5000건을 발급한다. 기본적으로 3년 동안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고, 최대 3년 더 연장하거나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은 미국 기업들이 이 제도를 악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 노동자를 들여와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해왔다. H-1B 비자는 70% 이상을 인도 출신이 보유하고 있다.포고문에도 기존 H-1B 비자 프로그램이 미국인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분명히 드러났다. 2000~2019년 외국인 STEM 노동자 수가 120만 명에서 250만 명으로 증가하는 동안 STEM 분야 고용은 44.5%만 늘었다는 통계가 인용됐다. 이날 서명식에 함께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대통령의 입장은 미국을 위해 가치 있는 사람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새 수수료 규정은 21일부터 발효됐다.하지만 H-1B 비자는 미국이 세계 최고 인재를 유치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구글, 애플, 메타,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는 해마다 수천 명 규모의 H-1B 비자 인력을 채용해 과학기술 인재풀을 넓혀왔다.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발표된 조치에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마이크로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