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지역 의료 인력 키우는 공공의대, 설립해야 하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공의대 설립을 공약했다. 공공의대는 필수 의료 분야나 병원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정부가 교육비를 대는 대신, 이곳을 거친 의사들은 일정 기간 공공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열악한 환경과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수가 등으로 만성적 인력난에 허덕이는 공공의료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이다.

공공의대 설립이 예정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의사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0년에도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전공의 파업 등으로 공중보건 위기가 심화하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 대통령은 의료 개혁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찬성] 의료서비스도 수도권 집중 심화…지방 의료 공백 메우려면 불가피한국은 ‘서울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수도권 과밀 현상이 심각한 나라다.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가 의료서비스 격차다. 농어촌에 살다가 큰 병이라도 걸리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수도권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 통계 연보에 따르면 의료보장 적용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479명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의사 수가 적은 경북(215명), 충남(230명), 전남(254명)의 두 배 수준이다. 병원과 약국, 보건소 등 의료기관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암이나 심혈관 질환 수술이 가능한 대형 병원의 경우 서울, 수도권 편중 현상이 한층 더 심하다.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역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의사 숫자가 적어 근무가 고되다”,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 “자녀 교육과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 등의 응답이 많이 나온다.

일정 기간 지방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는 지역의료를 되살릴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이 될 수 있다. 의사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공공의대를 반대하지만, 의료 공백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지로 보인다. 지금 의사 양성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5년, 10년 후에도 똑같은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의사가 의무 복무 후 서울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할 것이란 우려는 해당 지역 출신을 많이 선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지역 선발 의대생들은 의사가 된 후 고향에서 개원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를 맞은 일본도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해 졸업 후 지역에서 근무하게 하는 ‘자치의대’를 통해 지방 의료 공백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반대] 치밀한 준비 없으면 부실 의대만 양산…재정난에 폐교한 서남대 전례 우려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인천과 전남, 전북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한꺼번에 세 곳의 공공의대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지방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대다수 의대 교수는 국내에서 40곳의 의대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수진과 인프라를 갑자기 늘릴 수 없어서다.

전북 남원에 있는 서남대 의대가 정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관제 의대의 한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 의대는 교육부 평가에서 8년 연속으로 부실 대학으로 선정됐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도 통과하지 못했다. 여기에 대학 재단의 재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2018년 2월 폐교가 결정됐다. 무리하게 공공의대 설립을 강행하면 제2, 제3의 서남대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 효과를 볼 때까지 소요될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를 거친 후 학교를 설립하고, 의사를 양성하려면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지방 의료 공백 문제를 공공의대 설립만으로 해결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긴 시간을 기다려 공공의대 출신 의사들이 배출된다고 해도 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졸업 후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난 인력이 계속 해당 지역에 머물 유인이 없어서다. ‘제대’ 날짜만 기다리는 젊은 의사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공공의대 설립보다 나은 대안이 적지 않다. 지역 병원에 국민건강보험 수가를 차등 적용하고, 지역 개원의나 공공병원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공공의료에 대한 인센티브가 대폭 확대되면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게 돼 있다.√ 생각하기 - 의대 정원 확대, 원격 의료 활성화도 함께 논의해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지역 의료 인력 키우는 공공의대, 설립해야 하나
지역과 필수 의료의 공백은 세계 각국이 고민하는 난제다. 한국의 역대 정부들도 해결을 모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밀어붙였다가 의사들의 집단 반발에 막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공공의대 설립도 난관이 예상된다. 의대 정원 확대를 수반하는 만큼 의료계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의료 공백 문제는 한두 가지 해법으론 풀기 어렵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최근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고, 의료 취약지역에 개원 때 초기 2년간 보조 수당을 지급하는 등 여러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원격의료 활성화, AI 의사 도입 등도 지역의료 공백을 메울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의사와 의대생들도 이런 변화에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의대 정원은 한 명도 못 늘린다는 주장은 ‘밥그릇 지키기’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