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디지털 이코노미

    규제개혁 성공하려면 사회의 가치관·문화 담아내야

    규제가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경제 시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하면서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볼멘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타다 금지법’은 제도가 혁신을 가로막은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하고, 미국과 같은 네거티브 체계로의 전환 혹은 강한 힘을 가진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한다. 제도와 사회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진화해온 기존의 복잡한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새로운 제도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세계은행이 오랜 기간 투자한 개발도상국의 제도적 지원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세계은행이 지원한 여러 사업에 투입된 500억달러 넘는 자금은 개발도상국의 제도 개혁에 집중됐다. 가난한 나라들의 건강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제도가 전제돼야 한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했다. 서유럽의 시각으로 동유럽의 법률을 개정하거나, 케냐 일부 지역에 영국이 사유재산권을 도입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존 사회와 단절돼 억지로 밀어붙여진 제도들은 작동하지 못했다. 효율성과 투명성 모두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렌트 프리쳇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법률이나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한 사회의 규범이라고 설명한다. 덴마크에는 보건과 관련해 200쪽에 달하는 법률이 존재하지만, 명문화된 법률만으로는 이 법률로 인해 덴마크 의사들이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고, 덴마크에서 보건에 대한 지원이 왜 우선순위에 놓이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가치관과 문화하버드경영대학원의 고(故) 클레이턴 크리스텐

  • 커버스토리

    비관론자 "지금처럼 펑펑 쓰면 석유 고갈된다"…낙관론자 "확인매장량 증가, 석유 다 못쓸 것"

    인류 문명은 에너지에 따라 발전했습니다. 우리의 먼 조상은 근력을 1차 에너지로 썼습니다. 사냥하고, 돌도끼를 만들 때 근육의 힘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불을 만났습니다. 추위를 달래고, 고기를 구울 때 정말 유용했죠. 움막 가까이 있는 나무와 풀이 에너지원이 됐습니다. 근력에 의지한 석기시대는 불의 개입으로 청동기, 철기시대로 진화했습니다.땔감보다 효율성과 경제성 면에서 더 좋은 것이 발견됐습니다. 석탄입니다. 화석에너지인 석탄은 완전히 다른 ‘힘’을 창조해냈습니다. 증기 에너지입니다. “석탄을 때면 증기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석탄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을 낳기에 이르렀습니다.석탄은 없어선 안 될 에너지원이 됐고 엄청나게 소비됐습니다. 그러자 영국에서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석탄이 고갈된다면?” 1865년 스탠리 제번스(Stanley Jevons)라는 영국 사회학자는 “조만간 석탄 고갈로 산업 성장이 멈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진보 속도를 지속할 수 없다”고 소리쳤습니다. 석탄을 쓰는 인구와 산업, 국가가 급증하는데 공급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석탄 고갈론’이었습니다. 새로운 탄광을 찾아내기 어렵고, 더 깊은 곳에 묻힌 석탄을 캐낼 기술이 없다는 데 당시 영국은 절망했습니다.그러나 우리는 ‘석탄 고갈론’이 엉터리임을 알고 있습니다. 석탄 공급이 줄었다면 가격은 아마 천정부지로 치솟았어야 하죠. 우려와 달리 석탄 가격은 인류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채굴 기술의 발전, 석탄 확인 매장량의 증가 때문입니다. 더 쉽게, 더 많이 캘 수 있으니까 가격은 내려가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

  • 오철 교수의 복싱 경제학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는 방법은?

    주먹은 어떻게 피할까 :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날아오는 주먹을 어떻게 피할까. 복싱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상대방의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습을 많이 하면 날아오는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사실 복싱 선수들도 날아오는 주먹을 보고 피하기는 어렵다. 복싱 선수들이 눈으로 보는 것은 상대의 주먹이 아니라 상대의 몸이다. 상대 선수의 몸과 어깨의 움직임, 팔의 궤적을 보면서 주먹을 피한다. 트레이너는 실제로 선수들을 그런 방식으로 연습하도록 한다.이 원리를 경제학에 비유하면 어떨까. 경제학은 크게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으로 나뉜다. 두 영역은 분야는 나뉘어 있지만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상대방의 몸을 봐야 주먹을 피할 수 있는 것처럼 거시경제를 제대로 살펴야 미시경제 차원의 결정을 잘 내릴 수 있다.최근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높은 상승률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 원인이다. 이처럼 물가 상승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거시경제학의 영역이다.거시 지표를 살펴보고 정부 정책을 확인하는 것은 미시적 관점에서 경제 생활을 제대로 계획하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복싱 선수들이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주먹을 피하듯이 여러분도 경제의 큰 그림에서 작은 그림을 보는 연습을 통해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란다.오철 상명대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기술혁신이 주 연구 분야다. 국제 유명 학술지(SSCI)에 기술혁신 관련 논문을 다수 등재

  • 커버스토리

    화물차 파업 '물류 대란' 실학자 박제가가 본다면?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는 ‘도로와 수레’에 조선의 운명이 달렸다고 봤습니다. 오늘날로 표현하면 ‘물류’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정보가 도로망과 수레를 통해 잘 유통되면 조선 백성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조선의 도로망과 수레 수준은 형편없어서 대규모로 교환 또는 거래하기 어려운 처지였죠. 200여 년 전 이런 물류관과 상업관을 가진 애덤 스미스 같은 인물이 조선에 있었다니 놀랍습니다.최근 발생한 화물연대의 파업과 그로 인해 일어난 물류 대란을 박제가가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할 말이 많을 겁니다. 물류 대란은 화물연대와 정부의 합의로 8일 만에 해결됐습니다.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한다고 합의한 덕분이죠.전국 도로 위를 달려야 할 수레(화물차)가 멈추어 선다면 피해는 커집니다.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조선은 거의 완벽한 물류 시스템을 갖춘 대한민국으로 진화했지만, 박제가는 파업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의 애덤 스미스’ 박제가의 물류관은 어땠는지, 최근 파업은 어떤 문제로 발생했는지 알아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 숫자로 읽는 세상

    밀 가격 43% 폭등…식탁에서 빵 사라질 수도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집만 한 곳이 없다(There’s no place like home)”고 말하는 도로시의 집은 캔자스주 시골에 있다.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 캔자스주는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미국의 최대 밀 생산지다. 하지만 올해 작황은 최악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10월부터 눈이나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어서다.또 다른 생산지인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전체 밀 생산량의 절반가량은 제빵용 강력분으로 가공되는 경질붉은겨울밀이다. ‘식탁에서 빵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농담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세계 곳곳에서 ‘밀가루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밀 수출량의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공급망이 붕괴한 와중에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까지 겹쳤다. 세계 밀 비축분(생산량 제외)은 1~2개월 안에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지난 13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밀 가격은 0.11% 오른 부셸(약 25.4㎏)당 10.86달러에 마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3월 초엔 12달러를 넘어서며 14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안정세를 되찾았다가 지난달 중순 12달러대에 재진입했다. 올해 상승률은 43%에 달한다.밀은 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곡물이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쌀 소비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구인의 주식은 밀인 셈이다. 2019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밀 공급량의 68%가 식량으로 사용된다.빵, 국수 등으로 세계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밀이지만 최근 재고 상황은 심상치 않다. 농업시장조사업체 그로인텔리

  • 경제 기타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초·중생용 경제·논술신문 ‘주니어 생글생글’은 이번 주 커버스토리 주제로 방위산업을 다뤘습니다. 국내 무기 개발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방산 수출 현황도 살펴봤습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전쟁 억지력의 중요성과 자주국방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 혁신적인 디자인과 파격적인 시도로 여성에게 자유를 선물한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의 성장 과정을 담았습니다.

  • 커버스토리

    "도로와 수레가 좋다면 조선은 가난하지 않을 것"…실학자 박제가가 《북학의》에 남긴 물류·상업論

    우리나라는 동서 간 거리가 1000리고 남북은 그것의 세 배가 된다. 그 가운데 서울이 있기 때문에 사방에서 서울로 물자가 모여드는 데는 실제로 동서 500리, 남북 1000리에 불과하다. (중략)사람들이 왜 이렇게 가난한가? 단언하건대 그것은 수레가 없기 때문이다. 전주의 장사꾼은 생강과 참빗을 짊어지고 의주까지 간다.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걷느라 모든 근력이 다 빠진다. 원산에서 미역과 마른 생선을 싣고 왔다가 사흘 만에 다 팔면 적은 이익이나마 생긴다. 하지만 닷새가 걸리면 본전만 하게 되고, 열흘이나 머물면 오히려 본전이 크게 줄어든다. (중략)영동 지방의 경우 꿀은 생산되나 소금이 없고, 평안도 관선에서 철은 생산되나 감귤이 없으며, 함경도는 삼이 흔해도 무명은 귀하다. 산골에는 붉은 팥이 흔하고, 해변에는 생선젓과 메기가 흔하다. 영남 지방에선 명지(좋은 종이)를 생산하고 청산과 보은에는 대추가 많이 나고, 강화에는 감이 많다. 백성들은 이런 물자를 서로 이용하여 풍족하게 쓰고 싶어도 힘이 미치지 않는다. 우리가 가난한 것은 수레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홍대용은 “수레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닦으려면 토지 몇 결은 없어지겠지만 수레를 사용해서 얻는 이익이 그것을 넉넉히 보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레는 오르막은 꺼리지 않지만 빠지는 곳은 꺼린다. 지금 저잣거리의 작은 도랑은 반드시 복개해서 지하로 흐르도록 하고, 세로로 걸쳐 놓은 나무다리는 모두 가로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중략)우리나라는 배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 물이나 빗물이 새어드는 것도 막지 못한다. 짐을 많이 싣지 못하고 배에 탄 사람도 편하지 않다. 말을 배에 태울 때는

  • 경제 기타

    가격·소득·유행·대체재·보완재 등에 따라 수요 변화

    시장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 거래가 이뤄지는 곳으로, 상품시장에서의 수요자는 가계지만 노동시장에서는 기업이 수요자가 된다. 즉 어떤 시장인지에 따라 누군가는 수요자가 되고 누군가는 공급자가 되므로 가계가 언제나 수요자가 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이번주부터는 시장 작동 과정에서 공급과 대립하며 다른 한쪽 축을 이루는 수요를 상품시장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개별 수요와 시장 수요수요는 대가를 치르고 무언가를 구매하는 것으로 상품시장에서는 상품을,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량은 수요와 구분해 사용해야 하는 표현이다. 대가를 지불하고 실제로 구매한 수량을 수요량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수요를 말할 때 개개인의 개별 수요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지만 개별 수요를 모두 더한 시장 전체의 수요를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 개별 수요는 주어진 시장가격에 대해 개별 소비자가 구매하길 원하는 상품의 최대 수요량이며, 시장 수요는 주어진 시장가격에서 전체 소비자들이 구매하려는 수요량이다. 수요의 법칙어떤 상품에 대해 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 상품을 통해 만족을 얻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상품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해당 상품 가격, 소득, 유행, 대체재 가격, 보완재 가격 등 다양하다. 여기서 대체재는 어떤 재화를 대신해 사용하는 상품이고, 보완재는 함께 사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상품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가격이다. 다른 상품의 가격은 변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한 상품의 가격이 상승할 때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해당 상품의 수요량이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