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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감성적 문체, 강렬한 반전…"스포일러 절대 금물"
2014년 <우리는 거짓말쟁이> 출간 때 편집자가 “결말을 묻는다면, 그냥 거짓말을 하라”고 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 스스로 ‘스포일러는 절대 금물’이라고 외치게 된다. 소설 속에 빨려 들어가서 엄청난 스토리와 함께 달리다가 놀라운 결말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이 책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미국도서관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영 어덜트 부문 ‘올해의 소설’로 선정했다. 당시 미국에서 50만 부, 영국에서 22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전 세계 40여 개국으로 뻗어나갔다.감성적 문체, 강렬한 반전, 인간관계를 다룬 스토리에 힘입어 미국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많이 읽는 소설로 자리 잡았고, 미국 여러 학교의 추천 도서 목록에도 올랐다.특히 2021년경 틱톡 북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로 떠올라 다시 베스트셀러 차트에 복귀했으며, 아마존 프라임타임 TV 시리즈 방영도 앞두고 있다. 그 열기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2017년 출간에 이어 2024년 재출간되었다.미국 작가 E. 록하트는 소설가이자 동화작가로 청소년 소설 시리즈 <남자 친구 리스트> 외 세 편의 소설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2008년 <프랭키 란다우뱅크스의 불명예스러운 역사>로 마이클 L. 프린츠상과 시빌스 청소년 문학상을 받으며 정상급 소설가 대열에 합류했다.우린 어른들과 달라요소설은 “아름다운 싱클레어 가문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금발에 큰 키, 흰 피부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싱클레어 후손들은 어딜 가나 눈길 받는 외모를 지녔다. ‘범죄자가 없고 중독자가 없고 실패자가 없는 집안’이라는 자부심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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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높은 곳에선 왜 잘못을 빌고 싶을까 [고두현의 아침 시편]
발왕산에 가보셨나요고두현용평 발왕산 꼭대기부챗살 같은 숲 굽어보며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더니전망대 이층 식당 벽을여기 누구 왔다 간다, 하고빼곡히 메운 이름들 중에통 잊을 수 없는 글귀 하나.‘아빠 그동안 말 안드러서좨송해요. 아프로는 잘 드러께요’하, 녀석 어떻게 눈치챘을까.높은 자리에 오르면누구나 다잘못을 빌고 싶어진다는 걸.* 고두현(1963~) : 시인용평 숲에서 사흘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나무의 입김이 손끝에 닿을 때마다 감미로운 추억이 밀려왔지요.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오솔길은 책갈피 속의 행간처럼 아늑했습니다. 낙엽송이 군락을 이룬 능선의 공기는 또 얼마나 싱그럽던지요.그곳에 머문 지 이틀째 되는 날, 뒷집 아저씨처럼 마음씨 좋게 생긴 발왕산에 올랐습니다. 정상에 도착했더니 전망대 안 식당 벽에 수백 장의 편지가 매달려 있더군요. 아무개 왔다 간다, 하는 메모부터 가족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는 문구까지 온갖 ‘말씀’들이 사방 벽을 채우고 있었습니다.그중에서도 유쾌한 감동을 준 건 초등학교 1~2학년쯤 되는 녀석의 ‘고해’였습니다.산에서는 모두가 겸손해집니다‘아빠 그동안 말 안드러서 좨송해요. 아프로는 잘 드러께요’비록 맞춤법은 틀리지만, 제게는 가장 진솔한 마음의 표현으로 다가왔습니다.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높은 곳에 오르면 누구나 잘못을 빌고 싶어진다는 것을.산에서는 모두가 겸손해집니다. 자연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기 때문이겠지요. 얼굴도 모르는 그 개구쟁이의 글귀가 그래서 더욱 살갑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찬물에 세수하고 난 뒤의 청량감처럼 산에서 얻은 뜻밖의 깨우침이었습니다.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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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불가사의한 매혹과 행복, 글쓰기에 빠져라
기초 강의부터 외국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긴 이론서까지 글쓰기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리라. 장석주 시인의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는 글이란 과연 무엇이고, 글을 쓰려면 얼마나 치열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아울러 ‘책 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100권이 넘는 책을 소개해 인문학의 향연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장석주 저자는 자신을 ‘시인, 비평가, 에세이스트, 문장노동자, 독서광’이라고 소개한다. 첫 장에서 “스무 해가 넘도록 대학교, 혹은 공공도서관이나 사회교육센터에서 창작 강의를 했다”고 말하는 그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와 문학평론이 당선되었고,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설립해 편집자 겸 발행인으로 일했다. <일상의 인문학> <소설-장석주의 소설 창작 특강>, 시집 <붉디붉은 호랑이> <절벽> 등을 낸 그는 글쓰기를 논하기에 충분한 이력을 갖춘 인물이다.<글쓰기는 스타일이다>는 글쓰기를 위한 책읽기,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글쓰기에서 마주치는 문제들, 작가의 길, 글쓰기 스타일까지 5개 부문으로 나누어 각 부문에 글쓰기와 관련된 세세한 사항을 담았다. 많이 읽고 쓰고 여행하라제목에서 말하는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문학에서 스타일은 형식이고, 그 형식을 제약하는 내용이며, 그 둘이 결합하는 방식 그 자체를 포괄한다”고 정의했다. 내용을 이루는 요소는 스토리와 플롯이다. 그러니까 이 스토리와 플롯을 다루는 기술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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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영랑과 모란과 '찬란한 슬픔의 봄' [고두현의 아침 시편]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1903~1950) : 시인, 본명은 윤식(允植). 두 집안이 반대한 사랑시인 김영랑(1903~1950)의 생가가 있는 전남 강진. 거리 곳곳에 그의 시구절을 딴 모란공원, 모란상회, 모란미용실 등이 보입니다. 영랑사진관과 영랑다방, 영랑화랑도 있습니다. 컴퓨터 가게 간판에도 시인의 이름이 붙어 있군요.군청 옆길로 걸어 올라가니 고즈넉한 초가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의 옛집이지요. 안채에 딸린 마당의 장독대도 정겨운 풍경입니다. 해마다 봄이면 마당 한구석에 모란이 피어나는 곳. 진한 모란 향기가 그의 시비를 감싸는 모습이 그림 같습니다.툇마루에 걸터앉아 그의 시집을 펼칩니다. 가는 길에 읽다가 접어두었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꽃이 피기까지의 기다림과 낙화한 뒤의 절망감을 반복적인 리듬으로 노래한 시죠.기다림이 무산된 순간의 절망을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뚝뚝 떨어지는 모란에 빗댄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울면서 그토록 기다린 ‘찬란한 슬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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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거친 바다가 유능한 뱃사람을 만든다 [고두현의 아침 시편]
실패할 수 있는 용기 유안진 눈부신 아침은하루에 두 번 오지 않습니다.찬란한 그대 젊음도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어질머리 사랑도높푸른 꿈과 이상도몸부림친 고뇌와 보석과 같은 눈물의 가슴앓이도무수히 불 밝힌 밤을 거쳐서야 빛이 납니다.젊음은 용기입니다.실패를 겁내지 않는실패도 할 수 있는 용기도오롯 그대 젊음의 것입니다.“시도한 모든 일에서 나는 실패와, 실패와, 실패를 경험했다. 세일즈맨이 됐을 때 수백 번의 실패를 경험했고, 경영진이 되어서도 끝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성공하기 전에 내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실패의 눈물 속에서 성공의 꽃망울 피워성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실패학’을 ‘성공학’의 지렛대로 활용한 사람이지요. 그가 거친 직업만 22개. 쓰라린 생의 변곡점마다 그는 실패의 눈물 속에서 성공의 꽃망울을 피워 올렸습니다.캐나다 동부의 한 섬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곧바로 밑바닥 생활을 시작했죠. 접시닦이부터 시작해서 벌목공·주유소 점원·화물선 잡역부 등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중고차에서 새우잠을 잤습니다.그러다 세일즈맨이 돼 일선 판매에 나섰는데, 애송이의 영업 실적은 형편없었지요. 생활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래, 내 인생을 바꾸자!” 그리고 종이 한 장을 펼쳐 자신의 목표를 하나씩 썼습니다. ‘방문 판매를 통해 한 달에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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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잃어버린 동심 찾아 5편의 동화 속으로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발표하면서 영국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오른 오스카 와일드는 감옥에 갇히고 국적을 박탈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사회현상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천재, 반항아, 예술의 이단아’로 불리던 오스카 와일드는 살아생전에 배척받았지만 사후에는 삶과 작품이 새롭게 조명받으며 재평가가 이뤄졌다. 세상을 떠난 지 98년 만인 1998년 영국 노동당 정부의 주도로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오스카 와일드의 동상이 들어섰다.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오래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아침에 쓰인 작품일 수도 있다”라고 말해 그의 작품이 신선하고 호소력 있음을 밝혔다.오스카 와일드는 소설·희극·시·동화 등을 발표했는데 1888년에 낸 동화집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에는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욕심쟁이 거인’, ‘헌신적인 친구’, ‘특별한 로켓 불꽃’까지 총 5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행복한 왕자와 기특한 제비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전 세계 많은 언어로 번역된 ‘행복한 왕자’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생전에 행복하게 살았던 왕자가 죽자 그를 기념해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동상을 세운다. 친구들이 다 떠난 뒤 혼자 남쪽 나라로 날아가던 제비는 해 질 무렵 왕자의 동상 발 사이에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한다. 잠잘 채비를 하는데, 물방울이 제비 몸 위로 뚝뚝 떨어졌고 주위를 둘러보던 제비는 동상이 눈물 흘리는 걸 알게 된다. 동상이 되어 비로소 세상을 둘러보게 된 왕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보며 하염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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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생동감 넘치는 수영 대결…책장 넘기기 바쁘다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스피드〉는 바다고등학교 수영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청소년소설이다.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로 박진감과 우정이 어우러진 가운데 묵직한 감동을 자아낸다. 태어나서 한 번도 아버지를 본 적 없는 욱, 매사 심드렁한 소년이 아버지처럼 수영하면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이 소설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만드는 새로운 페이지터너의 탄생!”이라는 홍보 문구에 어긋나지 않는다. 페이지터너(page-turner)는 말 그대로 책장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을 뜻한다. 〈스피드〉의 책장을 빠르게 넘기다 보면 함께 훈련하며 발전하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스피드〉로 소설가가 된 권석 작가는 MBC에서 ‘무한도전’과 ‘놀러와’를 만들고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같은 인기 프로그램을 기획한 인물이다.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감각이 소설 곳곳에서 진가를 발휘해 지루할 틈이 없다.‘수영’이 친숙한 종목이어서 그다지 새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수영이라는 종목에 대해 많은 것을 습득하게 한다.〈스피드〉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기는 비결은 우정과 대결, 상처와 극복의 과정을 실감 나면서도 긴박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개성 만점인 바다고등학교 수영부원들도 한 명 한 명 친숙하게 다가온다.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주인공주인공인 고등학교 1학년 박욱은 우울한 환경에 처해 있다. 엄마가 욱을 임신했을 때 아프리카 건설 현장으로 파견 나갔던 아버지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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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명문가 자녀 교육은 다르군요 [고두현의 아침 시편]
제자에게한 줄기 푸른 산 아름다운 경치조상의 땅 후손이 물려받는구나.후손들아 얻었다고 기뻐만 마라.다시 거둬들일 사람 뒤에 있느니.書扇示門人一派靑山景色幽 前人田地後人收.後人收得休歡喜 還有收人在後頭.* 범중엄(范仲淹, 989~1052) : 북송(北宋) 때의 정치가이자 문인.세상 이치를 터득하게 돕는다범중엄은 뛰어나고 청렴한 재상이었습니다. 실력이나 인품이나 당대 최고였지요. 육경에 통달하고 송나라의 사대부 기풍을 바로 세운 주역인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러웠습니다. 제자와 자녀에게도 늘 모범을 보였지요.이 시에서 밝힌 것처럼 푸른 산의 절경을 보고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 경탄하는 게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라는 것까지 일깨워줍니다. 시의 원제는 ‘서선시문인(書扇示門人, 부채에 적어 제자에게 보이다’입니다.큰 인물일수록 꼼꼼하고 따끔그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개가한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재상 자리에 올랐습니다.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지만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산의 절경을 보고 조상과 후손을 동시에 생각하는 도량까지 지녔지요.그는 인재 양성과 부국강병의 개혁 조치인 경력신정(慶曆新政)을 추진했습니다. 기득권 세력에 막혀 실패하긴 했지만, 나중에 왕안석에 의해 개혁은 다시 이루어졌습니다. 그가 시에서 땅과 순환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한 것과 닮았지요.이 시를 읽다가 선인들의 가훈을 엮은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를 다시 펼쳤습니다. 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호걸이 되는 일은 내가 실로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만 너희가 이 가훈을 지켜서 날마다 삼가고 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