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 〈스피드〉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생동감 넘치는 수영 대결…책장 넘기기 바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AA.39655671.1.jpg)
〈스피드〉로 소설가가 된 권석 작가는 MBC에서 ‘무한도전’과 ‘놀러와’를 만들고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같은 인기 프로그램을 기획한 인물이다.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감각이 소설 곳곳에서 진가를 발휘해 지루할 틈이 없다.
‘수영’이 친숙한 종목이어서 그다지 새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수영이라는 종목에 대해 많은 것을 습득하게 한다.
〈스피드〉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기는 비결은 우정과 대결, 상처와 극복의 과정을 실감 나면서도 긴박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개성 만점인 바다고등학교 수영부원들도 한 명 한 명 친숙하게 다가온다.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주인공주인공인 고등학교 1학년 박욱은 우울한 환경에 처해 있다. 엄마가 욱을 임신했을 때 아프리카 건설 현장으로 파견 나갔던 아버지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다 세상을 떠나고 만다.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없는 욱을 잘 키워준 엄마가 같은 은행에 다니는 남자와 재혼하면서 욱은 할아버지가 있는 속초로 온다. 낚시꾼들을 태우고 고기잡이배를 모는 할아버지의 집 옥탑방에서 아버지가 학생 때 쓰던 책상과 의자, 침대를 그대로 사용하는 욱은 어느 날 친구 성수의 꾐에 빠져 수영부에 들어가게 된다.
바다고등학교 수영부 상황도 최악이다. 한때 최고의 수영 명문으로 전국 체전에서 금메달을 휩쓸고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지만 더 이상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는 데다 경비가 많이 들어 재단에서 해체를 계획하고 있다. 당연히 낡은 수영장을 보수할 의지도 없다. 성수가 욱을 수영부로 끌어들인 것도 부원이 한 명 모자라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서다. 지원자도 없고, 지원도 끊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울해 마땅한 욱, 미래가 불투명한 수영부, 그런데 이상하게 생동감이 넘치고 예상외로 발랄하다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다.
소설은 해체를 앞둔 수영부 회생에 머물지 않고 욱이 아버지를 등장시키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욱은 수영부 전설로 신기록을 세우며 메달을 많이 땄던 아버지 박두하 선수가 불명예 퇴진해 수영을 못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목표가 생겼다는 두근거림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두각을 나타내는 욱은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에서 아버지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옥탑방에서 찾은 아버지의 선수 일기에서 영법과 정신력을 익힌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방향과 속도의 문제다. 수영은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속도에만 전념하면 된다. 속도를 낼 때 최고의 무기는 마음가짐이고 그것은 곧 자신에게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같은 글을 읽을 때 아버지가 옆에 있는 것 같다.
<바다고 50년사> 편집기자인 영롱이 욱의 아버지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고, 각을 세우던 둘은 멋지게 협력해 박두하 선수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에 나서게 된다. 수영 명문고이던 시절, 어른들의 흑심이 어떻게 수영 영재를 몰락시켰는지 추적하는 과정은 1등만 추구하는 승부의 세계가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발랄함과 묵직함,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스피드〉를 읽으면 욱과 함께 뭔가 결심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