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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대통령 13명을 치우침 없이 사실에 근거해 기록

    건국 75년이 된 대한민국은 13명의 대통령이 통치하는 동안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K-팝이 세계 청년문화를 이끌고, 삼성 휴대폰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3위에 올라섰고, 누리호 발사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우주 강국 대열에 들어섰다.각종 수치가 선진국임을 증명하지만, 대통령들의 잘못된 면만 부각하면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말도 떠도는 실정이다. 제대로 알지 못해, 왜곡된 사실로 인해,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대학교수, 교사, 공인회계사, 변호사로 구성된 17명의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저자들은 “되돌아보며 욕만 해대는 음울한 역사관”에서 벗어나 “밝고 찬란한 미래를 자신만만하게 개척하려는 늠름한 역사관”을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57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총 5부와 부록으로 구성된다. 1부 들어가기, 2부 개념 바로 세우기, 3부 ‘대한민국 이전의 사회’에 이어지는 4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이 가장 관심을 끈다. 과거 대통령들의 공과를 가감 없이 기록했기 때문이다.각 대통령의 경제 공적‘경제 공적’ 위주로 본다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농지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룬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미국으로부터 총 27억 달러의 경제 원조를 받아 폐허 같은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애썼다. 1959년에 원자력원을 창설하고 원자로 공사 기공식을 거행한 지 3년 만에 원자로의 정상 가동이 시작됐다. 6년제 의무교육과 문맹퇴치운동, 국비 유학생 제도 도입 등 교육혁명도 이뤄졌다.박정희 군사정권은 집

  • 교양 기타

    부·영예 다 버리고 무명 시인과 사랑의 도피 [고두현의 아침 시편]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엘리자베스 브라우닝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헤아려 보죠.보이지 않는 존재의 끝과 영원한 은총에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그 깊이와넓이와 높이까지 당신을 사랑합니다.태양 밑에서나 또는 촛불 아래서나,나날의 가장 행복한 순간까지 당신을 사랑합니다.권리를 주장하듯 자유롭게 사랑하고칭찬에 수줍어하듯 순수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옛 슬픔에 쏟았던 정열로써 사랑하고내 어릴 적 믿음으로 사랑합니다.세상 떠난 모든 성인과 더불어 사랑하고,잃은 줄만 여겼던 사랑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나의 한평생 숨결과 미소와 눈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신의 부름 받더라도 죽어서 더욱 사랑하리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1806~1861) : 영국 시인오늘 얘기는 좀 말랑말랑한 러브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은 영국 문학사상 최고의 사랑시를 남긴 여성 시인입니다. 당대의 스타였으나 부모·형제를 버리고, 부와 영예도 버리고, 연하의 무명 시인과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 여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입니다.엘리자베스는 열다섯 살에 낙마 사고로 척추를 다치고, 몇 년 뒤 가슴동맥이 터져 시한부나 다름없는 청춘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힘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네 번의 유산 끝에 사랑스러운 아들까지 낳았죠. 그 아들은 훗날 뛰어난 조각가가 됐습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이야기 덕분에 그가 남긴 사랑 시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요.엘리자베스는 여덟 살 때 호메로스의 작품을 그리스어로 읽고, 열네 살 때 서사시 ‘마라톤 전쟁’을 쓸 만큼 조숙한 소녀였습니다. 그러나 소아마비에 척추병, 동맥파열 등이

  • 교양 기타

    이웃집 처녀에게 바친 사랑詩 [고두현의 아침 시편]

    빛나는 별이여빛나는 별이여, 내가 너처럼 한결같다면 좋으련만-밤하늘 높은 곳에서 외로운 광채를 발하며,참을성 있게 잠자지 않는 자연의 수도자처럼,영원히 눈을 감지 않은 채,출렁이는 바닷물이 종교의식처럼육지의 해안을 정결하게 씻는 걸 지켜보거나,혹은 산과 황야에 새롭게 눈이 내려부드럽게 쌓이는 것을 가만히 응시하는 게 아니라-그런 게 아니라- 그러나 여전히 한결같이, 변함없이,아름다운 내 연인의 풍만한 가슴에 기대어,부드럽게 오르내리는 것을 영원히 느끼며,그 달콤한 동요 속에서 언제까지 깨어있으면서,평온하게, 그녀의 부드러운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그렇게 영원히 살고 싶어라- 아니면 차라리 죽어지리라.* 존 키츠(1795~1821) : 영국 시인.오늘은 영국 시인 존 키츠의 사랑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는 유독 지식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요. 단 4년간 활동한 뒤 26세에 요절했지만, 영국 낭만주의 대표 시인이 됐습니다. 셰익스피어 뒤를 이을 재목그가 몇 년만 더 살았더라면 세계문학사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았죠. 셰익스피어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았고 바이런, 셸리와 더불어 당대 시단의 최고봉으로 불렸으니 그럴 만했습니다.짧은 생애에 비해 많은 작품을 쓴 그는 ‘가장 아름다운 서정시’와 ‘가장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를 동시에 남겼습니다. 그의 사랑 얘기를 그린 제인 캠피언 감독의 영화 <브라이트 스타>가 흥행한 뒤에는 더욱 그랬지요.전기작가들이 특별히 궁금해한 것은 그가 죽기 전 끔찍이 사랑하던 연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순간을 지킨 친구는 알고 있었지만, 여인의 남은 생을 위해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고통 타고 오롯이 살아나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등 노벨문학상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노벨문학상은 남의 나라 일인 줄만 알았다. 10월 10일 저녁 8시,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사우스 코리아, 한강!”이라고 발표하자 대한민국 사람들은 놀라서 환호성을 질렀다.욘 포세는 64세(2023년), 아니 에르노는 82세(2022년),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72세(2021년), 루이즈 글릭은 77세(2020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 53세의 한강 작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서 받을 것으로 다들 예상했다.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신드롬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상 사흘 만에 한강 작가의 책이 70만 부 넘게 판매되었으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부터 19위까지 모두 한강 작가의 작품이 차지했다. 작가가 먼저 읽기를 권한 작품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의 작품 중 <소년이 온다>가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희랍어 시간> <디 에센셜: 한강>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가 뒤를 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 중에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를 특별히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한강 작가는 “어떤 작품을 가장 먼저 읽는 게 좋겠냐”는 질문에 “작가는 자신의 최신작을 좋아한다”며 2021년에 출간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권했다. 1947년을 기점으로 1954년까지 벌어진 제주 4·3사건이 배경이어서 1980년 5·18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야수로 변해가는 소년들…문명은 유지될 것인가

    올해로 발간 70주년을 맞은 <파리대왕>은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힌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으로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BBC 선정 ‘세상을 바꾼 100대 소설’,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등에 올랐다.<파리대왕>은 스티븐 킹, 이언 매큐언, 말런 제임스, <헝거 게임> 시리즈 작가 수잔 콜린스, 시인 벤 오크리 등 수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이 역경을 뚫고 구출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산호섬> <15소년 표류기> 등 여러 작품이 있지만 <파리대왕>이 특히 각광받은 이유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원조로 인간 본성을 제대로 녹여낸 덕분이다.1911년 영국 콘월주에서 태어난 윌리엄 골딩은 옥스퍼드 대학의 브레이스노즈 칼리지에서 자연과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 중 서정시 29편을 묶은 첫 책 <시집>을 출간한 그는 해군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쟁이 끝난 후 교사로 일하며 쓴 첫 소설이 바로 <파리대왕>이다.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요즘 세계가 전쟁 소식으로 어수선하다. 하루아침에 고향을 떠나 피란지에서 불안한 삶을 사는 이들의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가운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 우리에게 여러 피해를 주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도 심각할 정도로 몰아닥치고 있다.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표류한 <파리대왕>의 소년들처럼 느닷없는 상황이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가장 먼저 등장한 12세 금발 소년 랠프는 매우 낙관적이다. 아름다운 섬 풍경에 “멋있다!”라는 탄성

  • 교양 기타

    가을 서리에 백발이 삼천장이라니! [고두현의 아침 시편]

    추포가(秋浦歌)이백삼천 장이나 되는 흰 머리온갖 시름으로 올올이 길어졌네알 수 없어라 거울 속 저 모습어디서 늦가을 무서리 맞았는지.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이백(李白, 701~762) : 당나라 시인.이 시는 이백의 ‘추포가(秋浦歌)’ 연작 17수 중 15수입니다. 만년에 귀양에서 풀려난 그가 양쯔강 연안의 추포에 와서 지었는데 애상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죠.삼천장(丈)이면 10㎞나 되는데…이 시의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은 물론 과장된 표현입니다. 근심으로 허옇게 센 머리카락 길이가 3000장(약 10㎞)이나 된다고 했지만, 사실은 끝없는 고뇌와 슬픔의 길이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거죠.백발은 노년과 쇠잔함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멜라닌 부족으로 생긴 자연현상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그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상징하기도 하지요.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 주흥사가 하룻밤 사이에 ‘천자문(千字文)’을 다 짓고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글자가 겹치지 않게 4자씩 짝을 지은 250구(句)를 하룻밤에 완성했으니 오죽했을까요.이처럼 ‘추포가’의 거의 모든 시행에는 ‘백발(白髮)’과 ‘추상(秋霜)’의 애수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그는 첫수에서 이렇게 읊조리지요.“추포는 늘 가을 같아 쓸쓸함이 사람을 시름겹게 하네/ 나그네 근심 헤아릴 길 없어 동편 큰 누대에 올라보니/ 서쪽으로 장안이 바라보이고 밑으로는 흐르는 강물이 보이네/ 강물 향해 말 붙이노니 너는 날 생각하는가/ 내 한 움큼의 눈물을 멀리 양주까지 실어가 다오.”2수에서도 “추포 원숭이들의 밤 시름에 남쪽 황산도 민둥산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과학을 사실적으로 그리려면 먼저 공부하라

    소설이나 영화 속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등장한다. 작가들은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직접 체험도 하고 전문가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 준비를 하고도 잘못 그리거나 어설프게 표현해 지적받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작가들은 과학을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지 않을까. 모두가 작가이자 독자인 시대, 〈장르작가를 위한 과학가이드〉를 참고하면 제대로 쓰고 제대로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네이처>를 비롯한 유명 과학 저널에 공동 저자로 70편의 논문을 발표한 댄 코볼트는 유전학 연구자이자 SF 작가다. 댄 코볼트는 서문에서 “유전학은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며 “다른 작가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의무감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40명의 과학자가 쓴 59가지 이야기이 책은 40여 명의 과학·의학·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해 총 59가지 주제의 ‘기본 개념을 다루고, 일반적인 오해를 제시하며, 세부 사항을 바르게 파악하기 위한 팁’을 제공한다. 초광속 여행, 냉동보존, 에너지의 미래, 기후변화, 사이보그, 홀로그램, 야생동물, 곤충, 조현병, 치매, 좀비 미생물학, 전염병 등 실로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작품 속에 과연 어떤 오류가 있었길래 댄 코볼트는 도움을 주고 싶었을까. ‘적절한 실험 방법’ 편을 쓴 핵 물리학자 레베카 엔조는 세계적으로 히트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시고니 위버가 피펫을 잘못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양의 액체를 얻은 후 피펫을 거꾸로 든 것이다. 피펫에 방사성 물질이나 산을 옮기려 했다면? 과학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몸서리치

  • 교양 기타

    연암 박지원은 거구에 쌍꺼풀… [고두현의 아침 시편]

    연암에서 형님을 생각하며(燕巖憶先兄)우리 형님 얼굴 수염 누구를 닮았던가.아버지 생각날 때마다 형님을 쳐다봤지.이제 형님 그리운데 어디에서 볼까의관 갖춰 입고 냇물에 비춰봐야겠네.* 박지원(1737~1805) : 『열하일기』 저자.오늘 읽어드리는 시는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51세 때인 1787년에 형을 추모하며 쓴 것입니다. 그보다 일곱 살 위인 형 박희원(朴喜源)은 그해 7월 세상을 떠났지요. 1월에 동갑내기 부인을 떠나보낸 데 이어 맏며느리까지 잃고 난 뒤여서 그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긴 얼굴에 광대뼈 … 안색은 붉은 편연암은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형을 무척 따랐죠. 서른한 살 때인 1767년에 아버지 박사유(朴師愈)가 64세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는 백면서생으로 소일하다 늦게야 음서로 출사해 정5품 통덕랑에 머물렀습니다. 연암은 유산을 가난한 형에게 몰아주고 서대문 밖으로 집을 옮겼습니다.떨어져 사는 동안에도 연암의 형제애는 각별했지요. 형님에게 자식이 없자 둘째 아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첫아들을 양자로 보낼 정도였습니다. 정조 즉위 직후 세도를 부리던 홍국영의 표적이 돼 황해도 금천의 연암골로 피신했을 때도 형님 식구들을 설득해 함께 갔다고 합니다. 그의 호 연암은 이 골짜기 이름을 딴 것이죠.형님보다 9년 먼저 세상을 떠난 형수에게는 절절한 묘지명을 지어 바쳤습니다. 연암골 집 뒤에 마련한 형수의 묘에 형님을 합장하고 애틋한 추모시까지 바쳤으니, 연암의 속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만합니다.그런데 추모시 치고는 뭔가 좀 이상하지요? 무겁고 슬픈 게 아니라 동심 같은 순수와 해학이 곁들여져 빙그레 웃음까지 짓게 만듭니다. 닮은꼴 &ls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