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오드리 헵번은 왜 튤립을 먹었을까? 우리가 몰랐던 '꽃'의 진짜 역사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꽃이 활짝 피어나는 봄에 황인희·윤상구 작가가 꽃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담은 <꽃과 역사, 이야기꽃을 피우다>를 펴냈다.황인희 작가는 이 책에 실린 60편의 꽃 이야기를 읽고 나면 꽃은 “그저 흔해 빠진, 혹은 지천에 널린 꽃이 아니라 독자 여러분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의미 있는 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 책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잘 알려진 꽃을 다뤘다. 글은 황인희 작가가 쓰고, 사진은 윤상구 작가가 찍었다. 각 장 앞부분에 있는 QR코드를 접속하면 많은 꽃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다.봄이 되면 미국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변에도 일본이 1912년에 선물한 왕벚나무 3000그루가 활짝 피어난다. 포토맥 강변의 벚나무가 일본산이 아닌 한국산이라고 동양미술사학자 존 커터 코벨 박사가 자신의 글에 기록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미국이 왕벚나무를 다 베어버리려고 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 “그 벚나무는 일본산이 아닌 대한민국 제주도산 왕벚나무”라고 밝혀 지금까지 포토맥 강변을 지키고 있다. 납북 남편 그리는 일편단심 민들레유럽 사람들이 성모마리아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긴 카네이션은 어머니에 대해 사랑과 존경을 상징하는 꽃으로 자리 잡았다. 1907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안나 마리아 자비스가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에 어머니에게 흰 카네이션을 선물하면서 이 문화가 퍼져나갔고, 우드로 윌슨 대통령
-
교양 기타
최고의 작품은 가장 바쁠 때 나온다는 거 아세요?
도스토옙스키는 늘 돈과 시간에 쫓겼다. <죄와 벌>을 쓸 무렵에는 극한 상황에 몰렸다. 형과 함께 시작한 잡지와 출판사가 연달아 망하고, 갑자기 세상을 뜬 형의 빚을 떠맡은 데다 형수와 조카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도박 빚까지 짊어져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간신히 월간지에 <죄와 벌>을 연재하기 시작했지만 굶기를 밥 먹듯 했다. 1866년, 그의 나이 44세 때였다.돈이 급한 그는 그해 10월 4일 다른 출판사와 선불 계약을 맺었다. 조건은 ‘11월 1일까지 새로운 장편소설을 완성하지 못하면 향후 9년간의 출판권을 모두 넘긴다’는 것이었다. 마감까지는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죄와 벌>만으로도 밤을 새울 판인데, 그사이에 새 작품까지 써내야 하다니! 피가 말랐다.다급해진 그는 속기사를 구해 밤낮으로 구술하며 미친 듯 받아 쓰게 했다. 그렇게 해서 27일 만에 <노름꾼>을 탈고했다. 마감 하루 전 원고를 넘긴 그는 출판권을 빼앗기는 위기는 모면했다. 이 와중에 <죄와 벌>의 최종회 연재 원고까지 완성했다.그의 초인적 집중력은 압박과 몰입 덕분이었다. 시간 압박이 강할수록 몰입력은 커진다. 이런 ‘압박형 창작’ 유형은 의외로 많다. 프랑스 작가 발자크는 여러 소설을 겹치기로 연재하며 매일 마감 시간과 싸웠다. 출판과 인쇄업에 연거푸 실패한 그는 빚을 갚기 위해 하루 15시간씩 글을 썼다.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50잔이나 마셨다. 그렇게 전력투구한 결과 90여 편의 장편과 중편, 30편의 단편, 5편의 희곡을 남길 수 있었다.알렉상드르 뒤마도 신문 소설을 한꺼번에 연재했다. 43세 때인 1844년에는 <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 <여왕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편의점 알바만 하는 모태솔로 이야기[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아쿠타가와상은 일본 순수문학계 최고 권위의 신인상이다. 수상자 중에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오에 겐자부로, 마루야마 겐지, 무라카미 류 같은 쟁쟁한 작가가 많다.<편의점 인간>은 2016년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무라타 사야카는 37세에 이 상을 받았는데,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와 흡사한 상황이어서 화제가 됐다.다마가와대학교 문학부 예술학과를 다닐 때부터 편의점 알바를 한 무라타 사야카는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썼다. 아쿠타가와상 시상식 당일에도 편의점에서 일한 뒤 참석해 놀라움을 안겼다.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 후루쿠라는 36세로,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인물이다.<편의점 인간>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잘 모르는 공간과 단순한 듯해 보여도 숙련된 기술로 무장한 점원들의 묘한 분위기를 잘 그려냈다. 일본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무라타 사야카 신드롬을 일으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됐다. 국내에서 2016년 11월 1일 발간한 번역본도 한 달 만에 20쇄를 돌파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이는 물론 작품의 힘도 있었지만 2003년 <수유(授乳)>로 군조신인문학상, 2009년 <은색의 노래>로 노마문예신인상을 받은 탄탄한 글솜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군조신인문학상과 노마문예신인상, 아쿠타가와상까지 3대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는 무라타 사야카를 포함해 세 사람뿐이다.<편의점 인간>이 출간된 후에도 주 3회 편의점에 출근했던 작가는 2016년 여름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에서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모태 솔로에 아르바이트라니 …<편의점
-
교양 기타
구상 시인의 '홀로와 더불어' [고두현의 아침 시편]
홀로와 더불어 구상나는 홀로다.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나는 더불어다.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 있고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이 배어 있고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 있다.이렇듯 나는 홀로서또한 더불어서 산다.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구상(具常) 시인의 문학 정신을 한눈에 보여주는 시입니다. ‘홀로서기’와 ‘함께 있음’을 대비하면서 ‘대긍정’과 ‘조화의 철학’을 잘 드러낸 작품이지요.첫 연의 “넘지 못할 담벽”과 “건너지 못할 강”, “헤아릴 바 없는 거리”는 존재론적 간극을 상징합니다. “너”는 결코 내 안으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시인은 섣부른 화해로 건너뛰지 않고 홀로됨의 냉정을 먼저 인정합니다. 이것이 대긍정의 출발점입니다.그런 다음엔 바로 반대편을 제시합니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과 “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 이것은 남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나는 홀로이되 홀로만으로 성립할 수 없는 존재이지요. 우리는 늘 관계망 속에서 살아갑니다.“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 / 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이럴 때 ‘평형’은 중간 지대의 타협이 아니라 ‘홀로’를 지키면서 ‘더불어’를 아우르는 균형을 의미하지요.최근 열린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창립 20주년 기념 강연에서 김재홍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외모지상주의 시대와 '40년 전 못생긴 여자'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가 인기를 끌면서 원작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역주행 중이다. 이 소설은 2008년부터 6개월간 온라인 서점 예스24 블로그에 연재됐고, 2009년 7월 출간된 그해에만 15쇄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이후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소설은 2025년 11월 ‘요한의 17년 후 이야기’를 더한 개정판까지 나왔다. 오랜 기간 독자들의 가슴을 내내 저미게 한 작품이다.<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쓴 박민규 작가는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문예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 작가상,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이후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까지 주요 문학상을 두루 받았다.등장인물의 표정과 교감,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많은 걸 대신하는 영화 ‘파반느’는 말과 사건이 그리 많지 않은 조용한 영화인 데 비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448쪽의 꽤 긴 소설이다. 등장인물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문장이 차분하게 이어져 수많은 독자가 공감과 감동을 쏟아 냈다.2009년 출간된 이 소설의 무대는 1986년이다. 무려 40년 전 풍경과 대면한 2026년의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인생 소설’이라며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 속 등장인물이 현재와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이리라. 지독하게 못생긴 그녀<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는 3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나, 그녀, 요한이다. ‘나’는 매우 잘생겼다. 유명 배우가 되면서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를 닮아서다. 무명 시절 남편을 헌신적으로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종이 위의 기적…적는 습관이 성공 부른다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현상을 ‘적자생존’이라고 한다. 그런데 적자생존을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로 해석하는 우스개도 있다. 메모 습관으로 성공한 유근용 작가는 <메모의 힘>에서 “적어야 산다!”고 강력하게 외친다. 책에는 저자 자신이 열심히 메모해 꿈을 이룬 과정, 메모가 왜 중요한가, 메모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메모의 능력을 기록한 책 소개 등이 담겨 있다.유근용 작가는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기록할 뿐 아니라 신문이나 책을 읽은 뒤에도 반드시 기록하는 걸 생활화했다. 밑줄을 치고, 마음에 드는 문장 5개를 뽑아 적고, 그 가운데 1개의 문장대로 실천하는 루틴을 따랐다. 유근용 작가는 입대 전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한심한 인물’이었다. 21세 때 군대에서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를 읽은 뒤 목표를 메모하며 스스로 꿈을 키우는 사람으로 변신했다. 제대 후 ‘전 과목 A+ 받기’ ‘한 달에 3권 이상 읽기’ ‘운동으로 체중 늘리기’를 목표로 삼고, 해야 할 일을 기록하면서 독서와 운동, 메모를 병행했다. 그 결과 1학년 때 1.74이던 학점이 제대 후 4.5로 껑충 뛰었다.메모 습관 공개 후 강의 요청15년간 150여 권의 노트에 메모하면서 정보 수집과 업무에 대한 탄탄한 실력을 쌓았다. 열심히 기록하며 생긴 노하우를 SNS에 공개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특강을 요청하는 문의가 쏟아졌다. 대개 책을 출간한 후 강단에 서는 사례가 많지만, 유근용 작가는 블로그 기록만으로 강사가 됐다. 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요청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메모의 힘>이다. 20
-
교양 기타
"가장 위험한 사람은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 [고두현의 인생명언]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고두현잊지 말라.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한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쉽게 열리는 문은쉽게 닫히는 법.들어올 땐 좁지만나갈 땐 넓은 거란다.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넓어지고 깊어지느니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부분 발췌-“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스콜라철학의 대부인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의 명언이다. 그는 늘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라며 독선적 이념의 폐해를 경계했다.그가 로마 근교 수도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수도원장이 한 젊은 수도사에게 “맨 처음 만나는 수도사를 데리고 시장을 봐 오라”고 지시했다. 젊은 수도사는 눈에 띄는 한 뚱보를 잡아끌고 시장에 갔다. 그는 걸음이 느린 뚱보에게 퉁을 주며 야단을 쳤다.이를 본 시장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분이 누구신지 알아요?” “누구긴요. 수도사지.” “정말 모른단 말이오? 우리 시대 최고 석학이자 교황의 존경을 받는 토마스 아퀴나스 선생님을?”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사람들이 “왜 선생님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습니까”라고 묻자 아퀴나스는 조용히 대답했다. “수도사의 본분은 순종과 겸양입니다. 저 젊은 수도사와 저는 그 본분을 따랐을 뿐입니다.”또 다른 일화. 아퀴나스가 교황청 발코니에서 교황과 함께 있을 때였다. 세금 수송마차가 돈을 가득 싣고 들어오는 광경을 보고 교황이 말했다. “저걸 보시오. 이제 교회가 ‘은과 금은 내게 없노라’고 말하던 시대는 지나갔소.” 그러자 그가 답했다. “예. 하지만 이젠 앉은뱅
-
교양 기타
그리스 탈레스와 조선 허생이 큰돈 번 사연 [고두현의 문화살롱]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가난했다. 그는 유럽 철학의 시조이자 수학·지질·천문에 밝았지만, 돈 버는 일에는 무관심했다. 별자리를 관찰하며 걷다가 우물에 빠지는 바람에 “하늘의 이치를 알려면서 제 발밑도 볼 줄 모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툭하면 “철학이 밥 먹여주냐?”는 조롱에 시달렸다.참다못한 그는 팔을 걷어붙였다. 기원전 6세기에 벌써 일식을 예측할 정도로 천문학에 능한 그는 이듬해 올리브가 풍작일 것을 알고 한겨울에 기름 짜는 착유기(搾油機)를 미리 빌렸다. 정확하게는 ‘수확기에 일정 금액으로 빌릴 수 있는 권리’를 샀다. 착유기 주인들은 사용하지도 않고 밀쳐둔 기계로 돈을 벌 수 있으니 너도나도 응했다.수확기가 되자 예상대로 풍작이었다. 올리브 농가들이 일제히 착유기를 빌리러 나섰다. 사용권을 가진 탈레스는 비싼 값에 착유기를 빌려줬다. 당장 기름을 짜야 하는 농가들은 탈레스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 파생금융상품의 한 종류인 ‘옵션거래’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다. 피라미드 높이를 그림자로 측량그는 큰돈을 번 뒤 흔쾌히 사회에 환원했다. 이를 두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부자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은 단지 그들의 진지한 관심사가 아닐 뿐이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직접 돈벌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정치학(Politics)> 제1권)이라고 평했다. 탈레스의 진짜 관심사는 돈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지, 그런 혜안을 통해 경쟁자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 어떤 원리로 돈을 벌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