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전입생이 왔을 때 선생님이 이런 제안을 한다면?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무대는 고등학교 2학년 교실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학생들은 이미 이 발표를 했다. 다섯 문장 중에 어떤 게 거짓인지 알아맞히는 과정에서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이 게임의 이점이다. 사실 우리는 현실에서도 남이 모르는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누구에게든 밝힐 수 없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김애란 작가가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2024년 소설가가 뽑은 ‘올해 최고의 소설’과 알라딘·예스24 서점 선정 ‘2024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김애란 작가는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과 1권의 산문집을 냈고, 이상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비롯해 국내 주요 문학상을 거의 다 받았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은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을 받았다. 나는 곧 죽을 사람을 알아본다K시 파출소에서 보호자를 기다리는 지우의 모습이 소설 속 첫 장면이다. 그다음 채운과 소리가 등장한다. 소리는 꿈속에서, 오채운이 전학 온 첫날 담임이 ‘다섯 문장 소개’를 꺼낸 것과 채운이 문장을 하나하나 읊던 모습을 본다. 어느 순간 자신이 발표하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소리가 내뱉은 마지막 문장은 “나는 곧 죽을 사람을 알아본다”였다. 교실은 찬물 끼얹은 듯 고요해졌는데, 놀라운 건 이 말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서로에게 거짓말 한 셋, 친구가 돼 위로를 베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A.40274789.1.jpg)
채운은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빠 때문에 늘 불안하다. 어느 날 폭력을 행사하던 아빠가 오히려 상해를 입으면서 엄마가 감옥에 갇힌다. 심하게 다친 아빠는 식물인간이 되어 요양병원에 누워 있다. 엄마와 채운 사이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고, 그로 인해 채운은 몹시 괴로워한다.
자신에게 곧 죽을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는 것 때문에 혼란스러운 소리는 병으로 엄마가 세상을 떠나 아빠와 둘이 산다.
교실에서 대화를 나눈 적 없는 셋이 묘하게 연결되며, 서로에게 의지와 위로가 된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아픔에 처한 셋이 각자의 방식대로 현실을 헤쳐나가고자 애쓰는 장면이 눈물겹다. 비밀이 마음을 자라게도 한다이모 집에 얹혀사는 채운은 골든리트리버 ‘뭉치’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의지하는 가족이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채운은 ‘바람영어’ 앱에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종래에는 엄청난 비밀도 털어놓는다.
지우는 엄마의 마지막 선물인 태블릿으로 웹툰을 그리고 도마뱀 ‘용식이’를 돌보며 마음을 달랜다. 채운은 지우가 그린 ‘내가 본 것’이라는 웹툰을 우연히 접하게 되고, 그 속에서 자신과의 연결 고리를 발견하고 놀란다. 곧 죽을 사람을 알아보는 소리에게 부탁해 아빠를 만나러 가기도 한다. 지우는 반 친구 가운데 유일하게 엄마 장례식에 찾아온 소리에게 ‘용식이’를 맡기고 일하러 간다. 서로 모르던 셋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더 깊어진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는 어른들의 깊숙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가득 담겨 있다. 다 털어놓지 못하고 내 안에서 삭여야 할 얘기가 많은 게 삶이라는 걸 알려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