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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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강의부터 외국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긴 이론서까지 글쓰기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리라. 장석주 시인의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는 글이란 과연 무엇이고, 글을 쓰려면 얼마나 치열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아울러 ‘책 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100권이 넘는 책을 소개해 인문학의 향연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장석주 저자는 자신을 ‘시인, 비평가, 에세이스트, 문장노동자, 독서광’이라고 소개한다. 첫 장에서 “스무 해가 넘도록 대학교, 혹은 공공도서관이나 사회교육센터에서 창작 강의를 했다”고 말하는 그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와 문학평론이 당선되었고,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설립해 편집자 겸 발행인으로 일했다. <일상의 인문학> <소설-장석주의 소설 창작 특강>, 시집 <붉디붉은 호랑이> <절벽> 등을 낸 그는 글쓰기를 논하기에 충분한 이력을 갖춘 인물이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는 글쓰기를 위한 책읽기,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글쓰기에서 마주치는 문제들, 작가의 길, 글쓰기 스타일까지 5개 부문으로 나누어 각 부문에 글쓰기와 관련된 세세한 사항을 담았다. 많이 읽고 쓰고 여행하라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불가사의한 매혹과 행복, 글쓰기에 빠져라
제목에서 말하는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문학에서 스타일은 형식이고, 그 형식을 제약하는 내용이며, 그 둘이 결합하는 방식 그 자체를 포괄한다”고 정의했다. 내용을 이루는 요소는 스토리와 플롯이다. 그러니까 이 스토리와 플롯을 다루는 기술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른 작가들은 각자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각각의 방식이 스타일인 셈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작가가 되려면 갖춰야 할 것이 많다. 저자는 먼저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책 읽기는 이해와 공감의 능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며, 글쓰기에 필요한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이 두 가지가 글쓰기의 가장 좋은 훈련 방식이자 재능의 증명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매일 일기를 쓰면서 “내 안의 나와 소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사후에 일기가 출간되어 유명해진 미국의 수전 손택을 소개했다. 또한 “낯섦 때문에 영감이라는 불꽃이 켜지는 여행도 많이 하라”고 권했다.

“힘든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는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매혹과 행복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재능이 없어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천부적 재능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의지에 따른 선택의 결과다. 타고난 작가는 없다. 재능은 스스로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라고 독려한다.

그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이들에게 “꾸미지 말고 느낀 대로 쓰면 된다. 당신의 내면 깊은 곳, 무의식에서 우글거리는 언어들을 끌어내라”라며 의식과 무의식, 마음과 몸을 들어 실제적인 글쓰기의 묘미를 자세하고 흥미롭게 일러준다. ‘꿈의 시간’을 사는 것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를 비롯해 여러 한국 작가가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어떤 분야든 정상에 오르려면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지만 글쓰기야말로 철저히 고독한 작업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노동”이자 “삶의 거친 바다에 뛰어드는 모험이요, 육체의 수고가 동반되는 가차 없는 노동”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책을 쓴다는 것은 꿈의 시간을 사는 것”이라며 “아직 살아보지 못한 미래 속으로 진입하는 매력적인 일”이라고 정의했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만의 문체를 가진 작가가 된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문학은 건반 없는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고, 언어로 된 존재의 거푸집을 짓는 일이다” “시는 부를 수 없는 이름들을 호명하는 일이고, 쓸 수 없는 것들을 쓰는 하염없는 짓이다”라는 저자만의 문체가 줄지어 등장해 줄을 계속 긋게 되는 책이다.

5부에 등장하는 헤밍웨이·하루키·박경리·김훈 등 12명의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과 삶, 고뇌와 습성은 독서의 묘미를 한껏 끌어올리며 ‘글쓰기 스타일’을 확실히 익히게 해준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여러 권의 책을 읽은 것 같은 감동과 뿌듯함이 몰려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