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오래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아침에 쓰인 작품일 수도 있다”라고 말해 그의 작품이 신선하고 호소력 있음을 밝혔다.
오스카 와일드는 소설·희극·시·동화 등을 발표했는데 1888년에 낸 동화집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에는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욕심쟁이 거인’, ‘헌신적인 친구’, ‘특별한 로켓 불꽃’까지 총 5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행복한 왕자와 기특한 제비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잃어버린 동심 찾아 5편의 동화 속으로](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A.39734690.1.jpg)
왕자는 제비에게 자기 몸에 박힌 보석을 빼서 가난한 사람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름다운 왕자의 청에 제비는 보석을 전하기 시작했고 사파이어로 만든 눈알, 몸을 장식한 순금까지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따뜻한 나라로 가려던 제비는 눈이 보이지 않는 왕자 곁에 머물며 자신이 본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급기야 보석이 다 사라져 흉측하게 변한 동상은 철거되고, 따뜻한 나라로 가지 못한 제비도 죽고 만다.
이 모습을 본 하나님이 “저 도시로 가서 가장 소중한 것 두 개만 가져오라”라고 말하자 천사가 납으로 만든 왕자의 심장과 죽은 제비를 들고 온다. 그러자 하나님이 “이제부터 이 작은 새는 내 낙원에서 영원히 노래 부를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왕자는 내 황금 도시에 살면서 언제까지나 나를 찬미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행복한 왕자’는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의무와 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재물을 모으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세상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사랑을 실천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에게 흉측하게 보이는 동상이 신에게 아름답고 가치 있게 평가받는 상황을 통해 기독교적 구원과 희생을 전하는 ‘행복한 왕자’는 애니메이션, 연극, 오디오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기고 있다.철학적이고 상징적이며 낭만적‘나이팅게일과 장미’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춤을 추려면 꼭 있어야 할 붉은 장미를 구하지 못해 낙담하는 젊은 남자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남자의 탄식을 들은 나이팅게일(꾀꼬리)은 장미꽃을 구해주려고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다가 장미로부터 “당신 심장의 피로 그것을 적셔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슬픔에 빠진 남자를 위해 나이팅게일은 붉은 장미를 만들어놓고 죽는다. 기쁘게 달려간 남자에게 여자는 붉은 장미가 “드레스 색깔과 맞지 않는다”고 퇴짜 놓으며 “시종관의 조카가 내게 진짜 보석을 여러 개 보내왔다”고 말한다. 나이팅게일의 사랑과 인간의 욕망이 대비되는 순간이다.
‘특별한 로켓 불꽃’에는 자만심 강한 로켓이 등장한다. 왕자의 결혼식을 위한 불꽃놀이를 준비하던 중 잘난 체하다가 로켓이 제때 발사되지 못한다. 우여곡절 끝에 발사되긴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이 글은 허영심과 자만심을 버려야 삶이 시원하게 펼쳐질 수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