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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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발표하면서 영국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오른 오스카 와일드는 감옥에 갇히고 국적을 박탈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사회현상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천재, 반항아, 예술의 이단아’로 불리던 오스카 와일드는 살아생전에 배척받았지만 사후에는 삶과 작품이 새롭게 조명받으며 재평가가 이뤄졌다. 세상을 떠난 지 98년 만인 1998년 영국 노동당 정부의 주도로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오스카 와일드의 동상이 들어섰다.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오래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아침에 쓰인 작품일 수도 있다”라고 말해 그의 작품이 신선하고 호소력 있음을 밝혔다.

오스카 와일드는 소설·희극·시·동화 등을 발표했는데 1888년에 낸 동화집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에는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욕심쟁이 거인’, ‘헌신적인 친구’, ‘특별한 로켓 불꽃’까지 총 5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행복한 왕자와 기특한 제비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잃어버린 동심 찾아 5편의 동화 속으로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전 세계 많은 언어로 번역된 ‘행복한 왕자’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생전에 행복하게 살았던 왕자가 죽자 그를 기념해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동상을 세운다. 친구들이 다 떠난 뒤 혼자 남쪽 나라로 날아가던 제비는 해 질 무렵 왕자의 동상 발 사이에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한다. 잠잘 채비를 하는데, 물방울이 제비 몸 위로 뚝뚝 떨어졌고 주위를 둘러보던 제비는 동상이 눈물 흘리는 걸 알게 된다. 동상이 되어 비로소 세상을 둘러보게 된 왕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던 것이다.

왕자는 제비에게 자기 몸에 박힌 보석을 빼서 가난한 사람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름다운 왕자의 청에 제비는 보석을 전하기 시작했고 사파이어로 만든 눈알, 몸을 장식한 순금까지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따뜻한 나라로 가려던 제비는 눈이 보이지 않는 왕자 곁에 머물며 자신이 본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급기야 보석이 다 사라져 흉측하게 변한 동상은 철거되고, 따뜻한 나라로 가지 못한 제비도 죽고 만다.

이 모습을 본 하나님이 “저 도시로 가서 가장 소중한 것 두 개만 가져오라”라고 말하자 천사가 납으로 만든 왕자의 심장과 죽은 제비를 들고 온다. 그러자 하나님이 “이제부터 이 작은 새는 내 낙원에서 영원히 노래 부를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왕자는 내 황금 도시에 살면서 언제까지나 나를 찬미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행복한 왕자’는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의무와 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재물을 모으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세상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사랑을 실천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에게 흉측하게 보이는 동상이 신에게 아름답고 가치 있게 평가받는 상황을 통해 기독교적 구원과 희생을 전하는 ‘행복한 왕자’는 애니메이션, 연극, 오디오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기고 있다.철학적이고 상징적이며 낭만적‘나이팅게일과 장미’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춤을 추려면 꼭 있어야 할 붉은 장미를 구하지 못해 낙담하는 젊은 남자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남자의 탄식을 들은 나이팅게일(꾀꼬리)은 장미꽃을 구해주려고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다가 장미로부터 “당신 심장의 피로 그것을 적셔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슬픔에 빠진 남자를 위해 나이팅게일은 붉은 장미를 만들어놓고 죽는다. 기쁘게 달려간 남자에게 여자는 붉은 장미가 “드레스 색깔과 맞지 않는다”고 퇴짜 놓으며 “시종관의 조카가 내게 진짜 보석을 여러 개 보내왔다”고 말한다. 나이팅게일의 사랑과 인간의 욕망이 대비되는 순간이다.

‘특별한 로켓 불꽃’에는 자만심 강한 로켓이 등장한다. 왕자의 결혼식을 위한 불꽃놀이를 준비하던 중 잘난 체하다가 로켓이 제때 발사되지 못한다. 우여곡절 끝에 발사되긴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이 글은 허영심과 자만심을 버려야 삶이 시원하게 펼쳐질 수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철학적이고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사회비판적 시각과 문학적 감성이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그의 다른 작품보다 덜 도발적이다. 15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낭만적 알레고리가 가득해 독서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