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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질문의 힘을 느껴보라
<질문의 책>은 1973년 9월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달 전에 마무리됐다. 74편의 시가 실린 이 책은 목차부터 기묘하다. 시의 제목이 번호로만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 속 작품의 모든 연은 물음표로 끝나는데 74편의 시에 붙은 물음표가 316개에 이른다.인생은 질문의 연속이다. 어린아이들은 겨우 말하기 시작할 때쯤 질문 폭탄을 던져 엄마들을 진 빠지게 한다. 나이 들수록 차츰 질문이 줄어드는 건 다 알아서라기보다 호기심과 관심이 줄어서일 것이다.<질문의 책>에서 70세 시인의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질문이 곧 삶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질문이 줄어들고 삶이 심드렁하게 느껴진다면 네루다의 질문을 따라가며 나의 호기심을 발동시켜보자.작품 44에서 시인은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라고 질문하지만 시를 읽다 보면 ‘그 아이’가 칠십이 된 시인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단히 시적이거나, 엉뚱한 상상에서 비롯된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사랑은 어디로 갔지?작품 4에서는 ‘연기는 구름과 이야기 하나?’, 작품 9에선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부함에 대해/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라고 질문한다. 구름은 문학작품에서 흔히 ‘덧없음’의 비유로 많이 등장한다. 그 ‘덧없는’ 구름은 대개 ‘풍부’하고, 풍부한 구름은 결국 비가 되어 떨어진다. 작품 3 ‘빗속에 서 있는 기차처럼/슬픈 게 이 세상에 또 있을까?’와 연결되면서 저마다의 생각에 젖어들게 한다.화산에 대한 질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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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어디 한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시인 : 1941년 부산 출생. 1963년 <자유문학> 신인상, 1965년 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인간의 악기> <신의 열쇠> <항해일지><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풀> <봄꿈을 꾸며>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 <늦저녁의 버스킹> 등 출간. 한국시협상, 공초문학상, PEN문학상 등 수상.한때 메가박스 전국 367개 극장에서 하루평균 2200여 회(한 상영관에 하루 6회) 관객과 만났던 시입니다. 영화 상영 직전에 화면 자막으로 소개되면서 온라인 검색창을 연일 달궜죠. 이 시는 극장에서 활자와 영상의 멋진 하모니를 보여줬습니다. 메가박스가 광고 시간의 일부를 공익용으로 활용하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펼친 덕분에 주요 관객인 20~30대가 시의 향기에 푹 빠질 수 있었지요. 극장 밖에서는 제주 우도와 전남 완도 타워, 서울 북한산 둘레길,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등에서 수많은 독자와 만났습니다. 이안삼 작곡의 성악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지요.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시의 내용처럼 우리 삶에는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이 많습니다.그럴 때 시인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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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문법과 감수성 변화가 디지털 언어 부른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문제로 떠올랐다. 한 웹툰 작가가 사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편을 끼쳤다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공지하자 네티즌이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심심한 사과를 하느냐’며 비난을 퍼부었다. 심심한(甚深, 깊고 간절한)을 ‘지루하고 재미없는’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20대 초반의 한 래퍼는 ‘하루 이틀 삼일 사흘 일주일이 지나가’라는 가사를 써서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사흘을 4일째, 고지식(융통성 없음)을 높은(高) 지식, 금일(오늘)을 금요일로 아는 이들이 많다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젊은 세대의 문해력을 탓하는 기성세대들은 ‘디지털 언어’ 앞에서 고전하는 중이다. ‘답정너, 자만추, 금사빠’를 겨우 익히면 ‘스불재, 닥눈삼, 드잘알’ 같은 뜻 모를 단어가 줄지어 등장하기 때문이다.<말의 트렌드>를 쓴 정유라 작가는 온라인 공간에서 매일 피고 지는 말의 풍경을 관찰하며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전문가다. 저자는 ‘디지털 언어’를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해 그곳에서 사용되다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넘어온 언어’라고 정의했다.저자는 ‘우리 언어의 문법이 바뀌었고, 우리 시대의 감수성이 변화했으니,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지려면 디지털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언어가 뿜어내는 신선한 에너지를 흡수해 실생활에서 순환시킨다면 우리의 언어 습관과 감각이 밝아질 것이라는 저자는 ‘늙는 것보다 낡은 것이 더 위험한 시대’임을 환기시킨다. 새로운 언어 감수성 키우기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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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여수 밤바다, 동백 숲에서 생긴 일
동백열차송찬호지금 여수 오동도는동백이 만발하는 계절동백열차를 타고 꽃구경 가요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인 삼월의 신부와 함께오동도 그 푸른동백섬을 사람들은여수항의 눈동자라 일컫지요우리 손을 잡고 그 푸른 눈동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요그리고 그 눈부신 꽃그늘 아래서 우리 사랑을 맹세해요만약 그 사랑이 허튼 맹세라면 사자처럼 용맹한동백들이 우리의 달콤한 언약을 모두 잡아먹을 거예요말의 주춧돌을 반듯하게 놓아요 풀무질과 길쌈을 다시 배워요저 길길이 날뛰던 무쇠 덩어리도 오늘만큼은화사하게 동백열차로 새로 단장됐답니다삶이 비록 부스러지기 쉬운 꿈일지라도우리 그 환한 백일몽 너머 달려가 봐요 잠시 눈 붙였다깨어나면 어느덧 먼 남쪽 바다 초승달 항구에 닿을 거예요* 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등 출간. 김수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수상.요즘 여수 오동도는 동백꽃 천지입니다. 멀리서 보면 오동잎을 닮았다고 해서 오동도라고 부르지만, 이름과 달리 섬에는 동백나무가 가득하지요. 3000그루가 넘습니다.동백은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인 이곳을 겨울부터 봄까지 온통 붉게 물들이지요. 오동도 동백꽃은 다른 곳보다 작고 촘촘해서 더욱 정이 간답니다.송찬호 시인은 동백을 유난히 좋아해요. <붉은 눈, 동백>이라는 시집을 비롯해 ‘동백’ ‘동백이 활짝’ ‘동백 등을 타고 오신 그대’ 같은 시를 줄줄이 썼습니다. 동백에 몰입해 몇 해 동안 여수까지 밤차를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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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어른의 그늘에서 성장하는 아이의 기쁨과 아픔
서울 인왕산 아래 산동네에 사는 동구는 난독증이 있어 글씨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럼에도 배우지 않은 한글을 척척 읽어내 귀염받는 동생 영주를 자랑스러워하는 착한 아이다. 하지만 “에이구 저 들떨어진 새끼, 아직도 글씨 못 읽는대지?”라며 면전에서 핀잔주는 할머니와 공부를 엄청 못한다는 말에 동구 따귀를 후려갈겨 꽃밭에 나동그라지게 한 아버지 때문에 괴롭다.동구가 3학년이 되던 해인 1979년, 대통령이 시해당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동구와 동구 주변 사람들을 통해 1979년과 1980년 일어난 우리나라 현대사의 묵직한 이야기와 그 시절 풍경을 담은 성장소설이다.2002년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성장소설 이상의 성장소설’이라는 호평 속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출간 20년이 지났음에도 독자 서평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1972년생인 심윤경 작가는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공계 출신이다. 문장이 버석할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작가는 세밀한 묘사와 독창적인 비유로 인왕산 아래 동네를 그림처럼 그려냈다.1977년부터 1981년을 사는 다양한 군상과 군인들이 점령한 서울 중앙통을 그릴 때도 번잡스럽거나 살벌하기보다 아련하면서 가슴 저릿한 감정을 불러들인다.천사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어즐거운 일이라곤 없는 동구에게 3학년 담임선생님의 등장은 놀랍고도 가슴 뛰는 사건이다. 엄마가 박영은 선생님에게 동구의 글씨 공부에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부탁하면서 방과 후 특별지도가 시작된다. 글씨 공부에 앞서 마음을 두드려준 박영은 선생님에게 동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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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완벽주의자보다 경험주의자가 되라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엘런 코트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 거짓말도 배우고.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돌들에게도 말을 걸고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죽는 법을 배워 두라.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라.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경험주의자가 되라.* 엘런 코트 : 미국 시인(1936~2015)초봄에 읽기 좋은 시입니다.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는 말은 인생의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지요. 일상의 아침, 계획의 첫걸음마다 새겨야 할 삶의 이정표입니다. 어떤 일이든 새롭게 시작할 때 우리는 모두 초보자이기 때문이지요.‘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경험주의자가 되라.’이 구절도 참 멋지죠? 모든 생의 첫날처럼, 아침마다 되새기면서 음미하고 싶은 말입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어렸더라면 이 지침을 더 잘 지켰을 텐데….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미국 문학평론가 시릴 코널리는 “삶은 몇 번이고 엉뚱한 방향을 헤매다가 겨우 올바른 방향을 찾는 미로와 같다”고 말했죠. 그러니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을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경험의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완벽주의라는 노예’에 끌려다니는 데 있지요.스위스 취리히대학 연구팀이 ‘완벽주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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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정호승 시인이 잠든 어머니 곁에서 부른 자장가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정호승잘 자라 우리 엄마할미꽃처럼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잘 자라 우리 엄마산그림자처럼산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잘 자라 우리 엄마아기처럼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정호승 : 1950년 경남 하동 태생.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을 냈고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세상에, 짧은 자장가 한 편으로 이렇게 사람을 울리다니요! 정호승 시인은 88세 된 어머니가 잠든 모습을 보고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보리새우처럼 둥글게 누워 자는 어머니, 어린 날 그를 재우려고 자장가를 불러주던 어머니….세상의 모든 자장가는 ‘잘 자라 우리 아가’로 시작하지만, 이 시에서는 ‘아가’가 ‘엄마’로 바뀌었지요. ‘잘 자라 우리 엄마’를 세 번 반복하면서 할미꽃 같고, 산그림자 같고, 예쁜 아기 같은 모습을 따스하게 그려냈습니다.정호승 시인은 효심이 깊은 사람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자주 뵈려고 작업실을 부모님 댁으로 옮겨 놓고 매일 출퇴근하듯 글을 썼지요.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서문에는 ‘이 시집을 늙으신 어머님께 바칩니다’라는 헌사를 올렸습니다.시인의 어머니는 2019년 봄에 돌아가셨어요. 그때 시인은 어머니 영전에 이 시를 바치고 입관할 때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를 노래로 부른 가수 안치환은 “저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면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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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간절함과 관심, 유효기간 없는 열정이 중요하다
‘국민 가게’라는 별칭을 얻은 다이소에 하루 100만 명이 드나든다. 전국 1500개 다이소 매장을 가장 많이 찾는 세대는 20대로 전체 고객의 30%를 차지한다. 10대 고객은 전체의 20%에 달한다. 물가가 올라도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 아성다이소 박정부 회장이 성공한 비결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책을 읽으면 일상에 적용할 점이 눈에 띌 것이다.다이소는 3만여 개의 물건을 판매하는데, 그 가운데 51%가 1000원짜리다. 2000원짜리까지 확대하면 80%에 달한다. 가장 비싼 물건이 5000원이다. ‘탕진잼의 최고 성지’를 누비다 ‘다이소족’에 편입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반면 다이소를 찾는 50대 이상은 5%에 불과하다.26년 전인 1997년 한국에 첫 매장을 연 다이소는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2014년 1조원, 2018년 2조원, 2021년 3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광고를 일절 하지 않고 오로지 상품으로만 승부해 얻은 소득이다.여러 경제연구소는 다이소의 성공 요인을 ‘균일가 정책, 상품 개발 능력, 물류센터’로 분석했다. 품질 관리와 물류 혁신, 상품 기획력과 상품 공급력, 다양한 볼거리와 쾌적한 매장도 강점으로 꼽혔다.기본에 충실해야 한다세계 400대 부호 가운데 자신의 손으로 창업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기업이 미국은 71%, 중국은 97%, 일본은 100%인데 우리나라는 0%라고 한다. 400대 부호에 포함된 우리나라 부자들은 전부 상속으로 부를 물려받았다.올해 79세인 박 회장은 45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뒤늦게 무역업에 도전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사업을 일궜다. 일본 100엔숍에 납품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미국의 유통 구조와 상품 개발 과정, 스페인의 저가상품 소비 패턴과 다양한 샘플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