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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자존감 기르면 자신감 올라…독서·경제관념도 필수

    자존감과 자신감은 비슷한 듯하나 분명히 다르다. <믿음 주는 부모 자존감 높은 아이>의 현승원 저자는 자존감을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꽃피는 열매”라고 정의한다. 자신감은 “외부의 환경과 비교해 내가 우위에 있을 때 깃드는 감정”으로 풀이했다. 어느 것이 더 힘 있을까. 당연히 자존감이다. 자신감은 우위였던 것들이 바뀌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쓰리제이에듀’ 대표 강사인 현승원 저자는 본명보다 ‘존쌤’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현재 온·오프라인 블랜디드 지식 공유 플랫폼 기업 (주)디쉐어 의장으로 1000명이 넘는 직원을 이끌고 있다.대학생이던 2005년에 영어 강사로 시작해 영어 교육 사업가가 된 저자는 자신의 성공이 ‘자존감’에서 비롯했다며 자존감을 기르라고 강조한다. 자존감이 강하면 자연스레 자신감이 올라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학생들에게 강연할 때 “성적이 낮을수록 자신감을 가져라. 현재 성적을 보고 한숨짓지 말고 앞으로 성취할 성적을 상상하며 자존감을 높여라”라고 강조한다. 세금 5억 원 내는 강사 보고 꿈 결정어릴 때부터 공부를 못했다는 그는 대학에 떨어진 뒤 재수하던 어느 날, 인터넷 강사의 “세금을 5억 원이나 냈다”는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대체 1년에 얼마를 벌었길래’라는 생각과 동시에 ‘강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찾아왔다. 그나마 잘하는 국어 강사가 될까 고민 중일 때 동생이 “영어를 해보는 게 어때?”라는 말에 영어 강사로 목표를 바꾸었다.세상에서 가장 재미없고 지루한 일이 영어 단어 외우기이던 그는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했

  • 교양 기타

    명작의 바탕은 苦心이 아니라 無心 [고두현의 아침 시편]

    날이 개다(新晴)이숭인새로 갠 날씨 좋아 초가 정자에 들르니살구꽃 새로 영글고 버들가지 푸르네시가 이뤄지는 건 무심한 곳에 있는데애써 먼지 낀 책에서 영감을 구걸했네.* 이숭인(李崇仁, 1349~1392): 고려 말 문사이숭인의 칠언절구인데, 맑게 갠 봄날 풍광으로 시의 원리를 일깨워주는 시입니다. 여기저기 덧칠하고 꾸며낸 언사가 아니라 비 온 뒤 벙그는 꽃망울과 버들가지 빛깔처럼 맑고 선명한 것이 좋은 시라는 얘기죠.‘뛰어난 시의 바탕은 고심(苦心)이 아니라 무심(無心)’이라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어릴 때부터 글솜씨가 특출하던 그는 일찌감치 이를 체득한 모양입니다. 그 덕분에 16세에 급제해 21세에 태학(太學) 교수가 되고 이후에도 승진을 거듭했지요. 23세 때에는 명나라 과거에 응시할 고려 문사(文士)를 뽑는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으나 너무 어리다(25세에 미달) 해서 떠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살아 있는 무심필법(無心筆法)얼마나 뛰어났으면 이색(李穡)이 “이 사람의 문장은 중국에서 구할지라도 많이 얻지 못할 것”이라고 극찬할 정도였지요. 실제로 명나라 태조가 그의 표문(表文)을 보고 “표의 문사가 참으로 놀랍다”고 했고, 중국 사대부들도 탄복했답니다.명 태조가 그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1386년(우왕 12년) 정조사(正朝使)로 방문했는데, 최고의 환대와 파격적인 예우를 받았습니다. 황제는 고관들과 펼친 경연에서 그의 재질이 단연 돋보이자 관 위에다 백옥을 얹어 문창성(文昌星)을 표시하고 관복 한 벌, 벼루 한 개를 따로 선물했지요. 그 벼루는 지금도 후손인 성주 이씨 종가에 보관돼 있습니다.그러나 격랑의 시절 탓에 그는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소설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는 독자들 고백 이어져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준다면’에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 5편의 단편소설이, ‘나만의 비밀’에 비밀을 간직한 이들을 그린 6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이 책은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가 29세이던 1999년에 출간했다. 작은 출판사에서 초판 999부를 발간한 걸 보면 무명 작가의 첫 작품집에 큰 확신이 없었던 듯하다. 그러나 장편소설만 우대하고 단편은 습작 정도로 여기는 프랑스 문학 풍토에서 이 책은 1년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70만 부나 팔려나갔다. 언론과 문단은 주목하지 않았지만 “소설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는 독자들의 고백이 이어지며 판매량이 올라간 것이다.2017년 우리나라에서 발간될 때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전 세계 40개국에 판권이 팔린 가운데 190만 부가 판매되었다. 내 이야기도 소설로 만들 수 있겠다수록된 작품 중에는 길이가 짧아 미처 다 끝내지 못한 듯한 이야기도 있고, 소설이라기보다 누군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다.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도 소설로 만들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기면서 소설은 어려운 장르가 아닌 마음을 두드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누군가 나를 기다려준다면’에 수록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생제르맹데프레의 연인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출판사 여직원이다. 거리에서 운명적인 느낌의 남자와 마주치자 미소를 날린 뒤 무심한 척 지나친다. 저녁을 함께하자는 그 남자의 제안에 다시 만난 그녀는 그 남자의 태도와 옷차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자기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의 이야기

    “시도 산문도 아닌 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인생의 무게 때문에, 슬픔 속에 잠들고 고독 속에 눈뜨는 이들에게 숨 쉬듯 읽히는 글이 되어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저자의 프로필을 읽고 책을 펼치면 산문을 시처럼 쓴 글귀가 눈길을 끈다. “좋을 때 너무 기뻐해서 길을 잃지 말라. 화날 때 너무 분노해서 길 밖으로 가지 말라. 아플 때 너무 슬퍼해서 길을 포기하지 말라. 신날 때 너무 좋아해서 길에서 놀지 말라.” 이런 문장을 읽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마음으로 음미하게 된다.기독교출판문화상을 네 차례 수상한 김남준 작가는 총신대학교 교수이자 열린교회 목사로 일하면서 40만 부 넘게 팔린 <게으름>을 비롯해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 <염려에 관하여> 등을 펴냈다.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세월이 흐른다는 사실에 오롯이 외로움을 느낀’ 조숙한 아이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의문을 안고 산다. 저자는 이 책에 삶에 품은 깊은 의문을 하나씩 풀어나간 기록을 진솔하게 담았다.어른이 되고, 목사와 교수가 되고, 작가가 된 이후에도 방황했던 그는 기독교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를 만나 많이 울었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겪은 뜨거운 사랑과 외로운 고뇌를 정리하며 종교와 상관없이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과 나눌 이야기를 찾았다.삶의 등불이 된 여덟 문장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수십 권의 책에서 여덟 문장을 골랐다.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에 실린 여덟 편의 글 제목이 바로 그것이다.“내가 날 떠나 어디로 갈까,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이 가벼울 때 인생이 무겁다, 공간은 주고 시간은

  • 교양 기타

    그해 봄날 완행버스에서 생긴 일 [고두현의 아침 시편]

    빈자리고두현열네 살 봄읍내 가는 완행버스먼저 오른 어머니가 남들 못 앉게먼지 닦는 시늉하며 빈자리 막고 서서더디 타는 날 향해 바삐 손짓할 때빈자리는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라고아침저녁 학교에서 못이 박힌 나는못 본 척, 못 들은 척얼굴만 자꾸 화끈거렸는데마흔 고개붐비는 지하철어쩌다 빈자리 날 때마다이젠 여기 앉으세요 어머니없는 먼지 털어가며 몇 번씩 권하지만괜찮다 괜찮다, 아득한 땅속 길천천히 흔들리며 손사래만 연신 치는그 모습 눈에 밟혀 나도 엉거주춤끝내 앉지 못하고.중학교에 갓 들어간 해 봄날, 남해 금산 입구 버스 정류장. 어머니와 함께 읍내 가는 완행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었습니다. 햇살은 따사롭고 풍광은 평화로웠습니다. 금산 보리암에 올랐다 돌아가는 외지인들이 도란거리며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지요.못 본 척, 못 들은 척 … 얼굴만 화끈쪼그리고 앉아 운동화 끈을 다시 매는 사이에 버스가 금방 왔습니다. 어머니가 먼저 오르고, 제 앞으로 서너 명이 따라 올랐죠. 다급해진 저는 한쪽 신발을 미처 다 매지도 못한 채 서둘러 뒤를 따랐습니다.한 발을 막 올리려는 순간, 앞사람 옆구리께로 어머니 뒷모습이 보였죠. 중간쯤에 난 빈자리를 몸으로 엇비슷하게 막고 서서 한 손으로 저를 바삐 부르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는 멀쩡한 자리에 먼지가 묻었다는 듯 부채질을 하고 있었지요.그 모습이 부끄러워 저는 일부러 못 본 척, 못 들은 척했습니다. 빈자리는 노약자나 임신부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웠는지라 얼굴이 화끈거리고 무안해서 어쩔 줄 몰랐지요.그럴수록 어머니의 손짓은 더 바빠졌습니다. 자식을 위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욕망과 위선, 계급구조를 꿰뚫고 풍자하다

    윌리엄 골딩의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파리대왕>이다. 산호섬에 고립되어 야만적인 상태로 되돌아간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파리대왕>은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이며, 그는 이 소설로 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골딩은 3부작 <땅끝까지>의 첫 번째 작품 <통과제의>로 부커상도 수상했다.1967년에 발표한 <피라미드>는 1920년대 영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영국 사회의 계급 ‘피라미드’ 구조를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다. 다른 작품들이 신화나 우화를 기반으로 하는 것과 달리 골딩의 자전적 소설로 꼽히는 <피라미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적으로 그렸다. 골딩은 피라미드의 주인공 올리처럼 부모 뜻에 따라 옥스퍼드 대학교에 진학해 자연과학을 공부하다가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이 소설의 배경인 가상의 마을 스틸본 역시 골딩이 유년기를 보낸 말버러를 모델로 구상했다.골딩은 말버러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당시 겪은 계급 질서가 자신에게 미친 영향력에 대해 고백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경험이 영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장되어 이후 골딩의 작품 에 깊숙이 투영되었다. 비판적 문제의식이 가장 뚜렷하고 직접적으로 제시된 <피라미드>를 읽어야 골딩의 문학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더 이상 피라미드는 없다고들 하지만 현대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면서 사람들을 옥죄고 있다.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요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을 보면서 “윌리엄 골딩의 자전적 소설 <피라미드>가 떠오르고, 이문열의 원작 소설과 동명 영화로 유명한 <우리들

  • 교양 기타

    동백은 왜 '두 번 피는' 꽃일까 [고두현의 아침 시편]

    동백꽃이수복동백꽃은훗시집간 순아 누님이매양 보며 울던 꽃눈 녹은 양지쪽에 피어집에 온 누님을 울리던 꽃.홍치마에 지던하늘 비친 눈물도가녈피고 씁쓸하던 누님의 한숨도오늘토록 나는 몰라 …울어야던 누님도 누님을 울리던 동백꽃도나는 몰라오늘토록 나는 몰라 …지금은 하이얀 촉루가 된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빨간 동백꽃.* 이수복(1924~1986) : 전남 함평 출생.1954년 서정주 추천으로 등단. 시집 <봄비> 출간.동백나무는 다산(多産)의 상징이지요. 열매가 풍성하게 맺혀서 그렇답니다. 동백은 추위 속에서 망울을 터뜨리는 꽃이어서인지 꽃잎도 두껍습니다. 그 속에 향기 대신 꿀을 잔뜩 머금고 있지요.‘훗시집간 누님’의 홍치마에 지던…추위 속에 피는 동백의 꽃가루는 누가 옮기는 걸까요? 뜻밖에도 벌·나비 등의 곤충이 아니라 텃새입니다. 남부 해안이나 섬에 서식하는 동박새가 그 주인공이죠. 꿀을 유난히 좋아하는 동박새는 귀엽고 앙증맞은 몸으로 동백나무 꽃가루를 이리저리 옮기며 중매쟁이 노릇을 합니다.남부 지방에서는 혼례식 초례상에 송죽 대신 동백나무를 주로 꽂았습니다. 사철 푸른 동백잎처럼 변하지 않고 오래 살며 풍요롭기를 바라는 뜻에서였지요. 시집가고 장가갈 때 아이들이 동백나무 가지에 오색종이를 붙여 흔드는 풍습도 이런 축복의 뜻을 담은 것입니다.이수복 시 ‘동백꽃’에는 축복보다 눈물이 먼저 아롱거립니다. 친정 부모 형제와 정든 집을 떠나 출가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그 속에 녹아 있지요. 그 이유는 바로 ‘훗시집’에 있습니다.처녀가 총각과 결혼하는 게 아니라 남의 집 후처나 재취로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골치 아픈 일꾼들과 대저택 복구에 도전하다

    한눈에 반할 만한 깔끔하고 튼튼한 집을 가진 남자. 그는 시청률이 매우 낮은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PD로 일하고 있다.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고 시간은 남아도는 타네 씨는 옛 아내가 그립지만 평화롭고 느긋한 삶에 만족한다. 그런 그에게 삼촌이 대저택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연락이 온다. 공증인이 “자, 타네 씨, 저택을 상속받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어릴 때 몇 번 가본 웅장한 삼촌의 저택을 떠올리며 덥석 받기로 한다.장폴 뒤부아는 프랑스 국민 작가로 불리며 소설을 20권 이상 집필했다. 반세기에 걸친 프랑스 현대사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유장하게 그려낸 <프랑스적인 삶>으로 2004년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했다.<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그가 16번째 낸 소설로 출간 즉시 온·오프라인 서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소설을 ‘프랑스식 유머의 결정판’이라고 부르는데, 각자 웃음 코드가 다른 만큼 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다. 내 경우는 저택 공사를 하면서 만나는 일꾼들과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 타네 씨가 토해내는 다양한 표현에서 여러 차례 웃음이 나왔다.실력 없거나 돈만 밝히거나타네 씨가 삼촌의 저택을 찾아가 마주한, 15년간 비어 있던 덩치 큰 집은 한마디로 폐허에 가까웠다. 타네 씨는 저택을 수리하기 위해 집을 팔고 6개월 무급휴가를 낸다. 곧바로 일을 맡기기 위해 건축업자와 일꾼들을 만났지만 하나같이 ‘니카라과의 국내총생산과 맞먹는 공사비’를 불러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인력시장을 통한 불법노동자 고용이었다.타네 씨가 불안해한 대로 지붕을 수리하러 온 피에르와 페드로는 그야말로 ‘대환장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