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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일곱 걸음 만에…목숨을 구한 시
칠보시조식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네,콩을 걸러 즙을 만드네.콩깍지는 가마 밑에서 타는데콩은 가마 안에서 우네.본래 한 뿌리에서 나왔거늘서로 볶기를 어찌 그리 급한가.* 조식(曹植): 중국 위(魏)나라 조조(曹操)의 아들. 재주가 뛰어났지만 형의 위세에 눌려 오랫동안 변방을 떠돌았다.조조의 아들 중에서 가장 재주가 뛰어난 인물은 셋째 조식이었습니다. 조식의 문재(文才)는 출중했죠. 어릴 때부터 나라 안팎의 칭송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그를 총애한 조조가 맏아들 조비를 제쳐놓고 후사를 이을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맏아들 조비는 그런 동생을 몹시 미워했습니다. 후계 문제에서도 밀릴 뻔하자 증오와 질투는 극에 달했죠. 조조가 세상을 떠난 뒤 제위에 오른 그는 동생을 죽이려고 작정했습니다. 그러나 혈육을 죽였다고 비난받을까 두려워서 조건을 하나 내걸었어요.“네 글재주가 좋다고 하니 일곱 걸음 안에 시를 한 수 지어봐라. 성공하면 살려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칙령을 어긴 죄로 처형하겠노라.”이 기막힌 상황에서 나온 것이 ‘칠보시(七步詩)’입니다. 콩과 콩깍지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에 비유하며 형제간 골육상쟁을 풍자한 것이지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조식이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대결적 언어’로 맞섰다면 어찌 됐을까요.지금도 형제나 동족 간 싸움에 자주 인용되는 이 시는 즉자적인 ‘날것의 언어’보다 은유와 상징을 녹여낸 ‘숙성의 언어’가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나아가 ‘소통의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지요.진정한 소통은 ‘잘 익은 언어&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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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문명국 부럽지 않은 야만인 존의 선택 '참된 자유'
91년 전인 1932년 발표된 <멋진 신세계>는 여러모로 충격을 안기는 작품이다. 이 소설이 예측한 것들이 이미 많이 이뤄진 데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1894년 출생한 올더스 헉슬리는 영국 명문가 출신으로 이튼과 옥스퍼드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소설, 수필, 전기, 희곡, 시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충격적인 미래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당신은 어떤 신세계를 꿈꾸고 있는가. <멋진 신세계> 속 문명국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살펴보자. 소설 속에는 문명국과 야만국이 등장한다. 야만국의 야만인은 우리처럼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문명국에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이라는 다섯 단계의 계급이 존재하고 각 계급 내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갈린다. 기계를 조작해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알파를 만들고, 지능이 모자라는 엡실론도 자유자재로 생산한다. 흑인의 피가 8분의 1 섞인 ‘8분 혼혈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필요한 분야의 쌍둥이를 무수히 찍어내기 때문에 문명국에선 똑같이 생긴 인간이 떼지어 다니는 것쯤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가짜 행복보다 불행이 낫다요즘 세계적으로 출생률이 낮아 걱정인데 소설 속 문명국은 적정 인구를 생산하고, 험한 일은 델타 마이너스나 엡실론 계급이 도맡으니 인구 걱정, 실업 걱정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져 있어도 불만 따위는 없다. 성장 과정에서 끊임없이 최면 구호를 주입하는 데다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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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떠나는 스승이 사랑하는 제자에게 남긴 당부
세계 41개국의 독자 4000만 명 이상이 읽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2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큰 감동을 안긴다. 왜 이 책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하루하루 병세가 나빠지는 모리 슈워츠라는 저명한 사회학자가 들려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뼈에 사무치도록 옳으면서도 아름답고 귀하기 때문이리라.이 책을 쓴 미치 앨봄은 에미상을 받은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이며 베스트셀러 작가다. 취재를 위해 세계를 다니며 바쁘게 살던 중 대학 은사인 모리 교수가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미치는 1000㎞가 넘는 거리를 한달음에 날아간다. 모리 교수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귀한 존재, 닦으면 자랑스럽게 빛날 보석’으로 봐준 스승이었기 때문이다.루게릭병은 ‘신경을 녹여 몸에 밀납 같은 것이 쌓이게 하는 촛불 같은 병’이다. 다리에서 시작해 차츰 위로 올라와 똑바로 서지 못하다가 종국에는 목에 구멍을 뚫고 튜브로 호흡해야 한다. 루게릭병이 무서운 것은 ‘완벽하게 말짱한 정신이 무기력한 몸속에 갇히게 된다’는 점이다.오랜만에 만난 제자 미치에게 모리 교수는 매주 화요일 찾아올 것을 부탁했고, 열네 번의 화요일을 함께 보낸 뒤 세상을 떠난다. 처음에는 미치가 들고 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활발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나중에는 유동식을 먹는 것도, 숨 쉬는 일도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스승의 가르침은 갈수록 감동을 더했다.모리 교수는 ‘절망’이라는 말을 거부하며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같은 아포리즘을 생각나는 대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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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평범한 하루가 모여 위대한 생이 된다
매일초호시노 토미히로오늘도 한 가지슬픈 일이 있었다.오늘도 한 가지기쁜 일이 있었다.웃었다가 울었다가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부드럽게 감싸주는헤아릴 수 없이 많은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호시노 토미히로 : 일본 시인·화가. 1946년 출생. 군마대학 교육학부 졸업.저서 <극한의 고통이 피워 낸 생명의 꽃> <한없이 아름다운 꽃들> <방울소리 울리는 길> <당신의 손바닥>, 시화집 <내 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 등 출간.이 시를 쓴 호시노 토미히로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입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선생님이 된 지 2개월 만에 방과 후 체육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다 사고를 당해 경추 손상으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는 불운을 겪었지요.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목 위쪽뿐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에 생의 의욕을 잃고 절망에 빠진 그는 한때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나 새로운 인생의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그림 위에 시를 적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지요.신체장애인센터 소장의 권유로 전시회를 열었고, 그의 사연에 감동한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격려와 찬사를 받았습니다. ‘꽃의 시화전’이라는 이름으로 200여 차례나 열린 그의 전시회는 매번 성황을 이뤘지요. 그의 고향 집 부근에 건립된 미술관에는 해마다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습니다. 전신마비 딛고 ‘위대한 평범의 순간들’ 깨달아그는 지인들이 가져다준 화분이나 꽃다발, 고향의 뜰에 핀 꽃나무, 휠체어를 타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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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
선물나태주하늘 아래 내가 받은가장 커다란 선물은오늘입니다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가장 아름다운 선물은당신입니다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대숲 아래서> <마음이 살짝 기운다> 등 40여 권.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누구를 생각하며 쓴 시일까요. 얼핏 보면 어떤 여성에게 바친 사랑시 같지만, 이 시의 수신인은 남자입니다. 한 출판사 편집장인데, 나태주 시인의 말을 들어보죠.“회갑을 넘기고 62세 교직 정년 나이쯤 해서 시 전집을 내고 싶었는데, 고요아침이란 출판사와 얘기가 되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교정을 열 차례 이상 보았지만 그래도 오자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그 출판사의 김창일 편집장이 전집을 편집했지요. 여러 차례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받다가 마음으로 가까워졌고 그를 통해 여러 가지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무슨 얘기를 들었을까요? 그 편집장은 시를 읽다가 여러 번 컴퓨터 앞에 코를 박고 흐느껴 운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동병상련의 슬픔이었겠지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시인의 가슴속에서 울컥,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곧장 컴퓨터를 열어 그의 이메일 주소 아래 문장을 적어나갔죠. 그 문장이 바로 이 시입니다.시인은 이 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선물은 공짜로 받는 물건이고 귀한 물건, 소중한 그 무엇입니다. 호되게 병을 앓거나 고난을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루하루 우리가 받는 지상의 날들이 선물입니다. 생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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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일상의 반복에 갇힌 그 남자의 심리가 궁금하다
<모래의 여자>를 읽는 동안 ‘하늘이 암갈색으로 물들고 흙먼지가 풀풀 일어 숨 막힐 것 같은’ 기분에 빠질 수 있다. 절체절명의 수렁에 갇힌 남자의 절규를 따라가면서 그 심리에 젖어들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아베 코보는 <뉴욕타임스> 선정 세계 10대 문제 작가에 꼽혔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국제적인 작가로 평가받았다. 192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나 이듬해부터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만주에서 살았다. 아베 코보는 수필집 <사막의 사상>에서 ‘사막적인 것에는 늘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며 ‘거의 사막과도 같은 만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사막을 동경했던 것 같다’는 심경을 밝혔다. ‘바짝 마른 눈두덩이 속으로 모래가 파고드는 짜증스러운 기분 이면에는 불쾌함이 아니라 일종의 들뜬 기대감이 담겨 있다’는 상반된 감정이 이 소설을 쓰게 했을 것이다.20개 언어로 번역된 이 작품은 1963년 요미우리 문학상, 1968년 프랑스 최우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64년 영화화돼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모래 구덩이 집에 갇히다31세 교사인 남자의 여행 목적은 곤충의 새로운 종을 발견하기 위함이었다. ‘신종 하나만 발견하면, 긴 라틴어 학명과 함께 자기 이름도 곤충도감에 기록돼 거의 반영구적으로 보존된다’는 사실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어느 날 집 근처 강턱에서 딱정벌레목 길앞잡이속의 좀길앞잡이 비슷한 엷은 분홍색의 곤충을 발견한다. 안타깝게도 그 곤충을 놓쳤고, 길앞잡이속이 대표적인 사막 곤충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막으로 향한다.남자는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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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질문의 힘을 느껴보라
<질문의 책>은 1973년 9월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달 전에 마무리됐다. 74편의 시가 실린 이 책은 목차부터 기묘하다. 시의 제목이 번호로만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 속 작품의 모든 연은 물음표로 끝나는데 74편의 시에 붙은 물음표가 316개에 이른다.인생은 질문의 연속이다. 어린아이들은 겨우 말하기 시작할 때쯤 질문 폭탄을 던져 엄마들을 진 빠지게 한다. 나이 들수록 차츰 질문이 줄어드는 건 다 알아서라기보다 호기심과 관심이 줄어서일 것이다.<질문의 책>에서 70세 시인의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질문이 곧 삶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질문이 줄어들고 삶이 심드렁하게 느껴진다면 네루다의 질문을 따라가며 나의 호기심을 발동시켜보자.작품 44에서 시인은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라고 질문하지만 시를 읽다 보면 ‘그 아이’가 칠십이 된 시인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단히 시적이거나, 엉뚱한 상상에서 비롯된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사랑은 어디로 갔지?작품 4에서는 ‘연기는 구름과 이야기 하나?’, 작품 9에선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부함에 대해/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라고 질문한다. 구름은 문학작품에서 흔히 ‘덧없음’의 비유로 많이 등장한다. 그 ‘덧없는’ 구름은 대개 ‘풍부’하고, 풍부한 구름은 결국 비가 되어 떨어진다. 작품 3 ‘빗속에 서 있는 기차처럼/슬픈 게 이 세상에 또 있을까?’와 연결되면서 저마다의 생각에 젖어들게 한다.화산에 대한 질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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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어디 한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시인 : 1941년 부산 출생. 1963년 <자유문학> 신인상, 1965년 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인간의 악기> <신의 열쇠> <항해일지><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풀> <봄꿈을 꾸며>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 <늦저녁의 버스킹> 등 출간. 한국시협상, 공초문학상, PEN문학상 등 수상.한때 메가박스 전국 367개 극장에서 하루평균 2200여 회(한 상영관에 하루 6회) 관객과 만났던 시입니다. 영화 상영 직전에 화면 자막으로 소개되면서 온라인 검색창을 연일 달궜죠. 이 시는 극장에서 활자와 영상의 멋진 하모니를 보여줬습니다. 메가박스가 광고 시간의 일부를 공익용으로 활용하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펼친 덕분에 주요 관객인 20~30대가 시의 향기에 푹 빠질 수 있었지요. 극장 밖에서는 제주 우도와 전남 완도 타워, 서울 북한산 둘레길,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등에서 수많은 독자와 만났습니다. 이안삼 작곡의 성악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지요.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시의 내용처럼 우리 삶에는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이 많습니다.그럴 때 시인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