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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一以貫之 (일이관지)

    ▶ 한자풀이一:한 일以:써 이貫:꿸 관之:갈 지유가는 인(仁)이 뿌리다. 인 위에 서지 않으면 모든 것이 틀어진다는 게 유가적 생각이다. 공자는 인이라는 바탕에 의(義)·예(禮)·지(智)를 쌓았다. 공자는 늘 배우고 익혔다. 《논어》 첫 장 첫 구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공자의 삶을 한마디로 응축한다. 그는 타고난 성인이 아니라 평생을 갈고닦은 성인이다.증자(曾子)는 효심과 배움이 깊은 공자의 제자다. 공자의 도(道)를 계승했으며, 그의 가르침은 공자의 손자 자사를 거쳐 맹자에게까지 전해졌다. 동양 5성(五聖) 중 한 사람이다. 증자 역시 여느 제자들처럼 스승의 앎을 부러워한 모양이다. 어느 날 공자가 물었다. “삼(參·증자의 이름)아, 너는 내가 모든 걸 배워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증자가 답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스승님.” 공자가 말을 이었다. “아니다. 나는 하나로써 꿰었다(一以貫之).”공자가 나가자 증자의 제자들이 증자에게 물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이번엔 증자가 답했다. “선생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뿐이다.” 《논어》 위령공·이인 편에 나오는 얘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이 없다는 뜻인 일관(一貫)은 일이관지의 줄임이다.증자는 공자를 꿰는 두 축을 충과 서로 봤다. 충은 자신의 마음을 다하는 거다. 진심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거다. 서는 자신을 헤아려 그 마음으로 남을 헤아리는 거다. 공자가 강조한 추기급인(推己及人), 즉 나로 미뤄 상대를 보는 거다.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성경의 말씀과 뜻이 하나다. 인은 충과 서를 아우른다. 인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열두째'는 차례…수량 말할 땐 '열둘째'죠

    헷갈리는 수의 세계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자. “왼쪽에서 (열두째/열둘째)에 있는 사람이 나야.” “이번 시험은 만점자가 많군. 이 답안지가 벌써 (열두째/열둘째)야.” 두 문장에 쓰인 ‘열두째’와 ‘열둘째’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첫 문장은 ‘열두째’, 둘째 문장은 ‘열둘째’라고 해야 한다.둘째, 셋째, 넷째는 차례.수량 아울러 써‘열두째’는 맨 처음에서 열두 번째라는 뜻이다. 차례, 순서를 말한다. “위에서 열두째 줄을 읽어 보아라”처럼 쓴다. 이에 비해 ‘열둘째’는 열두 개째란 뜻이다. 지금까지 모두 해서 몇 개째임을 말한다. “이 라인에서 발견된 불량품이 오늘만 벌써 열둘째다” 식으로 쓴다. 표준어 규정 제6항 얘기다.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거나 줄어들어 형태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제6항은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사례를 담았다. 두 개의 비슷한 발음 중 하나는 버리고 다른 하나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단수표준어의 사례다.예전엔 ‘두째, 세째’와 ‘둘째, 셋째’를 구별해 썼다. ‘두째, 세째’는 차례를 나타낼 때, ‘둘째, 셋째’는 수량이나 개수를 나타낼 때 썼다. 하지만 언어 현실에서 이 같은 구별이 쉽지 않고 다소 인위적인 측면도 있어 이를 ‘둘째, 셋째’로 통합했다(네째/넷째도 넷째로 통일). 따라서 지금은 ‘둘째, 셋째, 넷째’가 차례와 수량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쓰인다. 바꿔 말하면 우리말에 ‘두째, 세째, 네째’ 같은 말은 없다는 얘기다.하지만 예외가 있다. 십 단위 이상에서는 ‘열두째, 스물두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일거양득 (一 擧 兩 得)

    ▶ 한자풀이一 : 하나 일擧 : 들 거兩 : 둘 량(양)得 : 얻을 득속석은 중국 진(晉)나라 혜제(惠帝) 때 저작랑을 지내고, 진사(晉史)를 편찬한 인물이다. 그가 농업 정책을 왕에게 진언하면서 “위나라 때의 개척지인 양평으로 들어가 살게 한 백성들을 다시 서쪽으로 이주시키자”고 했다. 왕이 이유를 물으니 그가 답했다. “백성들을 서주로 이주시킴으로써 변방을 보강하고, 10년 동안 부세(賦稅)를 면제해 줌으로써 이주의 고달픔을 위로합니다. 이렇게 하면 밖으로는 실질적인 이익이 있고, 안으로는 관용을 베풀어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됩니다.” 《진서》 속석전에 나오는 얘기다.《춘추후어》에는 힘이 장사인 변장자(辨莊子) 얘기가 나온다. 호랑이 두 마리가 마을에 나타나 가축들을 잡아가자 동네 사람들이 변장자를 불렀다. “걱정 마시오. 내가 그놈들을 때려잡을 테니.” 변장자가 여관에 투숙한 이튿날 호랑이 두 마리가 나타나 소를 몰고 달아났다. 그가 활과 칼을 들고 호랑이를 쫓았다. 호랑이 잡는 장면을 보려고 여관의 사동도 뒤를 따랐다.산속에서 으르렁거리는 호랑이 소리가 들렸다. 변장자가 살금살금 호랑이 곁으로 다가가 활을 겨눴다. 순간, 사동이 그의 옷자락을 잡아챘다. “무슨 짓이냐?” 그가 험악한 표정을 짓자 사동이 목소리를 죽였다. “지금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소를 차지하려고 싸우는데, 한 놈은 결국 죽지 않겠습니까. 이긴 놈도 크게 다칠 테고요. 그때를 기다렸다 한 번에 두 마리를 잡아야지요.” 변장자는 무릎을 쳤고, 잠시 후 호랑이 두 마리를 어깨에 걸치고 마을로 내려왔다. 《춘추후어》는 ‘하나로 두 가지 이익을 얻는’ 일

  • 학습 길잡이 기타

    '이름'과 관련된 표현들

    When you’re down and troubled네가 힘들고 괴로울 때And you need some loving care사랑의 보살핌이 필요할 때And nothing, nothing is going right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게 없을 때Close your eyes and think of me눈을 감고 나를 떠올려And soon I will be there그러면 곧 내가 나타날 거야.To brighten up even your darkness night너의 칠흑 같은 밤을 밝혀주기 위해You just call out my name그저 내 이름을 부르기만 해.And you know whenever I am넌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잖아.I’ll come running to see you again널 보기 위해 달려갈 거야.Winter, spring, summer or fall봄, 여름, 가을, 겨울All you have to do is call어느 때든지 넌 날 부르기만 하면 돼And I’ll be there그럼 내가 달려갈게.You’ve got a friend난 너의 친구잖아.지치고 힘들 때, 큰 용기를 주는 이 노래는 ‘캐롤 킹’의 명곡 [You’ve got a friend]입니다. 정말 누군가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할 때,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정확한 이름을 모른다면 아무리 애써도 그 본질에 다가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삶에 있어 참 중요한 ‘이름(name)’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첫 번째로 만나볼 표현은 go by the name of란 표현입니다. ‘(가명일 수도 있는) -라는 이름으로 통하다’라는 뜻이라 He goes by the name of a walking dictionary라고 하면 ‘그는 살아 있는 사전이라고 불린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He goes by the name of Jack이라고 하면 ‘그는 잭이란 이름으로 통한다’라는 뜻이 된답니다. a.k.a(also known as)라는 표현도 많이 쓰이는데, 이 역시 ‘-라고 알려진’이란 뜻이랍니다. 작가 혹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서너 명'이 옳고 '세네 명'은 틀리죠 ~

    우리말 수의 세계는 들여다볼수록 오묘하다. 그동안 ‘맞춤법 바로 알기’를 통해 우리말 수사에 한자어 계열과 고유어 계열이 있다는 것을 살펴봤다. 하나, 둘, 셋 등이 고유어 수사고 일(一), 이(二), 삼(三) 같은 게 한자어 수사다. 고유어 수사는 관형어로 쓸 때 ‘한, 두, 세’ 식으로 또 변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뒤에 오는 단위명사가 무엇이냐에 따라 ‘서 말’과 ‘석 자’ ‘세 명’ 식으로 구별해 쓰기도 해야 한다.서 돈, 서 말은 돼도 석 돈, 석 말은 안 써표준어규정 17항은 이들을 구별하는 까닭을 담고 있다. 요약하면, ‘의미는 같되 비슷한 발음으로 몇 가지가 쓰일 경우 그중 더 널리 쓰이는 하나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택된 게 ‘돈, 말, 발, 푼’ 앞에서는 ‘서-’다. ‘세-/석-’은 쓰지 못한다. ‘냥, 되, 섬, 자’ 앞에서는 ‘석-’을 쓰고 ‘세-’는 버렸다. ‘서-’는 당연히 못 쓴다. ‘넷’의 관형형인 ‘너-’와 ‘넉-, 네-’를 구별해 쓰는 요령도 같다. ‘돈, 말, 발, 푼’ 앞에서는 ‘서-, 너-’가, ‘냥, 되, 섬, 자’ 앞에서는 ‘석-, 넉-’이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그 외의 단어가 올 때는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무엇이 더 널리 쓰이는지를 보면 된다. 예컨대 ‘(보리) 서/너 홉’, ‘(종이) 석/넉 장’과 같이 쓸 수 있다. ‘세/네’는 비교적 널리 통용된다. 따라서 이를 ‘세/네 홉’, ‘세/네 장’이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모든 단위명사를 분류해 제시할 수는 없기

  • 학습 길잡이 기타

    자주 틀리는 영어 문장들

    Let’s start at the very beginning처음부터 시작해보자.Very good place to start딱 시작하기 좋은 게 있어.When you read you begin with ABC우리가 글자를 읽을 때는 ‘ABC’로 시작하는 것처럼When you sing you begin with Do Re Mi노래를 부를 때는 ‘도레미’로 시작하는 거야.Doe, a deer, a female deer도는 사슴인데 암사슴이야 (Doe: 사슴, 토끼의 암컷)(Re) ray, a drop of golden sun레는 금빛 태양이 떨어지는 거야. (Ray: 광선)(Mi) me, a name I call myself미는 내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Me: 나)(Fa) far, a long, long way to run파는 멀리멀리 뛰어가는 거야. (Far: 멀리)(So) sew, a needle pulling thread솔은 실을 바늘로 당기는 거야. (Sew: 바느질하다)(La) la, a note to follow so라는 솔 뒤에 따라오는 음표지.(Ti) tea, a drink with jam and bread티(시)는 잼과 빵과 함께 먹는 음료야. (Tea: 차)That will bring us back to do oh oh oh이제 우리는 다시 ‘도’로 돌아가는 거야.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고, 또 따라 불러봤을 이 노래는 영화 [Sound Of Music]의 O.S.T [Do-Re-Mi]입니다. back to the basics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배울 때는 처음에 제대로 배우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의외로 많은 학생이 기초적인 표현들을 틀릴 때가 정말 많은데,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흔히 틀리는 영어 문장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학생들 영어 작문을 첨삭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그는 영어 선생님이다’는 문장을 영어로 His job is an English teacher라고 쓰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He is an English teacher(그는 영어 선생님입니다) 혹은 His job is teaching English(그의 직업은 영어를 가르치는 일입니다)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면 그의 직업이 사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이심전심 (以 心 傳 心)

    ▶ 한자풀이以 : 써 이心 : 마음 심傳 : 전할 전心 : 마음 심석가는 노자의 무언지교(無言之敎)를 몸소 실천한 성인이다. 석가는 큰 스승이다. 송나라 승려 도언은 석가 이후 고승들의 법어를 기록한 《전등록》에서 “석가는 말이나 글이 아니라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적었다. 불교의 진수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면서 고통받는 중생에게 ‘마음의 길’을 터줬다. 석가는 제자들의 물음을 늘 칭찬했고, 자신의 가르침을 강요하지 않았다.송나라 스승 보제의 《오등회원》에는 석가가 이심전심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날 석가가 영취산에 모인 제자들에게 연꽃 한 송이를 집어들고 줄기를 살짝 비틀어 보였다. 제자들은 스승의 그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오직 가섭만이 석가의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통한다는 염화미소(拈花微笑)는 이 영취산 설법에서 나왔다. 석가가 연꽃을 집어드니(拈華), 제자 가섭이 그 뜻을 헤아려 미소를 지었다(微笑)는 의미다.연꽃은 탁한 연못에서 피어난다. 하지만 더없이 청아하고 맑고 깨끗하다. 속세도 탁하다. 흐리고 탐심이 가득하다. 하지만 스스로 깨달으면 탁한 연못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중생도 맑고 깨끗하게 거듭난다.참고로 사성제(四聖諦)는 불교의 기본 교리다. 사제(四諦)로도 불리는 이 교리는 고(苦)·집(集)·멸(滅)·도(道) 네 진리가 핵심이다. 고(苦)의 진리(고제)는 고통으로 가득찬 현실을 바로 보라는 거고, 집(集)의 진리(집제)는 탐심 욕망 이기심 등 고통이 생기는 원인을 바로 보라는 거다. 멸(滅)의 진리(멸제)는 온갖 번뇌를 벗고 해탈을 얻으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장광설'은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이죠

    말의 세계는 깊고도 오묘하다. 별의별 단어들이 다 있다. 지난 호들에서 살핀 ‘주책’ ‘엉터리’ 등은 아예 뜻이 반대로 바뀌어 쓰이는 사례다. 세월이 흐르면서 말의 의미와 쓰임새가 달라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장광설’도 그중 하나다. 쓸데없이 장황하게 말을 할 때 “장광설을 늘어놓는다”고 한다.유창한 부처님 설법 뜻하던 ‘장광설’인류 역사에서 장광설을 가장 잘 늘어놓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석가모니다. 그는 이 말이 태어나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연을 알아보기 전에 짧은 문답풀이를 하나 해보자. ‘천동설, 감언이설, 대하소설, 성선설, 횡설수설, 장광설.’ 모두 ‘-설’로 끝나는 복합어다. 이 중 특이한 ‘-설’이 하나 있다. ‘장광설’이다. 길게 늘어놓는 말을 가리키니 ‘말씀 설(說)’을 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혀 설(舌)’자다. 나머지는 모두 ‘말씀 설’이다.그 앞에 ‘긴 장(長), 넓을 광(廣)’이 붙었다. ‘길고도 넓은 혀’란 뜻이다. 여기에서 ‘길고 줄기차게 잘하는 말솜씨’란 의미가 나왔다. 이 장광설은 석가모니의 신체적 특징 중 하나였다고 한다. 석가모니의 장광설은 중생을 계도하는 진실한 설법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중국 북송 때 최고 시인인 소동파가 남긴 시구 ‘溪聲便是長廣舌…’에 본래 의미의 장광설이 나온다. ‘계곡 물소리가 곧 부처의 유창한 설법이네…’란 뜻으로, 폭포소리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은 표현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 말이 일상의 단어로 자리 잡으면서 원래 의미가 퇴색했다. 대신에 ‘길고 지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