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명사로 연결된다. 명사가 잇따를 때 많은 경우 중간에 관형격 조사
'-의'를 넣지 않는다. '우리의 소원'이 아니라 '우리 소원'이고, '실력의 향상'이
아니라 '실력 향상'이라고 한다. 작은 차이지만 그게 간결하고 자연스럽다.
'-의'를 넣지 않는다. '우리의 소원'이 아니라 '우리 소원'이고, '실력의 향상'이
아니라 '실력 향상'이라고 한다. 작은 차이지만 그게 간결하고 자연스럽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정치인 출신의 홍길동'이 어색한 까닭](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AA.26043334.1.jpg)
한때 ‘나의 생각’이나 ‘우리의 소원’ 같은 것을 일본어투니 한문 번역투니 해서 쓰지 말자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시절 우리말 진흥을 위해 그런 지적이 필요한 적이 있었고, 실제로 이는 우리 말글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요즘은 이런 주장에서 조금은 자유스러울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인식도 커졌고 우리말 자체도 많이 발전했다는 뜻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우리말을 건강하게 과학적으로, 경쟁력 있는 언어로 육성하기 위해 ‘-의’ 사용을 줄이자는 데 있다. 이는 우리말다운 모습을 되찾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도 조사 ‘-의’를 남용하는 사례는 넘쳐난다. “금융당국이 부동산펀드에 대해서도 ‘과열의 징후’가 있다고 판단해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홑따옴표 안의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돌아볼 일이다. 말로 할 때는 ‘과열 징후’이고 ‘규제 잣대’라고 한다. ‘-의’는 불필요하게 붙여 쓴 군더더기일 뿐, 빼고 나면 문장이 간명하고 구성도 더 긴밀해진다는 게 드러난다. ‘-의’ 남용하면 문장 구성 허술해져관형격 조사 ‘-의’를 남발하다가 비문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이 오류는 열에 아홉은 눈치채지 못하고 놓치기 십상이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연 3% 미만의 저성장 기조에서는 청년 신규 채용과 고령자 조기퇴직 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장에서 걸리는 데는 어디일까? 우선 문장 전체의 골자는 뒤에 나오는 ‘문제(주어)가 발생한다(서술어)’이다. ‘경제성장률이 연 3% 미만의 저성장 기조에서는’은 ‘발생한다’를 꾸미는 부사구다. 즉 ‘~저성장 기조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인 것이다. 이 부사구는 다시 ‘경제성장률(주어)이 연 3% 미만인(술어)’이란 관형절의 수식을 받는 ‘저성장 기조’(명사구)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예문에서는 주어(‘경제성장률’)는 있는데 이를 받는 서술어가 명사(‘미만’)로 처리돼서 어색한 것이다. 따라서 ‘미만의’를 ‘미만인’으로, 즉 서술어 형식을 갖춰줘야 온전한 문장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