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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때문이다'를 남발하면 글이 허술해져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글쓰기는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워주는 훌륭한 도구다. 바꿔 말하면 모든 글은 논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사고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글쓰기에서 이런 과정은 어휘 선택에서부터 문장 구성, 문장들의 전개 과정 등 하위요소들을 통해 드러난다.인과관계 따져 엄격히 써야 효과적그중에서도 대놓고 이 논리성을 요구하는 게 있다. 인과관계 표현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게 ‘때문이다’ 구문이다. ‘탓이다/덕분이다/여서다’ 같은 서술 용법도 같은 범주에 있는 말들이다. ‘덕분’(긍정 의미)과 ‘탓’(부정 의미)의 쓰임새를 달리 하는 것은 어휘적 차원에서의 구별이다. 문장론적 차원에서는 문장의 구성과 전개 과정에서 인과관계 구문의 성립 여부를 살펴야 한다. 이들을 자칫 남발하다 보면 글의 흐름을 어색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보자.“국내 기업의 ‘탈(脫)한국’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각종 규제와 높은 인건비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한국을 떠나 해외에 둥지를 트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찬찬히 읽다 보면 ‘늘고 있기 때문이다’에서 글의 흐름이 걸릴 것이다. ‘때문이다’는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나타내는 말이다. 앞에서 ‘탈한국 가속화’를 언급했으면 뒤에 그 원인이나 배경이 나와야 자연스럽다. ‘해외에 둥지를 트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은 ‘탈한국 가속화’를 달리 표현한 것일 뿐 같은 얘기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한 것이다. 서술어를 ‘늘

  • 학습 길잡이 기타

    '갚다'와 관련된 영어 표현들

    Amazing grace, how sweet the sound놀라우신 은혜, 그 소리가 얼마나 감미로운지That saved a wretch like me.그 은혜가 저 같은 가엾은 사람을 구원했습니다.I once was lost, but now I’m found.저는 한때는 방황했지만, 지금은 제 자신을 찾았습니다.Was blind, but now I see.전 눈이 먼 존재였지만, 지금은 보게 되었습니다.T’was grace that taught My heart to fear그 은혜가 내 마음에 두려움을 가르쳐주었고And grace that feared relieved그 은혜가 내 마음속 두려움을 거둬주었습니다.How precious did That grace appear그 은혜가 내게 나타났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The hour I first believed Amazing Grace내가 처음 놀라우신 은혜를 믿는 순간Through many dangers, toils, and snares수많은 위험과 수고와 유혹을 지나서we have already come이렇게 벌써 여기에 와 있습니다.It’s grace has brought me safe thus far지금까지 절 안전하게 이끈 것도 은혜였고And grace will lead us home그 은혜가 우리를 좋은 곳으로 인도할 것입니다.힘들고 지친 많은 사람에게 큰 위로가 돼준 이 노래는 바로 [Amazing Grace]입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정말 많은 빚을 지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것이 ‘은혜’든 ‘복수’든 갚아야 할 것도 정말로 많습니다.그런데 혹시 ‘안갚음’이란 단어를 아시나요? ‘앙갚음’은 ‘남이 나에게 해를 준 그대로 그 사람에게 해를 주는 것’을 뜻하는 말이지만, ‘안갚음’은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을 뜻하는 말로,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랍니다. 우리의 삶에서 결코 뺄 수 없는 ‘갚다’라는 단어. 그래서 오늘은 ‘갚다’와 관련된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자포자기 (自 暴 自 棄)

    ▶ 한자풀이自: 스스로 자暴: 사나울 포自: 스스로 자棄: 버릴 기모든 건 안에서 먼저 비롯된다. 스스로를 업신여기면 남도 나를 깔본다. 가족 간 화해가 깨지면 이웃도 내 집을 무시한다. 군신 간 질서가 무너지면 주변도 내 나라를 얕본다. 모든 건 스스로에게서 말미암는다.맹자가 말했다. “스스로를 학대하는(自暴) 자와는 더불어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스스로를 버리는(自棄) 자와는 더불어 행할 수 없다. 입만 열면 예의를 헐뜯는 것을 자포라고 하고, 인(仁)에 살지 않고 의(義)를 행하지 않는 것을 자기라고 한다. 인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고, 의는 사람의 바른길이다. 편안한 집을 비워두고 살지 않고, 바른길을 버리고 행하지 않으니 슬픈 일이다.” 《맹자》 이루편에 나오는 얘기로, 자신을 학대하고 돌보지 아니함을 일컫는 자포자기(自暴自棄)가 유래한 구절이다.맹자는 자포를 ‘스스로 학대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스스로 학대한다는 건 예와 의를 버리는 것이다. 유가의 예(禮)는 뜻이 깊다. 현대인이 생각하는 예절 그 이상이다. 그건 나를 자존으로 바로 세우는 일이다. 진항이 공자 아들 백어에게 물었다. “당신은 스승님(공자)과 남달리 같이 있으니 따로 들은 얘기가 있겠지요.” 백어가 답했다. “없습니다. 언젠가 제가 뜰을 지나가는데 ‘너는 예를 배웠느냐’ 하시기에 ‘아직 못 배웠습니다’ 했더니 ‘예를 배우지 않고는 바로 설 방도가 없느니라’ 하시기에 물러나 예를 배웠습니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내가 나를 돕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돕지 않는다. 설령 그런 나를 누군가가 돕는다 해도 그건 ‘밑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면서'는 문맥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 져요

    “그는 1961년부터 명성여고 야간부 교사로 재직했다. 이때부터 그는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시를 쓰면서 대표적인 저항시인의 면모를 보였다. 군(軍) 시절 앓았던 간디스토마가 재발하면서 1969년 39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껍데기는 가라>로 잘 알려진 시인 신동엽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 50주년이다. 그를 소개한 이 대목은 얼핏 보면 딱히 꼬집을 데 없는, 완성된 글이다. 하지만 곰곰 뜯어보면 거슬리는 데가 있다.두 개 동작이 동시에 일어날 때 쓰던 말간디스토마가 ‘재발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이 표현이 어딘지 어색하다. ‘-면서’의 사전적 용법은 ‘두 가지 이상의 움직임이나 상태 따위가 동시에 겸하여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표준국어대사전). 이 풀이의 핵심은 ‘두 가지 동작이 동시에 이뤄짐’에 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같은 게 전형적인 쓰임새다.‘재발하면서’가 쓰인 문맥은 좀 다르게 읽힌다. ‘간디스토마가 재발해 결국 세상을 떠났음’을 나타낸다. 두 동작은 시간차가 있으며 인과관계에 놓여 있다. 문장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그런 데서 연유한다. 독자에 따라 비문으로 보기도 할 것이다.최근 이런 표현이 넘쳐난다. 아무 거리낌 없이 쓰고 독자들도 무심히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를 어법의 변화로 봐야 할까? 아니면 잘못 쓰는 말이므로 적극적으로 바꿔 써야 할까? ‘-면서’는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이나 상태를 겸하여 나타내는 것이 원래의 전형적 용법이다. ‘책을 주면서 말했다’ ‘사나우면서 부드러운 데가 있다’ 같은 게 그 예다. 1961년 나온

  • 학습 길잡이 기타

    '꼭두각시(puppet)'와 관련된 표현들

    Master of Puppets 꼭두각시의 주인I’m pulling your strings 난 너를 맘대로 조종하고twisting your mind 너의 마음을 비틀어and smashing your dreams 너의 꿈을 산산이 부숴버려.Blinded by me, 나로 인해 눈이 먼 너는you can’t see a thing 아무것도 볼 수 없지.Just call my name, 내 이름을 불러봐.cause I’ll hear you scream 내가 너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게.마약 중독을 강렬한 가사로 표현한 이 노래는 전설의 밴드 ‘Metallica’의 명곡 [Master of Puppets]입니다. 누구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원하지만, 많은 제약들 때문에 생각보다 나의 꿈을 펼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굴레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희망하며 오늘은 ‘꼭두각시(puppet)’와 관련된 영어 표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꼭두각시는 한자로 ‘괴뢰(傀儡)’라고 합니다. 그래서 ‘괴뢰 정부(주체의식 없이 타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정부)’는 영어로 puppet government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노래에 나오는 pull the strings라는 표현은 ‘배후 조종하다’라는 뜻으로, 인형극에서 인형술사가 뒤에서 줄을 잡아당기면 인형이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린 것에서 나온 표현이랍니다. 반대로 no strings attached는 ‘아무 조건 없이’라는 뜻인데, 어떤 줄도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인형의 모습에서 떠올린 표현이랍니다. 참고로 ‘애쉬튼 커처’와 ‘나탈리 포트만’이 출연한 영화 [친구와 연인 사이]의 원제도 no strings attached인데, 친구도 연인도 아닌, ‘그냥 아무 조건 없이 가볍게 만나는 관계’를 나타내는 뜻으로 쓰였답니다.그렇다면 혹시 ‘세뇌(洗腦)’는 영어로 뭔지 아시나요? 바로 brai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일장춘몽 (一 場 春 夢)

    ▶ 한자풀이一:한 일場:마당 장春:봄 춘夢:꿈 몽소동파(蘇東坡)는 송나라 최고의 문장가다. “독서가 만 권에 달해도 율(律·왕안석의 신법을 지칭)은 읽지 않는다”고 해 초유의 필화사건을 일으킨 타고난 자유인이다. 그의 《적벽부(赤壁賦)》는 중국 문학 불후의 명작이다. 자신은 문장의 최고봉이면서 “인생은 글자를 알 때부터 우환이 시작된다(人生識字憂患始)”는 그의 말 또한 아이러니다. 하기야 그 스스로가 문자로 인해 큰 우환을 겪었으니 ‘식자우환(識字憂患)’이 틀린 말은 아니다.그가 해남 창화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큰 표주박 하나 메고 콧노래 부르며 산책을 하다 70대 노파를 만났다. 노파는 소동파의 초췌한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문장으로 당대 천하를 놀라게 한 그가 초라한 몰골로 시골길을 걷는 것을 보면서 인생무상이 느껴졌다. 노파가 말했다. “지난날의 부귀영화는 그저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는구려(一場春夢).” 소동파가 태연히 말을 받았다. “맞습니다. 참으로 맞습니다.” 북송의 조령치가 지은 《후청록》에 전해오는 이야기다.일장춘몽(一場春夢)은 여름이 오기 전에 사그라지는 ‘한바탕의 봄 꿈’이다. 덧없이 왔다 덧없이 가는 봄 한철의 아지랑이 같은 꿈이다. 당나라 한단에서 노씨 성을 가진 서생이 도사 여옹의 베개를 빌려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부귀영화 꿈을 꾸었다는 한단지몽(邯鄲之夢), 노생지몽(盧生之夢)도 뜻이 같다. 부귀영화라는 게 부질없고 덧없는 것이니 애타게 매달리지 말라는 거다.허무주의자는 모든 게 덧없다고 생각한다. 비관주의자는 안 될 거라고 염려하고, 낙관주의자는 잘될 거라 믿는다. 세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머지않다'는 시간, '멀지 않다'는 거리에 써야죠

    ‘아가 아가 우지마라, 비야 비야 오지 마라, 저기 가서 노자….’ 1930년대 암울하던 일제치하에서 우리 국민을 일깨운 것은 브나로드운동이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주도한 이 계몽운동으로 비로소 한글의 대량 보급이 가능해졌다. 당시 문자보급 교재로 쓰인 <한글공부>(1933년 동아일보사)를 보면 우리말의 변천 과정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많다. 위의 구절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머지않아’는 한자어 ‘불원간’과 같은 뜻우선 눈에 띄는 게 ‘우지마라, 오지 마라, 노자’ 같은 말이다. 각각 ‘울다, 말다, 놀다’가 활용한 모습이다. 모두 ‘ㄹ탈락 용언’인데 현행 맞춤법에 따른 표기와는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ㄹ탈락 용언은 활용할 때 어미 ‘-네, -세, -오, -ㅂ니다’ 앞에서 ㄹ받침이 탈락하는 게 원칙이다(한글맞춤법 제18항). 뒤집어 말하면 ‘울다’ ‘놀다’는 어미 ‘-지/-자’ 앞에서 어간이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울지’ ‘놀자’가 현행 표기 규범인데, 당시만 해도 이를 ‘우지’ ‘노자’로 적었음을 알 수 있다.이는 역설적으로 예전부터 ‘ㄹ받침 용언’이 ‘ㅈ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ㄹ받침이 탈락하기도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널리 알려진 대중가요 “홍도야 우지마라~”의 표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하지만 규범상으론 ‘울지 마라’가 바른 표기다.이런 ㄹ탈락 현상이 예외적으로 굳어져 단어로 인정된 게 있다. ‘마지못하다(←말+지+못하다)’ ‘마다하다(←말+다+하다)’ ‘머지않다(←

  • 학습 길잡이 기타

    문과 영어 vs 이과 영어

    Math, science, history, unravelling the mysteries,수학, 과학, 역사,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일,That all started with the big bang.이 모든 것은 빅뱅에서 시작되었죠.신나는 음악과 재치 있는 가사로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은 이 노래는 미국 시트콤 ‘Big Bang Theory’의 주제곡입니다. nerd(세상 물정 모르는 공붓벌레)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올해 12번째 시즌을 끝으로 그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20대를 ‘Friends’와 함께 보냈다면, 제 30대는 ‘Big Bang Theory’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특히 영어밖에 모르는 철저한 문과 체질인 제가 미드 ‘Numbers’를 통해 수학을 배웠다면, ‘Big Bang Theory’를 통해선 다양한 과학 용어들을 접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에게 큰 웃음과 많은 상식을 알려준 이 드라마를 추억하며,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다른 뜻으로 쓰이는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revolution이란 단어를 들으면 문과 학생들은 French Revolution(프랑스 혁명)이나 Revolutionary War(독립전쟁)를 떠올리며 ‘혁명’이란 뜻이 먼저 생각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과 학생들에게는 이 단어가 ‘공전’이란 뜻으로 더 친숙할 수도 있답니다. revolve가 기본적으로 ‘돌다, 회전하다’의 뜻이거든요. 참고로 ‘자전’은 주로 rotation이란 단어를, ‘공전’은 주로 revolution이란 단어를 쓴다는 것도 구분해서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또 conduct란 단어가 con(함께) duct(끌다, 인도하다)에서 나왔기 때문에 문과 학생들은 conductor가 ‘차장, 지휘자&r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