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부중지어(釜中之魚)
▶ 한자풀이

釜 : 솥 부
中 : 가운데 중
之 : 어조사 지
魚 : 물고기 어


부중지어釜中之魚솥 안에 든 물고기라는 뜻으로
피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린 상황 -《자치통감》

중국 후한(後漢) 때 양익(梁翼)이란 대신이 있었다. 황제의 외척인 그는 동생과 함께 무려 20년간이나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비행을 저질렀다. 어느 해 양익은 황제의 승인을 받아 각 지방을 순찰할 여덟 명의 사자(使者)를 뽑았다. 그중의 한 사람인 장강(張綱)은 기개가 있는 선비였다. 사자로 선발되기는 했으나 평소에 양익의 횡포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던 그는 낙양의 숙소에다 수레바퀴를 파묻어 버리면서 개탄했다.

“들개와 이리 같은 양익 형제가 조정의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데, 여우나 살쾡이에 지나지 않는 지방 관리를 조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장강은 황제에게 양익 형제를 탄핵하는 15개 조항의 상소문을 올렸고, 이로 인해 장강은 양익 형제의 미움을 사 광릉군의 태수로 쫓겨났다. 그곳은 장영이 이끄는 도적떼의 근거지였다. 하지만 그것은 장강에게 오히려 기회였다. 불평 한마디 없이 광릉군에 부임한 장강은 곧바로 장영을 찾아가 새로운 삶을 살라고 설득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초연히 자기를 찾아온 장강에게 감복한 장영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이 어찌 올바른 길이겠으며 오래 지속될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도 ‘솥 안에 든 물고기(釜中之魚)’ 신세나 다름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저희들이 살길을 열어 주십시오.” 1만여 명의 도적은 모두 항복했고, 장강은 잔치를 열어 그들을 위로한 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했다. 북송(北宋)의 사마광(司馬光)이 편찬한 편년체 역사서 《자치통감》에 나오는 얘기다.

부중지어(釜中之魚)는 ‘솥 안의 물고기’라는 뜻으로, 눈앞에 닥친 위험을 모른 채 경거망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냥 놔두시오. 제까짓 게 부중지어인데 얼마나 더 설치겠소” 식으로 쓴다. 우리나라 속담 ‘독 안에 든 쥐’도 함의가 비슷하다.

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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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은 우환이 닥치기 전에 미리 알고, 평범한 사람은 우환이 닥쳐야 알고, 어리석은 사람은 우환이 닥쳐도 그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의 처지를 바로 헤아리는 게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