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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그러하지요 → 그렇죠 → 그죠/그쵸?

    “코로나가 다시 늘어나서 피시방, 노래방, 이런 데 다 영업중단이라고 해요. 장사하시는 분들 속상하시겠어요. 그죠? 게다가 태풍까지 와서 너무 걱정이에요. 하지만 잘 이겨내야 돼요. 그쵸?”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자의 근심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는 말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그죠’나 ‘그쵸’를 덧붙인다. 구어에서 쓰는 ‘그죠/그쵸’ 어법에 안 맞아일상 대화에서 ‘그죠/그쵸’는 아주 흔히 쓰는 말이다. “이게 맞지~, 그지~” 이런 말도 많이 한다. ‘그지’ 대신 ‘그치’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글로 쓸 때면 좀 주저하게 된다. “이렇게 써도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죠/그쵸, 그지/그치’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입말에서 자주 듣지만 규범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그죠/그쵸’는 어디서 왔을까? 둘 다 ‘그렇죠’를 줄여 쓴 말이란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또 ‘그렇죠’가 ‘그렇지요’의 준말이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죠’의 기본형 ‘그렇다’는 더 올라가면 ‘그러하다’가 준 것이다. 정리하면 ‘그러하지요→그렇지요→그렇죠→그죠/그쵸’로 준 말임이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그죠/그쵸’만 문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까닭은 왜일까? 기본형 ‘그렇다’가 ㅎ불규칙 용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그러하다’가 ‘그렇다’로 주는 현상을 규범화한 게 한글맞춤법 ‘제40항 붙임1’이다. 준말에서 ‘ㅎ이 어간의 끝소리로 굳어져 있는 것은 받침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氷炭不容(빙탄불용)

    ▶ 한자풀이氷: 얼음 빙炭: 숯 탄不: 아니 불容: 용납할 용얼음과 숯이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듯두 사물이 서로 화합할 수 없음을 이름-<초사(楚辭)>한나라 무제 때의 동방삭은 재치와 해학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변설에도 뛰어나 입을 열면 막힘이 없었다. 넓고 깊은 지식과 청산유수 같은 언변은 당대 누구도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하지만 언행이 기이해 반미치광이로 여겨지기도 하고, 신선으로 불리기도 했다.무제는 그를 자주 불러 나랏일을 청해 듣곤 했다. 그는 황제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조정에서 교활한 자를 비웃었으며 그런 자들과는 일절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죽기 직전에도 무제에게 “교활하고 아첨하는 무리를 멀리하고 참소하는 말을 물리치시라”고 간언했다.그는 초나라의 우국시인 굴원(屈原)을 추모하여 <칠간(七諫)>이라는 7수의 시를 지었다. 그 가운데 <자비(自悲)>라는 시에서 “얼음과 숯은 서로 함께할 수 없으니(氷炭不容), 내 본디 목숨이 길지 못함을 알겠구나”라고 노래했다. 충성스러운 굴원과 아첨배를 서로 화합할 수 없는 얼음과 숯에 비유하여, 아첨을 일삼는 간신들과는 공존할 수 없다는 굴원의 심경을 노래한 구절이다. 얼음과 숯처럼 서로 화합할 수 없음을 뜻하는 빙탄불용(氷炭不容)이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에서 생겼다.수화불용(水火不容) 또는 유여수화(有如水火)도 같은 의미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장군 위연은 성격이 오만하여 모두가 그를 피했다. 하지만 장사(長史)인 양의만은 위연을 아랑곳하지 않아서 항상 그와 맞섰다. 위연은 양의의 태도에 매우 화를 냈는데, 두 사람은 마치 물과 불의 관계와 같았다(延以爲至忿, 有如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외래어 '욜로', 고유어 '욜로'

    ‘욜로’는 외래어다. Yolo, 즉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뜻의 말로,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2013년께부터 한국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해 2017년을 전후해 우리 사회의 여러 소비문화 현상 가운데 하나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잡았다. ‘요리로’가 줄어 ‘욜로’로 바뀐 순우리말‘욜로’는 우리 고유어이기도 하다. “욜로 가면 지름길이 나온다”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우리말에 있는 ‘글로, 졸로, 절로, 일로, 골로’ 같은 말도 낯설게 보일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욜로족’이니 ‘욜로 라이프’니 하는 외국말은 잘 알아도 우리 고유어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욜로’는 ‘요리로’의 준말이다. 마찬가지로 ‘그리로→글로, 조리로→졸로, 저리로→절로, 이리로→일로, 고리로→골로’로 줄어든다. 한글맞춤법 제33항에 나오는 용법이다.우리말은 체언과 조사가 결합할 때 말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무엇을’이 줄어 ‘뭣을’ 또는 ‘무얼’이 된다. 이 말은 다시 ‘뭘’까지로 준다. ‘그것은, 그것으로’가 줄면 ‘그건, 그걸로’가 되는 식이다. 말에도 ‘언어의 경제성’이 작용한 결과다. 준말이 효율성이 높아 구어에서는 자연스럽게 준말을 더 많이 쓰게 된다. 이는 부사에 조사가 어울릴 때도 마찬가지다. ‘욜로, 글로,…’ 등의 준말이 성립하는 문법적 근거다. 글쓰기에선 본말 쓰는 게 의미전

  • 학습 길잡이 기타

    Rich에는 진하고 풍부하다는 뜻도 있어요

    Uptown girl부잣집 아가씨She’s been living in her uptown world그녀는 부자동네에서 살아왔죠.I bet she never had a back street guy그녀는 뒷골목 건달을 만나본 적 없을 거라 확신해요.I bet her mama never told her why그녀의 엄마는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을 거예요.I’m gonna try for an uptown girl부잣집 아가씨를 사귀어 볼 거예요.She’s been living in her white bread world as long as anyone with hot blood can뜨거운 정열을 가진 사람이 견디기에는 너무 오래 그 편한 세상에서 살아왔죠.And now she’s looking for a downtown man이제 그녀는 도시의 남자를 찾고 있어요.That’s what I am그게 바로 저예요.인기 보이 그룹 ‘Westlife’가 리메이크해서 다시 한번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이 곡은 ‘Billy Joel’의 [Uptown Girl]입니다. 여기서 uptown은 downtown(시내/도심지)의 반대말로 교외에 있는 고급 주택가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white bread world 역시 ‘편안한고 윤택한 삶’을 가리키는 말이지요.‘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란 말처럼, 인간은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부(富)’와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다들 아시는 것처럼 ‘돈 많은, 부자의’를 뜻하는 단어 중 가장 많이 쓰는 말은 rich입니다. 그래서 a rich man은 ‘부자’, a rich country는 ‘부국(부자 나라)’, 그리고 She is from a rich family는 ‘그녀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라는 뜻이랍니다.그런데 rich에 ‘풍부한’이란 뜻도 있어서 a country rich in oil and coal은 ‘석유와 석탄이 풍부한 나라’, a confection rich with sugar and spices는 ‘설탕과 향료가 많이 든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捲土重來 (권토중래)

    ▶ 한자풀이捲: 말 권土: 흙 토重: 거듭 중來: 올 래흙먼지를 일으켜 다시 쳐들어온다는 뜻한번 실패한 자가 다시 도전함을 이름-두목(杜牧)의 시중국 오강(烏江)은 초패왕 항우가 한나라 유방과 최후의 결투를 벌인 곳이다. 이 싸움에서 진 항우는 자결했고, 유방은 오랜 패권 전쟁을 끝내고 통일 한나라의 황제에 올랐다.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온다는 뜻으로 고립무원의 상황을 이르는 사면초가(四面楚歌)도 이 전투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다.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하다’고 한탄한 항우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도 이 전투가 배경이다.항우의 부하들은 “강동으로 돌아가 다시 힘을 모아 재기하자”고 권유했지만, 항우는 “8년 전 8000여 자제와 함께 떠난 내가 무슨 면목으로 혼자 강을 건너 강동으로 돌아가겠느냐”며 31년의 짧은 생을 스스로 마쳤다. 항우의 애첩 우미인(虞美人)이 항우의 시에 화답하고 자결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훗날 당나라 말기의 대표적 시인 두목(杜牧)은 항우의 기백을 기리며 “승패란 병가에서 기약할 수 없는 일이니, 부끄러움을 안고 참을 줄 아는 것이 사나이라네. 강동의 젊은이 중에는 준재가 많으니, 흙먼지 일으키며 다시 쳐들어왔다면 어찌 되었을까(捲土重來未可知)”라고 시를 지어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였다. 여기서 유래한 권토중래(捲土重來)는 어떤 일에 실패하였으나 힘을 축적하여 다시 그 일에 착수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두목은 당대의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노두(老杜)로 불리는 것에 견줘 소두(少杜)로 일컬어질 정도로 뛰어난 시인이다. 1000년이 지난 어느 날, 오강의 여사(旅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순이익' 발음이 두 가지인 까닭

    우리말 적기의 규범을 세운 것은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나오면서부터다. 이어 1936년 ‘조선어 표준말 모음’이 마련돼 정서법의 골격이 갖춰졌다. 표준어와 함께 동전의 앞뒤라 할 수 있는 표준발음법은 그뒤로도 50여 년이 더 지난 1988년에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발음의 기준을 세운다는 게 그만큼 힘든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원칙 [순니익], 현실발음 [수니익]…둘 다 허용서울의 지명에서 아주 멋들어진 이름 가운데 하나가 ‘학여울’이다. 이 말은 ‘학(鶴)’과 고유어 ‘여울’의 합성어다. 여울이란 강 같은 데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말한다.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한강 갈대밭 부근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그곳에 1993년 서울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강남구 대치동)이 들어섰다.그런데 이 ‘학여울’의 발음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항녀울]이라 하는가 하면 훨씬 많은 이들은 [하겨울]이라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항녀울]이 맞는 발음이다. 실제로 역 구내에는 로마자로 ‘Hangnyeoul’이라 표기돼 있다. 만약 [하겨울]로 발음한다면 그 표기는 ‘Hagyeoul’이 됐을 것이다.‘학여울역’의 발음은 어떻게 [항녀울력]으로 됐을까? 우선 ‘학+여울’의 결합부터 보자. 발음할 때 ㄴ음이 첨가돼 [학녀울]로 바뀐다(표준발음법 29항). ‘막일, 늑막염, 내복약, 솜이불’ 같은 합성어를 소리 내 보면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일관되게 ㄴ음이 첨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항녀울]로 바뀌는데, 이는 자음동화(정확히는 비음화) 때문이다. 첨가된 ㄴ음으로 인해

  • 학습 길잡이 기타

    pop the question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It’s a beautiful night아름다운 밤이야.We’re looking for something dumb to do우린 뭔가 어리석은 짓을 하려고 해.Hey baby, I think I wanna marry you너랑 결혼하고 싶은 것 같아.Is it the look in your eyes,당신의 눈에 비친 모습 때문일까?or is it this dancing juice?아니면 이 술 때문일까?Who cares baby, I think I wanna marry you무슨 상관이야, 너랑 결혼하고 싶은 것 같아.들을 때마다 신나고 설레는 이 노래는 ‘Bruno Mars’의 [Marry You]입니다. 누군가는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결혼’만큼 아름답고 또 설레는 단어가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결혼’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다들 아시는 것처럼 ‘결혼하다’라는 뜻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바로 marry입니다. 그런데 marry가 일반적으로 격식적인 말이라면, get married는 비격식적인 말로 흔히 쓰인답니다. 그리고 be married가 결혼의 「상태」를 가리키는 반면에, get married는 결혼의 「행위」를 강조하는 말이기 때문에 ‘결혼하신 지 얼마나 됐어요?’는 How long have you been married?라고 하지만, ‘언제 결혼했어요?’라는 표현은 영어로 When did you get married?라고 해야 한답니다. 또 marry는 기본적으로 타동사이기 때문에 ‘메리는 헨리와 결혼했다’라고 하면 Mary married Henry처럼 뒤에 전치사 to를 쓸 수 없지만, 반대로 get married의 경우에는 전치사 to와 함께 써야 하기 때문에 Mary got married to Henry라고 해야 한답니다.그리고 wed란 단어 역시 ‘결혼하다’라는 뜻이지만, 주로 시어, 신문 표제에 쓰이거나 혹은 the newly weds(신혼부부) 같은 표현 외에는 거의 쓰지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연목구어(緣木求魚)

    ▶ 한자풀이緣:인연 연木:나무 목求:구할 구魚:물고기 어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얻으려 한다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음을 비유-<맹자>전국시대 주나라 신정왕 3년(BC 318)에 맹자는 양나라 혜왕과 작별하고 제나라로 갔다. 동쪽에 있는 제나라는 서쪽의 진(秦), 남쪽의 초(楚)와 더불어 전국시대 제후국 가운데에서도 대국이었다. 당시 50이 넘은 맹자는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인의(仁義)를 치세의 근본으로 삼는 왕도정치론을 설파했다.제나라 선왕(宣王)은 역량이 뛰어난 명군이었고, 맹자는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맹자는 그의 왕도정치론이 통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맹자가 말하는 왕도정치가 아니라 부국강병론이었다. 선왕 또한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통일이었다. 맹자와 선왕은 문답을 나눴다. “임금께서는 전쟁을 일으켜 신하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이웃 나라 제후들과 원수를 맺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내게 대망(大望)이 있기 때문이오.” “전하의 대망이란 것에 대해서 말씀해 보시지요.” 선왕이 주춤하자 맹자가 슬쩍 낚시를 던졌다. “전쟁의 목적은 의식(衣食)이오니까, 인생의 오락이오니까?” “아니오, 나의 욕망은 그런 것이 아니오.” 이에 맹자가 다그치듯 말했다.“그러시다면 영토를 확장해 진과 초와 같은 대국으로 하여금 허리를 굽히게 하고, 중국 전토를 지배하여 사방의 오랑캐를 따르게 하려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일방적인 무력으로 그것을 얻으려 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같은 것으로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오니까.”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