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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龍頭蛇尾(용두사미)

    ▶ 한자풀이龍: 용 용頭: 머리 두蛇: 뱀 사尾: 꼬리 미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시작은 거창하나 끝이 초라함을 이름-<벽암록(碧巖錄)옛날 중국의 용흥사라는 절에 진존숙이라는 명승이 있었다. 진존숙은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고 나면 지푸라기로 짚신을 삼았다. 그는 짚신을 한 켤레씩 짝을 맞춰 산길의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궁금해서 물었다. “스님, 왜 짚신을 만들어 매달아두시는지요?” 스님이 답했다. “먼 길을 가다 보면 짚신이 낡아 발이 불편한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들의 발을 편하게 하고자 함이지요.”어느 날 용흥사에 낯선 스님이 찾아왔다. 진존숙은 그와 선문답을 하게 되었는데, 첫마디를 건네자마자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진존숙은 속으로 ‘도가 깊은 스님이신가’하고 다시 말을 건네니, 또다시 버럭 역정을 냈다. 진존숙이 그에게 말했다. “겉보기에는 용의 머리를 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뱀의 꼬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용두사미(龍頭蛇尾)라며 그 스님을 비웃었다. 송나라 때 불교 서적 <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얘기다.용두사미(龍頭蛇尾)는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이 보잘것없고 초라함을 일컫는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무리다. <시경>에는 ‘백 리 길을 가는 자는 구십 리를 절반으로 친다(行百里者半九十)’는 말이 있다. 천하통일을 앞둔 진왕(후에 진시황)이 자만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하자 구순의 어느 노인이 찾아와 진언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코로나19와 전염병, 그리고 돌림병

    세밑이다. 코로나19와의 싸움 속에 지새우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의 말’은 누가 꼽아도 코로나19가 될 것 같다. 말글 관점에서 코로나19는 신조어이면서 약칭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 11일 이 전염병의 공식 명칭을 ‘Coronavirus disease-2019’로, 약칭을 ‘COVID-19’로 발표했다. 코로나19, 한·중·일 적는 방식 달라그것을 우리 정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 하고, 줄여서 ‘코로나19’로 부르도록 정했다. 같은 한자어권이면서도 중국과 일본은 좀 다른 방식으로 표기한다.중국에서는 ‘新型冠狀病毒肺炎(신형관상병독폐렴)’이라 부르고, 약칭을 ‘新冠肺炎(신관폐렴)’이라고 한다. ‘관상(冠狀)’은 왕관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붙인 코로나의 의역(意譯)이다. ‘병독(病毒)’은 말 그대로 병을 일으키는 독기라는 뜻으로 바이러스를 의역한 것이다. 거기에다 이 질병이 폐렴의 변종임을 알 수 있게 ‘폐렴’을 붙였다. 뜻글자인 한자의 장점을 살려 이름을 지었다. 언론에서는 이를 더 줄여 ‘新冠疫(신관역)’으로 쓰기도 한다.일본에서는 ‘新型コロナウイルス’로 쓴다. 한자와 가타카나를 사용해 옮겼다. 발음은 [고로나우이루스]쯤 된다. 바이러스를 [우이루스]라고 부르는 것은 라틴어 어원인 virus의 발음에서 따온 듯하다. 일본어 자모체계는 단순해 실제 발음을 온전히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 가령 맥도날드 햄버거는 [마쿠도나루도 한바가](マクドナルド ハンバガ) 정도로만 옮길 수 있다.중국 한자나 일본 가나에 비해 우리 한글은 웬만한 로마자는 실제 발음과 비슷하게 얼마든지

  • 학습 길잡이 기타

    ling·let·kin은 '작다'는 의미의 '지소형 접속사'죠

    The poor duckling was so sad that he hid himself by the riverbank all through the summer. One day he watched some beautiful swans fly past him. “I wish I were as magnificent as a swan” he sighed. That winter it began to snow. The duckling was cold and all alone. Soon a kind farmer found him and decided to take him home and look after him. When the spring came, the farmer took the duckling back to the river. He looked at his reflection in the lake. what did he see? “I'm not an ugly duckling any more. I'm a beautiful swan!” he cheered. “Look at that swan!” said the children in the town. “He's the finest of them all” The swan had never been so happy in all his time.안데르센 <미운 오리 새끼>불쌍한 새끼오리는 매우 슬퍼서 여름 내내 강둑에 숨었습니다. 어느 날 새끼오리는 자신을 지나 날아가는 아름다운 백조들을 보았습니다. “나도 백조처럼 멋있으면 좋을 텐데.” 그해 겨울, 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새끼오리는 홀로 추위에 떨었습니다. 곧 친절한 농부가 오리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다가 돌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봄이 왔을 때 농부는 오리를 강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새끼오리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니,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나는 더 이상 못생긴 오리가 아니야. 나는 아름다운 백조야!” 새끼오리는 환호했습니다. “저 백조 좀 봐!” 마을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저 백조가 제일 멋있어.” 백조에게는 자신의 삶 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Words & Phrases우리나라 제목 [미운 오리 새끼]의 원제는 [The Ugly Duckling]입니다. 여기서 Duckling은 ‘새끼 오리’를 뜻하는 단어랍니다. 이처럼 영어에는 ‘지소형 접미사’라는 것이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개념에도 가족처럼 부모·자식·형제자매가 있어요

    주기억장치는 ‘워드(word)’ 단위로 데이터가 저장되고 캐시 기억장치는 ‘블록(block)’ 단위로 데이터가 저장된다. 이때 워드는 비트(bit)*의 집합이고 블록은 연속된 워드 여러 개의 묶음을 말한다. 주기억장치의 데이터가 캐시 기억장치에 저장되는 장소를 ‘라인(line)’이라고 한다. 캐시 기억장치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라인에 하나의 블록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주기억장치에서 캐시 기억장치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에는 블록 단위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캐시 기억장치의 용량은 주기억장치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주기억장치의 블록 중에서 일부만 캐시 기억장치에 저장될 수 있다. 그러므로 캐싱을 위해서는 주기억장치의 여러 블록이 캐시 기억장치의 하나의 라인을 공유하여 사용해야 한다.예를 들어 어떤 컴퓨터의 주기억장치의 데이터 용량을 워드 2n개, 캐시 기억장치의 데이터 용량을 워드 M개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주기억장치의 블록 한 개가 K개의 워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면 이 주기억장치의 총 블록 개수는 2n/K개가 되며 각 워드는 n비트의 주소로 지정된다. 그리고 캐시 기억장치의 각 라인은 K개의 워드로 채워지므로 캐시 기억장치에는 총 M/K개의 라인이 만들어진다.*비트: 컴퓨터에서 정보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 2진수의 0 또는 1이 하나의 비트.<2020학년도 9월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워드(word)’ 단위로…‘블록(block)’ 단위로…워드는 비트(bit)의 집합…블록은…워드…의 묶음‘A 단위로 B’라는 어구에서 A는 B라는 개념을 구분하는 말이다. 사람들을 동민, 구민, 시민 등으로 구분하듯이 ‘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不惑(불혹)

    ▶ 한자풀이不: 아니 불惑: 미혹할 혹마음이 흐려져 갈팡질팡하지 않음 나이 마흔을 이르는 말-<논어><논어> 위정편에는 공자가 자신의 학문 수양 과정을 회고하는 대목이 나온다. 내용은 이렇다. “나는 15세가 되어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다(三十而立).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50세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五十而知天命). 60세에는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고(六十而耳順), 70세에 이르러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세계 4대 성인으로 불리는 공자의 배움이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익어갔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공자가 말하는 배움(學)은 단지 지식의 습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의 배움에는 그 배움을 몸소 실천하는 행(行)이 함께 담겨 있다. 진정한 학문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인 것이다.공자가 나이 마흔에 이르러 몸소 체득했다는 불혹(不惑)은 세상일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가게 됐다는 의미다. 공자의 이 말에 따라 15세를 지학(志學),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도 부른다. 이 외에 약관(弱冠)은 남자 나이 20세를, 방년(芳年)은 꽃다운 나이로 여자 나이 20세 안팎을 뜻한다. 고희(古稀)는 70세, 산수(傘壽)는 팔순(八旬), 즉 80세를 이르는 말이며 졸수(卒壽)는 구순(九旬), 즉 90세를 이르는 말이다. 망백(望百)은 백세(百歲)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91세의 별칭이다. 상수(上壽)는 하늘이 내려준 나이, 100세를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곱게 빤 밀가루"가 틀린 까닭

    올해 치러진 수능국어 13번 문항은 난도 자체가 그리 높은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우리말 용언의 활용법을 전반적으로 꿰고 있지 않으면 답을 찾기 힘든 문제였다. 그만큼 까다로운 활용 예들이 제시됐다. 교착어인 우리말은 어미 활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잘 구사해야 매끄러운 문장이 나온다. ‘빻다’는 규칙동사…활용 시 어간형태 유지해보기의 예시문 ‘ⓒ갈은(→간) 마늘’은 ‘ㄹ’탈락 용언의 활용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다. 글쓰기에서 흔히 저지르는 오류다. 기본형 ‘갈다’가 ‘갈고, 갈면, 갈지’ 식으로 활용하다가 유독 어미 ‘-네, -세, -오, -ㅂ니다, -ㄹ수록/-ㄹ뿐더러’ 앞에서 ‘ㄹ’ 받침이 탈락한다(한글맞춤법 제18항). 이걸 따로 외울 필요는 없고 그냥 말로 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다만, 관형어미 ‘-ㄴ’이 올 때는 조심해야 한다. ‘갈은→간’을 비롯해 ‘녹슬은→녹슨/거치른→거친/피로에 절은→전/하늘을 날으는→나는/찌들은 삶→찌든/시들은 꽃잎→시든/검게 그을은→그은/떡을 썰은 뒤→썬’으로 활용한다. 무심코 화살표 앞처럼 적기 쉽지만 뒷말이 바른 표기다. 답지의 ‘③살-+-니 → 사니’ 역시 기본형 ‘살다’가 ‘사니’로 활용한 사례이므로 같은 유형이다.‘ㄹ’탈락 현상은 어간 끝 받침이 ‘ㄹ’인 용언은 예외없이 모두 적용된다. 그래서 이를 ‘불규칙’ 현상과 구별해 ‘탈락’이라고 부른다. 한글맞춤법상 용언의 활용에서 탈락 현상으로 분류되는 것은 이 외에 지난 호에서 살핀 ‘으’탈락이 더 있다.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소설의 단골 소재는 '성장'…그건 갈등과 깨달음의 열매!

    나는 깨진 단지를 눈으로 찬찬히 확인하는 순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어찌 떨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단지의 임자가 욕쟁이 함경도 할머니임에 틀림없음에랴! 이 베락 맞아 뒈질 놈의 아새낄 봤나, 하는 욕설이 귀에 쟁쟁해지자 등 뒤에서 올라온 뜨뜻한 열기가 목덜미와 정수리께를 휩싸며 치솟아 올라 추운 줄도 몰랐다. 눈을 비비고 또 비볐지만 이미 벌어진 현실이 눈앞에서 사라져 줄 리는 만무했다.집 안팎에서 귀청이 떨어져라 퍼부어질 지청구와 매타작을 감수하는 게 상수인 듯싶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첫길이라고 일부러 발끝에 힘을 주어 제겨 딛고 가느라 우리 집 앞에서 변소 앞까지 뚜렷이 파인 눈 위의 내 발자국은 요즘 말로 도주 및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봉쇄하고 있는 터였다. <중략> 나는 울기 전에 최후의 시도를 하기로 맘먹었다. 우랑바리나바롱나르비못다라까따라마까뿌라냐……손오공이 부리는 조화를 기대하며 입속으로 주문을 반복해서 외었다.[중략 부분의 줄거리] 눈사람을 만들어 깨진 단지를 숨기고, 혼날 것을 두려워한 나는 가출을 한 후 여러 곳을 방황하다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온다. 눈사람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혼낼 줄로 알았던 집 안 사람들은 나에게 무심한 채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들의 일만 한다.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가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짐작하고 또 생각하는 세계하고 실제 세계 사이에는 이렇듯 머나먼 거리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 거리감은 사실이 세계는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깨달음, 그러므로 나는 결코 주변으로 둘러싸인 중심이 아니라는 아슴프레한 깨달음에 속한 것이었다. <중략>그러고는 어른처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殃及池魚(앙급지어)

    ▶ 한자풀이殃: 재앙 앙及: 미칠 급池: 연못 지魚: 물고기 어재앙이 연못 속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관계가 없는 듯해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음-<여씨춘추>중국 송(宋)나라 사마(司馬) 환(桓)이 귀한 구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죄를 지어 형벌을 받게 되자 도망을 치려고 했다. 왕이 사람을 보내 그를 붙잡아 구슬이 있는 곳을 물으니 사마 환이 말했다. “연못에 던져버렸습니다.” 이에 연못의 물을 다 퍼내 마르게 해서 구슬을 찾았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물고기만 다 죽고 말았다. <여씨춘추>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여기서 유래한 앙급지어(殃及池魚)는 재앙이 연못의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 연관이 없는 뜻하지 않은 화를 일컫는 고사성어다. 지어지앙(池魚之殃)으로도 쓴다. 뜻밖에 닥쳐온 불행을 의미하는 횡래지액(橫來之厄), 횡액(橫厄)도 뜻이 비슷하다.이 이야기는 후대에 내용이 가감되고 재구성되어 전해졌는데, 송나라 때 편집된 역대 설화집 <태평광기>에는 비슷한 얘기가 실려 있다.“성문에 불이 붙으면 그 화가 성 근처 물가의 물고기에게까지 미친다(城門失火, 殃及池魚)는 말이 있다. 옛날 전하는 말에 ‘지중어(池仲魚)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송나라 성문 근처에 살았는데, 성문에 갑자기 불이 나더니 불이 그의 집까지 퍼져 지중어는 불에 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송나라 성문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끄려던 사람이 성 외곽의 물을 길어다 불을 껐다. 결국 성 외곽의 물은 바닥이 났고 그 속에 살던 물고기는 모두 죽었다’고 한다.”민간에 구전되는 이야기로 문헌에 기술된 형태도 다양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