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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門前成市 (문전성시)

    ▶ 한자풀이門: 문 문前: 앞 전成: 이룰 성市: 저자 시문 앞이 시장이 선 것처럼 되었다는 뜻부자나 권세가 집에 사람이 몰리는 것의 비유-<한서>전한(前漢)의 11대 황제 애제는 무능한 군주였다. 애제가 즉위하자 조정의 실권은 황실 일족에서 외척 가문으로 넘어갔다. 또 당시 20세인 애제는 동현이라는 미동(美童)과 동성애에 빠져 나랏일을 돌보지 않았다.정숭이라는 충신이 애제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폐하, 이 나라 백성을 굽어살펴주시옵소서.” 하지만 그 또한 애제의 분노만 살 뿐이었다. 당시 조정에는 조창이라는 상서령(장관급의 한 직책)이 있었는데, 그는 전형적인 아첨배로, 왕실과 인척지간인 정숭을 모함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조창이 애제에게 고했다.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정숭의 집 문 앞이 저자(시장)를 이루고 있사옵니다(門前成市)’. 이는 심상치 않은 일이오니 엄중히 문초하소서.”이에 애제가 정숭을 불러 물었다. “내 듣자하니, 그대의 문전은 저자와 같다 하던데 그게 사실이오?” 정숭이 답했다. “폐하, 그렇습니다. 저희 집 앞은 사람들로 저자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의 마음은 물처럼 맑으니 황공하오나 한 번만 더 살펴주시옵소서.” 하지만 무능한 군주 애제는 그의 간청을 묵살하고 옥에 가뒀다. 그 뒤 사례라는 신하가 상소해 조창의 무고를 따지고 정숭을 변호했으나 애제는 그마저 직책을 빼앗고 서인으로 내쳤다. 결국 정숭은 그 뒤 옥에서 생을 마쳤다.문전성시(門前成市)는 부자나 권세가의 집이 들락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댄다는 뜻이다. 음식점 등에 손님이 몰리는 경우에도 사용된다. “개점한 음식점이 ‘문전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兎死狗烹(토사구팽)

    ▶ 한자풀이兎:  토끼 토死:  죽을 사狗:  개 구烹:  삶을 팽토끼가 잡히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쓸모가 다하면 냉정히 버려진다는 의미-<사기(史記)>범려는 춘추시대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를 멸하고 춘추오패의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보좌한 명신(名臣)이다. 월나라가 패권을 차지한 뒤 구천은 가장 큰 공을 세운 범려와 문종을 각각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범려는 구천이 고난은 함께해도 영화를 함께 누릴 수는 없는 인물이라고 판단해 월나라를 탈출했다.제나라에 은거한 범려는 문종에게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蜚鳥盡, 良弓藏, 狡死, 走狗烹)”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피신하도록 충고했으나, 문종은 월나라 떠나기를 주저하다가 구천에게 반역의 의심을 받아 자결하고 말았다. 쓸모가 다하면 냉정하게 버려진다는 의미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사기(史記)>에 전해진다.토사구팽은 한신의 이야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을 통일한 유방은 일등공신 한신을 초왕으로 봉했으나, 자신에게 도전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러던 중 유방과 패권을 다퉜던 항우의 부하 종리매가 옛 친구인 한신에게 몸을 의탁했다. 유방은 그를 체포하라고 명했으나, 한신은 옛친구를 배반할 수 없어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유방은 초나라를 방문한다는 구실로 제후들을 초나라 서쪽 경계인 진나라에 모이게 하였다.한신의 부하들이 종리매의 목을 베어 가지고 가면 황제가 기뻐할 것이라고 진언했다. 한신이 이런 상황을 전하자 종리매는 “유방이 초(楚)를 침범하지 못하는 것은 자네 밑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깜깜이' 톺아보기

    코로나19가 한창 재확산하던 지난 8월 31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조금은 ‘뜬금없이’ 들릴지 모를 얘기를 꺼냈다. “‘깜깜이 감염’과 관련해서 시각장애인 분들께서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시면서 개선을 요청해 왔습니다. 저희는 국민들 의견을 받아서 그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감염경로 불명’을 대체어로 제시했다. ‘깜깜이’는 사전에 없는, 의미확장 중인 단어코로나19는 우리말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줬다. 그중 하나가 이날 발언으로 새삼 부각된 ‘우리말 속 차별어’ 논란이다.‘깜깜이’는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정식 단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말이 언중 사이에 알려진 게 그리 오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다. 나중에 조건이 충족되면 단어가 될 수 있는 후보군에 있다는 얘기다.‘깜깜이’는 주로 언론에서 써온 말이다. ‘깜깜이 선거, 깜깜이 분양, 깜깜이 입찰, 깜깜이 리포트, 깜깜이 심사’ 등 비유적 표현에 사용됐다. 이 말은 어디서 왔을까? ‘깜깜하다’에서 생성됐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면 우리말에서 ‘깜깜하다’란 말은 어떤 의미로, 어떤 맥락에서 쓰일까? 이게 차별어 여부를 판정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깜깜하다’는 ‘어떤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잊은 상태이다’란 뜻이다. “나는 음악에 깜깜해”라고 하면 음악에 관해 아는 게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파생어 ‘깜깜이’가 나왔다. 어근 ‘깜깜’에

  • 학습 길잡이 기타

    뒤에 오는 문장이 완벽하면 'that'을 선택하세요

    King George has many strange subjects. Mr. Kelada was short and of a sturdy build, clean-shaven and dark-skinned, with a fleshy, hooked nose and very large, lustrous and liquid eyes. His long black hair was sleek and curly. He spoke with a fluency in which there was nothing English and his gestures were exuberant. I felt pretty sure that a closer inspection of that British passport would have betrayed the fact that Mr. Kelada was born under a bluer sky than is generally seen in England. [서머싯 몸 <만물박사>(Mr. Know All)]조지 왕은 별의별 백성도 다 두고 있지. 켈라다 씨는 키가 작고 체격이 탄탄했으며, 면도를 말끔히 한 얼굴에 피부는 까무잡잡했고, 통통한 매부리코를 가지고 있었다. 매우 크고 반짝이며, 물기 어린 맑은 눈에, 그의 긴 검은 머리는 윤기 있게 빛나는 곱슬머리였다. 그는 말을 아주 유창하게 했지만, 도무지 영어처럼은 들리지 않았고 동작도 아주 요란했다. 내가 확신하건대 그의 영국 여권을 아주 꼼꼼하게 검사해 본다면, 켈라다 씨가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푸른 하늘 아래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위 글은 ‘서머싯 몸’의 소설 [Mr. Know All]의 일부분입니다. 이 짧은 글에서도 정말 많은 단어와 표현들을 배울 수 있는데, 지금부터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Words & Expressions많은 학생이 subject란 단어를 참 쉬운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통 ‘주제’ ‘과목’ 정도의 뜻으로만 외우고 있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단어는 아래로(sub) 던져진(ject)이란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래에 놓여진(지시를 받는) 대상을 의미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the subject of investigation은 ‘조사 대상’이란 뜻이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상전벽해(桑田碧海)

    ▶ 한자풀이桑: 뽕나무 상田: 밭 전碧: 푸를 벽海: 바다 해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바뀌었다는 뜻으로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크게 변했음을 비유-<신선전(神仙傳)>어느 날 선녀 마고가 신선 왕방평에게 말했다. “제가 신선님을 모신 후 어느새 뽕나무 밭이 세 번이나 푸른 바다로 변하였습니다(桑田碧海). 이번에 봉래에 갔더니 바다가 다시 얕아져 이전의 반 정도로 줄어 있었습니다. 또 육지가 되려는 것일까요.”<신선전> ‘마고선녀이야기’에 나오는 구절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함을 이르는 상전벽해(桑田碧海)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진(晋)나라 갈홍이 편찬한 의서<신선전>에는 84명의 인물이 기록되어 있는데 모두 오랜 수명을 누린 사람들이다. 기괴하고 황당한 내용이 많지만 일부는 고대 장생술을 연구하는 데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명나라 관리 유정지의 시 ‘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에도 같은 구절이 나온다.‘낙양성 동쪽 복숭아꽃 오얏꽃날아오고 날아가며 누구의 집에 지는고낙양의 어린 소녀는 제 얼굴이 아까운지가다가 어린 소녀가길게 한숨짓는 모습을 보니올해에 꽃이 지면 얼굴은 더욱 늙으리라내년에 피는 꽃은 또 누가 보려는가뽕나무밭도 푸른 바다가 된다는 것은정말 옳은 말이다’(實聞桑田變成海)상전벽해는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의미에서 자신도 모르게 세상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 비유한 말이다. 또한 뽕나무밭이 바다가 될 수 있을지라도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상전변성해(桑田變成海)라고도 한다.창해상전(滄海桑田) 창상지변(滄桑之變) 상창지변(桑滄之變) 모두 같은 의미다. 능곡지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잼잼'에 밀려난 '죔죔'

    ‘도리도리 잼잼’은 몇 해 전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우리말 맞히기 문제로 나와 화제가 된 말이다. 출연자들을 ‘멘붕’으로까지 몰아넣은 이 문제의 정답은 ‘~ 죔죔’이었다. 시청자도 대부분 ‘잼잼’ 또는 ‘젬젬’ 정도로 알고 있었다. ‘물럿거라’나 ‘옛다’ 같은 말도 잘못 쓰는 말이지만 요즘도 틀리게 쓰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준말은 본말의 형태를 반영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준말이라는 것이다. 말을 줄일 때도 원칙이 있다. 본래의 말에서 일부가 줄면서 남은 형태가 어근이나 어간에 달라붙는다. ‘어제저녁→엊저녁, 가지가지→갖가지, 삐거덕→삐걱, 이놈아→인마’ 같은 게 그런 예다. 줄어든 말에서도 본말의 형태를 유지함으로써 본말과 준말의 관련성을 드러내는 것이다.“옜다, 이 돈 받아라”처럼 쓰는 ‘옜다’는 ‘예 있다’의 준말이다. 이때 ‘예’는 ‘여기’의 준말이다. ‘물러 있거라’의 준말인 ‘물렀거라’도 같은 원리다. 모두 본말의 ‘있’에 쓰인 받침을 그대로 이어받음으로써 준말의 유래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단어를 모두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리를 알고 나면 응용할 수 있다. ‘~하대/~하데’의 구별도 열에 아홉은 헷갈리는 어려운 문제다. 가령 ①“사람이 아주 똑똑하대”와 ②“사람이 아주 똑똑하데”는 어떻게 다를까? 한 가지만 알고 있으면 된다. 즉 ‘-대’는 ‘-다고 해’가 준 말이라는 점이다. 줄었지만 본말의 형태가 반영돼 있다. ①은 누군가가 “A라는 사람이 똑똑하다고 한다&rd

  • 학습 길잡이 기타

    "Follow my example"…"절 따라해 보세요"

    But when I walked out of the restaurant I had the whole month before me and not a penny in my pocket. “Follow my example,” she said as we shook hand, “and never eat more than one thing for luncheon.” “I’ll do better than that,” I retorted. “I’ll eat nothing for dinner tonight.” “Humorist!” she cried gaily, jumping into a cab, “you’re quite a humorist!” But I have had my revenge at last. I do not believe that I am a vindictive man, but when the immortal gods take a hand in the matter it is pardonable to observe the result with complacency. Today she weighs twenty-one stone. [서머싯 몸 <오찬>(Luncheon)]그러나 레스토랑을 나왔을 때, 내 앞에는 살아야 할 한 달이 남아 있었고 주머니에는 단 1페니도 남아 있지 않았다.“절 따라 해보도록 해요,” 그녀는 악수를 하며 말했다, “그리고 점심 때 한 가지 요리 이상은 절대로 먹지 마세요.” “그보다 이게 더 낫겠지요,” 나는 대꾸했다. “저녁에 아무 것도 먹지 않을 겁니다.” “농담도 잘 하셔!” 그녀는 쾌활하게 웃으며 택시에 올라탔다, “당신은 정말 재미있는 분이세요!” 그러나 결국 난 앙갚음을 한 셈이었다. 난 내 자신이 그리 복수에 능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신께서도 이런 모양새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때, 나는 양심의 어긋남 없이 결과를 매우 만족스럽게 지켜볼 수 있었다. 현재 그녀의 체중은 133.35㎏이다.위트 있는 재치가 묻어나는 이 글은, 서머싯 몸의 단편 소설 《Luncheon(오찬)》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Luncheon은 Lunch보다 좀 더 딱딱하고 격식 있는 점심 식사를 가리키는 말로, 이 소설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조금은 기막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

  • 학습 길잡이 기타

    His hands ragged and scarred, with black…

    I remember him as if it were yesterday, as he came plodding to the inn door, his sea-chest following behind him in a hand-barrow a tall, strong, heavy, nut-brown man, his tarry pigtail falling over the shoulder of his soiled blue coat, his hands ragged and scarred, with black, broken nails, and the sabre cut across one cheek, a dirty, livid white. I remember him looking round the cover and whistling to himself as he did so, and then breaking out in that old sea-song that he sang so often afterwards [보물섬(Treasure Island)]그가 우리 여관으로 터벅터벅 들어오던 모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오른다. 그는 키가 컸고, 몸집 또한 크고 다부졌으며, 피부는 구릿빛이었다. 그의 뒤로는 궤를 실은 손수레가 하나 따르고 있었다. 입고 있던 흙투성이의 푸른빛 상의 위로는 타르 가루 범벅인 땋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왔다. 손은 거칠고 상처투성이였으며, 손톱은 여기저기 부러져 있었다. 창백하고 때 묻은 한쪽 뺨에는 칼자국 하나가 길게 나 있었다. 그는 작은 만을 쓱 둘러보며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는데, 그 휘파람은 곧 오래된 뱃노래로 이어졌다.다들 어린 시절에 《보물섬(Treasure Island)》이란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어린이가 읽는다고 해서, 단어가 쉬울 거라 생각하시면 정말 큰코다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늙은 뱃사람’을 묘사한 이 짧은 지문에서도 정말 엄청난 단어들과 표현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1. as if영어 문법 시간에 as if(as though) 가정법이란 표현을 들으신 분이 많이 계실 겁니다. 가정법이란 말 그대로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얘기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I remember that day as if it were yesterday라고 하면, ‘난 그날이 마치 어제였던 것처럼 생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