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지식을 이용한 독해
정립-반정립-종합. 변증법의 논리적 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변증법에 따라 철학적 논증을 수행한 인물로는 단연 헤겔이 거명된다. 변증법은 대등한 위상을 지니는 세 범주의 병렬이 아니라 대립적인 두 범주가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어 가는 수렴적 상향성을 구조적 특징으로 한다.정립-반정립-종합. 변증법의 논리적 구조를 일컫어…변증법에 따라 철학적 논증을 수행 글을 잘 읽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대부분은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는 것이 많으면 글이 쉽게 읽힌다. 글을 잘 읽는다는 철수 샘에게 인터넷 게임 관련 글은 어렵다고 했다. 그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글 내용이 무슨 뜻인지 모르거나 아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런 의미에서 철수 샘의 이 글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독서로 지식을 넓히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 말에 글 읽기 방법이 숨어 있다. 바로 ‘알고 있어야’ 할 것과 ‘알아내야’ 할 것을 구별하며 읽는 것이다.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
대학수학능력 국어 영역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수준에서 알 필요가 없는 것은 모두 설명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예컨대 ‘정립’, ‘반정립’, ‘종합’, ‘변증법’은 고3 학생이 알고 있어야 하는 개념이 아니다. 물론 철수 샘은 이 개념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나, 출제할 때는 고3 학생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즉 이 개념들을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알아내면’ 풀 수 있는 문제를 내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글을 읽어 보라. 그 개념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고3 학생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개념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논리적 구조’, ‘철학적 논증’ 등이 그것이다. ‘논리’가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간단히 말하면 ‘사고(추리) 과정(원리)’, 좀 더 쉽게 말하면 ‘생각하는 방법’임은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논증’이 옳고 그름을 이유를 들어 밝힘의 뜻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변증법’이 ‘생각하는’, ‘철학 주제를 논증하는’ 방법이고, 변증법으로 생각할 때 ‘정립-반정립-종합’이 뼈대가 되는 개념이라는 것은 ‘알아내야’ 할 것이다.
고3 학생이 알고 있어야 할 것 하나를 덧붙인다면 ‘반정립’에 있는 ‘반-’이다. 어휘를 만들 때 접사를 붙여 파생하는 방법(이를 ‘파생법’이라 한다.)이 있다는 것과 ‘반-’은 ‘반(反, anti-, [예] 반-비례, 반-독재)’ 또는 ‘반(半, half, [예] 반-자동, 반-죽음)’의 의미를 덧붙이는 접사라는 것은 고3 학생이면 알고 있어야 한다.대등한 위상을 지니는 세 범주의 병렬이 아니라, 대립적인 두 범주가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어 가는 수렴적 상향성‘병렬(나란히 늘어섬, 또는 나란히 늘어놓음)’, ‘수렴(여럿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하나로 모아 정리함)’, ‘상향(더 높게 됨)’은 고3 학생이 알고 있어야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개념들을 알고 있지만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가? 그 사람은 일상생활에 쓰이는 어휘가 개념(槪念)으로 사용될 수 있고, 그때 정의(定義)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서 ‘병렬’은 ‘대등한 위상을 지니는 세 범주’, 즉 세 범주가 대등한 위상으로 있다고 정의되었다. 그리고 ‘수렴적 상향성’은 ‘대립적인 두 범주가 조화로운 통일을 이’룬다고 정의되었다. 일상생활에서야 어떻든 이 글에서는 이 개념들을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물론 ‘범주(範疇: 부류 또는 범위)’, ‘대등(對等: 높고 낮음이나 낫고 못함이 없이 비슷함)’, ‘위상(位相: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가지는 위치나 상태)’ 등을 고3 학생이면 알고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또한 ‘A가 아니라 B’라는 문장 구조에서 A와 B가 차이 또는 반대의 의미가 있음을 알고 있는가? 과일, 사과, 배 등에서 사과와 배는 대등(병렬)적 위상을, 과일과 사과, 과일과 배는 상하(주종)적 위상을 지닌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이 글 이해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병렬이 아니라 … 수렴적 상향성’라고 했으므로, ‘병렬’ ‘수렴적 상향성’은 반대말이다. 또한 ‘대등한 위상’과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는 것도 반대말이다.
그런데 이상의 내용은 ‘변증법의 … 특징’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앞에서도 ‘변증법의 논리적 구조’ ‘변증법에 따라 철학적 논증’ 등 변증법의 특징에 대해 말했다는 것을 상기하며 내용들을 연결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 능력을 추리 능력이라고 하는데, 고3 학생이면 훈련을 통해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세 범주’가 ‘정립’ ‘반정립’ ‘종합’을 말하고, ‘대립적인 두 범주’가 ‘정립’과 ‘반정립’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정립’의 ‘반-’은 반대의 의미를 지닌 접두사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종합’과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는 것이 같은 말이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포인트고3 학생이 ‘알고 있어야’ 할 것과 ‘알아내야’ 할 것을 구별하며 읽도록 하자.
국어 영역에서는 고3 학생이 알 필요가 없는 것은 모두 설명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음을 알아두자.
접사를 붙여 파생하는 ‘파생법’과 ‘반-’이라는 접두사의 의미를 알아 두자.
일상생활에 쓰이는 어휘가 개념(槪念)으로 사용될 수 있고, 그때 정의(定義)된다는 것을 알아 두자.
‘A가 아니라 B’라는 문장 구조에서 A와 B가 차이 또는 반대의 의미가 있음을 알아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