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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仁者樂山(인자요산)

    ▶ 한자풀이仁 : 어질 인者 : 놈 자樂 : 좋아할 요, 즐길 락山 : 뫼 산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으로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와 함께 쓰임 - <논어>공자의 가르침의 핵심은 인(仁)과 예(禮)다. 인은 마음에 품어야 하는 따뜻한 심성이다. 공자 사상을 이어받은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이다. 인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이른바 성선설의 바탕이기도 하다. 예는 바른 몸가짐이다. 맹자의 사양지심(辭讓之心)은 겸손하여 남에게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이다. 부끄러움(수치)을 아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옳고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是非之心)과 더불어 인간의 본성에 선한 씨앗이 있다는 사단지심(四端之心)의 핵심이다.단(端)은 실마리이자 단서다. 정성으로 가꾸면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 씨앗이다. 어짊과 예의는 절로 자라고, 절로 갖춰지는 게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꾸준한 수양이 따라야 한다.“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智者樂水),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仁者樂山).” <논어>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요산요수(樂山樂水)는 이를 줄인 것이다. 흔히 즐겁다는 뜻으로 쓰이는 낙(樂)이 좋아한다는 의미로 쓰일 때는 ‘요’로 읽힌다. 앎이 많아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밝아서 마치 물이 흐르듯이 막힘이 없+다는 뜻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와 의미가 통한다. 노자 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는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이다.인자(어진 자)는 몸가짐이 진중하고 심덕이 두터워 그 심성이 산과 같다는 의미다. 덕(德)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전세(傳貰)'와 '전세(專貰)'

    도무지 멈출 줄을 모르는 ‘전셋값’ 오름세는 서민의 삶을 힘들게 하지만, 우리네 말글살이에도 곤혹스러움을 안겨준다. ‘값’은 본래 물건을 사고팔 때 치르는 대가를 말한다. 1957년 완간된 <조선말 큰사전>(한글학회)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지금은 ‘값’의 용법이 10여 가지는 된다. 의미가 더해지면서 말의 쓰임새가 확대됐다는 뜻이다. 전셋값과 전셋돈은 달라…구별해 써야‘전세(傳貰)’의 ‘세’는 ‘세낼 세(貰)’ 자다. ‘세내다’란 빌리다, 즉 일정한 삯을 내고 남의 소유물을 빌려 쓴다는 뜻이다. 이 임차제도는 특이하게도 기한이 만료되면 보증금을 돌려준다. 그 앞에 ‘전할 전(傳)’ 자가 쓰였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계약기간 동안 ‘일정한 삯’을 주인한테 ‘전하는 또는 맡기는’ 것이다. 그 돈을 전세금 또는 전셋돈이라고 한다. 민법상 용어도 ‘전세금’이다. “전세금(전셋돈)을 내야 하는데,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한다. 이를 “전셋값을 내야 하는데~” 또는 “전셋값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식으로 말하면 어색하다. 전셋돈과 전셋값의 용법 차이가 드러난다.이 ‘전세’가 지금과 같이 자리 잡기까지에는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글학회에서 1957년 펴낸 <조선말 큰사전>에는 ‘전세’가 傳貰로 나온다. 그런데 1986년 나온 <새우리말사전>에는 專貰로 올랐다. 이어 1992년 발간한 <우리말 큰사전>에는 ‘전세’ 표제어에 傳貰와 專貰를 함께 처리했다. 말의 유래와 용법에 혼란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전세(專貰)’는 ‘전세(傳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전셋값'을 어찌할까요

    연초부터 쌀값, 기름값 등 생활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6702만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말에 비해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전셋값 상승’은 지난 한 해 수시로 입에 오르내리며 서민 가계에 주름을 깊이 지게 했다. ‘값’은 원래 돌려받지 못하는 돈그런데 ‘전셋값’이란 말은 잘 들여다보면 좀 어색한 단어다. 보통 ‘값’은 물건을 사고팔 때 치르는 대가를 말한다. 어떤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에 치르는 돈으로, 돌려받지 못한다. 그게 우리가 아는 ‘값’의 일반적 의미 용법이다. 흔히 말하는 집값이니, 배춧값이니, 옷값, 음식값 같은 게 다 그렇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은 좀 더 구체적이다. ‘값’이란 사고파는 물건에 일정하게 매겨진 액수 또는 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받는 돈을 말한다. 또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가격, 대금, 비용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기름값/물값/물건값’ 같은 게 그런 예다.‘전셋값’은 어떨까? 우선 ‘전세(傳貰)’의 의미부터 알아보자. ‘전세’란 남의 집이나 방을 빌려쓸 때 주인에게 일정한 돈을 맡겼다가 내놓을 때 그 돈을 다시 찾아가는 제도 또는 그 세, 즉 사용료를 말한다. 전셋돈, 전세금, 전셋집, 전세방, 전세권, 전세살이 같은 복합어를 만든다. ‘전세’라는 말은 1957년 한글학회에서 완간한 <조선말 큰사전>에서도 보인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전세와 어울려 쓰는 말은 ‘전셋집’ 정도만 있었다.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만 해도 ‘전셋값’

  • 학습 길잡이 기타

    shoot는 '쏘다' '새싹'…단어 의미, 문장으로 배워야

    Once there was a tree and she loved a little boy. And every day the boy would come and he would gather her leaves and make them into crowns and play king of the forest. He would climb up her trunk and swing from her branches and eat apples. And they would play hide-and-go seek. And when he was tired, he would sleep in her shade. And the boy loved the tree very much. And the tree was happy. But time went by. And the boy grew older. And the tree was often alone. Then one day the boy came to the tree and the tree said, “Come, Boy, come and climb up my trunk and swing from my branches and eat apples and play in my shade and be happy.”-쉘 실버스타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옛날에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에게는 사랑하는 소년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그 소년은 그 나무에게로 와서 떨어지는 나뭇잎을 한 잎 두 잎 주워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나뭇잎으로 왕관을 만들어 쓰고 숲속의 왕 놀이를 했습니다. 소년은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서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 먹곤 했습니다. 나무와 소년은 때로는 숨바꼭질도 했지요.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소년은 나무그늘에서 단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나무를 무척 사랑했고,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소년도 점점 나이가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홀로 있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나무를 찾아갔을 때 나무가 말했습니다. “얘야, 내 줄기를 타고 올라와서 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먹고 그늘에서 놀면서 즐겁게 지내자.” Words & Phrases다들 아시는 것처럼 나무는 영어로 tree라고 합니다. 하지만 ‘(용재(用材)로서의) 나무’ 혹은 ‘목재’를 가리킬 때는 wood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양반들이 어부(漁父)가 된 이유는?

    석양(夕陽)이 비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돛 내려라 돛 내려라(이하, 후렴구 생략)버들이며 물가의 꽃은 굽이굽이 새롭구나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이하, 후렴구 생략)삼공(三公)을 부러워하랴 만사(萬事)를 생각하랴 <춘(春) 6>궂은 비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낚싯대 둘러메니 깊은 흥(興)을 못 금(禁)하겠다연강(煙江) 첩장(疊)*은 뉘라서 그려낸고 <하(夏) 1>물외(物外)에 조 일이 어부 생애 아니러냐어옹(漁翁)을 ?디 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사시(四時) 흥(興)이 가지나 추강(秋江)이 으뜸이라 <추(秋) 1>물가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씩씩고험한 구름 (恨)치 마라 세상(世上)을 가리운다파랑성(波浪聲)을 싫어 마라 진훤(塵喧)*을 막 난도다 <동(冬) 8>*첩장: 겹겹이 둘러싼 산봉우리. * 진훤: 속세의 시끄러움.윤선도,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물가…시냇물…낚싯대…연강(煙江)…어부 생애…어옹(漁翁)…추강(秋江)…물가…파랑성(波浪聲)조선 문학에 많이 나오는 공간적 배경 중에 하나가 물가, 강, 호수이다. 이 공간들은 자연의 세계를 대표하는 것인데, 그 속에 있는 시적 화자는 자신을 ‘어부’, ‘어옹(漁翁)’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고된 노동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한가로운 여유와 유유자적(悠悠自適: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자기 마음대로 자유롭고 마음 편히 삶)을 누리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낚싯대’는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유로운 강태공의 여유를 보여주는 소재다. ‘파랑성(파도 소리)’이 들려오는 ‘연강(안개 자욱한 강)’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모습은 조선 문학에서 흔히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疑心暗鬼(의심암귀)

    ▶ 한자풀이疑 : 의심할 의心 : 마음 심暗 : 어두울 암鬼 : 귀신 귀의심을 품으면 없던 귀신도 생긴다의혹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는 뜻 - <열자(列子)>어떤 사람이 아끼던 도끼를 잃어버렸다. 도둑맞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되자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었다. 그 아이 동태를 유심히 살펴볼수록 의심은 더 커졌다. 길에서 마주치면 슬금슬금 피하는 듯했고, 안색이나 말투 역시 뭔가 미심쩍었다.“아무래도 내 도끼를 훔쳐간 놈은 저놈이 분명해.” 그렇게 믿고 있던 어느 날, 얼마 전 나무하러 갔다가 도끼를 산에 놓고 온 일이 떠올랐다. 급히 달려가 보니 도끼는 산에 그대로 있었다. 도끼를 들고 집으로 와 그 아이를 보니 태도가 예전과 달라보였다.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의심을 품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 <열자>에 나오는 얘기로, ‘의심을 품으면 귀신도 생긴다’는 뜻의 의심암귀(疑心暗鬼)는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열자>에는 비슷한 얘기가 또 있다.어떤 사람의 집에 말라죽은 오동나무가 있었다. 이웃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 집 안에 말라죽은 나무가 있으면 재수가 없다네. 그걸 베어버리지 왜 그냥 놔두나?” 기분이 찜찜해진 오동나무 주인이 그 나무를 베어버렸다. 이웃 사람이 다시 나타나 땔감이 부족하니 좀 빌려달라고 했다. 주인은 속았다는 생각에 버럭 화를 냈다. “자네는 땔감이 필요해서 나를 속였군. 이웃에 살면서 어쩌면 그리 엉큼한 거짓말을 할 수 있나.” 이웃 사람은 아무런 꿍꿍이 없이 죽은 오동나무를 베어내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오동나무 주인이 제풀에 의혹을 품은 것이다.암(暗)은 어둡다는 뜻이지만 ‘어리석음’이란 의미로도 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신년 '일출'과 새해 '해돋이'

    신축년 새해가 열렸다. 예전에 음력을 쓰던 시절에는 한 해의 첫째 달을 ‘정월(正月)’이라고 했다. 거기서 ‘정초(正初)’라는 말이 나왔다. 정초란 정월 초하룻날, 즉 그해의 맨 처음을 뜻한다. 또는 정월 초승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는 초하루부터 며칠 동안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은 이런 뜻으로 정초를 많이 쓴다. 이중과세하는 우리 풍습…‘해맞이’도 두 번‘초승’은 그달의 초하루부터 처음 며칠 동안을 뜻하는 말이다. 한자어 초생(初生)에서 음이 변해 완전히 우리말로 정착한 단어다. 예전에 초생달이라고 하던 말이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초승달’로 바뀐 것도 그런 까닭이다.‘원단(元旦)’이란 말도 많이 쓴다. ‘으뜸 원, 아침 단’ 자로 새해 아침을 뜻한다. 한자 단(旦)은 대지 위로 해가 막 올라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동이 트다’라는 뜻을 지녔다. 모두 음력을 쓰던 시절 얘기다. 양력 1월 1일에 이어 명절로 쇠는 음력 1월 1일(설)까지 정초를 두 번 치르는 우리 풍습에서는 자연스레 한 달여를 정초로 보내는 셈이다. 기분상 그렇다는 얘기다. 이즈음에도 정초니 원단이니 하면서 한 해의 출발을 다짐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새해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에 맞춰 기업 등 직장에서는 시무식을 연다. 정당 등 단체나 기구에서는 단배식을 한다. ‘단배식(團拜式)’은 우리말에서 좀 독특한 위치에 있는 말이다. 일상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고, 연중 정초에만 쓰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널리 알려진 데 비해 국어사전에는 비교적 늦게 표제어로 오른 말이기도 하다. 유난히 이 말은 사회 공공단체, 특히 정당 등 정치권

  • 학습 길잡이 기타

    쓰임 폭 넓어지는 중성 대명사 'They'

    The four sisters knitted quietly as the December snow fell outside. It was a comfortable room, even though the furniture was old. Christmas flowers bloomed by the windows. Margaret, the oldest of the four, was sixteen, and very pretty. She had large eyes, soft brown hair, and white hands, of which she was proud. Fifteen-year-old Josephine was very tall, thin, and brown. She reminded people of a young horse, and her sharp, gray eyes seemed to see everything. Her long, thick hair was her one beauty. Elizabeth was a rosy, bright-eyed girl of thirteen. She was shy, timid, and peaceful. She seemed to live in a happy world of her own and only spoke to people she loved and trusted. Amy has blue eyes and golden hair curled around her shoulders. Though the youngest, she felt she was very important and she looked down at people.-루이자 메이 올코트 <작은 아씨들>-밖에 12월의 눈이 내리는 동안 네 자매는 조용하게 뜨개질을 했다. 비록 가구들은 낡았지만 그것은 안락한 방이었다. 크리스마스 꽃이 창가에 피었다. 네 자매 중 장녀인 마거릿은 열여섯 살이고 아주 예뻤다. 메그는 눈이 커다랗고 머리카락은 연한 갈색이었으며 손은 새하얗는데, 그녀는 하얀 손을 자랑스러워했다.열다섯 살의 조세핀은 키가 아주 크고, 마르고, 피부는 구릿빛이었다. 조는 사람들에게 망아지를 연상시켰으며 그녀의 예리한 회색 눈은 모든 것을 알아보는 듯했다. 조의 길고 굵은 머리카락은 조가 가진 단 하나뿐인 아름다움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장밋빛 피부에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열세 살 소녀다. 베스는 수줍음이 많고 소심하고 평온했다. 베스는 자신만의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았고 자기가 사랑하고 자기가 믿는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했다. 에이미는 눈이 파랗고 금발 머리카락이 어깨 주변에 넘실거렸다. 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