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개요작성]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한양대 2021학년도 수시 인문계열 기출문제(2022년 5월 2일자 16면 참조) 풀이를 시작하겠습니다.
1. 지도란 무엇인가
1-1. 지도 규정 : 지리적 사실을 가장한 주관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정보전달 매체
1-2. 이유1 : 지도는 3차원의 지구를 평면으로 옮겨놓는 것, 제작자의 변형이 필연적
1-3. 이유2 : 지도는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없으므로 제작자의 목적에 따라 정보가 선택됨
1-4. 이유3 : 지도 제작자는 역사, 문화 및 정치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함
2. (나)의 추론방식 정리
2-1. 추론 방식 = 정보를 통해 사용처와 관점, 의도, 제작자의 정보까지 체계적으로 추론
2-2. 이런 추론방식은 주관적인 지도 속에서 맥락과 의도를 통찰하게 함
3. (다)의 A, B지도의 제작자 관점
3-1. A지도의 설명
3-1-1. 남반구 상단, 호주 중심 = 지도 제작자는 호주인, 자기 거주지역 위주로 세계 재편
3-1-2.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환형의 해안지도 = 해로나 해상무역을 중시
3-1-3. 해로를 표시하기 좋음 = 태평양을 둘러싼 국가와의 교류 개척을 희망
3-2. B지도의 설명 (A지도와의 대조를 강조하기)
3-2-1. 북반구 상단 = 지도 제작자는 북반구 거주, 북반구 국가들의 밀접한 관계 중시
3-2-2. 북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음 = 지도 제작자는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항공 교류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특정 국가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동등한 교류를 구상함
3-2-3. 비행기 항로를 표시하기 좋음 = 북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항로 개척 구상
우선 (가)를 토대로 ‘지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해보도록 하죠. (가)는 지도의 사전적 정의를 소개하면서 지도가 본질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1)물리적 한계와 (2)지도 제작자의 주관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가)는 지도가 객관적인 지리적 정보전달의 매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주관적 해석물에 가까움을 설명하는 셈이죠. 왜 이 요구사항을 먼저 줬을까요? (가)에서 설명한 지도의 본질이 이후 요구사항의 핵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의 추론방식 또한 (가)의 지도에 대한 관점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어요. (나)는 지도에 나타난 정보를 통해 거꾸로 (1)사용자와 용도에 대해 추측하고, (2) 제작자의 의도, 나아가 (3) 제작자의 정체에 대해 추론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론방식은 지도의 주관성을 전제해 지도에 포함된 맥락과 의도를 통찰하게 합니다. 마지막 요구사항은 앞서 정리한 지도의 본질과 추론방식을 이해하고 새로운 지도에 응용해보라는 것 같군요.
A지도는 남반구를 상단으로 하고 환형의 해안지도를 중심으로 삼았으므로, 자기 거주지역 위주로 해양산업의 구도를 재편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B지도는 북반구를 상단으로 해 북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해양산업보다 항공산업 위주로 새로운 산업구도를 생각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모든 요구사항은 하나의 맥락 안에서 연결돼 있으므로, 유기적으로 생각하고 글의 흐름을 잡아야 합니다. 특히 1200자의 완성된 장문을 작성하려면 여러 요구사항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의식이 있어야 하며 개요를 설계해 글의 균형성과 유기성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답안으로 옮겨 쓰기 (답안은 이해를 위해 1400자 정도로 보다 자세히 적었습니다.)(가)를 토대로 보면 지도란 지리적 사실을 가장한, 주관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정보 전달 매체일 따름이다. 우선 태생적으로 지도는 3차원의 지구를 평면으로 옮겨놓는 것이기 때문에 변형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제작자가 어떤 방식으로 변형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지역도 다르게 표현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도는 지면 특성상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없기에 제작자의 유용한 목적에 따라 제한된 정보를 취사선택해 만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도 제작자는 역사, 문화 및 정치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에 따라 생성된 자신의 내면적 신념이나 이념을 지도에 투영한다. 그러므로 지도의 객관성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지도 이면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해 방식은 (나)의 필자가 보여주는 추론 방식에서 똑똑히 드러난다. 셀던의 지도에서 필자는 체계적으로 지도에 표시된 정보를 통해 사용처와 관점, 의도, 제작자의 정보까지 추론한다. 이와 같은 능동적 추론은 왜곡된 지도 속에서도 역사적 맥락과 의도를 궤뚫어보게 한다.
따라서 동일한 지구를 전혀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지도 A, B에서도 (나)의 추론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두 지도 모두 16세기에 그려진 셀던의 지도와 다르게 해안선이나 지형의 표시가 매우 정교하다. 즉 현대 기술력으로 그려진 지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양상을 띠는 것은 각각의 지도에 반영된 제작자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A지도는 남반구를 상단으로 하며, 호주와 태평양이 중심이다. 이는 지도 제작자가 호주인이며 북반구 위주의 통념을 뒤엎고 자기 거주지역 위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음을 가늠케 한다. 또한 태평양을 중심으로 환형의 해양지도를 상세히 보여주는데, 그 이유는 해로나 해상무역을 중시하는 관점, 해양 위주의 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한편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지도 양쪽 끝단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남반구를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추론에 신빙성을 더한다. 양 대륙의 이격 속에서 북반구의 유럽과 북미 중심으로 문화와 산업 집중구도를 재편하고 싶어하는 관점을 읽어들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로를 표시하기 좋은 지도의 구성방식은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많은 국가와의 교류 개척을 개방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반면 B지도는 북반구를 상단으로 하며 북아메리카, 아시아, 유럽을 중심으로 삼는다. 그 속에서 지도 제작자는 북반구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북반구 국가들의 밀접한 관계를 중시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북반구의 특정 국가가 집중돼 있지 않고 북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지도 제작자는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항공 교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뜻하며, 이 제작자가 특정 국가보다 다양한 국가의 산업, 문화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함을 추론하게 한다. 더하여 해로 표시에 용이한 A지도와 달리 B지도에서는 비행기 항로를 표시하기가 수월하다. 즉 북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항로 개척을 통해 적극적인 교류를 희망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포인트 모든 요구사항은 하나의 맥락 안에서 연결돼 있으므로, 유기적으로 생각하고 글의 흐름을 잡아야 합니다. 1200자의 완성된 장문을 작성하려면 여러 요구사항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의식이 있어야 하며 개요를 설계해 글의 균형성과 유기성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