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일반과 특수, 보편과 개별
상도는 일반 상황에서의 원칙론으로서 지속적으로 지켜야 하는 보편적 규범이고, 권도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상황론으로서 그 상황에 일시적으로 대응하는 개별적 규범이다.(중략)

맹자는 권도를 일종의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해법으로 제시한다. 맹자는 “남녀 간에 주고받기를 직접 하지 않음은 예(禮)이고, 형제의 부인이 물에 빠지면 손으로 구하는 것은 권(權)이다.”라고 하였다. 남녀 간에 손을 잡지 않는 것은 상도에, 형제의 부인을 손으로 구하는 것은 권도에 해당하는데, 여기서 권도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득이 한 번만 사용하는 것으로, 높은 경지의 상황 판단력을 요한다. 상황의 위급한 정도 등을 고려하여 가능한 모든 방안 중 스스로 선택한 것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될 때에만 권도가 합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권도의 합당성은 실행의 동기와 사건의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6. (가)의 맹자와 <보기>의 칸트에 대해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칸트는 언제나 지켜져야 하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실천 기준으로서의 도덕규범을 제시하였다. 가령 칸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도덕규범이 양심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선의의 거짓말도 옳지 않은데,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는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2022학년도 4월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일반 상황… 보편적 규범… 특수한 상황… 개별적 규범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상하 관계인 것이 이원론적으로 생각하면 반대 관계인 경우
‘일반’은 전체에 두루 해당되는 것을, ‘특수’는 부분에 한정되는 것을 말한다. ‘보편’은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통하는 것을, ‘개별’은 하나씩 따로 나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일반과 보편은 비슷한 말이고, 특수와 개별 또한 비슷한 말이다. 그런데 원래 일반과 특수, 보편과 개별은 상하 관계에 있다. 예컨대 인간과 철수 샘의 경우 인간은 일반, 보편에 속하고 철수 샘은 특수, 개별이 된다.

지문에서 ‘상도’가 ‘일반 상황에서의 원칙론’이며 ‘보편적 규범’이고, ‘권도’가 ‘특수한 상황에서의 상황론’이며 ‘개별적 규범’이라고 했는데, 상도와 권도를 옆의 벤다이어그램같이 상하 관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문에서 권도와 상도는 상하 관계로 이해할 수 없다. ‘남녀 간에 손을 잡지 않는 것은 상도에, 형제의 부인을 손으로 구하는 것은 권도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다음과 같은 벤다이어그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상하 관계인 것이 이원론적으로 생각하면 반대 관계인 경우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손을 잡지 않음’과 ‘손으로 (잡아) 구함’은 반대 상황인 것이다. 왜 이런 논리적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이원론(서로 대립되는 두 개의 원리나 원인으로써 사물을 설명하려는 방식)으로 개념을 알아두는 것이 글 읽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문에서 ‘일반’과 ‘특수’, ‘보편’과 ‘개별’은 그 사례에 해당한다. 그렇게 보면 그들은 반대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지문에서도 상도와 권도는 ‘도덕적 딜레마’ 상황과 관련 있다고 했다. 따라서 그들의 관계를 상하 관계가 아니라 반대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상황의 위급한 정도 등을 고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될 때만 권도가 합당성을 인정받을판정의 기준(조건)을 고려해 판정도를 생각하며 글을 읽는 훈련을 많이 하라고 했다. 지문에서도 ‘권도의 합당성’에 관한 판정 조건이 제시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학에서 배웠다시피 논리곱에 의한 합성 명제의 진릿값은 각 명제가 모두 참일 때 참이라는 것이다. 즉 권도의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만족돼야만 권도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의 판정도를 머릿속에 그리며 이해하도록 노력해보자.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상하 관계인 것이 이원론적으로 생각하면 반대 관계인 경우
맹자와 <보기>의 칸트에 대해 이해한 것<보기>의 ‘칸트’는 ‘선의의 거짓말도 옳지 않다’고 했다. 착한 마음이나 좋은 뜻으로 한 거짓말이라도 잘못이라고 칸트가 얘기한 것인데, 그 이유로 든 것은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는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결과를 고려해서 옳으냐 잘못이냐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즉 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거짓말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한 것이다.

이런 칸트의 생각은 맹자와 비교할 때 어떨까? 지문에서 맹자는 ‘권도의 합당성은 실행의 동기와 사건의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즉 결과에 따라 권도가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기>의 선의의 거짓말은 일종의 권도다. 그렇다면 맹자는 결과가 좋다면 거짓말도 옳다고 봤을 것이다. 이는 칸트와 다른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칸트는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도 보편적인 도덕규범에서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맹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칸트와 맹자의 생각에는 공통점이 있다. 칸트는 ‘언제나 지켜져야 하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실천 기준으로서의 도덕규범을 제시’했다고 했는데, 이는 지문에서 말하는 상도에 해당한다. 포인트
신철수 성보고 교사
신철수 성보고 교사
1. 원래 일반과 특수, 보편과 개별은 상하 관계에 있으나 이원론으로 생각하면 반대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2. 합성 명제의 진릿값은 각 명제가 모두 참일 때 참이라는 것을 알아두자.

3. 여러 판정 조건이 제시됐을 때의 판정 결과를 생각하며 글을 읽어야 하는 경우를 알아두자.

4. ‘A는 B에 상관없이 항상 존재한다’는 말은 B를 고려해 A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임을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