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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너라 변칙'의 퇴장

    자식이 커도 부모 걱정은 늘 매한가지다. 그중 하나. “밤늦게 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오너라.” 그런데 어떤 이는 “들어오너라” 하지 않고 “들어오거라”라고 한다. 또 다른 이는 “들어와라” 하기도 한다. ‘오너라/오거라/와라’는 모두 해라체 명령형 서술어다. 같은 뜻을 전하면서 이들은 왜 이렇게 서로 다를까? 틀린 말은 없을까? 예전엔 ‘오너라’만 가능…지금은 모두 허용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모두 맞는 말이다. 예전에 ‘-너라’ 불규칙 활용이 있었다. 명령형 어미 ‘-아라’가 붙을 때 어미가 ‘-너라’로 바뀌는 현상을 가리켰다. 이 변칙은 특이하게 동사 ‘오다’류(‘오다’와 ‘건너오다, 들어오다’ 등 ‘-오다’로 끝나는 말)에서만 나타난다. ‘오+아라→오너라’로 바뀌는데, 다른 동사에서는 그런 예가 보이지 않는다. 이를 ‘너라’ 불규칙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다’의 명령형은 ‘오너라’ 하나뿐이고, ‘오거라’ 또는 ‘와라’는 인정되지 않았었다.2017년 3월 국립국어원은 이 주제를 놓고 깊이 있게 검토를 했다. 규범과 달리 사람들이 현실 언어에서 ‘오너라’보다 ‘오+아라→와라’를 더 많이 쓰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거라’도 썼다. ‘너라’ 불규칙 활용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문법이 바뀌어야 할 차례다. 문법은 언중이 실제로 쓰는 용법을 일반화하고 규칙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다’류에도 명령형 어미 ‘-아라’ 및 ‘-거라’가 결합할 수 있

  • 학습 길잡이 기타

    영어는 어순을 뒤집는 도치가 자주 일어나죠

    Before us is the Salesman’s house. We are aware of towering, angular shapes behind it, surrounding it on all sides. Only the blue light of the sky falls upon the house and forestage; the surrounding area shows an angry glow of orange. As more light appears, we see a solid vault of apartment houses around the small, fragile-seeming home. An air of the dream clings to the place, a dream rising out of reality. The kitchen at center seems actual enough, for there is a kitchen table with three chairs, and a refrigerator. But no other fixtures are seen. At the back of the kitchen there is a draped entrance, which leads to the living room. To the right of the kitchen, on a level raised two feet, is a bedroom furnished only with a brass bedstead and a straight chair. On a shelf over the bed a silver athletic trophy stands. A window opens onto the apartment house at the side.[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앞에는 세일즈맨의 집이 있고, 그 집 뒤로 높이 솟고 모가 난 형체들이 보이는데, 그것들은 사방에서 집을 에워싸고 있다. 단지 푸른 하늘빛 조명만이 집과 무대 전면에 떨어지고, 주위는 강렬한 오렌지 빛 조명이 비친다. 조명이 차츰 밝아지면서, 자그마하고 쉽게 부서질 것 같은 집 주위로, 아파트들의 견고한 둥근 천장이 보인다. 현실에서 솟아오르는 꿈결 같은 분위기가 그 집에 짙게 감돈다. 한가운데 주방은 마치 실제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세 개의 의자가 딸린 식탁과 냉장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가재도구는 보이지 않는다. 주방 뒤에는 휘장이 드리워진 입구가 있는데, 거실로 통한다. 주방 오른 쪽으로, 2피트 높이에는 단지 하나의 놋쇠침대와 하나의 간편한 의자만이 있는 침실이 있다. 침대 위쪽 선반에는 은빛의 육상 우승컵이 있으며, 창문은 옆 아파트 쪽으로 향하고 있다. Words &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螳螂拒轍(당랑거철)

    ▶ 한자풀이螳: 버마재비 당, 사마귀 당螂: 사마귀 랑(낭)拒: 막을 거轍: 바퀴 자국 철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제 분수를 모르고 무모하게 행동함을 일컬음-<회남자(淮南子)>장여면이 계철을 만나 말했다. “노나라 왕이 내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하길래 몇 번 사양하다가 ‘반드시 공손히 행동하고 공정하며 곧은 사람을 발탁해 사심이 없게 하면 백성은 자연히 유순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과연 맞는 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철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한 말은 제왕의 덕과 비교하면 마치 사마귀가 팔뚝을 휘둘러 수레에 맞서는 것 같아서(螳螂當車轍) 도저히 감당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얘기다.계철은 의례적 충고가 되레 제왕의 분노를 사 화를 입을 수 있음을 충고한 것이다.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신하의 유세는 절반쯤 성공한 셈”이라는 한비자의 말은 윗사람에게 하는 충고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들려준다. 셰익스피어 역시 “세상에 환영받는 충고는 없다”고 단언했다.계철의 충고는 <회남자>에 나오는 사마귀와 관련이 있다. 제나라 장공(莊公)이 어느 날 사냥을 갔는데 사마귀 한 마리가 다리를 들고 수레바퀴로 달려들었다. 그 광경을 본 장공이 부하에게 “용감한 벌레로구나. 저놈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었다. “예, 저것은 사마귀라는 벌레인데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 모르며 제힘은 생각지 않고 한결같이 적에 대항하는 놈입니다”라는 답에, 장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주십시요"라는 말은 없어요

    몇 해 전 이른바 ‘다나까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대화에서 말의 끄트머리를 ‘-다’나 ‘-까’로만 맺는다고 해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 ‘그렇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같은 게 대표적인 다나까체다. 주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언어 예절로 알려졌지만, 일상에서도 자주 쓰는 경어법 중 하나다. 우리 문법에서는 ‘하십시오체(體)’ 또는 줄여서 ‘합쇼체’라고도 한다. ‘-요’는 문장 종결 어미로 쓸 수 없어합쇼체는 종결 어미로 ‘-습니다/ㅂ니다’(평서형), ‘-습니까/ㅂ니까’(의문형) ‘-십시오’(명령형) 등이 많이 쓰인다. 이 가운데 ‘-십시오’는 자칫 ‘-십시요’로 잘못 적기 십상이니 주의해야 한다. 가령 “말씀해 주십시요”, “도와주십시요” 라고 하는 식이다.‘-십시오’는 상대를 가장 높여 말하는, 정중한 명령이나 권유를 나타내는 말이다. 신문 등 인쇄매체의 인터뷰 글에서 질문할 때 자주 쓴다. 이를 ‘-십시요’로 잘못 쓰는 까닭은 매우 정중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형태가 ‘-오’로 끝나기 때문인 듯하다. 마치 하오체(體)의 ‘-오’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해요체’의 ‘-요’를 붙이고 싶어진다. 또 한 가지는 ‘-십시오’가 명령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정중해도 명령형이라 말하는 이나 듣는 이가 불편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십시오’는 종종 해요체인 ‘-시지요’나 ‘-세요’로 대체되곤 한다.‘-시지요’는 권유형이라 덜 부담스럽다. 실제로 일상 대화에서는 “~해 주시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橘化爲枳(귤화위지)

    ▶ 한자풀이橘: 귤 귤化: 화할 화爲: 될 위枳: 탱자 지강남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되듯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짐을 비유-<안자춘추(晏子春秋)>안영(晏)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이다. 세 명의 왕을 모신 재상이지만 늘 검소하고 몸가짐을 조심했다. 재상이 된 뒤에도 고기 반찬을 올리지 않고 아내에게도 비단옷을 입히지 않았다. 달변에 임기응변이 뛰어났지만 조정에서도 항상 품행을 삼갔다.제나라를 얕보던 초나라 영왕이 그를 초청했다. 영왕이 인사말을 나눈 뒤 안영을 깔보듯 물었다.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하필 경(卿)과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 이유가 뭐요?” 안영의 키가 작은 것을 비웃은 말이었다. 안영이 서슴지 않고 답했다. “그 까닭은 이러하옵니다. 우리나라에선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서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臣)은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초나라로 오게 된 것입니다.”안영의 능수능란한 언변에 기가 꺾인 영왕이 부아가 끓어오르던 참에, 마침 그 앞으로 포리가 제나라 사람인 죄인을 끌고 갔다. 영왕이 잘됐다 싶어 안영에게 들으라고 큰소리로 죄인의 죄명을 밝힌 다음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을 잘하는군.” 안영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답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橘生淮南則爲橘 生于淮北爲枳(귤생회남즉위귤 생우회북위지). 이 둘은 잎은 비슷하나 그 열매의 맛은 전혀 다릅니다. 그것은

  • 학습 길잡이 기타

    생략된 목적격 관계대명사를 눈여겨보세요

    The old man was thin and gaunt with deep wrinkles in the back of his neck. The brown blotches of the benevolent skin cancer the sun brings from its reflection on the tropic sea were on his cheeks. The blotches ran well down the sides of his face and his hands had the deep-creased scars from handling heavy fish on the cords. But none of these scars were fresh. They were as old as erosions in a fishless desert. Everything about him was old except his eyes and they were the same colour as the sea and were cheerful and undefeated.[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노인은 여위고 앙상한 데다가 목덜미에는 주름살이 깊게 파여 있었다. 그의 양볼에는 열대의 바다 위에서의 햇빛의 반사 때문에 가벼운 피부암의 갈색반점이 생겨 있었다. 이 반점은 얼굴 양면의 훨씬 아래까지 번져 있었고, 그의 양손은 줄곧 큰 고기를 밧줄로 다루기 때문에 깊은 상처가 있었다. 그 상처는 새로 생긴 것들이 아니었다. 어느 상처나 고기 없는 사막의 침식처럼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이었다. 두 눈을 제외한 그의 모든 것이 늙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은 바다와 같은 푸른 색깔이었고 활기가 있었고 패배를 몰랐다.‘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Old man and the sea)]를 설령 읽지 않았더라도, 이 소설의 제목을 들어보지 않은 학생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큰 울림을 주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와 표현을 만날 수 있습니다. Words & Expressions우선 gaunt란 단어는 ‘여윈/수척한, 황량한’이란 뜻으로 be gaunt from hunger는 ‘굶어서 수척하다’라는 의미랍니다. 그리고 blotch는 ‘얼룩, 종기’ 등을 나타내는 단어라 She had come out in dark red blotches

  • 학습 길잡이 기타

    So that I could not be seen…

    Every morning I lay on the floor in the front parlour watching her door. The blind was pulled down to within an inch of the sash so that I could not be seen. when she came out on the doorstep my heart leaped. I ran to the hall, seized my books and followed her. I kept her brown figure always in my eye and, when we came near the point at which our ways diverged, I quickened my pace and passed her. This happened morning after morning. I had never spoken to her, except for a few casual words, and yet her name was lik a summons to all my foolish blood.[제임스 조이스(애러비 바자회)]매일 아침 나는 그녀의 문을 지켜보며 앞쪽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나는 보이지 않도록 창틀에서 아주 약간 떨어져 있을 정도로만 블라인드를 내려놨다. 그녀가 문밖으로 나오면 내 심장이 뛰었다. 나는 복도로 달려가서, 내 책들을 챙기고 그녀를 뒤쫓았다. 나는 갈색(옷으로 덮인) 그녀의 모습을 내 시야에 계속 두었고, 우리의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 발걸음을 서둘러서 그녀를 지나쳤다. 이것이 아침마다 일어났다. 나는 그녀에게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다. 몇 번의 일상적인 말들 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이름은 내 어리석은 피를 부르는 소환장 같았다.(그녀의 이름은 내 모든 바보스러움을 불러내는 주문 같았다)윗글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Araby(애러비 바자회)]의 한 부분입니다. 한 소년의 짝사랑을 다룬 단편 소설로 여기서 Araby는 고어/시어로 ‘아라비아(Arabia)’를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바자회’라고 부르는 ‘바자’는 우리나라 말이 아니라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영어로는 bazaar라고 합니다. 짧지만 참 좋은 표현이 많은 이 소설에는 어떤 단어들이 있는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책요? 책이요?…변신 꾀하는 보조사 '-요'

    지난 9일은 574돌 한글날이었다. 이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해 반포한 1446년을 기점으로 삼아 제정됐다. 한글이 탄생한 지 500년이 훨씬 넘었으나 우리 정서법 체계가 제대로 자리잡은 것은 100년이 채 안 된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3년 조선어학회(한글학회의 전신)에서 ‘한글마춤법 통일안’을 내놓은 게 밑거름이 됐다. 종결형으로 쓰인 ‘책이요’는 규범에서 벗어나그 사이 우리 맞춤법은 많이 변했다. 그중 하나로 요즘도 늘 헷갈리는 게 어미 ‘-이요’와 ‘-이오’, 그리고 보조사 ‘-요’ 용법의 구별이다.1933년 한글마춤법 통일안에서는 이를 어떻게 제시했을까? <‘이요’는 접속형이나 종지형이나 전부 ‘이요’로 한다.>고 했다. 가령 “이것은 붓이요, 저것은 먹이요, 또 저것은 소요.”처럼 썼다. 현행 한글맞춤법에서는 다르다. 제15항 어간과 어미를 적는 방식에 관한 얘기다. <종결형에서 사용되는 어미 ‘-오’는 ‘요’로 소리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원형을 밝혀 ‘오’로 적는다.>고 했다. “이것은 책이오./이리로 오시오.”(책이요×/오시요×)가 현행 규범이다. 또 <연결형에서 사용되는 ‘이요’는 ‘이요’로 적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붓이요, 또 저것은 먹이오.”처럼 구별해 써야 한다. 정리하면 ‘-이요’는 연결어미로만, ‘-이오’는 종결어미로만 쓸 수 있게 했다. 이들은 모두 [이요]로 소리 나지만 각각의 쓰임새에 따라 구별해 적도록 한 것이다. 현실언어에서는 쓰임새 활발…규범화 진행 중2019년 5월 국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