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에게서 변증법은 논증의 방식임을 넘어, 논증 대상 자체의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즉 세계의 근원적 질서인 ‘이념’의 내적 구조도, 이념이 시·공간적 현실로서 드러나는 방식도 변증법적이기에, 이념과 현실은 하나의 체계를 이루며, 이 두 차원의 원리를 밝히는 철학적 논증도 변증법적 체계성을 지녀야 한다.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 -
변증법은 논증의 방식임을 넘어, 논증 대상 자체의 존재 방식이기도 … 즉위 문장을 읽자마자 철수 샘은 무슨 말인지 알까? 모른다. ‘변증법’, ‘논증’, ‘존재’ 등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지만 ……. 모른다는 말에 비웃을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철수 샘은 전혀 부끄럽지 않다. 철수 샘이 철학 교사인가? 국어 교사가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고3 학생들도 이 문장의 의미를 모른다고 자책하지 말라. 국어 영역에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이용해 문장을 이해해 풀 수 있는 문제는 내지 않는다.

그런데 위 문장을 읽으며 철수 샘이 발휘하는 국어 능력이 있기는 하다. 문장에서 서술어는 행동이나 작용을 나타내고, 그 행동이나 작용을 받는 것을 ‘대상’이라 한다. (문법에서는 그것을 ‘목적어’라 한다.) 그리고 ‘(으)로’는 방법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다. 고3 학생이면 이것들을 알고 있다가 활용하는 국어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A를 B로 논증하다’라는 문장 구조와 A가 ‘대상’이고 B가 ‘방식’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문장을 읽는 국어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면 변증법적 방식도 있지만 변증법적 대상도 있구나 하며 철수 샘처럼 위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철수 샘이 변증법적 대상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전문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출제 교사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충분히 설명해 준다. ‘즉’이라는 연결어를 보자. 앞의 내용이 무슨 말인지 쉽게 풀이해 주는 친절을 베풀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의 근원적 질서인 ‘이념’…이념이 시ㆍ공간적 현실로서 드러나는…이념과 현실…두 차원‘세계’는 사전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는데, 위 문장에서 ‘세계’는 무슨 뜻으로 봐야 할까?
① 지구상의 모든 나라. 또는 인류 사회 전체.
*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
「비슷한말」 세상(世上)
② 집단적 범위를 지닌 특정 사회나 영역.
* 학자들의 세계.
* 동물의 세계.
③ 대상이나 현상의 모든 범위.
* 정신의 세계와 물질의 세계.
* 작품 세계.
이렇게 어휘는 본래의 의미 외에도 여러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것을 ‘전의적 의미’라 한다. 철수 샘은 누구보다도 전의적 의미를 많이 알고 있고, 그중 어떤 의미로 문장의 어휘가 쓰였는지 연결하는 국어 능력이 있다. 위 문장의 ‘세계’는 ③의 뜻에 가깝다. 이런 생각을 못한 학생은 고3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위 세 가지 의미 중 어느 하나라도 모르는 학생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이념’은 사전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①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이나 견해. * 이념 대립.
②『철학』 순수한 이성에 의하여 얻어지는 최 고 개념. 플라톤에게서는 존재자의 원형을 이 루는 영원불변한 실재(實在)를 뜻하고, 근세의 데카르트나 영국의 경험론에서는 인간의 주관 적인 의식 내용, 곧 관념을 뜻하며, 독일의 관념 론 특히 칸트 철학에서는 경험을 초월한 선험 적 이데아 또는 순수 이성의 개념을 뜻한다. ≒ 이데아, 이성 개념.

철수 샘은 ①, ②를 모두 알고 있을까? ①은 알고 있으나, ②는 몰랐다. 『철학』이라는 표시를 보면 ②는 철학에서 정의한 개념인데, 그것을 국어 교사인 철수 샘이 어떻게 알겠는가? 따라서 위 문장에서 ‘이념’이 ②의 뜻으로 쓰였다는 사실 또한 몰랐던 것은 당연하다.

전의적 의미와 달리, 특정 분야의 전문 개념은 알지 못해도 괜찮다. 국어 교사들은 이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세계의 근원적 질서인’이라는 꾸미는 말을 이용해 ‘이념’을 설명해 준다. 철수 샘에게는 꾸미는 말을 음미하며 개념을 생각할 줄 아는 국어 능력이 있다.

신철수 성보고 교사
신철수 성보고 교사
그렇기에 ‘근원(根源·사물이 비롯되는 근본이나 원인)’의 의미까지 고려하여, 이 문장에서 ‘이념’이 세계를 있게 하는 바탕이라는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생각해 낼 줄 안다. 이렇게 이해하면 ‘이념이 … 현실로서 드러’난다는 말과 ‘이념과 현실’에서 ‘현실’이 ‘세계’라는 말과 같은 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두 차원’이 바로 ‘이념과 현실’을 가리킨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추리 능력은 고3 학생이면 갖고 있어야 하니,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자. 포인트국어 영역에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이용해 문장을 이해해 풀 수 있는 문제는 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두자.

'A를 B로 논증하다'라는 문장 구조와 A가 '대상'이고 B가 '방식'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문장을 읽는 연습을 하자.

'즉'을 앞세운 문장이나 꾸미는 말을 통해 의미나 개념을 알아내는 연습을 하자.

어휘들의 전의적 의미를 많이 알아 두고, 그중 어떤 의미로 문장의 어휘가 쓰였는지 연결하는 연습을 하자

전의적 의미와 달리, 특정 분야 의 전문 개념은 알지 못해도 풀 수 있는 문제가 국어 영역에 출 제된다는 것을 알아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