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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중국산 화폐가 키운 중세 일본의 상품시장

    중세 일본에선 꽤 이른 시기부터 상품경제가 활성화됐다. 상품경제가 어느 정도로 원활하게 작동했는지는 당시 화폐 사용이 얼마나 활성화됐는지로 가늠할 수 있다. 중세 일본은 자체적으로 화폐를 주조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으로부터 대규모로 동전을 들여와 교환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일본에서 금속화폐 사용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것은 가마쿠라 막부(鎌倉幕府) 때인 13세기다. 이 시기 일본에서 사용한 동전은 일본에서 주조한 것이 아닌 ‘중국 수입품’이었다. 고대 일본에선 ‘황조12전(皇朝十二錢)’이라고 불리는 여러 주화를 주조했다. 아스카 시대(飛鳥時代) 천황인 겐메이 덴노(元明天皇) 시절인 화동(和銅) 원년(708년)부터 헤이안 시대 무라카미 덴노(村上天皇) 때인 응화(應和) 3년(963년)까지 사용한 이들 12개 화폐는 품질이 열악해 위조가 손쉬웠다. 결국 율령제가 해체되면서 10세기부터 동전을 발행하지 않았다. 일본에선 쌀과 면, 포 등이 교환수단이 됐다.동전이 교환수단으로 다시 부상한 것은 중국 북송(北宋)에서 대량으로 주조한 동전이 일본에 들어오면서다. 일본 내에서 ‘도래전(渡來錢)’, ‘송전(宋錢)’으로 불린 이들 화폐는 12세기에는 오늘날 차이나타운과 같은 당방(唐坊)을 중심으로 대량 유통됐다.12세기 말기 일본 조정은 송전의 유통을 일시 금지했다. 하지만 이런 금령(禁令)은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13세기가 되면 화폐 유통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상품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그 유통수단으로 송전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송전은 가치 변동이 적었고, 쌀이나 직물처럼 품질이 불균질하거나 변질될 위험도 적었다. 안정적인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관형격 조사 '의', 있어야 할 곳과 없어도 될 곳

    “환경부로 에너지정책 이관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 이후 현재까지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정책도 같은 비판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화학적 결합’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도 중요하지만, 국가 기간산업인 발전산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통합이 에너지 정책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결과가 돼선 안 된다.” ‘부사어+명사’ 사이엔 ‘의’ 꼭 넣어야이재명 정부가 출범 100일을 앞둔 9월 7일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여당이 다수당이라 계획대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비판 목소리도 많다. 인용한 부분은 그런 비판의 한 대목이다. 우리 관심은 이 대목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같은 유형의 문장론적 오류에 있다. 십중팔구 흘려버리기 십상인 이 오류는 대체 무엇일까?① “환경부로 에너지 정책 이관은”, ②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 이후”, ③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도”, 이 세 곳에는 공통적 오류가 있다. 모두 관형격 조사 ‘의’를 생략해 비문이 됐다는 점이다. ① ‘환경부로~’ 뒤에는 서술어가 와야 한다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부사어 뒤에 서술성 있는 동사나 형용사가 오는 게 당연하다. 그게 우리 문법이다. 근데 “환경부로~ 이관은”으로 연결됐다. 부사어를 받는 말로 용언이 아니라 명사가 옴으로써 서술성을 잃고 문장 흐름이 어색해졌다. 이 오류는 너무나 흔해 자칫 오류인 줄도 모르고 넘어가는 이도 많다. “환경부로 에너지 정책을 이관하는 것은” 식으로 동사(‘이

  • 생글기자

    대중음악 리메이크 열풍의 명암

    최근 여러 가수와 아이돌그룹이 20~30년 전 인기를 끌었던 노래를 리메이크해 내놓고 있다. 리메이크는 가사와 멜로디는 그대로 유지하되 새롭게 편곡해 다른 분위기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리메이크곡이 인기를 끌면 원곡의 인지도도 함께 상승한다. 리메이크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원곡을 찾아 듣는 것이다. 박혜경의 ‘안녕’이 좋은 사례다. 걸 그룹 레드벨벳 멤버 조이가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 발표한 뒤 박혜경의 ‘안녕’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리메이크곡은 세대 간 소통에 도움을 준다. 젊은 세대는 리메이크곡을 통해 과거의 문화와 감성을 이해하고, 기성세대는 추억을 회상하며 신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여러 세대의 관심을 동시에 끌어내 음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도 리메이크의 순기능이다.반면 리메이크의 역기능도 있다. 원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그대로 쓰는 만큼 새로운 곡을 만들려는 시도가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음악의 다양성 역시 위축된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기존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가수와 작곡자들의 창작 역량이 저하돼 장기적으로 음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음악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리메이크는 어디까지나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순기능과 함께 음악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리메이크곡을 만드는 가수와 창작자도 이런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박재용 생글기자(관저중 2학년)

  • 경제·금융 상식 퀴즈

    9월 22일 (909)

    1. ‘이 지수’가 지난 10일 4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이것은?① 코스피지수  ② 코스닥지수③ 다우지수  ④ S&P500지수2. USDT(테더)와 USDC(서클)의 공통점은?① 법정화폐  ② 스테이블코인③ 기축통화  ④ 안전자산3. 2002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의 우주탐사 기업으로, 세계 곳곳에 위성 인터넷을 보급하는 ‘스타링크’ 사업을 하는 이곳은?① 테슬라  ② 아마존③ 스페이스X  ④ 오라클4. 다음 중 국가와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회사’에 속하는 곳은?① 모건스탠리  ② 엔비디아③ 피치  ④ 팔란티어5. 다음 중 수입품에 대한 ‘관세장벽’으로 볼 수 있는 조치는?① 보복관세 부과  ② 수량 제한③ 가격 통제  ④ 위생검역 강화6. ‘이 나라’가 자동차, 철강 등 17개 전략 분야 품목을 선정해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현재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화폐는 페소인 이 나라는?① 스페인  ② 대만③ 인도네시아  ④ 멕시코7. 다음 중 1에서 1000 사이의 값을 갖는 것은 무엇일까?① 지니계수  ② 소비자물가지수③ 개인신용점수  ④ 기업경기실사지수8.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살림에 필요한 예산 중 어느 정도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는?① 지급준비율  ② 재정자립도③ 국민부담률  ④ 조세부담률▶정답  :  1 ①  2 ②  3 ③  4 ③  5 ①  6 ④  7 ③  8 ②

  • 스도쿠 여행

    스도쿠 여행 (912)

  • 커버스토리

    트럼프 vs 푸·시·킴…'新냉전' 시작되나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그의 왼편에 김 위원장, 오른편에 푸틴 대통령이 자리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서방 진영을 향해 자신들의 결속력을 선보이는 무력시위 같았습니다.미국과의 이해관계가 조금씩 달라 북·중·러 3국 합동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반미(反美) 연대를 공식화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분위기는 역력했죠. 이 때문에 결국 ‘신냉전(New Cold War)’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양 진영이 체제 경쟁에 몰두하고 군사적 긴장 또한 고조되던 시기가 1950~1980년대 냉전기였습니다. 핵전쟁의 공포 속에서 인류 위기를 걱정해야 하던 때였죠. 중국 전승절 행사에선 ‘트럼프 대(vs) 푸·시·킴(푸틴, 시진핑, 김정은)’이라는 대결 구도가 확연히 드러나 신냉전이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중국 중심의 브릭스(BRICS)와 같은 국제협력 모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합니다. ‘하나의 시장’을 중심으로 번영하는 지구촌을 만들려던 이상이 퇴보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대립과 갈등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지금의 국제 정세를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핵전쟁 공포 엄습하던 냉전 뒤로하고 시장경제 확산이 세계를 하나로 연결 역사와 시대의 변화는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방향이 정해진 물줄기는 돌려세우기 어렵고, 역행하는 움직임은 얼마 못 갑니다. 지금의 세계가 어떤 흐름 속

  • 테샛 공부합시다

    예금보호한도 상향…머니무브 촉발할까

    ◇예금보호한도=지난 9월 1일부터 예금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어났다. 금융회사가 파산하거나 영업을 정지해 고객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다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뿐 아니라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도 금융회사 고객에게 일정 한도 내에서 돈을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를 ‘예금자보호법’이라고 한다.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예금자 1인당 금융기관별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대 1억원까지 보호된다. 이에 따라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곳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배드뱅크(Bad Bank)=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해 정리하는 전문 기관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우량채권과 분리해 처분하거나 회수함으로써 기존 금융기관이 우량자산만 보유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카피캣(Copycat)=독창적이지 않고 남을 모방하는 사람이나 기업 또는 제품을 일컫는다. 최근 한국에서 다이소가 MZ세대와 해외 관광객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다이소의 매장 구성, 브랜드, 로고 등을 모방한 카피캣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미니소, 무무소, 요요소, 시미소 등이 대표적이다.◇잭슨홀 미팅(Jackson Hole Meeting)=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매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전문가를 와이오밍주 해발 2100m 고지대의 휴양지인 잭슨홀에 초청해 개최하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지난달에는 내년 5월 의장 임기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사실상 잭슨홀 미팅에서의 마지막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

  • 교양 기타

    더 이상 응축할 수 없는 서정시의 극치 [고두현의 아침 시편]

    랑서정춘랑은이음새가 좋은 말너랑 나랑 또랑물 소리로 만나서사랑하기 좋은 말올해 84세인 서정춘 시인의 제7 시집 <랑> 첫머리에 나오는 표제작입니다. ‘랑’이라는 말의 둥근 어감에다 ‘이음새가 좋은 말’이라는 의미까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지요. 고도로 응축된 언어로 서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시입니다.여기에서 ‘랑’은 ‘너랑 나랑’을 이어주는 ‘사랑’의 접속 조사이면서 ‘또랑물 소리’로 우리와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입니다. ‘시인이랑 독자랑’ 이어주는 교감의 이음새이기도 합니다. 이 시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피아노랑’이라는 시를 볼까요.‘<피아노랑>은 피아니스트 박지나 님이 서정춘의 시 「랑」에서 영감을 얻어 여러 또랑물 소리를 모시고 연주 동아리 이름을 지은 거다// 정녕, 랑은 이음새가 긴 온음표 같은 것’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조사 하나에서 이렇게 놀라운 세계를 펼쳐내다니, 대단한 경지입니다. 이번 시집에는 이처럼 짧고도 웅숭깊은 시가 31편 실려 있습니다. 시만 짧은 게 아니라 수록 편수도 다른 시집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시집 앞머리의 ‘시인의 말’ 또한 짧습니다. ‘아하, 누군가가 말했듯이/ 나도 “시간보다 재능이 모자라 더 짧게는 못 썼소.”’ 이전 시집 <이슬에 사무치다>의 ‘시인의 말’에 썼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 이상 더 응축할 수가 없다는 뜻이지요.이 같은 시적 염결성은 그의 인생 전체를 관통합니다. 1941년 전남 순천에서 마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가난과 독학으로 시의 길을 헤쳐왔습니다. 신문 배달 중에 우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