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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변동환율제에선 재정확대 효과 크지 않아

    이번 주부터는 개방경제에서 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하는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며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개방경제에서 경제정책의 효과는 개방 정도와 환율 결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드러낸다. 현실 경제에서 나타나는 개방 정도와 환율 결정에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이나 정도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경제학에서는 몇 가지 극단적 상황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현실 경제의 모습은 이처럼 극단적 상황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개방 정도와 환율 결정 과정을 극단적 사례를 통해 잘 이해한다면 실제 전개되는 경제정책의 효과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에는 환율정책으로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국가에서 경제 안정화를 위한 재정정책을 실시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자금이동 정도에 따라 살펴볼 것이다.폐쇄경제와 재정정책재정정책은 경제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지출과 세금의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다. 경기침체 시 정부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줄이면 총수요가 증가해 경기가 좋아진다. 반대로 경제 호황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경우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려 총수요를 감소시키면 인플레이션 정도도 줄어든다. 상품이나 자금의 국가 간 이동이 전혀 없는 폐쇄경제의 재정정책 효과는 이미 거시경제 부분에서 살펴봤지만, 결과만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정부가 경기침체 시 확대재정정책을 펼치면 GDP가 늘어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침체를 벗어나고, 반대로 긴축재정을 시행하면 GDP와 물가가 하락해 경제가 안정화된다.변동환율제도와 확대재정정

  • 과학과 놀자

    "물속에서도 끄떡없는 접착제, 홍합에서 배웠다"

    자연 속 동식물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고안해 왔다. 과학자들은 종종 이런 전략들에 착안해 인간에게 유용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이를 '생체 모방 기술(Biomimetics)'이라고 한다. 비행기 날개(새 날개), 고속열차 앞부분(물총새 부리), 벨크로 찍찍이(도꼬마리 씨앗)가 대표적인 사례로, 자연을 흉내 내 만든 일종의 '모방작'이다.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체모방 기술 중 하나는 홍합을 참고해 만든 ‘수중 접착제’다. 홍합은 해류가 잘 통하는 바위나 암초에 달라붙어 사는데, 바위에 물이 묻어 있거나 파도가 세게 쳐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홍합의 강력한 접착력은 입에서 분비하는 ‘접착 단백질’ 속에 포함된 ‘카테콜(catechol)’이라는 특별한 화학구조에서 나온다.카테콜 구조는 분자 끝에 작은 갈고리 같은 손잡이가 달려 있어 금속이나 돌, 플라스틱 표면의 미세한 부분을 잘 붙잡는다. 처음에는 약한 힘으로 달라붙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강력 접착제처럼 굳어버린다. 게다가 카테콜 구조 주변 분자들이 물과 잘 어울리는 성질(친수성)이 있어 젖은 표면에도 안정적으로 붙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홍합의 접착 단백질을 흉내 내 의료용 접착제나 수중 보수재를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다만 카테콜 구조를 본떠 만든 합성 접착제는 물속에서 접착력이 약하다. 합성 접착제의 몸통은 물을 싫어하는 성질(소수성)을 가진 고분자로 구성돼 물에 젖은 표면에서 잘 퍼지지 못하고 밀려난다. 카테콜 구조가 표면에 닿기 전에 물이 가로막으니 들러붙을 수가 없는 것이다.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드로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철학·과학·수리 넘나들며 해석 가능한지 평가

    연세대학교 인문논술은 매년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그 안에 흐르는 출제 철학은 일관됩니다. 하나의 시험지 안에서 철학·문학·사회과학·통계·수리까지 넘나들며, 수험생에게는 단순한 암기력이 아니라 교차 해석 능력을 묻습니다. 문제의 표면은 늘 달라지지만, 그 속에 숨은 구조와 대비의 방식은 꾸준히 반복됩니다.연세대학교 인문논술은 해마다 다른 얼굴로 등장하지만, 그 속에 흐르는 논리의 뼈대는 놀라울 만큼 견고합니다. 3개년간 기출을 나란히 펼쳐놓고 읽다 보면, 출제진이 수험생에게 묻고 싶은 것은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단편 지식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상이한 학문 언어를 횡단하며 관점을 세우고, 자료를 근거로 그 관점을 검증하며, 계산의 결과를 사회적 언어로 번역하는 힘입니다. 말하자면 철학과 사회과학, 통계와 수리, 그리고 때로는 영어 텍스트까지 한 호흡으로 묶어 서사의 줄기를 뽑아낼 수 있는지를 본다는 뜻입니다.2023학년도 1번 문항군은 한 제시문을 ‘기준 틀’로 삼아 다른 제시문을 설명하게 합니다. 해석의 방향이 정해지면 비교는 수월해집니다. 기준이 서면 관점의 공통분모와 차이를 명료하게 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4학년도 1-1은 이 방향을 뒤집어, 구체적 경험의 서사를 매개로 두 이론을 재단하게 했습니다. 추상적 개념을 사례로 검증하는 변주입니다. 결국 두 해가 요구한 사고의 규율은 동일합니다. 관점을 정의하고, 동일한 사실을 서로 다른 언어로 해석해본 뒤, 어느 언어가 무엇을 더 잘 설명하는지 근거를 들어 말하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떤 눈

  • 숫자로 읽는 세상

    "9월 모평,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

    3일 시행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국어·수학·영어 영역은 모두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도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업체별 영역별 난도에 대한 세부 평가는 다소 엇갈렸지만,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작년 수능은 전 영역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고루 확보해 ‘물수능’도 ‘불수능’도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 모의평가는 오는 11월 13일 시행되는 2026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실제 수능 출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이다. 다만 이번 9월 모의평가는 물론 본수능에서도 소위 ‘사탐런’ 현상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여 실제 수능 점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EBS현장교사단과 입시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9월 모의평가 난도는 대체로 2025학년도 수능과 비슷했다. 난도가 널뛰었던 작년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거쳐 치러진 작년 수능은 평이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EBS현장교사단 총괄을 맡은 윤윤구 한양사대부고 교사는 “전체적인 난도는 작년 수능과 유사하고, 지난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다”며 “작년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도를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수능 출제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영역별로 보면 EBS현장교사단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작년 수능과 난도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국어는 다소 어렵게, 수학은 비슷하게, 영어는 어렵게 출제됐다고 봤다.입시업계 역시 대체

  • 국가공인 경제이해력 검증시험 맛보기

    공공재

    [문제]공공재와 공유자원과 관련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① 막히지 않는 도로는 비경합성을 가진 재화다.②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가지고 있는 재화를 공공재라고 한다.③ 비경합성은 여러 사람이 재화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이다.④ 무임승차 문제는 재화가 비배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⑤ 공유지의 비극은 배제성을 가지고 있는 재화가 비경합성을 가질 때 발생한다.[해설] 공공재는 어떤 경제주체에 의해 생산이 이뤄지면 집단 구성원 모두에게 소비의 혜택이 공유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로,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특징을 지닌다. 비경합성은 어떤 개인의 소비가 다른 개인의 소비 가능성을 감소시키지 않는 특성, 비배제성은 어떤 사람이 재화와 서비스에 대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그 소비를 막을 수 없는 특성이다. 무임승차 문제는 재화가 비배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막히지 않는 도로는 비경합성을 가진 재화다. 공유지의 비극은 비배제성을 가진 재화가 경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공동으로 사용하는 목초지가 있다. 정답 ⑤[문제] 중앙은행의 역할이나 기능이 아닌 것은?① 화폐 발행 권한을 독점한다.② 경기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수립 및 집행한다.③ 예금을 받아 기업이나 가계에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④ 정부가 거둬들인 국고금 등을 수납하는 역할을 한다.⑤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최종 대부자 기능을 한다.[해설]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 △정부의 은행 △발권은행 △통화신용정책의 수립·집행기관이다. 중앙은행은 은행 및 정부와 거래하며, 가계나 기업 등 민

  • 생글기자

    "7세 고시는 인권 침해"…지나친 사교육 규제를

    지나친 사교육은 한국 사회의 오래된 문제다. 최근엔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기 선행학습까지 늘어나 사회문제가 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이른바 ‘7세 고시’ 등 영유아 대상의 사교육을 아동 인권침해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인권위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하려면 지나친 선행학습을 일부 제한하거나 놀이를 통한 영유아 교육 강화 등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지난해 1~11월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0~6세 영유아는 2만7268명으로 2020년 1만7938명 대비 1.5배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을 조기 사교육 열풍에서 찾는다.부모들은 남보다 뒤처질까 하는 불안감에 아이들을 일찍부터 사교육으로 내몬다. 여기에는 남보다 앞서 사교육을 받게 하고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소비 총액은 2024년 7~9월 8154억 원, 연간으로 환산하면 3조3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 아이들의 뇌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학습은 발달 불균형을 초래한다.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교육 효과를 높이려면 지나친 조기 사교육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개인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또한 학원을 규제하면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안혜인 생글기자(위례한빛중 1학년)

  • 역사 기타

    "페스트, 산 자에겐 축복"…전염병이 바꾼 사회

    “최근 중국, 북인도를 비롯한 동방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연령과 인종에 상관없이 페스트(흑사병)가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피를 토하고 일부는 토혈한 지 얼마 후에, 나머지는 2~3일 뒤면 죽는다. 전염병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차츰 번져나가 마침내 흑해와 시리아, 터키와 이집트, 홍해와 북방의 러시아, 그리스, 아르메니아까지 모두 퍼졌다….”1346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연대기 작가인 마테오 빌라니는 머나먼 동방에서부터 번지는 흑사병 소식을 상세히 기록했다. 하지만 그도 미처 몰랐었다. 빌라니가 살고 있던 유럽도 조만간 이 미지의 전염병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당대의 유럽인도 이 끔찍한 전염병이 머나먼 동방의 중국에서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랍의 의사도, 비잔티움 제국의 역사 기록자도, 러시아 평원의 희생자들도 정확히 질병의 발원지라는 키타이(중국)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다. 사실과 전설·전언이 섞인 형태로 전한 것이긴 하지만, 이 끔찍한 질병의 근원지로 모두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등장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오늘날의 코로나19와 너무나 유사하게….코로나19 팬데믹 충격처럼 중·근세 시대 유럽을 뒤흔든 치명적 전염병은 처음에는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다뤄지다가 순식간에 자신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됐다.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던 대전염병은 사회·경제구조에 심원한 변화와 흔적을 남겼다.우선 전염병이 초래한 죽음의 공포가 너무나 컸다. 유럽 거의 전역이 전염병의 희생양이 됐다. 네덜란드 일부 지역과 벨기에, 피

  • 생글기자

    올여름 폭염이 드러낸 불평등의 민낯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입추와 처서를 지나서도 계속되는 폭염에 많은 사람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 피해의 정도는 평등하지 않았다. 고령층과 장애인, 저소득층은 온열질환에 더 크게 노출됐다.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2024년 여름 온열질환 환자 중 65세 이상이 30.4%였다. 최근 13년간 온열질환 사망자 238명 중 약 3분의 2인 156명이 60세 이상이었다.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층이 더위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장애인도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공주대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의 온열질환 발생 위험은 비장애인의 5배에 달했다. 최근 응급실 내원 환자 중 장애인이 4.6%, 사망자 중 장애인 비율은 11.1%로 집계됐다. 이동이 불편하고 정보 접근이 제한된 장애인은 폭염 경보를 제때 확인하기 어렵고,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기 힘들다.경제적 취약 계층의 피해도 두드러진다. 한 조사에선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층의 67.5%가 냉방비와 의료비 증가 등 경제적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 가구의 24.8%는 위급 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답해 사회적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런 현상은 기후 위기가 환경문제에 그치지 않고 불평등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이제 폭염을 비롯한 기후변화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오율아 생글기자(시흥능곡고 1학년)